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오페라 발레의 프렐조카주 ‘르 파르크’

아뱌냐토 감독이 불어넣은 새 바람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6월 1일 12:00 오전


▲ ⓒYasuko Kageyama

로마 오페라 발레가 지난 5월 6일부터 11일까지 앙줄랭 프렐조카주 안무의 발레 ‘르 파르크(Le Parc)’를 공연했다. 남녀 주역은 파리 오페라 발레의 현역 에투알, 엘레오노라 아바냐토(Eleonora Abbagnato)와 스테판 뷔용(Stéphane Bullion)이 맡았다. 아바냐토는 2015년 4월, 로마 오페라 발레 감독으로 부임한 이래 2015/2016 시즌은 파리와 로마를 오가며 무용수와 단장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르 파르크’는 “이탈리아에서 로마 오페라를 라 스칼라와 동급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아바냐토의 취임 포부가 구체화되는 레퍼토리로 주목받았다.

1978년 이탈리아 팔레르모 태생의 아바냐토는 1996년 파리 오페라에 입단해 2013년 에투알에 올랐다. 10대 초반부터 롤랑 프티의 주목을 받았고 클로드 베시(Claude Bessy) 당시 에콜 드 당스 교장의 눈에 들어 파리로 터전을 옮겼다. 10대 후반부터 파리 오페라에서 마뉘엘 르그리(Manuel Legris)와 파트너를 이뤘고, 2005년 ‘르 파르크’ 재공연 때는 래티티아 푸욜(Laëtitia Pujol)과 라이벌로 부각되며 주역을 분담했다. 파리 오페라의 정년을 앞둔 상태에서 아바냐토는 이그나치오 마리노(Ignazio Marino) 로마 시장의 천거로 남편 페데리코 발자레티(Federico Balzaretti, AS로마)가 선수로 뛰는 도시에서 발레 감독을 시작했다.

아바냐토 부임 이후 로마 오페라에는 신선한 바람이 불었다. 아바냐토는 이탈리아 TV 프로그램 ‘아미치(Amici)’에서 만난 안무가 줄리아노 페파리니(Giuliano Peparini)에게 ‘호두까기 인형’ 신작을 맡겼고, 포사이스·밀피에·휠든 작품이 로마에 들어왔다. 누레예프 버전의 ‘라이몬다’가 도입됐고 누레예프 스타일에 정통한 코치, 파트리샤 루안(Patricia Ruanne)이 투입되어 버전의 순도를 높였다. ‘르 파르크’ 리허설에는 이자벨 게랭(Isabelle Guéri)과 1994년 파리 오페라의 초연을 책임진 로랑 일레르(Laurent Hilaire)가 마스터를 맡아 작품의 정통성을 유지했다. 로마 오페라가 아바냐토를 영입하면서 기대한 그림들이 서서히 완성되고 있다.

‘르 파르크’는 프렐조카주가 1994년 파리 오페라 발레를 위해 제작한 3막 작품이다. 한동안 남자의 접근을 거절하던 여인과 그런 여인에 끌리는 남자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프렐조카주는 1678년 라파예트 부인이 출간한 소설 ‘클레브 공작 부인(La Princesse de Cléves)’에서 모티브를 착상했다. 석양에서 심야, 동틀 무렵으로 매 막의 시간이 설정됐고 시공 배경은 17~18세기 프랑스 궁정의 정원으로 잡혔다.


▲ ⓒSebastian Mathe

네 명의 정원사가 등장하는 장면을 제외하곤 작품에는 모두 모차르트의 교향곡과 협주곡, 실내악 곡들이 전개에 사용된다. 데이비드 가포스(David Garforth)가 지휘한 로마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탄력적인 반주가 안무가의 선곡 역량을 돌아보게 했다. 미로에서 벌어지는 비밀 파티 같은 프랑스 로코코 시대의 풍속을 구현하는 로마 오페라 발레 무용수들의 테크닉은 여유롭고 능란했다. 아바냐토와 파리에서 친했던 일레르의 세심한 코치로 로마의 무용수들은 ‘누벨 당스’ 2세대 안무가의 언어를 능숙하게 구현했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아바냐토-뷔용의 파드되였다. 서로를 만나서, 대립하다가, 격정을 불사르는, 사랑의 발전 과정이 세 번의 파드되로 그려졌다. 마지막 파드되를 앞두고 드레스를 벗고 침실 의상으로 관능을 나누는 과정은 안무가가 의도한 ‘해방’의 의미 그대로였다. 감미롭게 입 맞추는 상대를 그대로 들어 허공에 휘두르며 회전하는 유명한 장면에서 객석에 탄성이 가득 찼다. 연애가 얼마나 멋진 것인지를 아크로배틱에 녹여내고, 상대의 가슴에 머리를 받으며 사랑의 아픔을 호소하는 프렐조카주식 언어에 로마 관객도 매료됐다.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