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시 서거 100주년-4 드뷔시의 고향 프랑스의 다양한 행사들

SPECIAL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2월 10일 4:48 오후

파리 국립 오페라단의 ‘펠리아스와 멜리장드’ ©Charles Duprat

 

 

 

 

 

 

 

 

 

 

 

 

 

간혹 작곡가의 한 문장이 자신의 음악의 본질을 그대로 고백하는 경우가 있다. 드뷔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그의 말은, 그가 했던, ‘나는 나 자신을 기쁘게 하는 음악을 쓸 뿐이다.’라는 말과 더불어 그의 음악의 실체를 명료하게 드러낸다. 드뷔시에 따르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아름다움은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름다움과 기쁨을 동일한 것으로 생각한, 프랑스의 에스프리를 음악으로 가장 잘 표현한 작곡가는 분명히 클로드 드뷔시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음악을 통해서 프랑스적인 에스프리를 전 세계에 알렸다.
한 예술가의 서거 100주년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많은 예술가가 살아생전에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역사에 오랫동안 남을 예술가들은 사후 100주년이 되는 시기가 일종의 분기점이 되는 경향이 있다. 소위 말하는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기점인 것이다. 드뷔시도 살아생전에는 인정받기 위해 투쟁해야만 했다. 그러나 드뷔시의 서거 100주년인 올해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는 그다지 호들갑스럽지 않다. 드뷔시는, 이들에게는 이미 너무나 중요한 작곡가가 되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펠리아스와 멜리장드’는 매년 프랑스의 수많은 오페라 극장에 올려지고, 그때마다 프랑스 청중들은 열광한다.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은 수많은 프랑스 오케스트라들이 매년 여러 차례 빠짐없이 연주하는 레퍼토리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들에 대한 사랑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물론 드뷔시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연주회와 행사들이 마련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드뷔시를 재발견하기 위해서 100주년이 특별히 필요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드뷔시는 이미 너무나 중요한 작곡가가 되어 있으므로.

 


파리에서 만나는 알랭 플라네의 드뷔시

피아니스트 알랭 플라네는 이미 잘 알려진 드뷔시 음악의 권위 있는 해석자이다. 그의 음악적 행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수많은 과거의 대가 음악가들과 유사하다. 화려한 연주로 개인의 영광을 추구하는 오늘날의 연주자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화가이자 음악애호가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플라네는 회화와 문학에 깊이 있는 이해를 지니고 있다. 5살에 피아노를 시작하고, 8살에 처음으로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했을 정도로 음악에 재능을 보인 그는 파리 음악원을 마치고 미국으로 떠났다. 메나헴 프레슬러, 죄르지 셰뵈크와 피아노를 공부했고, 윌리엄 프림로즈, 야노스 슈타커 등과 함께 미국·유럽에서 연주하는 등 그때의 시간과 경험은 그에게 음악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단순히 뛰어난 피아니스트로서 뿐만 아니라, 실내악과 반주, 그리고 교사로서의 경험을 모두 갖추고 프랑스로 돌아온 플라네는 피에르 불레즈의 요청으로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의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기도 했다. 오늘날 살아있는 피아니스트들 가운데 플라네만큼 풍부하면서도 모든 분야의 다채로운 경험을 쌓은 이는 드물다고 말할 수 있다.
플라네는 1월 27일, 파리의 시테 드 라 뮈지크에서 그곳에 소장된 악기들로 드뷔시의 피아노 작품을 연주했다. 그는 이날 ‘드뷔시와 프랑스의 거장들’이라는 부제 아래 드뷔시의 작품뿐만 아니라 쿠프랭과 라모의 작품을 함께 연주하며, 드뷔시에게 영향을 준 프랑스의 두 명의 바로크 시대 작곡가의 작품과 그의 작품들을 비교해 볼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시간을 선사했다. 플라네는 쿠프랭과 라모의 작품은 1959년에 제작된 플레옐 클라브생으로, 드뷔시의 작품은 1891년에 제작된 에라르 피아노에서 연주했다.
3월에는 사흘에 걸쳐 드뷔시의 피아노 작품 전곡을 라디오 프랑스의 오디토리움에서 연주하고, 피아노가 포함되는 드뷔시의 실내악 작품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가들과 연주할 예정이다. 플라네는 다양한 시대의 건반악기들을 폭넓게 접하고, 드뷔시의 작품들을 그 시대의 피아노로 연주·녹음했다. 알랭 플라네의 드뷔시 피아노 작품 전곡 연주는 올해 드뷔시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연주회 가운데서도 중요하며, 역사적인 공연이 될 것이다.

 


드뷔시를 향한 다양한 시선

파리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 태생의 피아니스트 모모 코다마는 일본과 프랑스, 두 나라의 문화적 바탕에 뿌리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 코다마는 메시앙의 피아노 작품 해석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파리의 메시앙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초대되기도 했다. 그녀는 최근 호소가와와 드뷔시, 두 작곡가의 작품들을 ‘점, 선’이라는 부제로 녹음한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음반에서 그녀는 동양인으로서의 소리에 대한 인식과 음악적인 깊이를 드러내고 있다. 소리가 침묵으로부터 만들어지고, 또한 소리는 침묵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침묵(탄생)-소리(삶)-침묵(죽음)’을 이 음반을 통해 전하고 있다. 프랑스 작곡가에 대한 코다마의 해석은 이미 유럽의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의 매우 명료한 음색과 아티큘레이션은 그녀의 피아니즘을 입증하는 한 요소로 이미 인정을 받았다. 코다마는 프랑스 배우 파스칼 르네릭과 함께 드뷔시의 해를 기념하는 특별한 순회공연을 올해 할 예정이다. 음악과 문학의 만남에 프랑스의 많은 애호가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프랑스와 유럽에서 주목받는 지휘자가 된 막심 파스칼은 특이한 경력을 지닌 음악가이자 지휘자이다. 본래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이었던 그는 파리국립음악원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공부하고, 재학 시절 현대음악을 주로 연주하는 앙상블 단체 ‘르 발콩(Le Balcon)’을 창단했다. 당시 음악원의 동기들을 모아서 시작한 이 앙상블은 현재 독자적인 앙상블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르 발콩’ 역시 편곡과 참신한 프로그램으로 올해 드뷔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프랑스 피아니스트 필립 카사르는 언변 좋기로 알려진 프랑스 음악가들 가운데서도 단연 최고에 속한다. 그는 프랑스 뮈지크의 라디오 진행자로서도 매우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과거에 슈베르트에 관한 독특한 전기를 출판해 상당한 호응을 얻기도 했었다. 올해 카사르는 드뷔시에 관한 독특한 전기를 출판할 예정이다. 드뷔시의 삶에 관한 여러 가지 여담과 그의 작품에 대한 분석을 적절하게 배합해, 어쩌면 조금 단편적일 수도 있지만, 독자들이 드뷔시에 관한 하나의 초상화를 그려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한, 그는 과거에 녹음한 드뷔시 피아노 작품 전곡을 다시 발매할 예정이며,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와 드뷔시의 기념하는 연주회를 기획하고 있다.
프랑스 음악의 대사라고 불리는 피아니스트 파스칼 로제는 드뷔시의 작품 해석에 있어서 세계적인 인정과 명성을 얻은 피아니스트이다. 아직 올해 연주 일정이 구체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드뷔시의 작품이 연주회의 중심 프로그램을 이루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와 더불어 파스칼 로제의 격찬을 받은, 이탈리아 태생의 피아니스트 바네사 베넬리 모젤이 최근 드뷔시의 피아노 작품집을 발표했다. 매우 어린 나이에 피아노를 시작해 음악적인 경험과 폭을 넓혀온 그는 감각적인 연주로 청중과 소통하고 있다. 모젤의 드뷔시는 새로운 세대의 해석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프랑스에서 만나는 다양한 기념행사

필하모니아 드 파리에서 열린 바렌보임의 드뷔시 서거 100주년 기념 독주회

 

 

 

 

 

 

 

 

 

 

 

 

 

 

 

파리 필하모니와 시테 드 라 뮈지크(Cité de la musique)는 1월 27일과 28일, 이틀간의 주말에 드뷔시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에 행사를 마련했다. 첫날에는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의 전주곡’을 바탕으로 이야기와 안무를 구성한 공연이 마련되었다. 안무는 논 보바(Non Vova) 무용단이 ‘목신의 오후의 전주곡’에 맞춰 새롭게 선보였다. 같은 날 오후에는 ‘드뷔시와 러시아’라는 부제의 연주회가 파드루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열렸다.
베르트랑 드 빌 리가 이끄는 파리 음악원 오케스트라는 ‘펠리아스’를 주제로 드뷔시 ‘펠리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 쇤베르크의 ‘펠리아스와 멜리장드’, 포레의 ‘펠리아스와 멜리장드’를 선보였다. 마테를링크의 ‘펠리아스와 멜리장드’로 인해 탄생한 대표적인 세 작곡가의 작품을 한 연주회에서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의 독주자들은 드뷔시와 불레즈의 만남을 가상으로 꾸민 공연 ‘무슈 크로슈와 그의 분신’을 마련했다. 드뷔시는 ‘무슈 크로슈’라는 필명으로 음악평론을 했는데, 이는 그에게 상당히 진지한 활동 가운데 하나였고, 어느 정도의 수입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27일과 28일, 이틀간 진행된 이 공연은 드뷔시와 불레즈의 만남을 문화적인 관점에서 추측할 수 있는 성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레 디소낭스 앙상블(Ensembles Les Dissonances)은 ‘비바 스페인’이라는 주제로 드뷔시 ‘이베리아’, 랄로 ‘스페인 교향곡’ 등을 연주했고, 28일에는 파리 오케스트라와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의 연주자들이 드뷔시와 스티브 라이히의 실내악 작품을 함께 선보였다. 시대 악기를 바탕으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레 시에클(Les Siècles)은 드뷔시의 ‘바다’와 ‘녹턴’, 그리고 불레즈의 ‘의식’을 선보였다.
일 드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는 ‘드뷔시와 로마’라는 주제로 공연하고, 다니엘 바렌보임은 1월 19일 드뷔시 전주곡집 1권 연주를 시작으로, 올해 파리 필하모니에서 드뷔시의 피아노 전주곡 전곡 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프랑스 작곡가의 멜로디 해석에 일찍이 열의를 보여온 소프라노 산드린 피오도 오는 2월 1일, 오르세 미술관에서 드뷔시를 주제로 한 연주회를 개최한다.
특별히 파리 필하모니에서는 ‘클로드 드뷔시, 프랑스의 클로드’를 제목으로 드뷔시의 음악 세계를 깊이 있게 조명하는 강연을 모두 9차례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 가장 프랑스적인 에스프리를 지닌 작곡가인 동시에 매우 혁신적인 음악언어를 선보였던 드뷔시는 시·회화·무용 등 동시대의 모든 예술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드뷔시에 정통한 음악학자들의 강연을 통해 드뷔시의 예술세계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드뷔시의 해를 여는 오케스트라들

드뷔시 박물관 풍경 ©OTI SGBS

 

 

 

 

 

 

 

 

 

 

 

 

파리 오케스트라는 드뷔시를 기념하기 위한 특별 주간을 설정해 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창단 연주부터 지난해 파리 오케스트라 창단 50주년 기념 음악회까지, 여러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드뷔시의 ‘바다’를 연주할 만큼 파리 오케스트라와 드뷔시는 떼놓을 수 없는 관계다. 오케스트라는 1월 31일과 2월 1일, 지아난드레아 노세다의 지휘로 드뷔시의 ‘영상’을 연주하고, 6월 9일과 10일에는 프랑스 지휘자 파비앙 가벨과 ‘카마(Khamma)’를 연주할 예정이다.(‘카마’는 이사도라 덩컨의 라이벌이었던 무용수 모드 앨런이 드뷔시에게 위촉한 발레 음악으로, 거의 연주되지 않는 작품 중 하나이다.)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는 드뷔시의 해를 기념하는 다양한 연주회를 기획했다. 3월 24일을 시작으로 25일에는 작가 피에르 상쥐가 드뷔시의 음악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를 어린이들에게 들려주는 음악회를 선보인다. 4월 3일에는 프랑스 디종의 오디토리움에서 ‘경계를 넘어서’를 주제로 공연하고, 5월 18일에는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엘립스 현악 4중주단이 주축이 되어 드뷔시 실내악 작품을 연주한다. 이 밖에도 여러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단체가 드뷔시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월, 보르도 오페라가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선보인 오페라 ‘펠리아스와 멜리장드’를 비롯해 샹젤리제 극장 등에서 드뷔시 오페라를 만나볼 수 있고, 여러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드뷔시의 음악을 무대에 올린다.

 


페스티벌로 만나는 드뷔시

드뷔시 박물관에 전시된 초상화와 물건들 ©OTI SGBS

 

 

 

 

 

 

 

 

 

 

 

 

프랑스의 아제통 쉬르 크뢰즈(Argenton-sur-Creuse)에서 매년 여름에 열리는 드뷔시 페스티벌은 올해로 7년째를 맞는다. 드뷔시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그의 음악을 알리고 있는 이 페스티벌은 올해에도 다양한 청중과 함께 교감할 예정이다. 특히 여름에 야외에서 열리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이 페스티벌은 ‘인상주의’적인 분위기에서 드뷔시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한다. 프로그램 중 하나인 ‘풀밭 위의 식사’도 드뷔시 페스티벌이 청중에게 제안하는 ‘이완된 음악 듣기’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라 로크 당테롱 피아노 페스티벌은 아직 올여름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드뷔시의 피아노 작품 전곡을 여러 피아니스트의 연주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여름밤 야외에서 듣는 드뷔시의 피아노 작품은 남다른 운치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 만나는 드뷔시

 

공연
마이클 프랜시스/서울시향(협연 이안 보스트리지)
드뷔시 ‘세 개의 녹턴’, 브리튼 ‘테너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녹턴’, 홀스트 ‘행성’
3월 10·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윤 메르클/서울시향(협연 니콜라이 데미덴코)
드뷔시 ‘백과 흑’(로빈 홀로웨이의 오케스트라 편곡판 아시아 초연)
드뷔시 ‘영상’,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7월 19·20일 롯데콘서트홀


음반
워너 클래식스
드뷔시 서거 100주기 기념 전집
0190295736750(33CD)

도이치 그라모폰
드뷔시 서거 100주년 기념 전집
발매 예정(22CD, 2DVD)

 

글 김동준(재불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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