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메오 카스텔루치 ‘미국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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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11월 1일 5:49 오후

아시아 초연으로 만나는 카스텔루치의 화제작

로메오 카스텔루치

장르의 구분에 연연하는 선긋기는 20세기에 끝났다. 작품은 연극일 수도 있고, 무용일 수도 있고, 음악극일 수도 있고, 그 어떤 것도 아닐 수도 있으며, 그 모든 것이 들어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작품의 장르를 묻는 이들이 있다면, ‘전위극’ ‘다원극’ 같은 모호하고도 진부한 표현으로 답할 수밖에. 카스텔루치가 보여주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라.

 

파격적인 미장센과 독특한 연출

이탈리아의 연출가 로메오 카스텔루치(Romeo Castellucci, 1960~)는 연극·무용·영상·조형 등 다양한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독창적인 무대를 만들어 왔다. 연출가이자 작가, 무대디자이너 등 다양한 포지션을 능란하게 소화한다. 그의 예술에 있어서 과거의 관습적 구분은 무의미하다.

1981년 카스텔루치는 극단 소치에타스 라파엘로 산치오(Societas Raffaello Sanzio)를 창단하면서 자신의 영감을 재현할 우군을 만들었다. 소치에타스는 창의적인 작품들을 통해 급진적인 심미주의와 인간성에 대한 심도 있는 탐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번 ‘미국의 민주주의’의 총괄제작도 소치에타스가 맡았다.

카스텔루치의 스타일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그동안 그의 작품은 생각보다 자주 한국 무대에 올랐다. 2003년 3월 LG아트센터의 ‘창세기’ 공연으로 처음 내한했으며, 2007년 5월 ‘헤이 걸’, 2008년 10월 ‘천국’(백남준페스티벌 참가), 2013년 3월 ‘신의 아들들’, 2015년 9월 ‘봄의 제전’(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 개관페스티벌 참가) 등을 통해 한국 관객과 만나왔다.

카스텔루치가 고민하는 민주주의

‘미국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프랑스의 철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 1805~1859)의 책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된 작품이다. 프랑스의 젊은 귀족 알렉시스 드 토크빌는 미국의 행형제도를 연구하고자 미국을 방문했다가 미국사회의 새로운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이에 프랑스의 낙후된 정치 시스템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하고자 1832년 ‘미국의 민주주의’를 집필했다. 토크빌은 당시 유럽에서 퇴색한 민주주의 정치 모형이 신세계 미국의 청교도주의에서 재탄생하는 모습에 주목하는 한편,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 등 위험과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관악을 보게 하라’는 구절을 인용하여 표현하자면, ‘민주주의의 기원이 궁금하다면 그리스를, 민주주의의 현재가 궁금하다면 미국을 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카스텔루치의 작품 ‘미국의 민주주의’ 또한 그러하다.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출발했지만, 이 작품은 민주주의가 태동한 그리스 아테네로 돌아가 민주주의의 출현을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시대가 바뀌고 민주주의가 발전해 왔음에도 다수로부터 영향을 받는 소수는 여전하고, 발전하는 도시에서 사람들은 소외된다’고 카스텔루치는 말한다.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연출을 통해 우리가 익숙해 있는 소통의 체계와 공동체에 대해 새롭게 돌아보는 무대를 선보인다. 연극·무용·영상을 자유롭게 활용해 독창적인 비주얼을 연출해내며, 여기에 스콧 기본스의 음악이 더해지며 감각적인 무대를 완성한다. 작품은 ‘언어’와 ‘소통’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해, 이를 통해 신앙·공동체·정치·욕구·본능 등 인간의 본질적 가치들을 논한다. 2017년 초연 이후 암스테르담 홀란드 페스티벌과 베를린 샤우뷔네극장 등 유수의 무대에서 공연된 바 있다.

공연과 더불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본 공연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난 10월에는 ‘로메오 카스텔루치 레트로스펙티브’를 통해 카스텔루치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순서를 가졌고, 오는 11월 4일 오전 11시에는 카스텔루치가 직접 이야기하는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들을 수 있는 토크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작품에서 파생된 여러 논의점과 함께 카스텔루치의 철학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시간이다. 이정은 기자 사진 성남아트센터

‘미국의 민주주의’

11월 3일 오후 6시, 4일 오후 3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연출·무대·조명·의상 로메오 카스텔루치

대본 클라우디아 카스텔루치·로메오 카스텔루치

음악 스콧 기본스

 

토크 프로그램 ‘미국의 민주주의’에 관하여

11월 4일 오전 11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멀티프로젝트홀

로메오 카스텔루치 참여(이탈리아어·한국어 통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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