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드칼레 미드서머 페스티벌

gaeksuk eye from PARIS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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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8월 6일 12:01 오전

한여름에 펼쳐진 바로크의 향연

©Pascal Brunet

프랑스 파드칼레 주의 하르델로 성(Château d’Hardelot)에서 미드서머 페스티벌(Mid Summer Festival)이 지난 6월 16일부터 7월 1일까지 개최되었다. 현재 영·불 교류기지로 활약 중인 이곳은 16세기 셰익스피어 시대의 극장에서 영감을 받아 건축된 ‘엘리자베스극장’에서 매해 프랑스와 영국의 문화를 접목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영감 받은 포크송 연주회로 오프닝 공연을 가진 올해 프로그램은 프랑스 작곡가 앙드레 그레트리의 오페라 ‘사자왕 리처드’와 영국 작곡가 존 다울랜드·로버트 존스 등의 작품을 오가며, 헨델·퍼셀·쿠프랭·비발디로 이어지는 유럽을 대표하는 동시대 바로크 레퍼토리가 가미되었다.

놀라운 음향을 자랑하는 엘리자베스극장은 올해 ‘세계 건축 뉴스(World Architecture News)’가 수여하는 최고의 목조 건축물로 선정된 바 있다. 2016년 영국 건축가 앤드류 토드가 영국의 글로브극장을 모델로 건축한 388석 규모의 엘리자베스극장은 인도네시아산 대나무 기둥들이 둥근 원형 갤러리를 이루며 자연 환기 시스템을 유치해 어떠한 기계소음도 없다.

6월 17일 콩세르 드 라 로지가 연주한 비발디와 헨델의 델리리오 아모로소(세속 칸타타)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2015년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줄리앙 쇼뱅이 창단한 이 앙상블은 1783년 창단된 동명의 연주단체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과거 이 오케스트라는 하이든에게 파리 시절 교향곡을 청탁한 것으로 음악사에 이름을 남겼고, 쇼뱅은 이러한 프랑스 음악사의 영광을 되살리고자 그의 앙상블에 이 역사적인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부여했다. 헨델의 델리리로 아모로소는 소프라노 소피 융커(Sophie Junker)가 열연했으며, 수려한 콜로라투라 테크닉과 연극적인 센스가 눈길을 끌었다.

6월 18일 비비카 주노의 리사이틀은 바로크의 두 작곡가 헨델과 포르포라의 대립을 주제로 진행됐다. 주노의 퍼포먼스는 1700년대 런던으로 청중을 이끌었다. 헨델의 ‘리날도’와 포르포라의 ‘아시리아의 여왕’ 등 두 작곡가의 작품 속 아리아를 번갈아 부름으로써 헨델과 포르포라의 서로 다른 두 스타일의 차이를 생생히 느끼게 했다. 교향적이고 극적인 표현에 중점을 둔 헨델의 오케스트레이션과, 장식적이고 기교적인 화려함에 중점을 준 포르포라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긴 검정 머리를 뒤로 묶고 은색 베스트에 검은 바지를 입은 그녀의 자태는 압도적이었다. 카스트라토 레퍼토리에서 두각을 보인 비비카 주노는 디바의 명성에 걸맞게 이 두 작곡가의 심오함과 화려함을 이상적으로 선보였다. 그녀의 풍성한 중음과 날카로운 고음의 기교 또한 극적인 분위기를 재현하며 이날은 미니 오페라 시리즈 같았다.

 

배윤미(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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