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연·최희준

음악의 남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3월 1일 12:00 오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편안함과 신뢰만큼 세상에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올 한 해 조용하면서도 내실 있는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관객을 만나고 있는 피아니스트 최희연과 지휘자 최희준을 만났다. 서로를 “영원한 멘토” “잘 통하는 음악 친구”라고 이야기하는 두 사람은 다섯 살 차이에 전공도 다르지만, 함께 음악가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남매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음악적 교감을 주고받으며 지내온 두 사람은 요즘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함께 인터뷰하는 것이 처음이라는 두 사람과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글 이장직 객원전문기자(lully@) 사진 박진호(studio BoB)

피아니스트 최희연과 지휘자 최희준이 남매 지간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일반 음악애호가는 물론 음악인들조차도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두 사람을 함께 생각하면서 ‘오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힘들다. 정트리오(정명화·정경화·정명훈)처럼 자주 함께 음악회에 출연해온 것도 아니고 둘 다 아카데믹하고 차분한 분위기라서일까, 자세히 뜯어보지 않으면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외모 때문일까. 아니면 남들보다 젊은 나이에 교수와 중견 음악인이 되어서일까.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이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로 협연한 것은 지금까지 딱 한 번. 2002년 11월 19일 서울바로크합주단과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할 때였다. 최희준의 국내 데뷔 무대였다. 당시 ‘최희준 군’은 피아니스트 최희연의 ‘남동생’으로 소개됐다.
기사가 나갈 때쯤이면 유명세가 역전될지도 모르겠다. 커버스토리 인터뷰를 끝낸 다음 이튿날 접한 뉴스 때문이다. 최희준이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서 자신이 예술감독으로 있는 코리안심포니와 함께 ‘애국가’ 반주와 특별 연주를 맡았다는 소식이다. 민간 교향악단으로 출범했음에도 문화부 산하단체·예술의전당 상주 교향악단이어서 사실상 ‘국립’이라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그만큼 연주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전 국민의 눈과 귀가 국회의사당 광장으로 쏠리는 대통령 취임식에서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큰 영광이자 명예다.
서양음악사에서 유명한 오누이 음악가로 모차르트와 멘델스존이 있다. 나네를 모차르트와 파니 멘델스존은 둘 다 남동생의 음악적 장래를 위해 음악가로서의 길을 포기해야 하는 시절에 태어났다. 요즘엔 사정이 다르다. 부부 음악가의 경우, 요즘에도 어느 한쪽이 직업 음악가의 길을 포기하지만 남매 음악가는 서로 격려하고 도와가면서 험난한 음악가의 여정에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전공도 다르고 나이도 다섯 살 차이가 나지만 함께 음악가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누이와 남동생. 어렸을 때부터 서로의 장단점을 잘 꿰뚫고 있는 두 사람이 요즘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두 사람도 동시에 인터뷰하는 자리는 처음이라며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기자도 두 사람을 따로 인터뷰한 적은 있지만 함께 만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희연은 2002년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시리즈를 시작할 때 인터뷰를 한 적이 있고, 최희준은 본지 2012년 1월호 우리 오케스트라 시리즈 기사로 만난 적이 있다.
두 사람을 커버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올해 음악계에서 조용하지만 내실 있는 프로그램으로 모범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최희연은 지난해부터 금호아트홀에서 시작한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전곡 연주 시리즈를 올해 마무리한다. 한편 최희준은 코리안심포니 예술감독으로서 3년 임기의 마지막 시즌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 연간 6회의 정기 연주회 중 4회를 직접 맡아 말러 교향곡 6번을 비롯해 브람스·차이콥스키·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을 지휘한다. 두 사람과 함께 나눈 대화를 지면에 옮겨본다.

음악 가족 출신인가.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나.
최희연(이하 연) 아버지의 영향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전문 성악가가 꿈이셨는데 아마추어로 남으셨다. 어릴 때 집에서 노래 부르는 아빠의 반주를 도맡았다.
최희준(이하 준) 누나가 피아노 칠 때 어깨 너머로 음악을 배웠다. 둘 사이에 형이 한 명 있는데 음악은 전공하지 않았다.
독일 유학 생활은 어땠나. 둘 다 베를린에서 공부했다.
누나는 서울예고 3학년 때 일찌감치 독일로 유학을 떠났고, 나는 대학 졸업하고 전역한 뒤 오르간을 전공한 아내와 함께 독일로 건너갔다. 그때 누나는 미국으로 갔기 때문에 베를린에서 함께 지낸 적은 거의 없다.
서로의 연주회에 반드시 가는 편인가. 음악회가 끝나고 나면 어떤 얘기를 주고받나.
오케스트라 연주니까, 동생이 지휘도 하지만 다른 연주자들의 협연도 볼 수 있어서 빼놓지 않고 가는 편이다.
준 시간 나는 대로 가는 편이지만 누나가 연주한다고 해서 꼭 가는 건 아니다.
음악을 하는 형제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
나의 영원한 멘토다. 어떤 말을 하더라도 진정성이 담겨 있어서 달게 받는다. 나이 차이가 있어서 때로 누나의 지적이 기분 나쁘거나 아프게 다가올 때도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듣는 것보다 낫다. 때로는 차갑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유학 시절에도 그렇고,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린 얘기가 잘 통하는 음악 친구다. 학창 시절에는 연주가 끝나면 동료 학생들끼리 서슴없이 허심탄회한 얘기를 털어놓지만 시간이 좀 흐르고 나니까 동료 음악가들끼리는 직설적인 표현을 꺼린다. 하지만 오누이 간에 빙빙 돌려가면서 말할 게 뭐 있나. 심한 말을 해도 상처받지 않는다. 연주가 좋았을 때는 끝나고 나서 느낌을 공유하면 기쁨이 정말 두 배가 된다.

지휘자 최희준
한양대 관현악과 교수(2011년~)
코리안심포니 예술감독(2011년~)
단국대·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
드레스덴 국립음대 졸업
2003년 독일 전국 음대 지휘 콩쿠르 1위
2005년 바트 홈부르크 지휘 콩쿠르 1위
2006년 작센 주립극장 수석지휘자
2008년 난파음악상 수상
존경하는 작곡가 말러
존경하는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
코리안심포니 제185회 정기연주회
3월 9일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브람스 교향곡 1번 외

피아니스트 최희연
서울대 기악과 교수(1999년~)
서울예고·베를린 국립음대·인디애나 주립대 졸업
1986년 베를린 슈나벨 콩쿠르 1위 수상
2000년 클라라 슈만 피아노 협주곡 국내 초연
2002~2005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2003년 난파음악상 수상
2009년 통영국제음악제 상주아티스트
존경하는 작곡가 바흐·베토벤
존경하는 피아니스트 클라라 하스킬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2
3월 14일 8시 금호아트홀
루제로 알리프란치니(바이올린)·피터 스텀프(첼로)
피아노 트리오 B♭장조 Op.97 외

정말 충실한 모니터링 요원이다.
동료나 선후배들이 정말 (연주에 대해) 느낀 바가 많을 텐데 솔직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서로의 연주 때 가능하면 간다.
누나의 연주회에 가면 주로 피아노 독주회지만 그래도 많이 배운다. 가령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들으면 그 속에 베토벤 교향곡을 어떻게 연주해야 할지 해답이 나와 있다. 베토벤의 궁극적인 목표는 피아노보다 교향곡이었기 때문이다. 누나는 훌륭한 독주자, 존경하는 음악가 중 한 명이다. 해석에 대해 의문스러울 때는 음악회가 끝나고 물어보기도 한다. 음악에서 정답이란 없는 법이니까.
동생에게 지휘 레슨을 받은 적이 있다. 올해 1월 말 평창 스페셜 올림픽 때 장애우 학생들과 함께 바흐의 피아노 협주곡을 건반에서 지휘자 없이 연주한 적이 있는데 동생의 코치가 정말 효과적이었다. 앙상블의 리더가 되어 무대에 서본 것은 처음이다. 한 악장만 연주했지만 약간의 기술적인 조언 덕분에 문제가 훨씬 수월하게 해결됐다. 단원들과의 의사 전달에서는 제대로 된 테크닉, 특히 비트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실제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대규모 앙상블은 아니었지만 지휘자의 입장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함께 연주한 적은 없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동생의 지휘로 협연한 것은 2002년이다. 동생의 국내 데뷔였다. 서울바로크합주단에서 협연 제의가 왔는데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골랐다. 그러자 지휘자 없이는 힘들다며 지휘자를 직접 구해오라고 했다. 그래서 동생을 추천했다. 협주곡 한 곡만 달랑 지휘하기엔 아쉬워서 하이든 교향곡과 다른 협주곡도 연주했다.
동생이 지휘하니까 마음이 편했을 것 같은데.
정말 힘들었다. 동생의 국내 데뷔 무대를 바로 코앞에서 함께 연주하면서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피아노 치느라, 동생이 잘하고 있는지 신경 쓰느라 정신없었다. 그전 독일에서 지휘하는 모습을 두 번 지켜본 일이 있었다. 동생이 좋은 지휘자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서울 무대는 달랐다. 단원들 모두 대선배에 선생님 같은 분들이었으니 말이다.
다른 지휘자와 협연할 때와 어떻게 달랐나.
작품을 놓고 지휘자와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당시 나는 결혼 전이었는데 동생 집에 가서 숙식을 함께 하면서 종일 얼굴만 마주치면 협주곡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준 덕분에 협주곡 연주 때 피아니스트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오케스트라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앞으로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로 만날 가능성은 없나.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진 않았지만, 조만간 협연할 계획이다. 이제는 동생이 내 걱정을 할 차례다.

2002년, 지휘자와 협연자로 만나다
피아니스트 출신 지휘자도 많고 요즘엔 지휘대에서 남녀 구분이 사라진 지 오래다.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나.
연 남자들은 일종의 권력 때문에 지휘자의 꿈을 키우기도 하지만, 나는 순전히 음악적인 이유 때문에 지휘자가 되고 싶었다. 음색이 다른 수많은 악기를 한꺼번에 다룰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가. 오케스트라, 교향곡이야말로 음악의 최고봉이다. 쇼팽만 제외하고 거의 모든 작곡가들이 교향곡을 쓰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 않았나. 사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제대로 연주하려면 심포니·오페라부터 공부해야 한다. 지휘자로서 음악을 보는 안목은 피아노 연주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독일 유학 때 한인 교회에서 성가대를 지휘해본 경험이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 연주회 갈 때도 티켓이 저렴하기도 했지만 지휘자를 보기 위해 합창석에 주로 앉아서 관람했다. 동생이 지휘자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한편으로 걱정도 했지만 속으로 무척 기뻤다.
최희준이 대견스러울 때는 언제인가.
동생이 1년 6개월간 성심원 소년합창단을 지휘한 적이 있는데 이때 찍은 연주 실황 비디오를 보면서 지휘자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지휘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학생들의 닫혀 있던 마음을 열기도 힘들었을 텐데 지휘에 앞서 교사로서의 재능이 탁월한 것 같다.
누나가 아직도 기억하다니 뜻밖이다. 연습에 들어가기 전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면서 마음부터 열었다. 그 다음 목이 열리면서 노래를 할 수 있었다. 지휘자가 되겠다는 확고한 결심이 서기 전이었는데, 힘들었지만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다니엘 바렌보임이나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처럼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를 겸하는 경우도 많다.
지휘에 발을 들여놓고 나면 피아노 연주는 디테일이나 테크닉 면에서 다소 무뎌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음악의 큰 그림을 보는 전체적인 안목은 정말 뛰어나다. 바렌보임의 바흐 연주를 본 적이 있는데 피아니스트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렸지만 프로그램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었다. 작품 전체를 꿰뚫는 거대 담론이랄까. 아무래도 교향곡 같은 긴 작품을 다뤄본 경험이 있으니까 스케일이 달랐다.
처음에 작곡을 전공했다. 지휘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 적은 언제인가.
무대 위에서 단원들과 혼연일체가 되는 순간이다. 단원들이 먼저 음악에 감동을 받아야 청중에게 감동을 전달할 수 있다고 단원들에게 평소 입버릇처럼 말한다. 오케스트라마다 단원 개개인의 역량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앙상블이다.
솔리스트로서 동생을 포함한 모든 지휘자에게 바라는 것은 없나.
우선, 리허설 시간이 너무 짧다. 지휘자들이 대부분 협주곡보다 교향곡에 너무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니 어쩔 수 없고 리허설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첼리비다케는 생전에 교향곡 못지않게 협주곡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교향곡이든 협주곡이든 결국 그날 연주회의 주인공은 지휘자라는 생각에서다. 연습 시간을 많이 할애한 만큼 협주곡에서도 솔리스트보다는 자기 해석대로 끌고 갔다. 보통은 솔리스트에게 맞춰갈 테니까 마음대로 연주하라는 식이다. 물론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간에 소통만 잘 이뤄진다면 리허설 시간이 짧아도 좋다. 하지만 늘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이다. 둘째, 오케스트라 음량이 너무 큰 편이다. 나는 협주곡도 실내악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베토벤 소나타에 이어 피아노 협주곡·바이올린 소나타·피아노 트리오 등 전곡 연주 시리즈를 계속해오고 있다.
피아노 트리오 시리즈는 지난해에 이어서 세 차례 연주로 끝난다. 프로그램마다 바이올리니스트와 첼리스트가 바뀌어서 아쉽긴 하지만 더 밀도 있는 앙상블을 위해 바이올린과 첼로는 평소 자주 연주해본 듀오가 좋겠다 싶어 첼리스트 선정은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일임했다. 조만간 첼로 소나타와 가곡 전곡 시리즈에 도전할 계획이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에도 재도전하고 싶다.
전곡 연주 시리즈에서 프로그램 구성은 어떻게 하나. 가령 1번부터 마지막 작품까지 순서대로 하나.
독주회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조성 관계나 양식적 다양성을 기준으로 작품을 고른다. 같은 악기 편성으로 같은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다 보니 곡 선정에서 청중의 입장을 고려해 다채로움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스타일을 하루 저녁에 연주하다 보면 연주자로서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그만큼 많아진다.
평소 휴식 시간에는 무슨 음악을 듣나.
연 정말 지쳐서 쓰러질 정도일 때는 아무 음악도 듣지 않는다. 그래도 조금 여력이 있을 때는 그레고리오 성가나 바흐의 음악을 들으면서 심신을 추스른다.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흘러나오는 길거리 음악을 들으면 정말 피곤하다. 직업상 어떤 음악이라도 들리면 분석하고 음정을 따지기 때문이다. 찾아서 듣는 음악은 오페라나 합창곡이다. 피아노 음악은 별로 즐겨 듣지 않는다. 운전할 때도 음악을 듣지 않는데, CD나 라디오를 켜놓지 않아도 머릿속에 음악이 들린다. 머릿속으로 한참 음악을 떠올리다 교통사고가 날 뻔도 했다.
하루 24시간이 정말 바쁘게 돌아간다.
점심시간 한 시간만이라도 나를 위해 쓰고 싶다. 요즘이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인 것 같다. 실내악은 사실 독주회 준비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벌여놓은 음악회 시리즈 마무리하랴, 아이 키우랴, 제자들 가르치랴, 점심식사를 할 시간이 없다.
정말이지 나도 휴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커피를 마실 땐 한 잔 가득 따라놓고 천천히 마시면서 그때만이라도 사색과 휴식을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스스로 평론가라면 서로의 연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동생은) 복잡한 음악을 단순화하는 재능이 뛰어나다. 특히 화성에 대한 감각이 좋다. 긴장감을 고조하면서 음악을 이끌어가지만 과장하거나 오버하면 안 된다.
(누나의 연주는) 정말 자연스럽다. 음악이 자연스럽다는 것은 정말 극찬인데 내가 볼 때는 반드시 장점만은 아니다.
옛날 작곡가들이 살아 돌아올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나? 만나서 무슨 얘기를 나누고 싶은가. 실연을 들어보고 싶은 연주자나 지휘자는.
말러를 만나보고 싶다.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작곡자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고 싶다. 말러는 정말 감정이 풍부한 사람 같다. 지휘자로는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리허설을 곁에서 지켜보고 싶다. 체계적인 지휘 수업을 받은 적이 없는데도 어디서 그런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나오는지 물어보고 싶다.
만나고 싶은 작곡가는 바흐다. 아버지 바흐뿐만 아니라 집안 전체의 분위기가 궁금하다. 피아니스트 클라라 하스킬의 연주를 실제로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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