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무대에 오른 지휘자 임헌정

세 번의 연주회 통해 프랑스를 감동시키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8월 1일 12:00 오전


▲ ⓒ노승환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지휘자 임헌정이 지난 6월 9일 파리의 살 가보에서 콜론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콜론 오케스트라는 1873년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였던 에두아르 콜론에 의해 창설된 오케스트라로,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오케스트라 가운데 가장 긴 역사를 지녔다. 샤를 뮌슈가 1950년대에 음악감독을 지냈고 2004년부터는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로랑 프티지라르가 음악감독으로 있는 이 오케스트라는 파리의 살 가보·샹젤리제 극장·파리 필하모니·파리 오페라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즌 연주회와 공동 기획 연주회를 하고 있다. 롱 티보 콩쿠르 본선이 진행되는 곳으로 유명한 살 가보는 내년이면 개관 110년이 되는 파리 음악계의 가장 상징적인 연주회장 가운데 하나다.

임헌정은 연주회에서 알베르트 슈넬저의 ‘버뱅크의 괴물(A Freak in Burbank)’, 자크 이베르의 플루트 협주곡 그리고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지휘했다. 콜론 오케스트라는 매 연주회에서 생존해 있는 현대 작곡가의 작품을 최소한 한 곡은 연주하는데, 임헌정은 매우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지휘로 오케스트라와 작품을 이끌었다.

자크 이베르의 플루트 협주곡은 1934년 파리에서 필리프 고베르의 지휘로 초연된 곡으로, 플루트를 위한 협주곡 가운데서도 결코 음악적 위치를 낮게 평가할 수 없는 이베르의 대표작이다. 한편 지휘자들에게 이 협주곡은 고난도 작품이다. 매우 빠른 1·3악장은 지휘자에게 비르투오시티를 요구하고, 포레의 색채를 연상케 하며 장·단조의 선법이 교차돼 나타나는 2악장은 깊은 음악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날 연주의 빠른 악장에서는 간혹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이 가볍게 어긋나기도 했지만, 느린 악장에서는 프랑스의 인상주의적 색채가 잘 전달됐다. 또한 베를린 필의 플루트 수석으로 활동하고 있는 마티외 뒤푸르가 협연자로서 뛰어난 기량과 음색을 들려주었다.

임헌정은 베토벤 교향곡 7번의 2악장을 추진력 있는 알레그레토로, 3악장을 상당히 빠른 템포로, 4악장 역시 일반적인 템포보다는 빠르게 지휘했다. 그는 명료하고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제스처로 자신의 음악적 비전을 실현했다.

작품이 연주되는 동안 오케스트라 음악가들의 눈빛과 얼굴은 점점 더 상기되고 밝아졌다. 연주를 하는 것이 일상이 아닌 ‘신성한 노동’이 되는 순간이었다. ‘나’라는 객체가 음악을 통해 ‘우리’라는 주체를 경험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콜론 오케스트라의 이토록 생동하는, 강렬한 소리를 오랜만에 들을 수 있었다.

앙코르곡인 멘델스존 ‘무언가’ 중 ‘봄의 노래’를 연주하는 동안에도 오케스트라의 모든 음악가는 리듬과 선율 속에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날 저녁 샹젤리제 극장에서는 파리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연주회가, 라디오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와 다니엘레 가티의 고별 연주회가 열렸지만, 파리의 청중들은 살 가보의 1000여 석을 가득 메웠고 오랫동안 임헌정과 콜론 오케스트라에게 박수를 보냈다.

한편 임헌정은 현재 음악감독으로 있는 코리안심포니와 7월 7일 프랑스 콩피에뉴의 포레스트 페스티벌에서, 그리고 7월 8일 랭스 뮤지컬 플라너리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펼쳤다. 프로그램은 아리랑 연곡, 슈만 첼로 협주곡(협연 에드가 모로) 그리고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였다. 공연은 관객의 기립 박수와 네 차례의 커튼콜을 이끌어내는 등 수준 높은 음악의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사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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