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연주자의 생애 첫 리사이틀 ‘위드 콘서트’

함께하는 ‘감동’의 순간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2월 1일 12:00 오전

발달장애 연주자의 생애 첫 리사이틀 ‘위드 콘서트’

함께하는 ‘감동’의 순간

발달장애 바이올리니스트 이동현의 생애 첫 리사이틀인 ‘위드 콘서트’의 가슴 설레는 현장


▲ ‘위드 콘서트’의 주인공 바이올리니스트 이동현

지난 11월 7일 저녁, 유난히 설레고 들뜬 분위기로 가득 찬 공연장이 있었다. 모두가 환한 미소를 띠고 객석에 앉아 즐겁게 담소를 나누었다. 여기저기서 “왔어? 앉아” “안녕” 등 반가운 인사 소리가 들려왔다. 바이올리니스트 이동현(발달장애 2급)의 생애 첫 리사이틀인 ‘위드 콘서트’가 열리는 현장이었다.

‘위드 콘서트’는 자폐·지적장애 등 발달장애를 가진 연주자들이 생애 처음으로 리사이틀을 갖는 무대로 관객들에게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식을 전한다. 지난 2006년에 하트하트재단이 창단한 발달장애 하트하트심포니오케스트라(이하 하트하트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며 사회성과 음악적 기량을 쌓은 연주자들 중 한 명이 그 주인공이 된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신발 끈 묶기와 같은 사소한 일도 그 요령을 터득하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 만큼 한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수천 번의 연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발달장애 연주자는 물론이고, 부모와 멘토들의 노력도 절실하다. 이번에 연주회를 가진 이동현은 차 안에서 유독 악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아무런 목적지 없이 고속도로를 달렸던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날 리사이틀에는 멘토 연주자로 비올리스트 김상진과 첼리스트 송영훈이 나섰다. 피아니스트 이상희 역시 연주자로 참여했다. 공연 전 주의 사항을 방송하는 여느 연주회와 달리 “감동적인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안내 방송과 함께 이동현의 생애 첫 리사이틀이 시작되었다. 모두에게 익숙한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 5번을 시작으로 김상진·송영훈·이상희가 두 명씩 번갈아가며 짝을 지어서 세 곡을 연주해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연주자이자 사회자로 나선 김상진의 “언제나 그렇듯이 게스트가 먼저 등장하고요, 주인공인 이동현 군은 나중에 등장합니다” “악기 들고 다니랴 마이크 들고 다니랴 정신없네요” 같은 재치 있고 친근한 진행도 재미를 더했다.

멘토들만의 연주가 끝나고 드디어 이동현이 바이올린을 들고 무대 위로 등장했다. 관객들은 그 어느 때보다 큰 환호를 보냈다. 김상진이 앞선 곡 설명에서 “쉬는 곳이 전혀 없어 개인적으로 바이올리니스트의 힘이 많이 필요한 곡이라 생각한다”고 평한 크라이슬러의 ‘서주와 알레그로’를 이동현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연주해냈다. 연주가 끝나자 더 큰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동현은 김상진·송영훈과 무대 위에서 간단한 토크 시간을 가진 후, 슈만의 피아노 4중주 Op.47 중 3악장에 이어 자신이 속한 하트 현악 4중주단과 함께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을 선보였다. 자신의 열정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마지막 앙코르곡으로 피아졸라 ‘리베르탱고’를 멘토들과 연주하며 리사이틀을 마쳤고, 그는 기쁜 표정으로 다시 무대 위로 힘차게 뛰어나왔다. 그런 그의 자랑스러운 모습에 관객들의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시종일관 미소 지으며 그와 눈을 맞춰 연주하는 멘토들과 이동현의 정확한 리듬감이 돋보인 연주가 있었기에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첫 연주’의 순간이었다.


▲ 피아니스트 이상희

▲ 첼리스트 송영훈

▲ 비올리스트 김상진

현장인터뷰

‘위드 콘서트’의 멘토 연주자 비올리스트 김상진

‘위드 콘서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08년 우연한 기회에 하트하트재단과 인연을 맺은 후 자문위원까지 맡게 되면서 그동안 마스터클래스 등 여러 행사에 참여해왔습니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의 단원들과 부모님들, 특히 그곳에서 봉사하는 여러 선생님들의 헌신과 열정에 감동받아 이번 연주회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단원들과 학부모들과 대화를 자주 해서인지 이번에는 사회도 부탁받게 되었네요. 이번 ‘위드 콘서트’의 주인공인 이동현 군은 평소에는 집중하는 게 굉장히 힘든데 악기를 연주할 때는 의젓한 모습을 보입니다. 뛰어난 수준의 연주력을 지닌 동현 군의 ‘생애 첫 리사이틀’에 동참하게 되어 뿌듯하네요.

이번 리사이틀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점이 있다면?

저는 단원들과 많이 가까워져 발달장애 아이들의 습관에 익숙합니다. 만나면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곤 하는데 이번에 같이 연주한 피아니스트인 제 아내는 첫 리허설 때 만난 아이가 “이름이 뭐야”라고 불쑥 묻는 게 당황스러웠나 봐요. 제가 아무렇지 않게 응대하는 것을 보고 놀라더군요. 저 역시 처음 아이들과 만날 때는 발달장애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고 처음 겪는 일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이나 기술의 전달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과 가까워지고 친숙해지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죠. 우리와 조금 다를 뿐이니까요.

오케스트라 활동이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나요?

악기를 배운다는 것 자체가 고도의 인내심과 집중력을 요구합니다. 또한 ‘오케스트라’라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 협력하고, 때로는 양보하는 법을 배우기도 하죠. 이런 것들이 평소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하트하트오케스트라와 같이 앞으로 장애인들의 전문적인 음악 활동이 활성화되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겠죠. 국가 차원의 인식 개선 교육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된 이 사회에서 자신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도록 어려서부터 교육해야 합니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배려’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일찍부터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글 이지혜 인턴 기자(giehyee@gaeksuk.com) 사진 이규열(라이트 하우스 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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