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구자은 & 첼리스트 홍채원

서로의 영혼을 밝히는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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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8월 6일 12:01 오전

ARTS & FAMILY

닮은 듯 서로 다른 모녀가 전하는 인생 앙상블

구자은과 홍채원 모녀는 지적인 엄마와 사랑스런 딸로 분위기가 달랐지만 어딘지 닮아 있는 눈동자는 친구처럼 다정했다.

“얼마전 딸이 콩쿠르에서 입상해 무척 감격스러웠어요. 무엇보다 이제는 채원이가 무대에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자신 있게 들려줄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 같아 기대가 많이 되네요.”

홍채원도 경쟁보다는 지금 자신의 음악을 점검하고 더 성장하고 싶어 도전한 콩쿠르였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한다. 홍채원은 지난 6월 6일부터 14일까지 펼쳐진 하차투리안 콩쿠르에서 3위와 청중상, 2020년 베토벤 페스티벌에 초청되는 베토벤상을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그녀는 예원·서울예고·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후 인디애나 음대를 거쳐 현재 미시간 주립대학에서 수학하며 미국·독일·이탈리아·오스트리아·체코 등지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좋은 연주자들과 만날 수 있었고, 이 콩쿠르를 계기로 2020년 베토벤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무척 행복하고 기대감이 큽니다. 베토벤 작품을 연주할 예정인데 너무 좋은 곡들이라 지금부터 어떻게 음악을 만들어갈지 즐거운 고민 중에 있습니다.”

첼로를 무척 좋아했던 피아니스트 구자은은 인디애나 음대 시절 야노스 슈타커·조세프 깅골드·프랑코 굴리 교수의 스튜디오에서 자주 반주를 했을 만큼 첼로와 인연이 깊었다. 그래서 악기를 가르칠 때 피아노보다 첼로를 좋아했던 딸이 오히려 반가웠다고 한다.

“어떤 체계를 갖고 채원이를 가르치진 않았어요. 다만 음악이라는 것이 진심이 통해야 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진심은 허구의 상상에서는 나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본인을 바라보는 것에 대해 스스로 많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했죠. 특히 음악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기 어려운 어린 나이 때는 자기 감정에 솔직한 연주를 하도록 격려했고 ‘음악적’이란 구실로 정확한 음정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본인이 객관적으로 그것을 판단하게 하는 습관을 갖게 했습니다.”

홍채원은 어머니가 굉장히 엄격한 현실주의자라고 말한다.

“성격이 느긋했던 저는 어려움이 왔을 때 직접 부딪히는 것을 힘들어 하는 편이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때론 외면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하나씩 어려운 문을 통과하며 용기도 생기고 조금씩 성장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홍채원이 어린 시절부터 들었던 어머니의 음악은 작은 디테일을 아주 중시하고 그것을 정교하지만 테크닉적이지만은 않게 다듬어 낸 포용력 있고 따뜻한 색감의 선율이었다. 그녀는 피아니스트 구자은의 음악을 ‘어머니다운 음악’이라고 표현했다.

“전 별자리를 많이 믿는 편인데 ‘처녀자리’인 어머니와 ‘천칭자리’인 저는 음악 색깔이 많이 달라요. 어머니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연주를, 저는 개성이 뚜렷한 연주를 좋아하죠.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와 제 연주를 들은 사람들은 저희 모녀를 잇는 감정선이 뚜렷이 들리고 보인다고들 하세요. 그래서 그런지 가끔은 어머니와 듀오로 연주하는 것 보다는 둘 사이를 중재해줄 다른 연주자가 있다면 훨씬 멋진 앙상블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홍채원은 그동안 많은 관문을 거치며 음악가가 되기 위한 커리어를 쌓아 왔다. 그리고 이제서야 조용히 자기 자신을 찾는 시간을 조금씩 갖고 있다.

“지금 공부하고 있는 미시간 주립대학에서 비로소 ‘제 자신을 찾는 시간’ ‘제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갖게 되었어요. 물론 내 것을 만들면서도 오만한 해석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여러 과제를 안고 있지만 이제 그런 고민들 역시 저를 성장하게 해 주는 밑거름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음악에 대해 고민하고 연습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훌륭한 커리어를 쌓으며 성장하고 있는 딸 뿐만 아니라 세계를 향해 도약하는 젊은 연주자들을 바라보는 구자은의 마음은 흐믓하다. 구자은은 그동안 많은 앙상블 공연과 교육을 통해 젊은이들과 교감해 왔다. 한국 페스티발 앙상블 예술감독이자 프렌즈 오브 뮤직의 대표로 다양한 실내악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녀는 인디애나 음대에서 학사·석사·아티스트 디플로마를 취득하고 국내외에서 솔로와 실내악 연주로 수많은 무대를 거쳐 우리나라의 실내악 전문 연주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녀는 지난 6월 17일 ‘안녕, 나의 노래, 나의 친구들이여’라는 주제로 프렌즈 오브 뮤직의 5회에 걸친 슈베르트 시리즈의 마지막 연주를 선사했고, 9월에는 KME 목관 6중주와 함께 하는 슈만, 11월 15일, 12월 15일에는 ‘사랑’과 ‘헌신’을 주제로 음악회를 펼칠 예정이다.

“피아노 분야의 경우 젊은 연주자들의 연주를 들으면 그 나이보다 훨씬 냉정하고 이지적으로 표현을 해요. 어느 땐 그저 느낌이 오는 대로 연주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모두들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니 선배로서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열정만큼 정말 중요한 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음악에 대한 태도와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무대 앞에서의 겸손함, 예술에 대한 경외감, 훌륭한 음악가들에 대한 존경과 배려를 잃지 않는 마음이야 말로 음악을 깊고 넓게 만들어주는 자양분이지요.”

홍채원은 거창한 꿈보다는 ‘One step at the time’ 이라는 느낌으로 한 걸음 한걸음씩 점점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아보는 법과 그것을 추구하는 법을 배우고 제 영혼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를 제대로 배워서 나만의 가치와 믿음이 흔들리지 않고 견고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홍채원)

구자은은 “음악가 역시 사회 안에 속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감사하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진실함을 잃지 않는다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극복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솔직한 음악가만이 진정성 있는 음악으로 감동을 전할 수 있는 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진리니까요.”(구자은)

 

국지연 기자 사진 박진호(Studio B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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