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성악과 국악, 그리고 대중음악의 발성법은 어떻게 다른가요?

국악인이 발라드를 부를 때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0월 1일 12: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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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청출어람’의 한 장면

Q 요즘 TV에 자주 나오는 일반인 대상의 오디션부터 가수들의 노래 대결까지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애청자입니다.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으면 국악 소녀 송소희나 트로트 가수 박현빈처럼 타 장르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부르는 대중음악은 독특하고 개성 있는 음색 때문에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요. 장르별로 발성법이나 기교에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떻게 구별이 가능한 건가요? 

김아영(영등포구 당산동)

A같은 멜로디의 노래라도 누가 어떻게 부르는지에 따라 미세한 표현이 달라지죠. 최근 주목받고 있는 국악 소녀 송소희의 노래를 들어보면 그 효과가 극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발라드나 트로트, 어떤 장르의 노래를 부르든 일례로 특유의 경기민요 창법이 가미되어서 때로는 간드러지고, 때로는 내지르는 시원한 노래를 선보이고 있으니까요. 또한 성악을 전공한 트로트 가수 박현빈이 가곡을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평소 트로트를 부를 때에는 볼 수 없던 자세와 호흡, 성량이 느껴지기도 하죠.

국악과 성악, 그리고 대중음악 가수들은 기본적으로 성대를 진동시켜서 낸 소리를 몸속에서 공명해 증폭해내는 과정을 공통적으로 거칩니다. 그러나 각각의 음악 장르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소리나 호흡법, 표현 기교가 다르기 때문에 노래에 있어서 저마다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요.

먼저, 국악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민요의 경우 지방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육성을 기본으로 하는 진성 창법을 바탕으로 하는데요, 여기에 선율을 길게 뽑을 수 있도록 깊은 단전호흡을 더해 특유의 밀도 있고 맑은 음색을 뽑아냅니다. 비음과 가성을 섞거나 목구멍을 꽉 조여 누르는 소리, 음을 떨어주거나 꺾는소리인 시김새를 쓰기도 하지요. 송소희의 창법은 이런 국악적 창법을 대중음악에 맞게 변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판소리는 바람 소리나 새소리 등 어떠한 소리라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과 장시간의 가창에도 흔들림 없는 공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이를 목표로 발성 연습을 하다 보면 연약한 성대가 상처 입거나 인후가 부어서 소리를 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는데요, 이때 수련을 멈추지 않고 계속 소리를 내면 결국 성대의 상처가 아물면서 아무리 격렬한 소리를 내도 견딜 수 있는 강한 성대로 변한다고 합니다. 판소리 명창이 상대적으로 ‘걸걸한’ 목소리를 가진 것은 이러한 수련에 의한 것임을 간과할 수 없겠죠.

실제로 판소리 명창들의 성대는 보통 사람들의 그것과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반인들의 성대가 뾰족한 모양이라면 명창의 성대는 혹독한 훈련으로 인해 양쪽 끝 부분이 뭉그러져 있다는데요. 창자 중에서는 목소리가 너무 악화되어 고수로 전향하는 경우도 있다고 할 정도라고 합니다.

벨칸토 창법을 기본으로 하는 서양음악은 국악에서의 창법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입니다. ‘아름다운 노래’라는 뜻의 벨칸토 창법은 음을 연속적으로 이어 부르는 방식 등으로 서정적 선율미를 나타내는 발성을 말합니다. 상대적으로 국악처럼 인위적으로 성대를 누르는 발성이나 무리해서 목을 훈련하는 방식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성악가들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소리를 뚫고 객석까지 전달할 수 있는 목소리를 갖기 위해 공명 현상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훈련합니다. 복식호흡을 이용해 마이크나 별다른 음향 장치 없이 객석 구석구석 또렷한 노랫소리를 전달하려는 것이죠.

우리 노래에 시김새가 있다면 서양음악에는 바이브레이션이 있습니다. 성악에서 소리의 파동을 의미하는 바이브레이션은 올바른 호흡과 공명으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지 턱이나 입술을 떨어서 내는 것이 아니랍니다. 반면 대중가요에서는 바이브레이션을 일종의 가창 기교처럼 곡의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 쓰는 경우가 많은데 턱이나 성대, 혹은 가슴을 이용해 음의 떨림을 인위적으로 빚어내기도 합니다. 또 마이크를 비롯한 음향 증폭기기 등 각종 장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성에 있어서는 소리가 왜곡되지 않을 정도의 공명만으로도 충분한 표현이 가능하지요.

그래서 대중음악에서는 전형적인 호흡법이나 발성법이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곡의 분위기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복식호흡과 흉식호흡을 병행하고, 대화를 할 때 사용하는 음성에 그대로 선율과 가사를 붙이는 자연스러운 진성 발성법이 사용되기도 하죠. 그뿐만 아니라 록 음악에서 흔히 보듯, 성대를 인위적으로 강하게 누르는 발성도 사용합니다. 한 음 한 음을 정확하게 소리 내는 성악과는 달리, 음을 끌어올리거나 내려서 화려함과 멋을 더하기도 합니다. 특히 트로트는 아래위 몇 음을 급격히 올리거나 내리는 ‘꺾기’ 창법, 비음을 많이 쓰는 간드러짐이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히고 있지요.

이상으로 음악 장르별로 다양한 발성법과 창법의 차이를 알아보았습니다. 10월에는 각기 다른 장르의 공연장을 직접 찾아서 다양한 발성법을 직접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진 모그인터렉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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