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오페라 창립 350주년 기념

‘최초의 살인’과 ‘트로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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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3월 11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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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주목받는 두 연출가 카스텔루치와 체르니아코프가 선보인 무대들

 

‘최초의 살인’ ©Bernd Uhlig OnP

 

파리 오페라는 올해 창립 350주년을 맞아 어느 때보다 풍성한 무대를 펼친다. 지난 1월과 2월에는 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의 오라토리오 ‘최초의 살인’(1월 24일~2월 23일)과 헥토르 베를리오즈의 오페라 ‘트로이 사람들’(1월 25일~2월 12일)을 상연했다. 요즘 가장 각광받는 두 연출가 로메오 카스텔루치와 드미트리 체르니아코프가 두 작품을 각각 맡아서 연출했다.

 

야콥스의 명료한 해석이 빛난 ‘최초의 살인’

A. 스카를라티 ‘최초의 살인’은 원래 오라토리오지만 카스텔루치가 무대와 조명과 의상을 가미해 오페라화했고, 르네 야콥스가 지휘를 맡았다. 성경 속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오라토리오는 1707년 베니스에서 초연되었으며, 야콥스는 스콜라 칸토룸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도서관에서 이 작품을 발견하고 아르모니아 문디 레이블을 통해 녹음한 바 있다. 일부 비평가들은 베이스 성부의 관악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의견도 전했지만, 야콥스의 명료한 지휘는 이 작품이 지닌 강렬하고 관능적인 매력을 잘 전달했다.

2막으로 구성된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연출은 야콥스의 해석에 비해 그다지 호평 받지 못했지만, 무대미술로 정평이 나 있는 그의 미장센은 확실히 눈에 띄었다. 카스텔루치는 뿌연 조명 아래로 무대 뒤에 거대한 인형을 등장시킨다. 신을 형상화한 듯한 이 인형의 등장과 함께 카인과 아벨은 양을 희생제물로 바치는 제의를 실행한다. 기독교적 원죄와 아벨의 죽음을 일관성 있게 연결하기 위해 카스텔루치는 아담과 이브, 그리고 카인과 아벨이 노란 사과를 들고 4중창을 부르는 장면을 구성했다.

 

‘최초의 살인’ ©Bernd Uhlig OnP

 

‘트로이 사람들’ ©Vincent-Pontet

 

논쟁적 연출을 시도한 체르니아코프의 ‘트로이 사람들’

바스티유극장에서는 필리프 조르당의 지휘로 ‘트로이 사람들’이 공연됐다. ‘트로이 사람들’은 1990년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개관 기념 공연(정명훈 지휘)으로 올랐던 작품인 만큼 파리 오페라 350주년인 올해에도 대대적으로 선전됐다. 극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아주 심오한 정서를 창출하는 이 작품은 청중들에게 비교적 쉽게 다가가는 작품이다. ‘스캔들 메이커’임과 동시에 언제나 자신만의 타당성이 분명해 요즘 가장 주목받는 연출가인 드미트리 체르니아코프가 연출을 맡았다.

연출에는 영상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마치 CNN 24시간 뉴스가 방영되듯이, 무대 위에 걸린 스크린에는 카산드라와 왕실 가족의 인터뷰가 나오는 등의 연출을 시도했다. 또한 트로이 전쟁의 상징인 목마가 등장하지 않으며, 대신 그리스 군대를 성 안에 들인 사람이 에네(아이네이아스)로 설정된다. 즉, 트로이의 목마가 바로 에네인 셈이다.

문제는 2부 ‘카르타고의 트로이 사람들’이다. 막이 열리면 병원이 보이고, 오른쪽 벽에는 시원한 해변 풍경의 사진과 커피자판기가 놓여져 있고, 간판에는 ‘전쟁 후유증 클리닉’이라고 써 있다. 이곳이 바로 이국적인 카르타고다. 무대 위 코러스는 환자들이고, 붉은 조끼를 입은 이들은 간호사들이다. 그 가운데로 노란 튜닉차림의 디동(디도, 카르타고의 여왕)이 등장하는데, 바로 이 병원의 원장으로 설정된다. 트로이 전쟁에서 살아남은 에네와 그의 아들, 그리고 트로이 사람들은 프리암의 보물을 들고 새로운 트로이를 건설하기 위해 카르타고에 임시로 정착한다. 그러나 이 연출에서는 전쟁에서 심리적으로 상처받은 생존자들이 요양차 거주하는 병원으로 그려질 뿐이다. 디동이 벌이는 몽상적인 왕실 사냥 또한 요양병원 안에서 일어나는 게임으로 처리된다. 2월 3일 공연에서 어느 관객은 디동의 수려한 아리아에서 ‘브라바’ 대신 ‘브라보 베를리오즈’를 외치면서 연출에 대해 ‘베를리오즈의 음악을 존경하라’고 외쳤다.

배윤미(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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