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창간 30주년 기념 음악회를 마치고…

발행인의 글·일곱 번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9월 1일 12:00 오전

“하루 종일 ‘섬집 아기’ 멜로디가 자꾸 생각나요.”

“슈베르트의 가곡을 며칠째 반복해 듣고 있습니다.”

얼마 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객석’ 창간 30주년 기념 음악회에 다녀간 지인들의 후기입니다. 솔직히 저는 백 마디 찬사보다 그런 말들이 더 듣기 좋더군요. 공교롭게도 음악회가 열렸던 8월 16일 저녁 예술의전당은 쟁쟁한 공연들로 가득 찼던지라 걱정이 참 많았거든요. 오페라극장에선 한류 스타들이 나선 뮤지컬 ‘드라큘라’가, 콘서트홀에서는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유럽 투어 프리뷰 콘서트가, 야외무대에서는 예술의전당이 주최하는 ‘가곡의 밤’이 관객들을 사로잡았지요. ‘객석’의 음악회는 바로 그날, 그 화려한 공연들 틈에서 소박한 시작을 알렸기에 누군가에게 긴 여운을 주었다는 건 제게 큰 위안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먼저 ‘객석’을 위해 기꺼이 달려와 준 연주자들, 관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날 아침 프란체스코 교황이 집전한 시복식에서 연주를 했던 피아니스트 백건우 선생과 윤정희 씨 부부는 피곤에 지쳐 잠시 눈을 붙였다가 황급히 달려와 주었는데 그 고마움은 말로 다 할 수가 없습니다. 윤정희 씨는 여배우로서 1분 안에 화장을 끝낸 건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해맑게 웃었지요. 공연 당일 미시간에서 날아온 작곡가 이영조 선생은 여독을 풀 짬도 없이 퉁퉁 부은 얼굴로 무대에 올라, 곡마다 따뜻한 해설을 달아주어 관객들이 즐거워했고요.

첫 음악회라 부족한 점도 많았겠지만, 그래도 기뻤던 건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 무대를 선보였다는 것입니다. 무대 전면에 각 작품과 연관된 시각 자료를 띄워, 단순히 보고 듣는 음악에서 이해하고 공감하는 음악으로 바꾸고자 한 것이지요. 그중 콰트로 이화가 연주한 현악 4중주를 위한 ‘줄풍류Ⅱ-하늘천따지’는 연주자들이 한 음 한 음 아이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재연해가며 설명해주어 관객들로부터 인기가 매우 높았답니다.

2부는 여러 성악가가 무대에 올라 유명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를 들려주었는데 실력도 뛰어난 데다 관객들 귀에 익숙한 곡인지라 객석의 호응도 높았습니다.

공연 후 이영조 선생은 자서전과 자신의 작품이 수록된 CD를 선물로 준비해 관객들에게 일일이 나누어주었고요. 그렇게 연주자와 관객들은 커튼콜이 끝난 뒤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아쉬운 에필로그를 즐겼습니다.

그 여운은 다음 날, 그다음 날에도 이어졌습니다. 길을 걷다가, 일을 하다가도 그날 들었던 멜로디가 생각나 혼자 허밍으로 불렀다는 메시지가 하루에 서너 번씩 오더군요.

대규모 공연들 사이에서 소박하게 막을 올린 무대였지만, 단순히 듣기만 하는 음악회가 아니라 관객들과 함께하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 저희의 노력이 생각보다 많은 공감을 얻은 것 같았습니다. 덕분에 저희 ‘객석’ 식구들도 앞으로 더 좋은 공연을 독자들께 드리고픈 의욕과 용기를 얻었지요. 그날 기꺼이 발걸음해준 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께도 행복한 추석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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