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김용호, 독창성만이 살아 남는다

독창성만이 살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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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7월 9일 1:21 오전

arts in life

사진에 담은 스토리, 아름다움과 진정한 예술을 향한 끝없는 그의 도전

백마디 말보다 한장의 사진이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이 있다. 김용호는 상업사진과 작품사진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경험과 이미지를 조합해 낸 독창적인 스토리로 꾸준히 창의적인 전시를 발표하며 대중과 소통해 오고 있는 사진가다. 그동안 사진·방송·문화·예술·패션·라이프스타일 등 각 분야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언어로 메시지를 전달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특히 독특한 아이디어와 구도, 관점의 역발상을 통해 문화 트렌드를 이끌고 있을 만큼 그 존재감이 남다르다.

김용호는 1992년부터 크리에이티브 그룹 ‘도프앤 컴퍼니’ 대표로 20여 년간 패션·기업이미지·영화포스터 사진 등을 찍어왔고 아트커머셜 포토그라피와 획기적인 포트레잇 스타일로 품위있는 인물사진을 연출해내고 있다. 수차례 대한민국 광고대상을 수상했으며 ‘제주영상’전(2017), ‘동쪽으로부터의 빛: 침묵 속의 움직임, 그 아름다움’전(2016), ‘Brilliant masterpiece’전(2015), ‘날개’전(2013), ‘피안’전(2011), ‘국립발레단 정기공연 신데렐라 기념 김용호 사진’전(2009), ‘몸’전(2008), ‘한국문화예술명인’전(2003) 등의 전시회를 가졌다.

 

얼마전 일본 ‘교토그라피’ 전시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새로운 경험들이 작품 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교토그라피’전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도시와 사진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는 것이다. 도시에서 지내는 사람들과 외부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교토 시내를 보면서 그곳을 탐색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종류의 전시가 많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치밀한 조직력과 신선한 기획력이 뒷받침 될 때 도시의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생길 것 같다.

 

‘915 INDUSTRY GALLERY 전방위문화구라프’라는 스튜디오 이름의 의미는 무엇인가.

91-5번지에 위치한 상업적인 갤러리를 뜻한다. ‘인더스트리’가 갖는 의미는 공장을 개조해 산업화 초기와 같은 느낌을 주고자 한 것이다. 한자어로 ‘구라프’는 클럽이란 뜻이다. 순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가 아니라 생산성이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목적이 있는 갤러리라는 점에서 일반 갤러리와는 다르다. 젊은 작가들인데 전시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커머셜 아티스트들인데 파인아트 작품을 전시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다. 나아가 다양한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 아티스트 파티나 벼룩시장 같은 것도 개최한다. 직장을 다니며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전시 등 특별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객석’과 함께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예술가 사진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객석’ 이전에도 꾸준히 아티스트와 사진 작업을 해왔다. 2003년에는 대한민국문화예술명인전이라는 전시를 통해 27명의 아티스트 사진을 촬영했는데 굉장히 의미가 깊었다. 사진 작업을 한 분들 중 반 이상이 세상을 떠나셨다. 생존해 있는 근대 예술가와 문화인들에 대해 기록하고 사진을 남기고 싶은 사명감이 있는데 좋은 후원이 생겨서 계속 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객석’은 평소 문화예술을 좋아하기도 하고 잘 알던 잡지였다. 클래식 음악은 시간이 지나도 그 아름다움이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지만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객이 늘기가 힘든 분야이다. 그래서 더욱 전문 잡지도 필요하고 성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술·연극·영화·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 예술 분야가 있지만 순수 예술이라는 밑바탕이 있어야 사회의 문화가 골고루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신여성'(2006)

‘어린아이와 피안'(2011)

상업적인 사진도 순수예술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예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인간이 하는 모든 창작 행위는 예술이라고 본다. 문제는 어렵게 받아들여지는 예술은 점점 사라지고 쉽게 받아들여지는 예술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공부해야 하고 시간을 필요로 하는 예술은 인기가 없고 특별한 지식인들의 소유물로 되어가는 듯해서 많이 아쉽다. 그러나 모든 것은 고전에서 파생된다. 요즘 마케팅이나 광고 등 분야에서도 인문학, 순수 학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단순히 시류에 따른 마케팅으로는 일시적으로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으로는 그들의 마음을 붙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도 이 근본적인 것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런 의미에서 클래식 음악과, 고전이 갖는 의미가 더욱 커졌다고 생각한다.

 

파리 에펠탑에서 발레리노 김용걸(2005)

고전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표현을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15년 전 파리에서 발레리노 김용걸씨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당시 그는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있을 때였고 나는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아티스트 촬영 차 파리에 방문했었다. 보통은 무대에서 촬영을 하지만 나는 에펠탑이 보이는 트로카테로 광장에서 촬영했다. 사진은 굉장히 신선했고 그 역시 만족했다. 발레리노로서의 자세·정신·가치는 존중하면서 장소만 바꾸어서 표현한 건데 그것만으로도 이전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이것이 전통과 현대가 접목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접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전과 전통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예술에 대한 경외심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도 응용될 수 있고 또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당신의 독창성은 어디에서 나오나.

책을 많이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완벽하고 독창적인 스토리는 고전 말고는 존재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작품 의뢰를 받았을 때 중요한 것은 모델과 클라이언트가 모두 결과물에 만족하는 것이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모습을 작가가 이끌어내 표현했을 때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촬영해야 할 때 그에 대한 자료를 거의 모두 읽는다. 피사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을 때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단순히 광고 제품을 찍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통해 사람들이 얻고자 하는 감정을 같이 표현해 내곤 했다.

초기에는 그냥 예쁘게 찍으려고 했다. 하지만 광고사진작업을 하면서 점점 스토리텔링을 하기 시작했다. 그 제품을 사용했을 때 어떤 감정이 느껴질 지를 전달하는 것이야 말로 잘 찍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좋은 광고 사진을 찍으려면 결국 소비자가 내면에서 깊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요즘 사람들은 무엇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즉각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것을 원한다. 읽는 것보다는 눈으로 한번에 보는 것을 훨씬 좋아하고 SNS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사람의 취향은 단순하지가 않은데 데이터에 의해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이 움직인다면 먼 미래에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두렵기도 하다.

 

문화예술의 성장이 요즘 분위기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격식이라는 것은 고전처럼,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희생하고 노력해서 얻어지는 것들을 모두 단순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 지혜가 아니라 지식이 많은 사람들이 이 시대를 움직이고 있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획일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돈이 되지 않는 예술에 관심을 가지기가 쉬울까? 효율성만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가난한 예술가들이 설 자리가 점점 더 사라진다.

 

가장 상업적이라고 하는 광고가 어떻게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

예전부터 예술이라고 하는 것도 모두 상업적 활동이었다. 중세 화가들도 왕이나 귀족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돈을 받아서 생활했다. 예술의 가치는 영속성을 가져야 한다. 광고라고 모두 예술이 되는 것도 아니고 순수한 작품이라고 해서 모두 예술인 것도 아니다. 사진 속의 의미를 발견하고 사람들이 좋아하고 계속 찾을 때 광고도 예술로서 가치가 인정된다.

 

예술가의 사진을 통해 관객을 공연장으로 이끄는 중간 역할을 수행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작업했던 예술가 중 누가 가장 인상 깊었나?

음악가들이 인상 깊다. 故황병기 선생님, 성악가 조수미가 기억에 남는다. 조수미의 경우 그리스에서 사진을 찍었다. 발레리나 강수진도 인상적이었고 파리 광장에서 촬영했던 발레리노 김용걸과도 광장에서 춤추는 장면을 찍으며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패션 잡지 사진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많은 작품전을 열었다. 2013년에는 ‘모든모던’이라는 책도 발간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

작품전 초기에는 늘 새로워야 한다는 게 목적이었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런 두려움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극복한다.(웃음) 작품을 의뢰한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클라이언트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이 내 삶의 목표이자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그래서 작품 의뢰를 받으면 브랜드 히스토리부터 연구한다. 계속 알아가고 공부하다 보면 의외로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 같은 곳에서 답이 나온다.

 

7월에 있을 ‘블랙독’ 전도 궁금하다.

유색 인종에 대한 편견처럼 개도 유색견에 대한 편견이 있다. 유기견 보호소에서도 검정개는 데려가지 않는다. 검정개를 살리고자 광고 회사 이노션 월드 와이드에서 이러한 캠페인을 진행했고 잡지 아레나에 내가 찍은 사진들이 소개됐다. 윤상현·라미란·홍종현·김재중 등 아티스트들이 사진 작업에 참여했다. 7월 4일부터 8월 31일까지 플랫폼 창동 61에서 전시된다.

 

‘명인전’, 백남준(2003)

앞으로 하고 싶은 다른 전시가 있나.

인물전을 하고 싶다. ‘대한민국문화예술명인’전처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해야 하지 않을까. 많은 피사체를 사진에 담아 보았지만 결국 사람이야 말로 가장 영향력이 크다. 단순히 지식이 많은 사람, 성공한 사람이 아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의 얼굴을 사진에 담고 싶다. 현재 우리누리재단을 통해 프로필 사진이 필요한 예체능 계열 학생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사진이 필요한 예술가들을 위한 작업들을 계속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사진의 매력은 무엇인가.

어떤 예술보다 하기 쉽다. 기계만 사면 바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 다른 예술은 적어도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데 카메라는 그날 바로 작가가 될 수 있는 최고의 도구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것을 나만의 시선으로 표현해야만 하는 것이 더 어렵고 그래서 매력적이다.

 

글 국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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