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음반은 어떻게 출시되나

순수 클래식 음반의 성공기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2월 1일 12:00 오전

두 장의 플래티넘을 달성한 서울시향의 DG 앨범. 계약 성사부터 발매까지의 치열한 여정을 되짚어본다

어느 아름다운 저녁, 그 이후의 이야기
“지난해 가을, 아마 늦여름이었을 거다. 우리 셋은 베네치아의 어느 식당에서 아름다운 저녁을 먹으며 함께 음반을 발매하자고 뜻을 모았다. 서울시향과의 작업에 대해 사장에게 메일을 보내자마자 ‘좋아요’라는 답변이 왔다. 그게 우리의 시작이다.”
2011년 4월, 계약식에 맞춰 내한한 도이치 그라모폰의 부사장 코스타 필라바키가 들려준 역사의 시작이다. 여기서 ‘우리 셋’은 필라바키, 정명훈, 그리고 마이클 파인이다. DG에서 오랜 정을 나눈 음악적 동료들은 힘을 합쳐보기로 했다. 정명훈에 대한 믿음으로 시작된 매우 직관적인 결정이었다. 계약 조건은 5년에 걸쳐 매해 2장을 발매하는 것. 그리고 어느덧 3년의 시간이 흘러 2014년 현재 서울시향은 여섯 개의 음반을 보유하게 됐다. 서울시향 홈페이지에도, 프로그램 북에도 디스코그래피가 아주 흐뭇한 표정으로 줄지어 있다.
2011년 7월에 발매된 첫 번째 음반에는 드뷔시의 ‘바다’, 라벨의 ‘어미 거위’와 ‘라 발스’가 담겼다. 일명 ‘프렌치 음반’이라 불린다. 같은 해 11월에 나온 말러 1번과 함께 두 앨범은 플래티넘(1만 장 이상 판매)을 기록했다. 2012년에는 상반기에 말러 2번, 하반기에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과 라흐마니노프 ‘보칼리즈’가 담긴 음반이 발매됐으며, 지난해엔 베토벤 교향곡 5번과 피아노 협주곡 5번이 함께 묶인 ‘베토벤 5번 음반’, 그리고 12월에 베토벤 ‘합창 교향곡’이 세상에 나와 이슈를 모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녹음된 순서대로 발매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의 경우 1월에 녹음된 ‘베토벤 5번 음반’은 3개월 만에 세상의 빛을 봤고, 2012년 12월에 녹음된 ‘합창 앨범’은 일 년을 기다려 2013년 연말에 출시됐다. 서울시향의 음반 담당 윤수연은 “공연을 보러 온 청중과의 연계를 위해 전략적으로 시기를 조절한다”라고 설명했다. 콘서트홀에서 연주를 듣고 나왔을 때 집에 음반을 사가고 싶은 심리를 노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베토벤 5번 음반’은 같은 레퍼토리로 구성된 전국 순회공연 일정에 맞춰 4월에 출시됐고, ‘합창 음반’은 서울시향의 연례행사인 연말 ‘합창 교향곡’ 공연에 맞춰 발매됐다. 지난해 8월 녹음된 말러 교향곡 9번도 진은숙 협주곡집에 추월당할 처지다. 8월에 예정된 유럽 페스티벌 투어에 맞춰 진은숙 작품집을 ‘러시 릴리스’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울시향의 상주 작곡가인 진은숙의 음반을 선보이고 싶은 마음에서다.


▲ 2013년 8월 29일 예술의전당 말러 교향곡 9번 녹음 현장

녹음된 음반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녹음 당일은 음반에 얽힌 사람의 수가 폭발하는 날이다. 일단 지휘자와 단원들은 기본, 트리오로 구성된 녹음팀이 한자리에 모인다. 공연장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오후 리허설 한 회만 진행하는 일반 공연과 달리 녹음이 진행될 때는 세 번씩 꼬박 이틀을 대관해야 한다. 편집에 사용 가능한 연주 횟수만 여섯 번이다. 혹시나 녹음이 잘 안 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부분을 보충하기 위한 ‘패치 세션’까지 진행하려면 공연장의 도움이 절실하다. 무대감독·음향감독의 도움 아래 겨울엔 히터를, 여름엔 냉방을 꺼가며 음반 작업에만 매달려야 한다.
녹음 후엔 프로듀서 마이클 파인의 총괄 아래 1차 편집본이 나온다. 이 파일을 받아 아티스트의 코멘트를 얻고, 수정하고, 다시 확인하는 여러 차례의 커뮤니케이션을 거쳐 최종본이 탄생한다. 최종본까지 나오면 콘텐츠를 독일에 있는 음반사에 보낸다. 마스터를 만든 후 발매까지 1년 남짓 걸리는데, ‘러시 릴리스’가 결정되면 그때부터 말 그대로 비상등이 켜지는 구조. 이 모든 걸 3개월 만에 진행해서 부클릿에 들어갈 글과 사진까지 완성되면 실물이 나온다. 지휘자·녹음팀·음반 제작자, 어느 누구 하나 빠짐없이 완벽에 완벽을 기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스피드하게 진행되는 와중에도 무엇 하나 대충 넘어갈 수가 없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반에 걸쳐 완성되면 국내 유통과 배급은 유니버설뮤직 코리아가 맡는다. 독일 본사에서 제작되는 이 음반에 들어가는 프로그램 노트는 영어·프랑스어·독일어·한국어가 병기된다. DG의 인터내셔널 음반에 한국어가 들어간 건 역사상 처음이며, 이 음반들은 30여개 국에 발매된다. 유니버설뮤직 코리아 입장에서는 조수미·리처드 용재 오닐에 이어 명실상부한 효자 아티스트가 탄생했다. 특히 말러나 베토벤 교향곡이 담긴 순수 클래식 음악만으로 달성한 플래티넘 앨범이라 더욱 고무적이다.
윤수연은 음반이 “서울시향의 명함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대형 팝 가수가 아니고서는 음반으로 돈을 벌기는 힘든 현실이라 서울시향 입장으로는 오케스트라를 성장시킨다는 의미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녹음 과정 자체에서 고농축 훈련을 하게 되니 오케스트라가 견고히 다져지게 되고, 또 해외 투어를 갈 때 양질의 앨범으로 당당하게 자신들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5년 계약을 더 연장할지, 아니면 자체 레이블을 만들거나 디지털 콘텐츠 사업에 비중을 둘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다. 올해는 7월 중 발매되는 진은숙 앨범에 이어 말러 교향곡 9번이 하반기에 발매될 예정이다. 5년 계약 중 마지막 해인 2015년에는 올해 5월 23일 녹음하는 말러 교향곡 5번이 발매된다. 마지막 아이템은 심사숙고 중이다.

글 김여항 기자(yeohang@gaeksuk.com) 사진 유니버설뮤직·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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