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ARKO 한국창작음악제 양악 부문

가지각색 아이디어와 개성적인 우리 시대의 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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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3월 4일 9:00 오전

‘객석’ 필자들이 꼽은 화제의 무대

 

2월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저명한 음악학자인 에드워드 덴트는 우리 시대 음악을 외면하고 옛 명곡만을 연주하는 현실에는 ‘장사’가 연관되어있다고 지적했다. 즉, 명곡이 아니면 팔리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작곡가 에런 코플런드가 “명곡에 관심이 있다는 사람들은 사실 자신이 듣는 음악이 진정한 명곡인지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한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이후 70~80년이 지났건만 상황이 그다지 변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이제는 절망적으로까지 보인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에 ARKO 한국창작음악제(이하 아창제)가 있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행운이다. 현대음악, 그것도 외국의 유명한 거장이 아닌, 일반 애호가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국내 작곡가(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현실인가!)의 작품만 연주되는 아창제가 10회를 맞이했다는 사실, 그리고 매회 구름과 같이 청중이 몰려든다는 사실은 대단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제10회 아창제 양악 부문에서는 여섯 작곡가의 관현악 작품과 협주곡이 연주되었다. 폭넓은 세대와 다양한 배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소재와 아이디어, 뚝심 있는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었다. 첫 곡은 조진옥의 ‘파사칼리아’로, 이 곡의 모델이 된 베베른의 동명 작품을 연상시키는 조직적인 구성과 다양한 음색의 변화가 탄탄한 안정감을 주었다. 이어지는 김은성의 ‘차가운 흐름’은 색다른 음향으로 청각적 유희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이 곡의 운동성이나 관현악의 규모에 비해 음향이 가벼웠던 것은 다소 의외였다. 전반부 마지막 곡은 한정임의 피아노 협주곡 ‘숨’으로, ‘정선아리랑’을 비롯하여 이해하기 쉬운 선율과 전통적인 화음을 사용하여 개인적인 사연과 삶에 대한 메시지를 진솔하게 전달했다. 2악장에서 피아노가 관현악에 압도되어 잘 들리지 않은 것은 아쉬웠다.

후반부 첫 곡은 김권섭의 ‘봄의 전령, 제피로스’로, 봄의 시작을 제피로스와 연결하여 만든 시나리오로 극적인 전개가 돋보였다. 관현악이라는 거대한 도구를 능숙하게 다룬 작품이었다. 조우성의 ‘나비효과 II’는 다양한 효과들로 무장되어 소리의 즐거움을 주었다. 익숙한 제목으로 많은 사람의 기대를 모았는데, 오히려 감상자는 이 제목이 주는 프레임에 갇히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경우, 감상자는 음악이 이에 맞지 않으면 실망하기 쉽다. 마지막 곡은 박준상의 피아노 협주곡 ‘만트라’였다. 현대적이면서도 격렬한 운동성이 지속되는 첫 부분에서 많은 관객이 큰 충격을 받았으며, 피아니스트 안수정의 화려한 독주는 잊을 수 없는 인상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옹헤야’가 등장하는 뒷부분은 긴장감을 유지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것은 민요선율이 주는 익숙한 이미지와 작품이 주는 새로운 이미지의 격차가 크다는 점도 관련되어있는데, 이 경우 감상자로부터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여섯 작품은 오늘에 대한 이야기와 내일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며, 내년 아창제에 대한 기대를 하게 했다. 하지만 음악회를 매년 여는 것(이것만으로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만으로는 아창제의 내실 있는 발전을 꾀하기가 쉽지 않다. 여섯 작품의 초연을 준비하면서 가중된 연주자의 높은 피로와 작품 선정 과정에서 기획하기 어려운 프로그래밍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현대음악, 더 나아가 현대예술의 감상 교육을 통해 적극적인 감상자를 확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한국 예술과 문화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글 송주호(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ARKO한국창작음악제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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