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20세기’ 40년 만에 리바이벌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무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2월 1일 12:00 오전


▲ ⓒBMatt Hoyle

뮤지컬 ’20세기’ 40년 만에 리바이벌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무대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1990년대 유행한 노래로 꾸민 무대를 기획해 각광을 받았다. 많은 사람에게 음악뿐 아니라 그 시대 문화에 대한 전반적 향수를 불러일으킨 것이 인기 요인이었다.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가에도 이 같은 바람이 불고 있는 걸까. 1978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뒤 거의 40년 만에 리바이벌하는 뮤지컬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목마저 직관적으로 향수를 자극하는 뮤지컬 ‘20세기’(On The Twentieth Century)다. ‘20세기’는 사이 콜먼의 음악과 베티 캄든·아돌프 그린이 대본과 작사로 1978년 토니상 음악상·대본상·무대상·남우주연상·남우조연상을 거머쥔 수작이다.

2월 12일 프리뷰를 시작으로 3월 12일부터 본격적으로 무대에 오르는 2015년 리바이벌 프로덕션은 뮤지컬 ‘위키드’의 오리지널 글린다로, 에미상과 토니상을 수상한 크리스틴 체노웨스가 여주인공 릴리 역을 맡았다. 골든 글러브 특별상을 받은 피터 갤러거가 남자 주인공을 맡고, 뮤지컬 ‘로키’에서 주목받은 앤디 칼이 출연하는 등 캐스팅만으로도 벌써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세기’는 1930년대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가는 ‘20세기 리미티드’라는 기차 안을 무대로 한다. 20세기 리미티드는 1902년부터 1967년까지 실제 운행하던 기차로, 뮤지컬의 제목은 장소와 시대의 중의적 의미를 갖는다. 1930년대의 미국은 오늘날 뮤지컬의 전신인 쇼가 흥행한 동시에 할리우드 영화가 황금기에 들어선 때다.

‘20세기’의 남주인공 오스카는 실패한 극장 프로듀서로, 재기를 꿈꾸며 일행과 함께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향한다. 그는 기차에 오르기 전, 뮤지컬 넘버인 ‘20세기’를 부르며 앞으로 펼쳐질 일에 대한 불안과 기대를 드러낸다. 기차를 타고 출발한 오스카는 다음 역에서 탑승한 할리우드 배우이자 자신의 옛 연인 릴리에게 새로운 작품에 출연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에서 함께 연기한 남자친구 부르스가 있는 자리에서 그녀는 ‘네버’를 부르며 출연을 거절한다. 기차 안에서 만난 한 부인의 투자 약속을 받은 오스카는 이를 이용해 릴리를 끌어들이지만, 릴리가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 부인이 정신병원에서 탈출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이야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결국 오스카는 총에 맞아 죽는 시늉까지 하며 릴리의 사인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릴리의 사인은 그녀의 이름이 아닌 ‘피터 래빗’이었다.

작품 전반에는 릴리의 캐스팅을 둘러싼 극장계와 영화계의 갈등, 오스카의 쇼와 할리우드 영화를 놓고 고민하는 그녀의 모습을 중심으로 당시의 엔터테인먼트가 그대로 녹아 있다. 또 20세기 초에 등장해 지속적으로 사랑받아온 피터 래빗을 언급하며 제목에 합당한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이행한다. 40년 만에 브로드웨이를 찾는 이 뮤지컬이 끊임없는 시도가 이루어지는 뉴욕 공연계에 향수를 자극하는 새로운 바람으로 자리 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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