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음악감독 예정자, 에마뉘엘 크리빈

쿠르트 마주어 시대의 영광을 기대하며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4월 1일 12:00 오전


▲ ©Julien Becker/©Jean-François Leclercq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는 분명 프랑스를 상징하는 오케스트라이긴 하다. 하지만, 프랑스 최고의 오케스트라라고 말하는 것엔 모두 주저할 수 있다.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가 수준 높은 연주회를 여는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다. 쿠르트 마주어가 음악감독으로 있을 때 이들은 나름 전성기를 누렸다고 할 수 있다. 샹젤리제 극장에서 열렸던 마주어 지휘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회는 지금도 인상 깊게 남아 있다. 하지만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에는 프랑스인 특유의 자존심이 있는데, 이것이 좋은 연주를 하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다.

지난 3월 3일 라디오 프랑스 내에서 열린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본래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건강의 이유로 취소되고, 대신 에마뉘엘 크리빈이 지휘를 맡았다. 내년이면 칠순을 맞이하는 프랑스 출신 크리빈은 폴란드 태생 어머니와 러시아 태생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파리 콩세르바투아르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고, 헨리크 셰링, 예후디 메뉴인 등과도 함께 바이올린을 공부했다. 1960년대부터 지휘를 시작했고, 1970년대부터 지휘자로서 국제적 경력이 시작됐다. 1981년 교통사고로 생긴 부상으로 바이올린 연주를 완전히 중단하고, 현재는 지휘에만 몰두하고 있다.

무대에서의 모습만으로도 그가 어떤 유형의 음악가이고 지휘자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크리빈은 우아한 제스처로 청중을 위한 지휘를 하지 않는다. 오케스트라 단원들과도 타협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온몸이 음악적 에너지로 충만해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다.

크리빈은 월급이 아닌 연습과 연주 수당만을 받는 단원들과 동일한 보수를 받으며 한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도 했다. 명성이 있는 지휘자 가운데 이러한 조건을 받아들인 사람은 드문 편이다. 크리빈은 오케스트라와의 교감을 중요시한다.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상호 두려움에 의한 힘의 관계가 아닌, 서로 듣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오케스트라들은 권위적인 아버지 같은 지휘자를 원하기도 한다.

이번 공연은 올해 프랑스의 빅투아르 드 라 뮈지크(음악의 승리상) 기악 부문을 수상한 피아니스트 베르트랑 샤마유와 함께 생상스 협주곡 2번으로 문을 열었고, 후반부에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들려주었다. 오랜만에 음악을 들은 듯한 느낌이었다.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어떤 때는 군악대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뻣뻣하다. 최근 지휘자 제임스 콘론을 초대해 연주한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에서는 영감이나, 감정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다니엘레 가티도 음악적으로 많은 공과 노력을 기울이지만 더 이상 개선 여지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 교감을 이루면서 공감하는 음악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물론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크리빈이 무티를 대신해 지휘한 것은, 가티에 이어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 될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크리빈의 연습과 지휘 방식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연주를 들으면서, 크리빈이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를 유머감각이 있는 인간적인 오케스트라로 변모시킬 수 있겠다는 긍정적 가능성을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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