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니’전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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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5월 15일 10:11 오후

LIFE

임선우 사진 서울시립미술관

 

©David Hockney, Photo Credit: Prudence Cuming Associates, Collection Tate, U.K.

 

“그림은 앞으로도 달라질 것이다. 도구에 따라 그림을 이용하는 방식과 그림을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다. 어떤 것들은 달라질 것이다. 어떤 것은 변하지 않는다.” -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첨벙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Tate, London 2019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하나인 데이비드 호크니(1937~)의 대규모 개인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 펼쳐졌다. 1950년대부터 2017년까지의 회화·드로잉·판화 133점의 작품이 7개의 특징적인 소주제(‘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기’ ‘로스앤젤레스’ ‘자연주의를 향하여’ ‘푸른 기타’ ‘움직이는 초점’ ‘추상’ ‘호크니가 본 세상’)로 분류되어 8월 4일까지 선보인다. 호크니 작품을 통해 관객이 보고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그보다 먼저,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가. 호크니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계에 호기심을 품으며 작품을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일지 상상해본다.

작품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과거와 현재를 통합해 시간을 뒤트는 그의 작품을 찾아보는 것은 관람을 더 흥미롭게 만든다. 전시관 초입에 놓인 회화 작품, ‘첫번째 결혼(The First Marriage)’에는 고대 이집트 벽화에서 나올법한 신부가 턱시도를 입은 신랑 옆에 평면적인 옆얼굴을 보이며 표정 없이 앉아있다. 하지만 둘의 시선이 같은 곳을 향해서인지 어색할 것 같은 신랑 신부는 꽤 잘 어울린다. 이 외에도 그의 많은 드로잉은 호크니가 인물과 성(性), 특히 동성애에 관심이 많다는 걸 말해준다. 작가는 그의 시선과 시간을 압축하여 작품을 통해 표현하므로 작품이 곧 작가라는 비약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리라.

호크니는 여러 매체(도구)를 이용하여 실험적이고 과감한 표현을 시도했다. 그중 카메라와 디지털 장비를 이용한 작품들이 특히 인상적이다.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위 그림)는 호크니의 작품 중 가장 큰 규모의 작품으로, 디지털 사진과 컴퓨터를 적극 활용해 나뭇가지와 잔가지들의 풍경을 50개의 캔버스에 분할해 유화로 선명히 묘사했다. 거대한 규모가 주는 압도감도 있었지만, 작품 속의 나무가 너무 아름다워 50개의 캔버스 안에 시선이 머무는 대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얼마만큼의 빛을 머금은 나무이길래 이리도 아름다울까.

클라크 부부와 퍼시
©David Hockney, Collection Tate, U.K.
©Tate, London 2019

최근작인 ‘2017년 12월, 스튜디오에서’(2017)는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작품을 3,000여장의 사진으로 찍어 디지털 기술을 통해 재구성한 것이다. 호크니가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여 현대성을 과감하게 표현하고, 그러면서도 인간이면 아름답다고 느끼는 전통적 시선을 유지하는 작가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키면서도 유지할 가치를 지켜내는 능력이 예술가가 가진 위대한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그는 지금도 아이패드로 계속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호크니의 작품 ‘예술가의 자화상(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은 2018년 현존하는 작가의 작품 중 최고가 경매로 낙찰된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프로필을 굳이 대면하지 않더라도 이 시대가 사랑하는 예술가이며 자신의 예술적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해 나가는 예술가임을 작품이 대신 이야기 하고 있다. “호크니는 여든이 넘었지만 과거에 머물기보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우연히 주변에서 들리던 도슨트의 말이 맴돈다. 연둣빛 여린 잎이 갓 태어난 새끼 동물처럼 기지개피는 봄, 차가운 바람과 따스한 햇살을 동시에 느끼며 덕수궁 돌담길을 천천히 걸어 호크니를 만나보면 어떨까.

 

‘데이비드 호크니’전 3월 22일~8월 4일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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