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제플린① 분열의 하모니에서 시작된 역사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8월 1일 12:00 오전

록 음악의 역사를 가장 뜨겁게, 무겁게, 장엄하게 달구었던 하드 록·헤비메탈의 전설 레드 제플린. 그들의 결성과 1·2집 앨범의 성과에 대해 살펴본다


▲ 지미 페이지(기타), 존 폴 존스(베이스·키보드·만돌린), 로버트 플랜트(보컬), 존 보넘(드럼)
ⓒRon Raffaelli

그렇게 레드 제플린은 무한히 이어진다

1 “레드 제플린의 심포닉한 사운드는 교향악이자 오페라다. 카라얀 시대의 베를린 필하모닉에 비유할 만 하다. 아니 그 이상이다.”

2 “마리아 칼라스의 보컬,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로버트 플랜트와 지미 페이지의 화학적 결합은 그것이다.”

3 “베이징 올림픽 폐막식을 지미 페이지가 장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런던 올림픽 개·폐막식에서 레드 제플린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은 영국 문화의 치명적 오기(誤記)였다.”

4 “레드 제플린이 누구죠?라고 반문하는 것은 목사님이 ‘예수가 누구냐?’를 모른 채 설교한 것과 다름없다.”

5 “오아시스·마룬5·라디오헤드·존 메이어를 쫓아다녔지만, 그때마다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 살아생전에 레드 제플린 라이브를 직접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다.”

6 “부모님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레드 제플린을 들었다. 나도 아이가 생기면 꼭 들려줄 생각이고, 그렇게 레드 제플린은 무한히 이어질 것이다.”

굳이 저명한 저널리스트와 평론가들의 문장을 옮길 필요가 없다. 내 주변에도 레드 제플린에 관해서라면 몇 시간이고 강의와 찬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첫 번째 이야기는 워너뮤직코리아 클래식·재즈음반 마케팅 부장 박종명의 코멘트다. 맨 마지막은 올해 레드 제플린 리마스터링 행사에 초대된 한 영국인 팬의 감회다. 그 나머지는 딱히 누구의 언급인지 정확치 않은, 어느 기타리스트, 소싯적 록 키드, 록 페스티벌 열혈 마니아, 흔한 술친구들의 감상, 평론이었다.

2014년 레드 제플린의 역사는 새롭게 출발한다. 통산 3억 장의 누적 음반 판매량을 돌파한 레드 제플린의 음악을 새롭게 리마스터링한 음반이 공개된다. 레드 제플린의 실질적 리더였던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가 직접 리마스터링을 주관했다. 1968년 결성되어 1980년 드러머 존 보넘의 사망으로 해체하기까지 단 한 번도 멤버를 교체하지 않았다. 그룹을 해체한 이후에 2007년 단 한 차례 재결합 공연을 했던 이 밴드는 앞으로도 재결합하거나 새로운 곡을 발표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드버즈·뉴 야드버즈, 그리고 레드 제플린

야드버즈(Yardbirds)라는 록그룹이 있었다. 에릭 클랩턴•제프 벡, 그리고 지미 페이지를 배출한 그룹이다. 야드버즈가 록음악의 역사에 남긴 또 다른 명예로운 선물은 레드 제플린의 전신이라는 점이다. 야드버즈는 그 명성에 비해 5년간 쉼 없이 멤버들이 들락날락한 분열의 하모니였다. 1963년 후반부터 1965년까지 몸담았던 에릭 클랩턴이 솔로 활동을 위해 야드버즈를 떠났을 때 후임으로 추천된 이는 지미 페이지였다. 지미 페이지는 친구였던 제프 벡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본인은 블루스•록의 앨범과 공연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제프 벡이 1년여 동안 야드버즈를 견인하면서 음악성과 조직력은 더욱 견고해졌다. 1966년 야드버즈에 승선한 지미 페이지의 첫 번째 임무는 기타리스트가 아니었다. 베이시스트 폴 샘웰 스미스를 대신하는 연주자일 뿐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이자 라이벌로 공존했던 동갑내기인 제프 벡과 지미 페이지는 더 강렬한 록 사운드를 장착하기 위해 후기 야드버즈의 음악적 상징인 트윈 리드 기타 체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들의 존재는 하드록의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는 한편, 미국과 영국에서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1966년, 제프 벡이 신경과민의 문제와 자신의 그룹 결성을 위해 팀을 떠나면서 야드버즈의 나침반은 지미 페이지에게 쥐어졌다. 제프 벡의 탈퇴로 야드버즈는 흔들리게 됐다. 지미 페이지는 베이시스트 크리스 드레아와 함께 눈앞에 둔 투어를 완수하기 위해 주변을 수소문해 젊은 미소년 보컬리스트 로버트 플랜트를 영입했다. 뒤이어 로버트 플랜트는 야성미 넘치는 드러머 존 보넘을 영입한다. 그러나 크리스 드레아마저 공부를 이유로 야드버즈를 탈퇴하자 지미 페이지는 세션맨(직업 연주자)으로 활동하며 친분을 쌓았던 존 폴 존스에게 구애를 보냈다. 이들의 의기투합은 비로소 완성되었다. 이때까지는 야드버즈라는 이름하의 계약이 남아 있었고 1968년 9월 7일, 멤버들은 뉴 야드버즈라는 이름으로 스칸디나비아 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10월 25일, 야드버즈의 껍질을 벗어내고 레드 제플린이라는 이름으로 첫 공연을 가졌다.

 


▲ 왼쪽부터 로버트 플랜트(보컬)·지미 페이지(기타)

납 비행선의 위대한 비상

1968년 10월, 야드버즈와 뉴 야드버즈의 낡은 틀을 깨고 새롭게 거론된 그룹의 이름은 ‘납 비행선’ 레드 제플린(Lead Zeppelin)이었다. 브리티시 록의 신화를 저술했던 그룹 더 후의 드러머 키스 문은 ‘납으로 만든 비행선처럼 이들의 조합이 곧 추락하고 말 것’이라며 농담을 건넸다. 멤버들은 ‘Lead’를 ‘납’이라는 뜻의 ‘레드’로 읽지 않고 ‘이끌다’라는 의미의 ‘리드’로 해석할 것 같아 의도적 오기인 ‘Led Zeppelin’이라는 타이틀을 선택했다. 지미 페이지는 레드 제플린의 이름을 정하기도 전에 사비를 털어 첫 번째 레코딩을 감행했다. 그들은 실황 녹음의 환경처럼 악기와 앰프•스피커의 소리가 간섭하고 뒤섞이는 방식을 선택해 9곡의 레코딩을 완성했다. 이 녹음이 레드 제플린의 1집 ‘Led Zeppelin’이다. 앨범 재킷에 각인된 화염에 싸인 비행선은 1937년 미국 상공에서 폭발로 추락해 36명의 사상자를 낸 독일의 비행선 힌덴부르크호를 그린 것이었다. 비틀스의 인기가 상종가를 누리던 시점에 브리티시 록의 대침공이라 불렸던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열풍이 미국과 유럽, 그리고 세계 전역을 휩쓸 때였다. 레드 제플린 1집은 본격적으로 종래의 음악보다 무겁고 과격한 중금속의 사운드, 즉 헤비메탈을 표방했다. 뿌리는 록음악의 근간인 블루스에 기반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의 주요한 경향이었던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함께 염두에 두고 있었다. 지미 페이지가 바이올린 활로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했던 ‘Dazed And Confused’가 바로 레드 제플린 식 사이키델릭 블루스의 표본이다. 포크에 기반한 록 스타일의 곡으로 하이 톤의 보컬이 창공으로 도약하는 로버트 플랜트의 ‘Babe I’m Gonna Leave You’는 종래에 볼 수 없었던 신비스러운 곡이다.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것은 ‘Good Times Bad Times’ ‘Communication Breakdown’에서 들려준 강렬한 헤비메탈과 하드록의 사운드였다. 4명의 연주자가 하나의 에너지로 응집하는 역동성으로 폭발적인 팀 사운드를 보여줬다. 더 뜨겁고, 더 무겁고, 더 장엄한 록 사운드를 희망했던 젊은 청중은 금세 레드 제플린의 화염에 휩싸였다. 야드버즈의 후기 시절부터 지미 페이지의 신임을 얻으며 레드 제플린의 다섯 번째 멤버로 불렸던 매니저 피터 그랜트는 미국에서 활동할 것을 추천했고, 레드 제플린은 1969년 1월 미국 무대에 입성해 빌보드 차트의 10위 안에 드는 기록을 세웠다. 곧바로 영국에서 발매한 두 번째 앨범은 비약적인 성공을 거뒀다.

영국과 미국의 앨범 차트를 점령하다

미국과 영국·캐나다를 오가며 숨 가쁜 투어를 진행하던 중 레드 제플린의 멤버들은 공연장과 녹음실을 오가며 두 번째 앨범을 레코딩했다. 그리고 1969년 10월에 발매한 ‘Led Zeppelin II’는 미국과 영국 앨범 차트의 정상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뤘다.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을 점령하고 있던 비틀즈의 ‘Abbey Road’를 끌어내린 결과였다. 레드 제플린은 첫 번째 미국 공연에서 바닐라 퍼지라는 록그룹의 백 밴드로 출연했고, 그들이 단독 공연으로 미국 전역을 휩쓸기까지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레드 제플린 2집은 전작에서의 블루스의 색감을 하드록의 감각으로 변형시키고, 한층 강화된 하드록과 헤비메탈 사운드의 폭격을 드러낸 작업이었다. 블루스 뮤지션인 윌리 딕슨의 작곡으로 머디 워터스가 레코딩한 ‘You Need Love’에서 모티프를 얻은 ‘Whole Lotta Love’는 하드록의 위대한 고전이 되었다. 매혹적인 기타 리프(멜로디를 반복하는 기법)의 주도하에 베이스와 드럼이 대화를 주고받는 리듬과 지미 페이지•로버트 플랜트의 기타와 보컬이 포효하듯 터지는 구성진 드라마였다. 그 밖에 존 보넘의 드럼에 의한, 드럼을 위한 헌시 ‘Moby Dick’, 존 폴 존스의 오르간 연주에 이국적인 기타와 세밀한 보컬의 감성이 매력적인 ‘Thank You’, 레드 제플린 식의 블루스 해석의 진수가 담긴 ‘The Lemon Song’과 같은 명곡들이 담겨 있다. 레드 제플린 2집은 미국과 영국의 앨범 차트 100에 각각 98주, 138주 동안 머무르며 본격적인 레드 제플린 시대의 개막을 예고하고 있었다.


▲ 레드 제플린 1·2집 앨범 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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