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보디가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7년 1월 1일 12:00 오전

2016년 12월 15일~2017년 3월 5일
LG아트센터

휘트니 휴스턴을 추억하는 방법

노래가 나올 때마다 탄성이 터져 나왔다. 라이선스 뮤지컬 ‘보디가드’의 공연장 풍경이다. 격동적인 반응의 원인은 물론 음악이다. 뮤지컬에 등장하는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들은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올 정도다. “웬 다이아~”라 들리는 후렴구 덕에 ‘보석가게(?) 노래’라고도 불리던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를 비롯해 ‘아이 해브 낫싱(I Have Nothing)’ ‘런 투 유(Run to You)’ 등 영화 음악들은 그 자체로 이미 전설이다. 뮤지컬 제작 소식에 영화 팬뿐 아니라 휘트니 휴스턴 추종자들까지도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다. 이번 우리말 무대는 웨스트엔드 버전에 투자사로 참여한 CJ E&M의 발 빠른 행보 덕에 비교적 이른 시차를 두고 국내 무대화가 추진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만족스럽다. 뮤지컬은 영화 음악뿐 아니라 휘트니 휴스턴의 글로벌 흥행 넘버들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영리함으로 치장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Greatest Love of All)’이나 ‘세이빙 올 마이 러브 포 유(Saving All My Love for You)’ ‘아이 워너 댄스 위드 섬바디(I Wanna Dance with Somebody)’ 등 주옥같은 그녀의 생전 히트곡들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인터미션 때 로비에서 소름이 돋았다는 관객들의 대화가 어깨 너머 들릴 정도다.

뮤지컬 ‘보디가드’는 무비컬과 주크박스 뮤지컬의 영리한 조합이다. 이야기 뼈대는 1992년작 빅 스크린 영화를 그대로 따르지만, 등장하는 노래들은 영화를 넘어 휘트니 휴스턴의 히트곡들을 전반적으로 폭넓게 활용한다. 철저히 상업화된 마케팅 전략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은 꽤나 차분하고 밀도 있으며 흥미진진하다. 쇼 위주인 브로드웨이 스타일이 아닌 셰익스피어의 전통이 은은히 묻어나는 웨스트엔드의 제작진이 주축을 이룬 배경 탓이다. 진중하고 묵직한 전개는 간혹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서스펜스와 스릴의 자극으로 적절한 긴장감과 템포를 유지해간다. 꽤나 원숙해 보이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영국 초연 무대에서 화제가 됐던 것은 여주인공 헤더 헤들리(Heather Headley)였다. ‘라이언 킹’에서 암사자 날라 역으로 데뷔해 ‘아이다’의 오리지널 캐스트로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그녀는 ‘보디가드’에서 휘트니 휴스턴의 환생 아니면 빙의라 불릴 정도로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우리말 무대에서는 가수 양파와 손승연, 뮤지컬 배우 정선아가 트리플 캐스트로 나온다. 세 명 모두 보고 싶을 만큼 만족도가 높다. 상대역인 보디가드로는 이종혁·박성웅이 등장한다. 무뚝뚝하지만 은근히 자상한 매력남의 모습이 꽤나 설득력 있다. 남자 주인공의 노래는 한 곡밖에 없고 그나마 음치를 연기하는 장면이라 용감하게 무대 나들이를 시도하게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재미있다.

세련된 무대 세트도 흥미롭거니와 웬만한 가수의 콘서트 같은 풍부한 음향 시설도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눈물을 글썽이게 한 것은 49세에 세상을 떠난 휘트니 휴스턴에 대한 추억이다. 그녀의 노래를 즐기고 음반을 모으며 성장한 세대라면 이 무대는 그 자체가 이미 감동적일 수밖에 없다. 울컥하는 마음에 절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놓치면 한참 후회할 것 같은 연말 최고의 무대다.

사진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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