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vs 뮤지컬 ‘팬텀’

한 편의 원작을 다르게 노래한 두 편의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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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12월 3일 9:00 오전

REVIEW _글 지혜원(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객원교수, 공연 칼럼니스트)

미스터리를 강조한 웅장한 음악과 서사를 그려내는 섬세한 음악

프랑스의 추리 소설가 가스통 르루가 1910년 발표한 소설 ‘오페라의 유령(Le Fantôme de l’Opéra)’을 원작으로 한 공연 작품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동명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일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또 다른 뮤지컬이 있다. 바로 국내에서도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공연하는 ‘팬텀(Phantom)’이다. 본 글에서 소개할 추천 음반은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지만, 꽤 다른 음악을 선보이는 두 편의 뮤지컬에 담긴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손에서 탄생한 선두주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공연 팬이 아니더라도 제목 정도는 접해봤을 만큼 유명한 작품이다. 명실상부 가장 성공한 뮤지컬 작곡가 중 한 명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1986년 10월 런던에서 초연된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 28개국 이상에서 공연되며 흥행을 이어오고 있다. 1800년대 파리 오페라 극장을 배경으로, 천상의 목소리를 지녔으나 흉측한 얼굴을 가면 속에 가리고 살아가는 인물인 팬텀과 그가 사랑하는 오페라 가수 크리스틴,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남자 라울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아름다운 선율에 담아냈다. 한국에서는 2001년 12월 초연되었으며, 국내 뮤지컬 시장이 확대되는데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화려하고 웅장하지만 누구에게나 쉽게 기억될 만큼 대중적인 멜로디를 구사하는 웨버의 음악이다. 특히 팬텀이 크리스틴을 자신의 은신처로 납치하며 부르는 ‘오페라의 유령’은 무게감 있는 파이프 오르간 연주와 함께 극의 긴장감을 배가한다. 고음과 저음을 넘나드는 팬텀의 음성이 매력적인 ‘밤의 음악(The Music of the Night)’은 그를 향한 크리스틴의 미묘한 감정변화가 느껴지는 곡이다. 이 외에도 크리스틴의 맑고 순수한 음색이 돋보이는 ‘나를 생각해주세요(Think of Me)’, 크리스틴과 라울이 함께 부르는 ‘바램은 그것뿐(All I Ask of You)’, 극 후반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돌아올 수 없는 곳(The Point of No Return)’ 등 무대를 압도하는 주옥같은 음악이 시종일관 이어진다.
무려 30년 이상 전 세계 곳곳에서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공식 앨범은 1986년 런던 오리지널 캐스트가 녹음한 음반이다. 마이클 크로퍼드가 팬텀 역으로, 사라 브라이트만이 크리스틴 역으로 출연했다, 특히 크로퍼드는 이 작품으로 웨스트엔드의 올리비에상과 브로드웨이의 토니상를 모두 석권하는 영광을 누렸다. 당시 웨버의 부인이기도 했던 브라이트만은 무명에 가까운 배우였으나, 그녀를 위한 배역이었던 크리스틴 역을 맡으며 일약 인기 대열에 올랐다. 두 사람이 노래하는 팬텀과 크리스틴은 이후 다양한 프로덕션에 교본과도 같은 기준이 될 만큼 작품의 캐릭터와 웨버의 음악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런던 오리지널 캐스트의 앨범은 정식 음반과 하이라이트 음반으로 나뉘어 출시되었다. 이 중 두 개의 CD로 제작된 정식 음반을 통해 21곡의 모든 넘버를 감상할 수 있다.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한 후발주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1986), 뮤지컬 ‘팬텀’(1992)

 

 

 

 

 

 

 

 

 

 

 

뮤지컬 ‘팬텀’은 뮤지컬 ‘나인’으로 토니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극작가 아서 코핏과 뮤지컬 ‘나인’ ‘타이타닉’으로 역시 토니상에서 최우수 음악상을 받은 작곡가 모리 예스톤이 함께 작업한 작품이다. 이들은 웨버보다 앞서 작품 개발에 착수했으나, 1986년 웨스트엔드에 이어 1988년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뒤 공전의 흥행을 기록해온 ‘오페라의 유령’의 성공에 가려져 끝내 브로드웨이 무대에는 오르지 못한 비운의 작품이다. 뮤지컬 ‘팬텀’이 관객들에게 처음 소개된 것은 1991년 텍사스 휴스턴에서의 공연에서다. 뒤이어 시애틀이나 시카고 등 미국 내 여러 지역에서 공연되었고, 핀란드·호주·독일·일본·영국 등 해외 무대에서 꾸준히 사랑받으며 후발주자의 태생적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같은 원작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자주 비견되는 이 작품은 주인공 팬텀에게 ‘에릭’이라는 이름을 부여하며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했다. 국내에는 지난 2015년 초연되었는데, 박효신·류정한·카이가 팬텀 역으로 열연해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특히 한국 프로덕션에서는 ‘서곡-내 비극적인 이야기(Overture-Hear My Tragic Story)’, ‘이렇게 그대 품에(What Will I do)’ ‘그대를 찾아내리라(I Will Find You)’ ‘그의 얼굴을(I Saw His Face)’ 등 캐릭터 간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곡을 추가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더했다.
1993년 출시된 뮤지컬 ‘팬텀’의 공식 앨범은 1991년 휴스턴에서 공연한 초연 배우들이 녹음한 음반으로, 에릭 역의 리차드 화이트와 크리스틴 역의 글로리 크랩튼이 참여했다. 캐릭터의 섬세한 감정을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둔 예스톤의 음악은 에릭과 크리스틴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돋보이는 ‘내 고향(Home)’과 ‘너는 음악(You Are Music)’ 등을 통해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음반에는 이 외에도 ‘그대의 음악이 없다면(Without Your Music)’ ‘내 사랑(My True Love)’ 등 총 17개의 트랙이 수록되어 있다.

유령인가 인간인가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두 작품은 캐릭터나 이야기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미스터리를 간직한 캐릭터를 클래식하고 웅장한 선율에 담아내고 있다면, 뮤지컬 ‘팬텀’은 에릭의 과거 이야기와 감정 변화에 집중하며 넘버를 통해 이러한 서사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 두 작품의 음악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뮤지컬을 즐기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이달의 추천 음반

❶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The Phantom of the Opera Original 1986 London Cast  Verve / B00004YTY2 / 마이클 크로퍼드(팬텀)/사라 브라이트만(크리스틴)/ 앤드루 로이드 웨버(작곡)/마이클 리드(연출)

❷ 뮤지컬 ‘팬텀’ Phantom: The American Musical Sensation 1992 Studio Cast  Masterworks Broadway / B000003FGT / 리차드 화이트(에릭)/글로리 크랩튼(크리스틴)/모리 예스톤(작곡)/아서 코핏(극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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