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 조진주 리사이틀 ‘시작’

청춘의 여정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2월 1일 12:00 오전

2015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 조진주 리사이틀 ‘시작’

1월 8일

금호아트홀

청춘의 여정

‘신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의 ‘시작’ 음악회. 등단 20주년을 맞아 산문집 ‘소설가의 일’을 출간한 소설가 김연수는 ‘신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매일 글을 쓴다. 한순간 작가가 된다. 이 두 문장 사이에 신인 즉 새로운 사람이 되는 비밀이 숨어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는 2014년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다섯 살 때부터 시작한 콩쿠르에 작별을 고했다. 콩쿠르 인생 20년 만의 일이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시간 속에서 느낀 회의, 두려움, 좌절과 방황이 담긴 ‘굿바이! 콩쿠르 인생’이라는 그녀의 에세이가 지난달 ‘객석’에 실렸다. 그녀는 이 글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세상과 충돌해왔는지, 그리고 얼마나 처절하게 깨졌는지에 대해 진솔하게 풀어냈다. 그녀의 고백에는 세상과 자신을 향한 용기 있는 소신이 담겨 있다.

콩쿠르 인생이 끝나고 그녀는 그토록 갈망하던 무대를 얻었다. 2015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그녀의 첫 연주회 주제는 ‘시작’.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지원하는 상주음악가 제도는 매해 가장 주목할 만한 젊은 음악가를 선정해 실험적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녀는 올해 네 번에 걸쳐 ‘시작’ ‘청춘’ ‘방황’ ‘추억’ 네 가지 주제로 음악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연주할 계획이다. 음악은 삶의 여정에 동반하며 그 의미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서사적 예술이다. 이 시리즈의 첫날 그녀가 선택한 프로그램은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작품과 찰스 아이브스, 조지 거슈윈, 존 코릴리아노 등 미국 작곡가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이들의 작품은 신세계 이미지를 환기하며 그녀의 새로운 시대를 암시했다. 국내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던 작품을 소개, 청중에게 색다른 정서적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감상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첫 곡인 찰스 아이브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4번 ‘캠프모임의 어린이 날’ S.63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작품이다. 친숙한 민요풍의 간결한 선율을 이용해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익살스럽게 표현했는데 그녀가 던지는 농담에 시종일관 진지한 청중의 반응은 우리 음악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했다. 라벨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의 2악장 ‘블루스’에는 미국 음악의 영향이 나타나며 춤곡의 흥취가 담겨 있는데, 역동적 리듬감에서 오는 강한 생동미와 함께 유려한 선율선에서 오는 진한 서정미를 보여주며 그녀는 세련되게 음악을 풀어나갔다.

조지 거슈윈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 중 야사 하이페츠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해 편곡한 작품에서 그녀는 기교를 음악을 위한 표현 도구로 완전히 소화해 자유자재로 노래했다. 이러한 흐름은 존 코릴리아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까지 계속 이어졌으며, 후반부로 갈수록 작품의 다양한 색채를 풍성하게 담아냈다. 그녀와 함께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 김현수는 각 작품의 성격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조진주의 성향을 기민하게 포착해냈다. 그는 자연스럽게 연주의 흐름을 타며 탁월한 앙상블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날 조진주의 ‘시작’은 이전의 땅을 떠나 새로운 땅을 개척한 미국의 음악을 중심으로 구성한 시도가 돋보였다. 무수한 방황을 거쳐 새로운 방향을 잡은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한창나이인 그녀에게 이제 두 번째 ‘청춘’ 무대가 기다린다. 실력은 입증됐다. 기존 방식을 떨쳐낸 ‘신인’ 연주자의 웅숭깊은 음악적 반전을 기대한다.

사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