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향 상임 지휘자 제임스 저드 취임 연주회

함께 가야 할 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11월 1일 12:00 오전

9월 30일 대전예술의전당

스케르초 악장의 F장조 주제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며 위로 솟구쳤다. 지휘자의 양손은 정확한 비팅을 유지하며 널뛰는 악단을 거머쥐었다. 그건 눈부시게 쏟아지는 태양빛을 골고루 머금은 대자연의 모습이었다. F장조는 독일 북부 지방에서 자연을 노래하던 목가의 조성이다. 그만큼 긍정적이다. 바흐가 먼저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에서 시범을 보였고, 베토벤은 교향곡 6번 ‘전원’에서 완벽한 합일을 이루었다. 바로 뒤에 이어지는 교향곡 7번의 3악장은 F장조다. 지휘자는 이러한 작곡가의 의중을 꿰뚫어 밝게 빛나는 자연을 가감 없이 노래했다.

9월 30일 열린 대전시향의 8대 음악감독 제임스 저드 취임 연주회. 무작정 내달리기만 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는 교향곡 7번의 3악장에서 저드는 스스로 정한 선을 넘지 않으면서 오케스트라의 과도한 에너지를 자제하며 베토벤이 설정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는 트리오에서 클라리넷이 연주하는 ‘순례의 노래’가 더욱 도드라지게 들리게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4악장에서 저드와 대전시향은 마음껏 폭발했다. 바그너가 ‘춤의 신격화’라고 했던가. 어차피 베토벤도 전쟁에서 부상한 군인들을 위한 자선음악회를 위해 축제의 한판으로 기획한 터였다. 약박에 강한 악센트를 줘야 하는 기본을 충실히 지키면서 그동안 쌓아둔 에너지를 완전 연소시켰다. 메인 레퍼토리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다소 불안하게 시작한 1악장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4악장은 활활 타올랐다. 저드는 자신의 취임을 자축하기라도 하듯 온몸으로 요구했고, 대전시향 단원들은 최대한 이에 반응했다. 청중의 박수는 뜨거웠다.

첫 곡으로 연주한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3번은 사실 난곡이다. 기능적으로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야 입체적인 효과가 빛을 발한다. 저드는 다 잡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전체보다는 각 부분의 세공에 집중했다. 그 결과 각 부분이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백주영이 협연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절반의 성공이다. 거침없이 나아가는 백주영의 바이올린을 오케스트라가 받쳐주는 것까지는 훌륭했다. 하지만 멘델스존은 마냥 낭만적인 작곡가는 아니다. 프랑스 혁명의 기운을 온전히 받아들인 모차르트와 같은 질풍노도 운동의 주류였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로맨틱한 분위기 이면에 내재된 광기와 시대의 아픔까지 느껴지도록 다듬어야 했다.

세계무대에서 이미 검증된 지휘자 저드의 공식적인 첫 만남은 떠들썩하기로 유명하던 두다멜의 LA필 취임 연주회와는 달리 지역에서 일반인의 관심까지 끌어들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향후 진정 대전을 아끼며 시민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열린 마음을 가진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가 ‘엘 시스테마’에서 영감받아 마이애미에서 아직도 진행하고 있는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대전에서도 시도하면 어떨까.

대전시도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먼저 열악하기 그지없는 대전예술의전당의 음향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의 내부 리모델링에 1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은 러시아의 예를 본받아야 한다. 전용홀이 어렵다면 기존 극장의 음향 개선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청중은 이미 음악 선진국의 콘서트홀의 그것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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