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브람스의 실내악곡이 어렵다고 말하는가?

파워/타카치 현악 4중주단의 브람스 현악 5중주 1·2번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6월 1일 12:00 오전

로런스 파워(비올라)/타카치 현악 4중주단 | Hyperíon CDA 67900 ★★★★☆

흔히 실내악은 ‘음악 감상의 종착지’라고 말한다. 음악을 처음 듣기 시작할 때는 드라마틱한 오페라나 웅장한 관현악에 빠져들지만 음악을 어느 정도 듣고 나면 음악 자체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는 실내악을 좋아하게 된다는 뜻이리라. ‘클래식 고수’들이 듣는다는 실내악의 여러 작품 가운데서도 브람스의 실내악곡은 특히 귀에 익숙해지기가 어려운 편이다. 그러나 타카치 현악 4중주단의 연주라면 브람스의 심오한 실내악곡도 즉각 우리 귀를 파고들 것이다. 그들의 호소력 있는 연주 덕분에 음 하나하나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게 다가올 뿐 아니라 작곡가 브람스에 대한 선입견마저 사라진다. 누가 브람스의 음악이 듣기 어렵다고 말하는가? 누가 브람스의 음악이 지나치게 지성적이라고 말하는가? 아마도 타카치 현악 4중주단의 연주로 브람스의 실내악곡을 듣는다면 브람스 음악의 풍부한 선율과 감성적인 면에 새롭게 눈뜨게 될 것이다.

이 음반에서 타카치 현악 4중주단이 선택한 작품은 브람스의 실내악곡 가운데서도 별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현악 5중주곡이다. 현악 4중주에 첼로나 비올라 한 대를 더한 편성으로 연주되는 현악 5중주는 실내악 문헌에서도 ‘비주류’에 속하지만, 작곡가 브람스의 성향으로 봤을 때 현악 5중주는 매우 적합한 악기 편성이다. 관현악곡에서도 비올라나 첼로 등 중저음 악기의 음색을 강조했던 브람스는 실내악곡에서도 중저음을 많이 사용해 특유의 우수에 찬 음색을 만들어내곤 했다. 현악 4중주에 비올라 한 대가 추가 편성된 현악 5중주 2곡은 브람스의 실내악곡 중 그다지 유명한 편은 아니지만, 풍성한 음향과 호소력 있는 선율이 일품이다. 타카치 현악 4중주단과 비올리스트 로런스 파워가 함께 한 이 음반으로 브람스의 현악 5중주곡을 접한다면 아마도 처음부터 이 작품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연주 관점에서 보았을 때 브람스의 현악 5중주곡은 성부 간 밸런스를 맞춰 잘 연주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작품이다. 주선율을 연주하는 악기뿐만 아니라 다른 악기들도 매우 다양한 선율을 연주하기 때문에 자칫 주선율이 잘 안 들리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대선율이 부각될 위험도 있다. 그러나 타카치 현악 4중주단이 연주한 브람스의 현악 5중주 1번 1악장 도입부를 들어보면 그런 우려는 씻은 듯이 사라진다. 제1바이올린이 바이올린으로선 저음역에서 주선율을 연주하는 동안 제1비올라의 대선율이 제1바이올린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첼로와 제2비올라의 리드미컬한 연주 덕분에 선율의 흐름은 매끄럽고 감각적이다.

현악 5중주 1번 전 악장 가운데에서 특히 2악장 도입부의 다채로운 표정은 매우 훌륭하다. 브람스는 2악장에서 느리고 우울한 부분과 빠르고 즐거운 부분을 교대하며 감정의 기복을 그려내고 있는데, 타카치 현악 4중주단은 이러한 이중적 성격을 대비시키며 폭넓은 감성을 표현해내고 있다. 2악장을 마무리하는 피아니시시모(ppp)의 극도의 여린 부분에선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의 충돌이 사라진 순수한 평화를 느낄 수 있다.

현악 5중주 2번에선 1악장 도입부의 첼로 연주가 좀더 충실하게 표현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으나 감성적인 선율과 격정적인 우수로 가득한 2악장이 특히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역시 어떤 작품이든 그들만의 방식대로 완전하게 소화해내는 타카치 현악 4중주단의 장점은 브람스의 실내악곡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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