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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7월 4일 4:48 오후

민족의 노래 아리랑 I vs 아리랑, 음반으로 꽃피우다

유성기음반 복각 반으로 나타난 2개의 아리랑 산맥

1913년 ‘경성란란타령’부터 1956년 ‘정선아리랑’까지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민요인 ‘아리랑’은 2012년,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으로 등재되어 세계적으로 보존하고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노래로 인정받았다. 아리랑이 지속적으로 재창조되며 다양성을 띤다는 점, 공동체의 정체성을 담고 사회적 단결을 재고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결과이다. 여기서 아리랑이란 후렴에서 ‘아리랑’ ‘아라리’ 또는 이와 유사한 어휘를 노래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 곡들을 통칭한다.

오늘날 이 땅에서는 수많은 아리랑이 불리고 있으며 북에서도 해외에서도, 또 전통적인 아리랑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변주, 편곡, 작곡되어 연주되고 있다. 현재 불리는 아리랑은 대중음악이나 창작 음악 아리랑을 제외하고 약 120여 곡으로 집계되고 있다. 아리랑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후 인문학·사회학·음악학 등 여러 영역에서 새로이 조명을 받고 있으며 관련 학술대회·축제·경연대회가 곳곳에서 개최되고 있다. 각 지역에서도 관련 아리랑 연구가 심도 있게 이루어지고 있고, 아리랑 관련 음반도 활발하게 출반되고 있다.

 

최초의 아리랑 복각 음반

1991년 ‘민족의 노래 아리랑 I’ 음반을 출반한 신나라레코드 사는 한국고음반연구회 회원들과의 인연으로 국악 음반 기획·제작사업을 시작하였는데, 지금까지 700여 매가 넘는 국악 음반을 출반했다. 음반 번호 1번으로 이 음반을 출반한 것은, 당시 아리랑이 지금같이 화제의 대상이 된 시기가 아니었으므로 선견지명이 있는 기획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음반은 78회전의 유성기음반 복각으로 서울지역에 전승되는 한 배 느린 ‘긴아리랑’ 3곡, 본조아리랑 이전의 ‘구조아리랑’ 2곡, ‘본조아리랑’ 3곡, ‘정선아리랑’ ‘강원도아리랑’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신민요인 ‘꼴망태 아리랑’과 ‘영화설명 아리랑’ 등 모두 14곡의 아리랑이 수록되어 있다.

1930년대와 1940년대 아리랑의 과거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음반이었다. 특히 마지막에 수록된 ’영화설명 아리랑’은 1934년 일본 콜롬비아 사의 리갈 음반(C107 & 108) 4면을 복각한 것으로 나운규가 제작·주연한 영화 ‘아리랑’을 변사(성동호)가 해설하는 방식으로 취입한 것인데, 강석연의 노래에서 지금과는 다른 본조아리랑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음반의 해설서는 한국고음반연구회 이보형 회장(당시 문화재 전문위원)이 집필하였으며, 아리랑의 역사, 얽힌 이야기, 복각 유성기음반에 대한 자료 및 가사가 실려 있어 아리랑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LP 음반과 CD 음반으로 선보인 이 음반은 본격적인 아리랑 음반 출반의 실마리가 되었으며, 음반으로서는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의 출발점이 된 음반이기도 하다. 신나라레코드 사는 이 음반을 출반하면서 ‘민족의 노래 아리랑 I’이라고 명명하였지만, 이 시리즈는 이어지지 않았고, ‘한반도의 아리랑’ ‘북한아리랑’ ‘해외동포아리랑’ 등 많은 아리랑 음반을 출반하였다.

1913 경성란란타령 유성기음반 라벨 ©국악음반박물관

 

아리랑, 음반으로 꽃피우다

한국음악 음향자료의 연구 및 보존을 통해 관련 분야의 예술과 학술 및 문화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1989년에 창립된 한국고음반연구회는 해마다 ‘한국음반학’이라는 학술지를 발간하면서 그 부록으로 CD음반을 출반하고 있다. 2012년 아리랑이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하기 위해 이듬해인 2013년에 회원들이 소지한 아리랑 유성기음반 가운데 주요한 아리랑 음원 18곡을 골라 ‘한국음반학’ 제23호 부록 CD로 ‘아리랑, 음반으로 꽃피우다’ 을 출반하였고, 동명의 이름으로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음반은 4장으로 나누어 ‘이 땅은 아리랑 강산: 아리랑 삼천리’라는 주제 아래 지역 아리랑인 ‘강원도아리랑’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동래아리랑’ ‘정선아리랑’을, 다음 장에 ‘아리랑, 음반에 소리를 담다’라는 제목으로 ‘경성란란타령’ ‘가야금병창 아리랑’ ‘아리아리랑’을, ‘나운규 아리랑을 영화를 찍다’라는 주제로 ‘영화주제가 아리랑’을, 마지막으로 ‘새로운 아리랑이 싹을 틔우다’라는 이름으로 ‘신아리랑’ 4곡을 수록하며 총 18곡을 담았다. 여기에는 주목해야 할 음원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1장에 실린 ‘진도아리랑’ ‘동래아리랑’ ‘대구아리랑’이 모두 초창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밀양아리랑’ 3곡 중 김관보의 ‘밀양아리랑’은 북한에서 전승되고 있는 ‘밀양아리랑’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아리랑이었다. 2장에 수록된 ‘경성란란타령’은 지금의 긴아리랑으로, 1913년 상업용 유성기음반으로 출반된 현재 확인되는 제일 오래된 아리랑이다. ‘란(卵)’은 ‘알’을 말하며 ‘란란’은 ‘알알’이 되면 바로 아리랑을 뜻하는 것이다. 3장에 수록된 ‘영화주제가 아리랑(아르렁)’도 처음 소개되는 음원으로 본조아리랑의 원형을 지니고 있었다. 4장에는 새로운 가사, 새로운 형식으로 녹음된 4곡의 ‘신아리랑’이 수록되었는데, 해설서에는 장별로 설명이 잘 쓰여 있으며 곡마다 원반의 내용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아리랑’ 이전의 아리랑, 이후의 아리랑

아리랑은 1926년 나운규의 ‘아리랑’ 영화 이전에는 음반으로 듣기 귀한 음악이었다. 아리랑의 원형이라는 정선아리랑(아라리)은 유성기음반으로는 만날 수 없다. 유성기음반에 담긴 ‘정선아리랑’은 1950년 중반에 경기 명창이 부르는 서울제 정선아리랑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나운규 이전의 아리랑 음원을 정리하면, 원통 음반으로 1896년 7월 24일 미국에서 3명의 유학생이 녹음한 ‘1896년 유학생 아리랑 1, 2, 3’, 1917년경 독일에서 고려인 포로들이 원통 음반과 유성기음반에 담은 ‘1916년 고려인 아리랑 1, 2, 3, 4, 5, 6’, 유성기음반으로 미국 콜롬비아 사가 출반한 ‘1907년 아리랑타령’, 일본 일본축음기상사의 ‘1913년 경성란란타령’, ‘1923년 란란타령 1, 2, 3, 4, 5, 6’, ‘1925년 밀양아리랑’, ‘1925년 아리랑타령’, 일본 일동축음기의 ‘1926년 아르렁타령’ 8종 정도다. 이 중에서 ‘1907년 아리랑타령’과 ‘1926년 아르렁타령’은 아직까지 음반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우리가 4대 아리랑으로 꼽고 있는 ‘진도아리랑’은 1933년에 김소희 명창에 의해 처음으로 등장하며, ‘강원도아리랑’은 1932년에 박월정 명창에 의해, 서울제 ‘정선아리랑’은 1955년에 김옥심 명창에 의해 처음 소개된다.

1926년 영화 ‘아리랑’과 직접 관련된 음반으로는 영화 상영 후 2년 뒤 1928년에 녹음된 ‘영화설명 아리랑’이 콜롬비아 유성기음반 2장(4면)에 수록되어 성동호 해설과 유경이 노래로 처음 선보이며, 여기에는 변사의 대사와 더불어 ‘아리랑’이 짧게 등장하고 있다. 1930년에야 빅터 음반으로 ‘영화주제가 아르렁’이 김연실의 노래로 나타나며, 1934년에 콜롬비아 사의 리갈 레이블을 통해 성동호 해설과 강석연 노래로 ‘영화설명 아리랑’이 다시 선보여졌다. 위 3개의 음원은 영화 ‘아리랑’과 관련된 주요한 음원으로 주목하여야 하며, 본조아리랑의 첫 모습은 이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복각되어야 할 아리랑과 복각된 아리랑

지금은 유성기음반 복각이 시들해진 상태이다. 마스터링 기술이 많이 발전하여 원음을 유지하면서도 잡음을 제거하는 시대가 오면 다시 한번 복각의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재는 상업용으로 복각 음반이 나오기는 힘든 상황이라 개인이나 단체, 국가기관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음반이 출반되었다는 기록은 있으나 발견되지 않은 음반은 발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음반을 가진 분들이 공개(복각 등)해야만 하는 귀중한 아리랑 음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4대 아리랑에 속하는 밀양아리랑의 첫 모습인 ‘1925년 밀양아리랑’(일 조선소리반 K-588)의 음원은 일부 학자들 사이에는 공개되었지만,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밀양아리랑의 초창기 모습이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 음원은 문화관광과 안에 아리랑진흥담당 직책을 신설한 밀양시가 반드시 구해서 조속히 복각하기를 바란다.

‘1925년 아리랑타령’(Nipponophone K-658) 음원은 서울대학교에서 릴 테이프 상태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지금은 행방이 묘연하다. 강원도아리랑의 첫 음원인 ‘1932년 강원도아리랑’(Victor 49124), 1955년 오아시스레코드에서 나온 김옥심 명창의 ‘정선아리랑’도 공개되길 희망한다. ‘민족의 노래 아리랑 I’과 ‘아리랑, 음반으로 꽃피우다’의 음원은 주로 국악 쪽에서 바라본 아리랑 유성기음반의 복각 반이다. 유행가/대중가요 쪽에서 바라본 아리랑 음반도 복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족의 노래 I’과 ‘아리랑, 음반으로 꽃피우다’에는 중복된 음원이 4곡이 있지만, 모두 귀중한 아리랑 음원이다. ‘민족의 노래 아리랑 I’은 음반 작업과 해설서 작업이 따로 이루어져 해설서대로 곡을 따라가기가 힘들지만, 해설서가 자세하여 곧 이해 할 수 있다. 모두 유성기음반 복각이라 음질은 양호하지 못하지만, 아리랑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놓쳐서는 절대 안 되는 음반들이다.

 

이달의 추천 음반

민족의 노래 아리랑 I

녹음:1930년대 ~ 1940년대 녹음

신나라레코드 SYNCD-001 / 1991년 출반

한국고음반연구회 음향자료선집(20) 한국음반학 제23호(2013) 부록CD 아리랑, 음반으로 꽃피우다

녹음 : 1910년대 ~ 1950년대 녹음

한국고음반연구회 HYKCD-020 / 2013년 출반

※지금은 중고음반 시장에서만 구할 수 있는 귀중한 음원입니다.

 

정창관(한국고음반연구회 부회장)

이 세상에서 국악CD 음반(www.gugakcd.kr)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이다. 10년 넘게 국악FM방송에서 ‘정창관의 음반에 담긴 소리향기’를 진행하고 있으며, 1896년 7월 24일 한민족 최초의 음원을 재발굴하여 국내에 CD로 소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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