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이끌 젊은 예술가’ 선정 10년-클래식 음악

추억의 기록을 들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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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7년 1월 1일 12:00 오전

‘객석’이 선정한 101인의 예술가 중 91인이 지난 10년간 남긴 흥미로운 말들을 다시 꺼내 분야별로 모았다.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된 소중한 이야기들 중 클래식 음악 분야의 기록을 들여다보았다

故 권혁주(바이올린) 2007년 선정
“가끔은 새벽에도 악기를 잡고 싶다. 하지만 호텔 같은 데서 그러면 욕먹지 않나. 원하는 시간에 연습할 수 없을 때 괴롭다.” “제발 좀 쉬고 싶다. 졸업하고 나면 연말까지는 집에서 푹 쉬고 싶다. 지난 2~3년을 너무 정신없이 보냈다.” 한 페이지에 전혀 다른 두 이야기가 담겼던 10년 전 그의 인터뷰. 그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마음으로 음악을 했는지 묻어나는,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문장들.

이보경(바이올린) 2007년 선정
“음악에도 모험이란 게 있다. 아마존 밀림을 탐험하는 것처럼 스릴과 위험, 아픔, 새로운 발견이 득실댄다.” 음악적 모험에 매력을 느낀다던 바이올리니스트 이보경은 클래식 음악이 과거에 박제되어 있지 않고 오늘날에도 살아 숨 쉰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2015년 10월에 펼쳐진 ‘바흐-보경 환타지아…ing’에서 그녀는 바흐의 작품을 토대로 자신이 작곡한 곡들을 선보였다. 또 어떤 작곡가와 ‘ing’할지, 그녀의 모험을 기대한다.

김민진(바이올린) 2008년 선정
2008년 유망주 선정 이후 그해 봄 한국 연주를 가졌고, 현재까지 한국 무대에서 볼 수 없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진. 그런 그녀가 2010년, 세계를 들썩이게 한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1696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분실한 일이다. 20억 원을 호가하는 이 악기를 김민진은 런던에서 도난당했고, 3년이 지나서야 영국 경찰에 의해 온전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입을 꾹 닫고 활동을 자제하던 그녀는 2017년 봄, 이 사건을 미국 출판사 바이킹 프레스에서 책으로 발간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살면서 음악을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던 그녀를 무대에서 다시 보고 싶다.

장유진(바이올린) 2008년 선정
“자기도취에 빠지지 않고 정확하면서 낭만적이고 힘이 넘치는 연주.” 당시 열여덟의 장유진은 자신이 선보이고 싶은 음악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났고, 크게 달라지지 않은 외모의 그녀는 자신이 말한 것에 풍부한 표현력까지 더해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고 있다. 2015년부터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장유진은 2016년 센다이 콩쿠르 우승이라는 낭보를 전했다.

김수연(바이올린) 2009년 선정
“무엇보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절망감을 다스리는 법과 스스로 발전시키는 마음을 키워나가야 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은 2009년 인터뷰 당시 ‘내 인생 최대의 라이벌’을 묻는 질문에 이와 같이 답했다. 험난한 음악계에서 자신을 지키는 법을 일찍부터 알았던 것일까. 김수연은 지난해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작품 전곡 연주를 통해 음악적 깊이를 다시금 증명해냈다. 그녀의 ‘정공법’이 앞으로도 기대된다.

최예은(바이올린) 2009년 선정
“내 연주를 듣고 곧바로 뭐라 얘기할 수 없는 깊은 감동을 주고 싶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감동 말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은 2014년 세계적인 클래식 매니지먼트 회사인 IMG와 계약하는 등 전 세계를 오가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안네 조피 무터의 애제자’라는 수식어는 더 이상 그녀의 ‘1번 별명’이 아닐 터. “더욱 열정적으로 나를 정복하고, 그것을 음악으로 나타내고 싶다”던 최예은의 음악은 그녀의 말처럼 열정으로 가득하다.

박혜윤(바이올린) 2010년 선정
2009년 17세의 나이로 뮌헨 ARD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박혜윤은 “정확성이 돋보이는 연주자라는 말은 죽어도 듣고 싶지 않다. 자유가 느껴지는 연주자, 모험을 즐기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며 자신의 음악관을 당차게 드러냈다. 그로부터 4년 뒤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되어 12년 만의 한국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른 그녀는 현재 독일의 콘체르트 디레크치온(음악 매니지먼트) 슈미트 소속으로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녀를 다시 만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면 좋겠다.

클라라 주미 강(바이올린) 2011년 선정
처음으로 자신이 프로임을 느꼈던 순간을 묻자 “악기 없이 한 번도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라고 대답했던 클라라 주미 강. 현재 뮌헨에 거주하는 그녀는 유럽 각국을 돌며 연주를 하면서 바쁜 2017년을 보낼 예정이다. 기돈 크레머와 발레리 게르기예프 등 명장들의 이름이 클라라 주미 강의 홈페이지 ‘Upcoming Concerts’ 스케줄에 적혀 있다.

한빈(바이올린) 2011년 선정
‘줄리아드 출신, 이츠하크 펄먼의 제자’라면 누구보다도 정통 바이올리니스트의 길을 걷겠거니 생각하지만, 한빈의 퍼포먼스는 상상 그 이상이다. 개성 넘치는 헤어스타일과 화장을 한 채 독특한 패션으로 무대에 서는 한빈. ‘아마데우스 레오폴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그는 2013년 멜트다운 페스티벌(매년 런던에서 열리는 전방위적 예술축제)에 참여하는 등 독창적인 행보를 멈추지 않는다. “나는 다른 바이올리니스트와 다르다. 내 음악은 비주얼 아트·안무·무대·의상을 통해 온몸으로 표현된다. 나는 완전히 새로운 장르다.”

김다미(바이올린) 2013년 선정
2012년 하노버 요아힘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을 거머쥔 김다미는 2015년 루체른 페스티벌 리사이틀을 통해 국제무대에 다시 한 번 이름을 알렸다. 작품에 담긴 의미와 감성을 탐구하길 즐기는 젊은 바이올리니스트의 발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작곡가 개인의 성향과 생각이 작품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지 않나. 연주자는 그 창조물을 통해 내면의 세밀한 감성들을 찾아내는데, 이것이 연주자의 특권이라 생각한다.”

김봄소리(바이올린) 2014년 선정
“‘어떤 마음으로 임하는가’에 따라 콩쿠르는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출전한 것은 다소 무리한 도전이었지만,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욕심만으로 무대에 서고, 실패 경험이 계속 쌓이면 점점 위축되게 마련이다. 어떤 결과도 담담히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유망주 선정 당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차이콥스키 콩쿠르 입상 경력이 있던 김봄소리는 2016년 몬트리올 콩쿠르·앨리스&엘리노어 쇤펠드·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에 참가해 모두 입상했다. 그녀의 도전 정신에 입이 떡 벌어질 즈음 2016년 12월 ‘챌린징 타임’이라는 제목으로 리사이틀을 선보였고, 당당함과 여유로운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윤소영(바이올린) 2015년 선정
“한국에 갈 때면 항상 책을 여러 권 사온다. 12년 넘게 유럽에 살면서 가족과 통화할 때 말고는 한국어를 쓸 일이 없는 내게 책은 한국어를 잊지 않게 하는 선생님 같은 존재다.” 스위스 바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또 솔리스트로 전 세계를 돌며 연주하는 윤소영의 시계는 누구보다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그녀의 음악과 그것을 사랑하는 청중이야말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그녀를 지탱하는 원동력이리라.

양인모(바이올린) 2016년 선정
“바이올린은 여섯 살 때 처음 접했다. 대학생 누나에게서 바이올린을 배웠는데, 그 누나를 좋아해 잘 보이고 싶어 열심히 연습했다.” 2015년 프레미오 파가니니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린 양인모.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에 재학 중인 그는 2016년 4월, 카네기홀 웨일홀 데뷔 무대를 치르고, 11월에는 보스턴의 심포니 홀에서 벤저민 잰더 지휘로 보스턴 필하모닉 유스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등 진취적인 미국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앳된 외모의 스물두 살 청년은 바이올린을 통해 다양하게 얼굴을 바꾸며 다채로운 빛을 내고 있다.

이수빈(바이올린) 2016년 선정
유망주로 선정되었던 지난해, 당시 열여섯 나이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던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빈. 2014년 뉴욕 영 콘서트 아티스트(YCA) 오디션에서 최연소 우승해 미국 공연 기회를 얻었지만, 16세 이후에만 가능하다는 규정 때문에 미루었던 미국 공연을 2016년에 모두 갖게 되었다며 설레어 하던 그녀는, 뉴욕·워싱턴·뉴저지·플로리다에서의 공연을 모두 훌륭하게 치렀다.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연주를 마칠 때마다 한 단계씩 성장하는 기분이 든다”던 그녀는 일 년 새 훌쩍 성숙했다. 그녀는 1706년산 지오반니 그란치노를 사용하다 얼마 전부터 1794년산 과다니니를 연주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한나(비올라) 2015년 선정
“때때로 비올라를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꼭 나 자신처럼 느껴진다.”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과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 등을 통해 유연한 협주를 단련해온 비올리스트 이한나. 또래 연주자들과 호흡을 맞추는 일에 애정을 갖고 있는 그녀는 2016년 금호아트홀에서의 리사이틀을 통해 솔리스트로서 매력도 잊지 않고 발산했다.

이정란(첼로) 2010년 선정
“아주 어릴 때 모리스 장드롱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음반을 집중해 듣는 것을 아버지가 보고 여섯 살이 되던 해에 첼로를 선물해주셨다”던 첼리스트 이정란. 2015년 초, 부수석으로 활동하던 서울시향을 나와 홀로서기를 한 그녀는 같은 해 여름, 바흐 무반주 모음곡 리사이틀로 자신의 진심을 고백했다. 최근 이정란은 2011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트리오 제이드의 멤버로서 슈베르트 실내악 콩쿠르(2015)·트론하임 실내악 콩쿠르(2015)에서 입상하는 등 실내악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이상은(첼로) 2015년 선정
첼리스트 이상은은 2014년 영 콘서트 아티스트(YCA) 오디션에 우승을 차지하고 YCA 소속 연주자로 활동하며 미국을 중심으로 연주를 펼치고 있다. “예술은 삶이 힘들고 외로울 때 하늘에서 주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선물 같은 것”이라고 했던 그녀의 말처럼, 연주를 하는 스스로와 그것을 듣는 청중 모두가 따뜻한 선물 같은 음악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

성민제(더블베이스) 2008년 선정
“연주에 몰입한 청중의 시선과 마주할 때 ‘아, 내가 프로 연주자가 되었구나’ 하고 느낀다. 반면 청중의 차가운 시선을 느낄 때는… 그야말로 음악을 그만두고 싶다.” 무대 위 관객들과의 소통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던 베이시스트 성민제. 이러한 마음가짐은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한 듯 보인다. 최근 그는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과 음반 ‘언플러그드’(2016)를 발매하고 함께 무대에 서는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황호규(재즈 더블베이스) 2014년 선정
“나는 재즈를 연주하는 사람이지만 클래식 음악·팝·록·힙합·국악 등 모든 장르의 음악에 관심이 있다. 열정이 있는 예술가와의 만남을 늘 꿈꾼다.” 버클리 음대, 몽크 인스티튜트에서 공부한 베이시스트 황호규는 흥미로운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에는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 데뷔 10주년 콘서트,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 조수미 가요 음반 ‘그.리.다’에 참여했고, 피아니스트 허대욱·드러머 이상민과 트리오 공연을 가졌다. 개인 음반을 준비하고 있다던 그가 곧 흥미로운 결과물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최나경(플루트) 2007년 선정
“커티스 음대에 들어갈 당시 열여섯 살이었다. 음악가가 된다는 것은 과연 뭘까, 자신에게 수없이 묻고 또 물었다. 그 아이가 여전히 내 속에 들어 있다.” 마음속에 16세 소녀를 품은 채 음악의 길을 걸은 최나경은 현재 행복한 프로 음악가의 삶을 살고 있다. 2007년의 목표를 묻자 “건강 챙기는 것, 멋진 남자친구까지 생기면 금상첨화”라고 답하던 그녀의 곁엔 이제 멋진 오스트리아인 남편이 함께한다.

조성현(플루트) 2013년 선정
“초등학교 2학년 무렵 보았던 에마뉘엘 파위의 첫 내한 공연. 첫 곡 풀랑크의 소나타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이후 얼마 동안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졌다. 그날의 연주곡 CD는 한동안 잠들 때마다 들을 정도였다.” 대선배 파위를 동경하며 음악가의 꿈을 키운 조성현은 2015/2016 시즌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플루트 수석으로 활동했다. 오보이스트 함경·클라리네티스트 김한 등과 함께 결성한 파이츠 퀸텟 역시 카를 닐센 실내악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한(클라리넷) 2009년 선정
13세 소년 김한은 “연습만 하려면 등장하는 항상 게으르고 졸린 또 다른 나”를 가장 큰 라이벌로 꼽았다. “연습 때보다 무대에 설 때 훨씬 신이 나고, 관객이 적을 때보다 많을 때 더욱 흥분되고 음악에 몰입할 수 있는 스스로를 보면 언젠가 진정한 프로가 될 것 같다”며 어른 음악가의 삶을 꿈꾸던 소년 김한은 이제 20대 초반의 어엿한 프로 연주자가 됐다. 지난해 자크 랑슬로 클라리넷 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그의 라이벌은 여전히 그대로일지, 혹은 새로운 라이벌이 나타났을지 궁금하다.

김상윤(클라리넷) 2015년 선정
“연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농구·축구·볼링·탁구 등 각종 스포츠를 즐기는 ‘예’와 ‘체’에 ‘능’한 스물아홉 살 청년입니다.” 스포츠 마니아답게 액티브한 포즈로 커버 촬영에 임했던 김상윤. 2012년 자크 랑슬로 클라리넷 콩쿠르에서 1위를 차치했던 그는 2015년 프라하의 봄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다시금 실력을 입증했다. 2017년 7월에는 그의 2002년 데뷔 무대였던 금호아트홀에 다시 돌아와 한층 성숙한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권민석(리코더) 2010년 선정
리코더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리코더 전공이 없어 음악 이론으로 서울대에 진학한 리코더리스트 이후 권민석은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 음악원에서 라인마리 페르하겐을 사사했다. 최근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권민석이 암스테르담 음악원에서 지휘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 2010년 당시 인터뷰에서 “내 연주를 들은 후 무언가를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었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던 그가 오케스트라 사운드로서 어떤 묵직한 울림을 전해줄지 궁금하다.

한문경(타악기) 2015년 선정
“사진 찍기를 즐겨 하고, 온갖 기계의 매뉴얼 읽기를 좋아한다. 지도를 ‘독서’하고, 악보도 ‘독서’하는 마음으로 들여다본다.” 유망주로 선정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타악기가 중심이 되는 공연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띈 이름, 한문경. 독보적인 젊은 퍼쿠셔니스트 중 한 명인 그녀는 독주와 앙상블, 협연 등 다양한 포맷의 공연을 적극적으로 즐기며 음악을 읽어나가고 있다.

김선욱(피아노) 2007년 선정
“예술가로서 난 이제 막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피아노 레퍼토리는 무궁무진하고, 그 음색은 세상 모든 빛깔을 담고 있다.” 2006년 리즈 콩쿠르에서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 역대 최연소 우승해 국제무대의 수면으로 떠오른 김선욱은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라는 수식어를 뛰어넘어 레퍼토리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김선욱은 현재 아내와 아들과 함께 런던에 거주 중이며, 독일 가곡 반주에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김준희(피아노) 2008년 선정
“내 음악의 나이는, 나와 같은 열여덟 살이다.” 연주마다 자신의 현재 모습을 투영한다는 피아니스트 김준희. 2007년, 17세 나이로 롱 티보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자신이 연주하는 음악의 나이는 몇 살인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2009년 백건우·김태형·김선욱과 한 무대에 서고, 2014년 앙상블 오푸스가 주관하는 젊은 연주자 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연주회를 가졌다. 스물일곱인 그의 음악을 올해에는 더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김태형(피아노) 2008년 선정
피아니스트 김태형의 연주는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듣는 이로 하여금 호감을 느끼게 한다. 본질에 다가가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그는 유망주 선정 이후 2010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출전해 5위에 이름을 올렸고, 이후 바인슈타트 매니지먼트와 계약했다. 현재 솔로 활동과 더불어 이지혜(바이올린)·자무엘 루츠커(첼로)와 트리오 가온을 결성해 실내악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진실은 통한다.” 그가 늘 하는 말처럼 그의 진심은 무대에서 늘 통한다.

지용(피아노) 2009년 선정
참신한 시도들로 강렬한 인상을 전하는 피아니스트 지용. “클래식 음악 외의 다른 장르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언젠가 타 장르 음악가들과 작업해보고 싶다”던 그는, 유망주 선정 이후 일본 일렉트로닉 뮤지션 프리템포와 협업을 하고 자신이 연주한 바흐 ‘샤콘’에 맞춰 직접 춤을 추는 뮤직비디오를 선보이는 등 그 꿈을 실현하고 있다. “연주를 통해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특권이다.”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움을 추구해온 지용은 앞으로도 그 ‘특권’을 계속 누릴 듯하다.

임효선(피아노) 2010년 선정
2010년 유망주 선정 인터뷰 당시 “카잘스 현악 4중주단 멤버인 아벨·아르나우 토마스 형제와 루트비히 트리오를 결성해 베토벤 작품을 녹음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던 피아니스트 임효선은 그해 산타 콜로마 데 그라메네트의 홀에서 트리오 작품, 2013년 라코루냐의 오페라극장에서 빅토르 파블로 페레즈/갈리시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트리오를 위한 협주곡 작품을 녹음해 발매(Aglae Música)했다. 현재 그녀는 국내외 연주회 무대에 오르며 경희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김다솔(피아노) 2011년 선정
“학교에서 연습하다 혼자 너무 화가 나 공원에 나와 해질 때까지 책만 읽었던 적이 있다. 존경하는 사람은 어머니와 우치다 미쓰고, 다니엘 켈만,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프치히와 하노버 등 독일에서 오래 공부하며 풍부한 예술적 감수성을 키워온 그는 2013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도입한 상주음악가 시스템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됐다. 이후 2015년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한 데뷔 앨범에는 서정성 짙은 슈만을 담았다.

벤 킴(피아노) 2011년 선정
“어릴 때는 건축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현재는 다른 영역에서 일종의 건축가로서 꿈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2006년 제55회 ARD 콩쿠르 우승으로 음악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한국계 미국인 피아니스트 벤 킴. 거의 매년 한국 무대를 밟는 그는 독주뿐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베로니카 에베를레 등과의 듀오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 영역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이진상(피아노) 2012년 선정
피아니스트 이진상은 ‘공장으로 간 피아니스트’라 불리기도 한다. “직접 제작하고 준비한 악기로 연주하는 무대를 꿈꾼다”던 그는 스타인웨이 오스트리아에서 테크니션 슈테판 크뉘퍼에게 악기 제작에 대해 배우고, 스타인웨이 함부르크 본사로 날아가 피아노 제작 과정에 몸담았다. 나무를 고르는 과정부터 마감까지, 완벽한 소리를 위한 연구에 참여했던 경험은 그의 음악적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큰 몫을 했다.

임현정(피아노) 2012년 선정
“예술이란 인류의 영혼을 성숙케 하고, 인생에서 가장 핵심적인 본질을 탐구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통해 나의 내면을 탐구하며 다른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
음악의 본질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던 임현정은 베토벤·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곡과 성담스님의 ‘범패’의 ‘짓소리’를 교차한 프로그램으로 연주회를 갖고, 프랑스 출판사 알방 미셸에서 에세이집 ‘침묵의 소리’를 발매하는 등 독특한 행보를 이어가며 자신의 음악과 영성에 깊이를 더하고 있다.

윤홍천(피아노) 2013년 선정
“독일의 어느 기자는 나를 ‘cosmopolite(범세계적인)’로 정의해줬지만, 난 ‘wanderer(방랑자)’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늘 변화를 꿈꾼다. 호기심을 가지고 살고 싶다.”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수학한 윤홍천은 모험을 즐기는 ‘방랑 음악가’로 살고 있다. 방랑이 거듭될수록 그의 음악은 깊어져가는 듯하다. 2013년부터 욈스 클래식스와 작업 중인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 프로젝트는 5년 간 총 5개 음반을 녹음하는 계획으로 현재 세 번째 음반까지 발매한 상태다.

한지호(피아노) 2016년 선정
2016년 1월 ‘객석’ 유망주로 선정된 한지호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소식을 전해왔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4위에 이름을 올린 것. 그는 “그동안 많은 콩쿠르에 참가하며 결과는 내 손에 달린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전부”라며 콩쿠르에 대한 덤덤한 철학을 밝힌 바 있다. “콩쿠르에 떨어지면 속상하지 않느냐고들 하는데 난 한두 시간 멍하니 있다가 자고 일어나면 멀쩡해지는 편이다. 다음 날부터 도시 구경하며 논다.” 음악 앞에서 욕심 부리지 않고, 기회를 감사히 여기는 그는 진정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연주자다.

피아노 듀오 베리오자 2016년 선정
“언니인 전현주는 화려한 테크닉과 웅장함, 동생인 전희진은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연주에 강해요.” 세 살 터울의 자매 전현주·전희진으로 구성된 피아노 듀오 베리오자는 1995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유학 생활을 함께하다 스승인 알렉산드르 산들레르의 권유로 1997년 듀오를 결성했다. 러시아의 자작나무를 뜻하는 ‘베리오자’를 팀 이름으로 지은 만큼 꾸준히 러시아의 정통 피아니즘을 관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아벨 콰르텟 2016년 선정
“우리에게 음악은 마치 에펠탑과도 같다. 멀리서 바라보는 에펠탑과 바로 밑, 중간 정도 올라갔을 때, 또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에펠탑이 모두 다른 모습이듯, 우리의 음악도 나이를 먹어가며 계속 얼굴을 바꿀 것이다. 끝이 어딘진 모르겠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싶다.” 2016년 11월 스위스 제네바 콩쿠르 3위 수상 소식을 전해준 아벨 콰르텟. 윤은솔·김세준·조형준과 새로운 멤버 박수현은 에펠탑 계단을 한 걸음 더 올랐다.

이동규(카운터테너) 2007년 선정
“‘가슴으로 와 닿는 노래’라는 평이 ‘최고 아티스트’ 같은 호칭보다 좋다.” 우리나라에선 흔치 않은 ‘카운터테너’라는 길을 개척한 이동규는 2007년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에서 한국인 카운터테너로선 최초로 오페라 ‘라다미스토’의 주역으로 발탁된 후 북미와 유럽 각지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2016년 국립오페라단이 올린 비발디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 국내 초연에 아르질라노 역으로 한국 관객과 만났다.

양태중(바리톤) 2014년 선정
“데뷔 공연 때는 공연 내내 지휘자만 봤다. 끝날 즈음 되니 관객이 보이더라. 어둠에 대고 소리를 지른 것과 다름이 없었다.” 2008년 빈 슈타츠오퍼에서 데뷔 무대를 치르고, 2009/2010시즌부터 빈 슈타츠오퍼 전속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바리톤 양태중. 8년이 지난 현재 그는 빈 슈타츠오퍼 무대에서 자연스럽고 자유롭다. 작품에 완전히 동화되어 관객과 교류하는 그는 최근 ‘돈 조반니’ 마제토 역, ‘마농 레스코’ 레스코 역, ‘베르테르’ 알베르 역으로 출연했다.

이명주(소프라노) 2015년 선정
“사춘기는 온통 숨고 싶다는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대에서 받는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움으로 인식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그들의 시선에 나를 맞추고 있다는 것 알게 됐고, 스스로 다독일 줄 알게 된 후로는 무대에서 자유로워졌다.” 린츠 주립극장의 주역가수로 여러 시즌을 소화한 이명주는 2016/2017 시즌을 끝으로 극장을 떠나 프리랜서로 새롭게 출발할 예정이다. 3월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자유롭게 날아오를 그녀를 기다려본다.

박혜상(소프라노) 2016년 선정
“줄리아드 음악원에 입학하기 전 두 번의 실패를 맛보았을 때 ‘내 노래 인생은 여기까지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시작’을 들려주었던 소프라노 박혜상이 2017년 2월, 드보르자크 오페라 ‘루살카’의 숲의 전령1 역으로 정식 메트 데뷔를 앞두고 있다. 2016년 12월, 국립오페라단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역으로 한국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그녀는 또 다른 ‘시작’을 앞두고 있다.

최수열(지휘) 2012년 선정
앙상블 모데른과 공동 작업을 하고, 서울시향 ‘아르스 노바’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등 현대음악 전문 지휘자로 잘 알려진 최수열은 유망주 선정 당시 “어릴 때는 현대음악을 지독히 싫어했다”고 말했다. “음악가로서 대를 이어야 한다는 부담감, 타의에 의한 지속적인 현대음악 감상이 나를 음악과 더욱 멀어지게 했지만, 편견을 버리고 악기 소리와 가까워지며 현대음악 분야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지휘자가 되었다.” 현재 최수열은 “좋은 작곡가가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힘쓰고 싶다”는 꿈을 이루며 차근차근 발전해가고 있다.

아드리엘 김(지휘) 2013년 선정
“바이올린을 배운 것이 아깝지 않느냐고? 전혀!” 대학교 4학년까지 바이올린을 전공한 아드리엘 김은 빈 국립음대에서 바이올린과 지휘 복수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바이올린 대신 본격적인 지휘의 길에 접어든 그는 2009년 파눌라 지휘 콩쿠르 3위에 입상했다. 당시 만났던 지휘자 크리스토프 포펜이 그를 주목해 2010/2011 시즌 도이치 라디오 필하모닉의 부지휘자에 임명한 만큼 실력을 인정받는 지휘자다.

김택수(작곡) 2011년 선정
“화학부 졸업이 한 학기 남았을 때, 음악에 대한 열정을 미련으로 남겨둔 채 졸업하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가을학기부터 작곡과 수업을 청강했다. 수업을 듣는 내내 벅차오르던 감정이 이게 내 길이라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서울대 화학과와 작곡과를 졸업한 특이한 이력으로 눈길을 끈 김택수는 그 여정만큼이나 다양한 시도를 악보 위에 풀어놓는 작곡가다. 2014~2016년 코리안심포니의 상주작곡가로 활동한 동시에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리컴포즈’ 프로젝트에 참여해 국악 작곡에도 손을 뻗었다.

전민재(작곡) 2013년 선정
“나는 지나간 수세기와 앞으로 다가올 수세기 사이에 속해 있는 수많은 음악가 중 한 명인 작곡가 전민재다.” 26세 작곡가의 자기 선언은 당돌하면서도 묘한 울림을 준다. 2010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작곡 부문 최연소 1위를 차지한 전민재. 2012년에는 더하우스콘서트의 ‘프리, 뮤직 페스티벌’에 참여해 일주일 동안 전국 곳곳의 문예회관 23곳에서 공연을 펼친 바 있는 그는 실험적인 무대를 즐기며 현시대에 자신의 이름을 차곡차곡 기록하고 있다.

서홍준(작곡) 2015년 선정
“어쩌면 음악을 한다는 것은 알몸으로 무대에 서는 것과 같다. 그만큼 나에 대한 믿음과 용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12년 퀸 소피아 작곡상 대상을 차지한 서홍준. 당시 그의 작품 ‘만달라스’는 경합자가 없어 사실상 만장일치로 그랑프리 수상곡으로 선정됐다. 현재 그는 대진대 문화예술콘서바토리 주임교수이자 지휘자로도 활동하며 자신의 음악에 대한 믿음을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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