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간다, 극장으로!

갤러리의 또 다른 일탈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12월 1일 12:00 오전

극장으로 향한다는 것은 현실세계로부터의 일탈을 시도하는
것이자, 허구적 상상세계로의 위치 이동을 의미한다. 갤러리가 극장으로 변할 때, 우리는 상상과 현실의 간극을 넘나들게 된다

갤러리 정미소의 ‘미디어 극장 2013’

왜 현대인들은 극장이라는 공간에 매료되었나. 연극과 영화를 통틀어 현실에서 이루어내지 못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사람들은 날마다 극장으로 향한다. 새뮤얼 셀던의 말처럼 우리는 기분 전환·자극뿐 아니라 무언가를 더 알기 위해 극장에 가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혁신은 현대인들을 가정의 TV와 컴퓨터 앞으로 내몰면서 개인화된 상상을 발달시켰고 이미지의 폭력을 만들어냈다. 극장이라는 공간이 본래 가지고 있던 순수성과 소통이 상실된 것이다.
극장은 무대와 객석이라는 공간적 대별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서로 간의 공감과 일체감을 만들어내기 힘든 부분이 있다. ‘미디어극장 2013’ 프로젝트는 갤러리가 극장으로 역할을 변환하는 방식을 통해 상상과 현실의 간극을 넘나들고자 한다. 배우와 관객이 구분되지 않는 이미지로의 여행을 시도해 하나의 심리적·사회적 공간으로서 연극적 해프닝을 반영하려는 것이다. 여기에 극장으로 향한다는 것은 이미 현실세계로부터의 일탈을 시도하는 것이며, 허구적 상상세계로의 위치 이동을 의미한다. 갤러리 정미소가 11월 19일부터 12월 19일까지 선보이는 ‘미디어극장 2013’은 육근병·김희선·정정주·류호열·뮌·염지혜 작가의 릴레이 전시로 이뤄진다. 이번 프로젝트는 상상력의 최전선에 서 있는 한국의 비디오 미디어아트의 척박한 현실을 극장이 갖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드라마(drama)적 의미로 환원시켜 보여줄 예정이다. ‘본다’라는 소극적인 개입이 아닌, 드라마에 담긴 ‘행동한다’는 의미로의 변신을 꾀하는 것이다.


▲ 1 육근병, by night


▲ 2 류호열, Linie


▲ 3 육근병, nothing 새벽 좌상의 내리는 비


▲ 4 육근병, nothing 난간의 눈 내림

육근병 | 클로드 니콜라 르두가 그린 홍채 속에 있는 원형극장의 투시도와 같은 작업으로 극장(theater)의 본래 의미인 ‘본다’는 의미를 직접적으로 재현한 작업이다. “인간 그 자체를 우주의 극미한 축소체로, 인간의 눈을 극미한 응축체로 생각한다”라는 작가의 말 그대로 ‘무덤이 만들어내는 눈’을 통하여 재현한다. 되풀이되는 생명의 끊임없는 윤회와 그것이 곧 우주의 역사임을 깨우치는 작업이다. (11월 19~23일)

김희선 | ‘기억 공작’이라는 작업을 통해 작가는 수없이 많은 생이 만들어내는 기억을 재편해 새로운 미래적 기억을 만들어내려 한다. 이러한 기억의 재조정은 지금까지 생성된 인간의 역사를 다시 쓰는 것이며, 주변이던 일반인들의 기억을 주체로 변화시키는 능동적 사회를 실현하는 것과도 같다. (11월 24~28일)
정정주 | 현대도시가 만들어내는 물리적 환경과 인간 육체의 괴리를 축소 모델과 카메라를 통해 발견하고 인식하게 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현대의 개인주의가 우리를 에워싸는 물리적·가상적 장치와 가지는 깊은 관계를 보여준다. (11월 29일~12월 3일)

류호열 | 이미지의 간극을 넘나드는 사이의 포착을 통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시각적 상상력을 발견하는 작업을 구성한다. 또한 미디어 영상작업으로 구현되는 보는 상황의 역전으로 낯선 풍경을 만들어낸다. (12월 4~8일)

| 보르헤스적 시각 텍스트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진짜가 아닌 가짜가 현재를 이루는 시뮬라크르적인 사회를 구성하여 본래의 존재와 비존재의 영역을 혼동하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12월 9~13일)

염지혜 | 작가는 예술의 현학적 시점을 대중화된 소통으로 끌어내리는 작업을 구성한다. 이러한 의도는 기존 사회의 거대 자본과 거대 작가성의 이야기를 거부하며 삶의 모든 단면이 예술이며 존재의 의미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 있다. (12월 14~18일)

글 장윤규(건축가) 사진 갤러리 정미소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