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조성진이 함께 한 2018년 베르비에 페스티벌 25주년 기념 현장으로
NBD 0098V
가보르 타카치-나기·게르기예프(지휘)/카바코스·레핀·벤게로프·주커만·카퓌송·바티아쉬빌리·트로소프(바이올린)/
노부코 이마이·타베아 짐머만(비올라)/미샤 마이스키·에드가 모르(첼로)/브렌단 케인(더블베이스)/
조성진·키신·쉬프·유자 왕·리차드 구드·플레트네프·트리포노프·로디온 셰드린·바바얀(피아노)/마르틴 프뢰스트(클라리넷) 등
2018년 7월 25일, 25주년을 맞은 베르비에 페스티벌 현장. 공연의 앙코르는 ‘윌리엄 텔’ 서곡이었다. 베르비에 페스티벌 앙상블의 경쾌한 서주가 끝나자 단원들이 얼른 악기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입으로 그 선율을 부르며 속주의 아카펠라를 펼친다. 그런데 합창대의 구성이 독특하다. 조성진을 비롯하여 키신·쉬프·유자 왕·리차드 구드·트리포노프·셰드린·바바얀(피아노), 카바코스·레핀·벤게로프·카퓌송·트로소프(바이올린), 미샤 마이스키·에드가 모르(첼로) 등이다. 연주가 끝나자 객석은 환호성으로 터져나갈 듯 하다. 이들이 한 화면에 잡혔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25살의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스타음악가들이 차린 푸짐한 생일상이었다. 카바코스·레핀·벤게로프·주커만·카퓌송·바티아쉬빌리·트로소프(바이올린), 노부코 이마이·타베아 짐머만(비올라), 미샤 마이스키·에드가 모르(첼로), 브렌단 케인(더블베이스) 등이 함께 한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이 문을 열고, 사라사테(시트코베트스키 편곡)의 ‘나바라 환상곡’이 이어진다. 25주년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하이드리치(1935~)의 해피 버스데이 변주곡은 생일축하 노래가 하이든·베토벤·브람스·탱고·헝가리 춤곡풍으로 이어지는 흥미로운 구성이다.
이어 ‘피아노 실내악의 향연’이 펼쳐진다. 한 명씩 무대에 올라도 아우라가 대단한 4명의 피아니스트가 두 대의 피아노에 앉아 스메타나의 소나타 B.70을 선보인다. 조성진과 키신·쉬프·유자 왕이다. 이어 위대한 피아니스트들은 서로 ‘접속’한다. 명곡 편곡 버전이든, 2~8개의 손을 위해 태어난 작품이든 그동안 쉽게 접해보지 못했던 이들의 조합을 통해 피아노 앙상블의 매력을 재발견하게 된다. 특히 라흐마니노프, 셰드린, 키신, 플레트네프, 트리포노프, 바바얀의 컬래버레이션은 러시아 피아니즘의 위대함을 확인시켜주는 순간이다.
스메타나 소나타 이후 브람스 ‘러시아 추억’(조성진·리차드 구드), 바흐 ‘예수는 나의 기쁨’ (플레트네프·트리포노프), 라흐마니노프 ‘여섯 손을 위한 두 개의 소품’(키신·셰드린·트리포노프), 드보르자크 ‘슬라브 무곡’ Op.72·46(쉬프·유자 왕), 라흐마니노프 ‘이탈리아 폴카’(키신·트리포노프)와 ‘바카롤레’(트리포노프·세르게이 바바얀), 루토스와프스키 ‘파가니니 변주곡’(유자 왕·데니스 코츠킨), 로시니 ‘윌리엄 텔’ 서곡(4piano 조성진·바바얀·키신·코츠킨·플레트네프·쉬프·트리포노프·유자 왕) 순으로 진행된다.
영상 속의 음악가들은 악보에 유독 집중한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이들이 모였으니 오랜 연습시간이 주어지지 못한 건 당연하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나바라 환상곡’, ‘해피 버스데이 변주곡’에서 악보를 뚫어져라 보며 상대방과 곁눈질로 신호를 주고받고, 누군가는 활을 지휘봉 삼아 박자를 맞춰나간다. ‘러시아 추억’에서 노장 구드는 악보를 뚫어져라 보면서도 조성진의 호흡을 살피고 든든히 받쳐준다. ‘슬라브 무곡’의 쉬프도 돋보기 너머로 악보와 유자 왕을 살피고, 그녀가 꼿꼿이 걸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카메라는 그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위대한 별들은 그렇게 베르비에의 밤하늘에 음악의 별자리를 하나둘 띄운다.
피아노의 향연이 끝나면 가보르 타카치-나기와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베르비에 챔버 오케스트라의 모차르트, 헨델,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페스티벌의 또 다른 추억을 선사한다.
글 송현민(음악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