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시드 우람단 & 컴플렉션스 컨템퍼러리 발레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11월 1일 12:00 오전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와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가 올해도 어김없이 비슷한 시기에 열렸고, 해외 무용단들의 작품이 주목을 끌었다. 두 축제 모두 10년을 훨씬 넘은 연륜을 갖고 있는 만큼 해외 단체의 선정에서 보다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글 장광열(춤 비평가) 사진 서울세계무용축제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관람한 라시드 우람단의 ‘스푸마토(Sfumato)’는 신선했다(10월 12·13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최근 세계무용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텍스트와 움직임이 섞여 있었고 덧붙여 메시지도 담겼다. 그러나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작품을 풀어가는 형식에서의 새로움이었다. 댄서들의 움직임은 넘쳐나지 않고 절제되어 있었고, 그것을 조합하는 방식은 현실성과 추상성의 넘나듦과 어느 일면 시적이면서도 선명한 이미지의 결합이 있었다. 감상의 키워드는 물과 숲 그리고 사랑으로 요약된다. 작품 제작의 텍스트로 사용된 작가 소니아 샹브레토의 글에는 ‘타이가’(La Taiga: 시베리아 지방에 발달하는 습원과 침엽수 삼림지대)가 계속 등장한다. 베트남 여행 중 수몰 위기에 빠진 난민들을 만난 인상을 춤으로 풀어낸 안무가는 70분 동안 뿌연 안개와 쏟아지는 비, 그리고 인간을 등장시켜 마치 숲 속에서 만나는 신기루 같은 무대와 사랑을 그려냈다. 끊임없이 돌고 도는 여성 무용수. 그 사이를 파고드는 스모그는 폭풍 때의 무거운 먹구름의 기운을, 내레이션은 여자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표현했다. 장대비 속에서 처절하게 춤을 추는 남녀 무용수 또한 침몰해가는 사랑을 위태롭게 표현했다. 무대 위의 분위기와는 판이한, 노래하는 탭댄서의 등장은 역설적이었다. ‘싱잉 인 더 레인’의 경쾌하고 즐거운 멜로디의 노래와 춤이 슬프게 느껴지는 것은 지쳐가는 심신을 달래려는 인간의 양면처럼 보여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제 이야기를 기반으로 작품을 만들고, 사실과 픽션을 엮어서 구체적인 이미지와 함께 추상적이고 시적으로 풀어낸 ‘스푸마토’는 색을 미묘하게 변화시켜 윤곽선을 지움으로써 안개가 낀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내는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 기법 스푸마토처럼 정형화된 기법을 탈피한 새로운 춤 작업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한편 서울국제무용축제에 참가한 미국 컴플렉션스 컨템퍼러리 발레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담아낸 레퍼토리를 고루 보유하고 있는 단체이다. 또한 다국적 댄서들이 만들어내는 발레와 재즈, 현대무용이 융합된 움직임은 때로는 신체적인 아름다움으로, 때로는 역동적인 에너지로 분출된다. 고양문화재단과 시댄스가 함께 마련한 이번 내한 공연(10월 12·13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도 이 같은 단체의 특성을 반영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중 ‘회상(Recur)’은 한국 출신 안무가 주재만의 2013년 신작이다(사진). 클래식에서부터 현대음악에 이르는 다양한 작곡가의 음악이 사용되고, 하체보다는 댄서들의 상체의 움직임에 초점을 둔 움직임 구성이나 전체가 아닌 무대를 분할해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것 등 다양한 안무를 시도했으나, 완성된 작품이 아닌 워크 프로세스 형태로 선보인 작업 때문인지 완벽한 앙상블을 구축하지는 못한 듯보였다. 주재만의 안무 작업은 같은 날 공연된, 단체의 예술감독 드와이트 로든의 작품과는 다르게 훨씬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또 다른 안무 스타일의 구축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서울국제무용축제 모두 10년을 훨씬 넘은 연륜을 갖고 있는 만큼 해외 단체의 선정에서 보다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다양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최신 경향의 흐름을 소개하는 것과 함께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정하는 일일 것이다. 중앙 정부의 지원을 받는 만큼 세계적인 수준의 작품을 볼 기회를 갖도록 하고 서울뿐 아니라 지역에 있는 관객들에게도 감상의 기회를 균등하게 보전해주는 공공성의 획득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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