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 소피 폰 오터·카밀라 틸링 듀오 콘서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11월 1일 12:00 오전

10월 1일
LG아트센터

담백하고 부드러운 한 편의 서사

안네 소피 폰 오터와 카밀라 틸링의 듀오 콘서트는 한 편의 잘 짜인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3개 국어의 가곡들은 시어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두 여가수의 섬세한 해석 덕에 음악이 지닌 풍부하고 다채로운 서사들이 객석에 충분히 전달됐다. 과장 없이 속삭이듯 낭송조로 노래한 가곡들은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목소리에 실려 화사한 감동을 전했다.

프로그램은 19세기 중반 스웨덴의 전설적 소프라노였던 제니 린드에게 바치는 의미를 지닌다. 그녀는 전 유럽을 무대로 활동하는 소프라노였는데, 덕분에 고국 스웨덴은 물론이고 프랑스와 독일의 저명한 작곡가들로부터 많은 곡을 헌정받기도 했다. 이날 공연도 멘델스존·린드블라드·그리그·슈베르트에서부터 마이어베어·마스네·포레·R. 슈트라우스에 이르기까지 스웨덴·프랑스·독일 3개국의 가곡들로 다채롭게 짜였다.

1부에서는 두 사람의 고국인 스웨덴 작곡가 아돌프 린드블라드의 가곡이 눈길을 끌었다. 스웨덴 음악은 아무래도 우리에게 낯선 게 사실인데, 담백하면서도 선율미가 뚜렷하게 살아 있는 음악이 호소력 있는 목소리를 통해 아름답게 울려 퍼졌다. 카밀라 틸링은 소프라노임에도 날카롭기보다는 담백하고 부드러웠으며, 특히 약음(메차보체)의 효과적인 사용으로 마치 가을밤의 시 낭송회에 온 기분마저 느끼게 했다. 디테일과 뉘앙스의 섬세한 표현력이 뛰어난 안네 소피 폰 오터 또한 슈베르트 가곡의 담백한 낭만에서부터 멘델스존 음악의 풍성한 독일적 서사, 그리그와 린드블라드 등 북유럽 음악을 감싸는 특유의 노스탤지어 등을 완벽하게 다듬은 음성으로 다채롭게 표현했다.

2부는 더욱 밀도 있고 드라마틱한 가곡을 선곡했다. 지아코모 마이어베어가 쓴 독일 가곡과 쥘 마스네·가브리엘 포레의 근대 프랑스 멜로디들은 화사한 색채감과 정묘한 느낌이 압권이었다. 특히 폰 오터와 틸링이 비브라토가 적고 담백한 깊이를 지닌 목소리의 소유자라 듀엣 가곡에서도 두 사람의 음악적 호흡은 완벽하게 유지됐다.

연주회의 마지막은 R. 슈트라우스가 장식했다. 여섯 곡의 가곡을 두 사람이 세 곡씩 나눠 불렀는데, 카밀라 틸링도 훌륭했지만 주인공은 역시 안네 소피 폰 오터였다. 중성적인 매력을 지닌 메조소프라노지만 아름답고 완벽하게 슈트라우스의 가곡을 불렀다. 특히 ‘모르겐’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연주회 내내 집요할 정도로 디테일을 추구하던 줄리어스 드레이크의 피아노는 특히 이 곡에서 숨 막힐 정도의 정묘한 표정으로 서주를 이끌었다. 이어 폰 오터가 섬세한 머뭇거림으로 슈트라우스 가곡 특유의 화사한 우울함과 황혼녘의 아련함 등을 실로 아름답게 노래했다. 마치 폰 오터 자신의 30여 년간의 위대한 무대 인생을 정리하는 듯한 노래였다. 모든 곡을 노래한 두 사람은 환한 웃음으로 서로 손을 맞잡고는 세 곡의 앙코르로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에 답했다. 오펜바흐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의 아리아 ‘아름다운 밤, 오 사랑의 밤’, 브람스의 가곡 ‘자매’에 이어 스웨덴의 국민 뮤지컬로 불리는 ‘두베몰라에서 온 크리스티나’의 히트 넘버를 불렀다. 이날 두 사람이 보여준 완벽히 조화된 호흡과 우아하고 시적인 서정미는 실로 가을날의 아름다운 꿈과 같았다.

사진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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