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2015 사운드 오브 더 시티

금지된 도시의 숨은 음악을 찾아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6월 1일 12:00 오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중국의 동시대 음악 산업과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본다

중국 베이징의 음악 쇼케이스 페스티벌인 사운드 오브 더 시티(Sound of The Xity)가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3일까지 열렸다. 예년에 비해 한 달가량 늦게 열렸지만, 짧은 기간 동안 페스티벌에 참석하기에는 오히려 기분 좋은 계절이었다.

올해로 4회를 맞은 사운드 오브 더 시티(이하 SOTX)에 매년 참석해왔는데, 올해의 감회는 특히 남달랐다. 몇 년 사이 자체적으로 괄목한 만한 양적 성장을 보였거니와 중국 내에서 최대로 손꼽히는 음악 페스티벌인 스트로베리 페스티벌(Strawberry Festival)을 주관하는 중국 굴지의 음악 에이전시와 공동으로 행사를 개최하며 대중성 면에서 마켓의 외연을 보다 확장했기 때문이다.

SOTX가 처음 열린 2012년, 해외 공식 초청자는 필자를 포함해 현재 잠비나이와 숨(su:m)의 해외 에이전트로 활동 중인 에이전시 얼스 비트의 제롬 윌리엄스, 유럽의 대표 재즈 페스티벌 중 하나인 북해 재즈 페스티벌(North Sea Jazz Festival)과 로 랜드스 페스티벌(Low Lands Festival) 등을 운영하며 마돈나 같은 대형 아티스트의 네덜란드 공연을 도맡아 진행하는 모조(Mojo)의 베르튀스 드 블라우, 헝가리 시게트 페스티벌(Sziget Festival)의 월드뮤직 스테이지 디렉터 처버 뢰쾨시, 홍콩 아트 페스티벌의 프로그램 디렉터 소궉완까지 모두 다섯 명이었다. 당시 낮 시간에 이뤄지는 컨퍼런스와 미팅은 모두 798 예술구역에서 열렸다. 이곳에서 풍기는 아우라로 인해 방문한 사람 모두 적잖이 놀라는 한편, 부러웠던 기억을 지울 수 없다.

이후 SOTX에서 낮 시간 컨퍼런스와 네트워크 미팅을 진행하는 장소는 매년 바뀌었다. 정부 지원 없이 페스티벌이 운영되기에 장소 승인이나 임대료 등 행정과 재정 차원에서 비롯된 이유가 가장 컸다. 중국 내에서는 음악 페스티벌뿐 아니라 대다수의 문화 예술 행사가 정부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스폰서를 구하고, 티켓 수익으로 운영한다. 한국에서 여름이나 봄·가을에 열리는 몇몇 대규모 음악 페스티벌을 제외하면 규모에 상관없이 정부나 지자체, 각종 공공 기금의 지원을 받는 우리의 상황과는 꽤 다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예술경영지원센터·한국문화예술위원회·한국콘텐츠진흥원 등과 같은 공공 기관이 아티스트의 해외 공연이나 전시를 위한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원활하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4년간 SOTX를 통해 바라본 중국 음악 시장에는 꿈을 가진 젊은 기획자와 아티스트, 독립 제작사 등의 열정과 의지가 충만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해외 진출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해외 네트워크의 부족과 한계, 이와 더불어 투어를 성사시킬 수 있는 자본의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실제로 유럽의 주요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더라도 항공료를 자체 해결하기가 어렵고, 추가 해외 투어를 진행해줄 에이전시가 없어 중국 아티스트의 진출이 무산된 적도 많았다. 이러한 부분은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속사가 있는 아티스트라도 해외 네트워크의 부재와 투어 진행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SOTX의 공식 해외 초청자는 15명 정도였다. 이 중에는 지난해 페스티벌에 초청된 잠비나이와 숨의 항공료를 지원한 예술경영지원센터도 포함돼 있다. 국제교류사업본부 시장개발팀이 직접 참석해 중국 음악 시장의 생생한 현장을 파악하고 네트워크 미팅을 진행하며, 한국과 중국의 음악 시장을 연결하기 위한 직접적 계기를 마련했다.

SOTX 첫해 공식 해외 초청자가 다섯 명이던 것을 돌이켜볼 때 3년간 세 배 가량이 늘어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마켓 성패의 절대 조건이 단순히 전체 참석 인원에 달린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쇼케이스 무대에 소개되는 음악을 사러 온 바이어가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지, 그가 해당 마켓에 관심이 있는지는 쇼케이스의 질적 수준과 더불어 마켓 운영에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 분명하다. SOTX는 올해부터 워멕스(WOMEX)를 주관하는 피라냐 워멕스(Piranha WOMEX)와 공식 컨설팅 계약을 맺어 네트워크와 홍보 마케팅의 저변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하게 되었다.

참고로, 현재 워멕스는 SOTX를 비롯해 아프리카 카보베르데의 애틀란틱 뮤직 엑스포(Atlantic Music Expo), 브라질의 포르투 무지칼(Porto Musical), 콜롬비아의 서큘아트(Circulart)와 공식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신생 뮤직 마켓으로서는 해외 네트워크 확대와 운영의 전문성을 쌓으면서 대외 홍보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워멕스로서는 컨설팅 수입과 각 대륙별 뮤직 마켓을 네트워크 행사로 두면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어 상호 윈윈(win-win)의 토대를 구축하게 된 셈이다.


▲ 컨퍼런스를 진행 중인 SOTX의 디렉터 장란

디테일, 뮤직 마켓의 필수 불가결 조건

SOTX의 나이트 쇼케이스가 열리는 장소는 시내에 자리한 클럽 여섯 곳이다. 베이징의 라이브 클럽 설비와 분위기는 아티스트와 관객 모두에게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쇼케이스 메인 공간인 우공이산과 마코 라이브 하우스는 뉴욕이나 런던에 있는 유명 클럽에 비해서도 결코 뒤처지지 않으며, 수많은 골목으로 이뤄진 베이징의 오래된 거주 지역인 후통에 위치한 DDC는 전통 가옥과 조화를 이룬 작고 아름다운 클럽이다.

올해 SOTX 쇼케이스에서 주목할 만한 중국 아티스트는 남서부 쓰촨성 출신의 모시가 리더로 있는 모시 지시로 지난해 처음 본 공연에 비해 진일보한 사운드의 세련미가 돋보였다. 이들은 참석자들로부터 쓰촨성 지역 전통 멜로디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적절하게 가미해 해외에서 통할 수 있는 대중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산렌은 2000년에 결성한 가장 완성도 높은 중국의 인디 포크 밴드로, 현재 네이멍구 출신 밴드 항가이의 뒤를 이어 해외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인도차이나 반도와 인접한 따뜻한 남서부 윈난성의 정서를 가득 담은 전통악기로 빚어내는 어쿠스틱한 사운드로 이들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SOTX가 준비한 회심의 특집으로 지역 스페셜 쇼케이스가 마련됐다. SOTX의 디렉터 장란은 2012년 필자가 만든 에이팜(APaMM, Asia Pacific Music Meeting)에 첫해부터 참가해 현 SOTX의 주요 해외 초청자 대부분과 교류하며 해외시장에 SOTX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중 스페인 바르셀로나 문화 부문 국장 카를레스 살라를 만나 올해 SOTX에서 바르셀로나 특집 쇼케이스를 선보이게 된 것이다.

‘바르셀로나 나이트’로 진행한 특별 쇼케이스에는 현재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카탈루냐 지방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밴드인 차랑고를 비롯한 세 팀이 참가했고, ‘이스라엘&코리안 나이트’에는 보나파이드 3000을 포함한 이스라엘 세 팀과 한국에서는 아폴로 18과 이디오테잎 두 팀이 선정되었다. 하지만 이디오테잎은 비자가 늦게 발급되는 바람에 공연이 취소되어 한국을 대표하는 일렉트로닉 듀오의 음악을 기대하던 많은 이의 아쉬움을 샀다.


▲ 피라냐 워멕스와 공식 컨설팅 계약으로 네트워크의 저변을 확대하는 SOTX

SOTX 진행 부분에서 매년 개선되길 바라는 부분은 쇼케이스가 열리는 각 클럽 간 위치에서 오는 문제다. 대개 도보로 이동하기엔 다소 멀거나 택시를 타야 하는 경우도 상당해 다수의 쇼케이스를 놓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SOTX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뮤직 마켓의 특성상 주최 측이 마련한 프로모션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려면 쇼케이스가 모두 종료되는 시간까지 공식 해외 초청자를 위해 미니버스 같은 교통편에 신경 쓰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지난 10년 동안 해외 뮤직 마켓과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에이팜을 개최한 경험상, 참가자라면 누구나 몸 컨디션이 좋아야 음악도 잘 들리고 네트워크나 비즈니스 미팅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개막식과 네트워킹 파티, 시설 좋은 호텔과 값비싼 식사 대접, 역사 지구 탐방처럼 눈에 보이는 것보다, 참가자들에겐 마켓 운영자들이 놓치는 사소한 영역에서 마켓 전반에 대한 인상과 평가, 더 나아가 성패가 좌우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어느 마켓이나 페스티벌이든 신경 쓰고 고민해야 할 실제적이고 기본적인 사항을 덧붙여본다. 컨퍼런스 시작 시간의 경우, 시차 적응이 덜된 해외 초청자를 배려해 가능한 한 이른 오전 시간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아티스트와 초청자 간 짧은 만남인 스피드 미팅 역시 무작위 신청과 매칭보다는 신청자와 초청자의 요구를 사전에 조율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이에 따라 점심시간을 넉넉히 확보하는 것은 겉보기에 사소할지 몰라도 실제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쇼케이스가 모두 종료된 늦은 밤에는 초청자들의 숙소 인근에 위치한 바 혹은 카페를 주최 측이 사전에 섭외해 쇼케이스를 마친 아티스트와 매니저, 주최 측과 초청자 등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진정한 인적 교류와 네트워크가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한다면, 큰돈 들이지 않고 발품만 팔아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달라지는 베이징의 스카이라인과 갈수록 늘어나는 거리의 차량만큼 중국의 동시대 음악 산업과 현장은 전 세계인의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다만 맥락에 대한 이해나 분별이 없이 일렉트로닉 사운드나 영상을 사용하며 시류와 대중적인 유행에 휘둘리는 이들보다 자신만의 음악적 모색과 성취를 이룬 젊은 아티스트를 더 많이 소개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내년 SOTX를 기다려본다.

사진 SOTX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