피아니스트 윤홍천

방랑자의 화려한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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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1월 1일 12:00 오전

 

저에게 음악은 ‘나보다 나은 나’입니다. 그러니 예술가를 세워주는 것은 어떤 개인이 아닌 바로, ‘예술 그 자체’죠. 유치원을 다닐 때 피아노를 처음 만났습니다. 선생님이 반주를 해주시는데, 신기한 마음에 쉬는 시간만 되면 늘 피아노 앞에 앉아있었어요. 집으로 돌아오면 로스트로포비치와 브리튼의 슈베르트 듀오 LP를 틀어두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감성의 언어’. 제가 음악을 대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베토벤도 ‘음악은 마음에서 마음으로’라고 하지 않았나요? 요즘은 모차르트에 푹 빠져 있습니다. 특히 그의 피아노 협주곡과 오페라 작품들을 좋아해요. 들으면 들을수록 그는 인간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작곡가 같아요. 유럽인들은 동양의 피아니스트는 화려하고 테크닉적인 곡들만 잘 연주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요. 몇 해 전 슈베르트의 음반을 녹음할 때 가장 두려웠던 부분이었어요.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운 슈베르트의 감성을 너무나 잘 이해했다”는 평을 받았죠. 뛸 듯이 기뻤어요. ‘감성의 언어’로 인지하고 있는 음악에 관한 제 해석과도 같은 맥락이니까요. 저는 피아니스트 빌헬름 켐프와 알프레드 코르토, 바이올리니스트 다비트 오이스트라흐를 좋아합니다. 모두 개성이 강한 음악가들이지만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인간미’가 있다는 겁니다. 저는 그들의 그런 점이 좋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좁아지는 사람이 아니라, 점점 더 마음이 커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때는 조용히 떠날 수 있는 사람이요. 한 독일의 기자 분은 저를 ‘cosmopolite(범세계적인)’로 정의해 주셨어요. 그런데 전 ‘wanderer(방랑자)’라는 말을 더 좋아해요. 방랑자… 늘 변화를 꿈꾸고 호기심을 안고 살고 싶거든요. 올 한 해는 이탈리아 로마에서의 연주를 시작으로 독일로 건너가 베를린 필하모니홀에서 연주 등 유럽과 한국에서 활동이 기다리고 있어요. 앞으로 5년동안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녹음(Oehms)이 발매되니 음반으로도 종종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홍천은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서 임종필을 사사한 그는 14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공부했다. 이후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와 이탈리아 코모 피아노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2002년 이탈리아 알레산드로 카사그란데 콩쿠르 2위 및 특별상 수상, 2008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4위, 2009년 미국 클리블랜드 콩쿠르에서의 3위를 수상했다.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는 윤홍천은 지난해 ‘Encore’ 앨범 발매 이후 독일에서 모차르트 앨범을 준비 중이며, 다가오는 3월 낭만주의 음악으로 국내에 찾아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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