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앙 ‘검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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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8월 1일 12:46 오전

 

“엄마, 아비뇽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소리를 듣고 있으면, 옛날 하느님이 만든 에덴동산에서 노래하던 새들을 생각하게 돼요.”

 

“새의 울음소리가 나에게 음악적 영감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 언제인가 하면, 나라는 존재의 쓸모없음을 실감하고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음악 언어가 부질없는 노력의 결과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부터입니다.”

 

“지금 들리는 소리는 티티새의 노랫소리입니다. 티티새는 아마도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지닌 최고의 가수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 울음소리에서 반복되는 연(stanza)이 들립니다. 둘, 셋, 넷··· 대개 세 개의 연으로 반복되고 있지요. 마치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요. 오만하면서도 권위주의적이며 날카롭게 지저귀는 소리가 귀를 사로잡습니다. 한번 들으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소리이지요.”

 

 

프랑스 아비뇽에서 태어난 올리비에 메시앙(1908~1992)은 영문학자인 아버지와 시인 어머니 사이에서 이른 시기부터 예술적 감성과 깊이를 더했다. 8세에 피아노를 시작해 이듬해 피아노 독주곡 ‘샬로트의 귀부인’을 작곡하며 일찌감치 작곡가의 길로 들어선 그에게 자연이 내는 모든 소리가 음악이었고, 특히 새의 울음소리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뜰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아홉 살의 메시앙에게 이름 모를 새의 아름다운 울음소리가 들렸다. 메시앙은 말했다. “엄마, 나는 커서 새를 연구하는 학자가 될 거예요. 새의 울음소리는 리듬도 기가 막히지만, 멜로디가 너무 아름다워요. 그 자체가 음악이 아니겠어요?” 그때부터였을까. 메시앙은 틈만 나면 숲을 돌아다니거나 야외로 나가 새의 울음소리를 오선지에 옮겨 적었다. 그리고 그 오랜 습관은 ‘검은 새’(1952), ‘새들의 기상’(1953), ‘이국의 새들’(1956), ‘새의 카탈로그’(1958)를 비롯해 후기의 수많은 걸작으로 이어졌다.

새의 울음소리를 모티브로 한 여러 작품 중에서도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검은 새’는 초기작에 속한다. 당시 파리 음악원 교수였던 메시앙이 플루트 시험곡으로 만든 이 곡은 1952년에 작곡되어 같은 해에 초연됐다. 프랑스어로는 ‘Le Merle noir’, 영어로는 ‘Blackbird’로 불리며 한국에서는 ‘검은 새’ 혹은 ‘검은 티티새’라는 제목으로 쓰인다. 여기서 티티새는 지빠귀(Thrush)와 같은 말이다. 6분 내외의 짧은 연주곡이지만, 다양한 기법과 테크닉, 소리의 표현이 모여 티티새의 다양한 움직임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미라 기자

 

‘검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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