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회도 가상현실로 즐길 수 있나요?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생생하게 누릴 수 있는 VR 콘텐츠가 궁금해요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9월 1일 12:00 오전

 

얼마 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들렀다가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로비 한쪽에서 사람들이 가상현실(이하 VR) 기기를 쓰고 무언가를 감상하더라고요. 궁금해서 물어보니 지난 4월에 열린 교향악축제 영상이라고 하더군요. 이제는 클래식 음악회도 VR로 즐길 수 있는 건가요? 또, 공연예술 현장이 어떻게 VR 콘텐츠로 제작되는지 그 과정도 궁금합니다.
배정호(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최근 증강현실(AR) 게임 열풍으로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VR·AR 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지난 7월에는 정부가 향후 2년간 VR·AR 분야에 약 600억 원을 투자하는 ‘가상현실 선도 프로젝트’를 내놓기도 했죠. 그동안 공연예술계에도 이러한 기술이 적용되지 않을까 궁금해하는 독자분이 많았는데요. 지금부터 공연예술 VR 콘텐츠의 개발 현황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공연예술은 ‘그 시간, 그 자리’에서만 감상할 수밖에 없는 ‘시간 예술’이죠. 그런데 지난해 10월, 실제와 같은 생동감을 느낄 수 있도록 360도로 구현된 VR 음악회가 등장했습니다. VR 기기 개발사 ‘오큘러스’와 LA 필이 손을 잡고 제작한 콘텐츠로,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이 담겼죠. 두다멜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마치 손에 잡힐 듯합니다. 해당 콘텐츠는 구글 플레이(Google Play)에서 ‘Orchestra VR’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해 체험해볼 수 있답니다.

우리나라에선 현재 예술의전당 음악당 로비의 ‘SAC on Screen VR 체험관’을 통해 클래식 음악회를 비롯한 공연예술 콘텐츠를 접할 수 있습니다. 2013년 무대 영상화(스크린) 사업을 시작한 예술의전당이 스크린 상영 전에, 관객에게 실제 공연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다각도로 볼 수 있는 짧은 영상을 만든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반응이 뜨겁자 예술의전당은 삼성전자에 VR 사업을 제안했고, 그 결과 삼성의 가상현실 기기인 기어 VR로 2016 교향악축제 중 정치용/인천시향의 베를리오즈 ‘로마의 사육제 서곡’, 연극 ‘보물섬’의 하이라이트 영상, 서울서예박물관의 ‘통일아!’전과 예술의전당 전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VR을 이용한 공연예술 콘텐츠의 제작은 어떻게 이뤄질까요? 한 대의 카메라가 하나의 시점을 찍는 영화와 달리, VR 영상은 ‘사방팔방’ 볼 수 있도록 한 위치에 360도 카메라 8대를 사용합니다. 정팔면체의 각 면에 카메라를 부착해 모든 방향을 촬영할 수 있게 만든 다음, 촬영하고 싶은 위치에 설치하죠. (‘로마의 사육제 서곡’의 경우 관객석·합창석·무대 위 세 군데에서 촬영했으니, 총 24대가 사용됐겠네요!) 촬영이 끝나면 각각의 카메라에 담긴 영상을 스티칭 프로그램을 이용해 중첩되는 부분이 없도록 일일이 자르고 붙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하나의 큰 구(球)를 이룹니다. 고개를 돌리더라도 화면이 끊기지 않죠. 여기에 자막을 넣고 후보정을 거치면 콘텐츠가 완성됩니다.

실제로 기자가 ‘로마의 사육제 서곡’을 감상해보니,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연주 모습이 꽤나 생생했습니다. 눈앞에서 현악 주자의 보잉도 관찰할 수 있었고요. 시선을 옮길 필요 없이 공연 정보나 자막을 볼 수 있으니 편리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확대 기능이 없어 아쉬웠는데, 아직 개발 단계라고 하네요.

아직까지 국내에서 공연예술과 관련한 VR 콘텐츠를 제작하는 곳은 예술의전당이 유일합니다.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할 계획이 없어 당분간 체험관에서만 접할 수 있는데요, 체험관은 10월 3일까지 매일 콘서트홀 공연이 시작되기 1시간 전에 오픈합니다(단, 8시 공연의 경우 6시 30분부터, 하루 2회 공연일 경우 저녁 공연 전 1회만 운영). 10월 3일 이후에는 반응에 따라 추가 운영이 결정된다고 합니다.

예술의전당 측은 꾸준히 콘텐츠를 개발할 예정이며, 실제 공연과 가상의 영상을 조합한 증강현실(AR) 음악회까지도 시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VR 기술이 꾸준히 보완·개발된다면, 콘텐츠들은 단순히 공연예술 애호가를 위한 ‘소장용’을 넘어, 공연장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복지용’이나 아이들을 위한 ‘교육용’으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술의 미래는 무궁무진하니까요.

사진 예술의전당
취재에 도움주신 분 신태연(예술의전당 영상화사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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