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오페라와 인간, 그 안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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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8월 12일 9:00 오전

SPECIAL PREVIEW

근대와 현대의 예술이 어우러진 도시, 대구가 지닌 문화예술적 가치는 뿌리 깊다. 특히 근대 서양음악과의 관계는 더욱 그러하다. 1900년 조선에 처음으로 피아노가 들어온 곳도 대구이고, 근대음악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박태준과 한국 최초의 창작오페라 ‘춘향전’을 작곡한 현제명과 같은 작곡가들도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해방 전 대구사범학교에서 펼쳐진 관현악 공연이 한국 관현악 무대의 효시가 되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17년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지정된 대구에는 현재 30여 개의 합창단과 50여 개의 가곡교실 등 일반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수준 높은 음악 활동이 굉장히 다채로운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다. 오랜 전통을 지닌 예술단체와 예술교육, 다양한 문화예술공간까지 음악에 대한 사랑이 꽤나 두텁다. 바로 여기에 2003년 한국 최초의 오페라 전용 극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개관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대국국제오페라축제가 첫발을 내디뎠다. 메인 오페라 공연을 중심으로 수준 높은 작품을 제작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온 축제는 대부분의 공연에서 90% 이상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경우 약 5만 명에 이르는 관람객이 축제를 찾았고, 메인 오페라 4개의 평균 객석점유율이 93%, 이 중 몇 개는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27%의 타지 관람객과 8%의 외국인 관람객 비율도 주목할 만한 수치다. ‘종합무대예술’인 오페라를 콘텐츠로 하는 축제인 만큼 즐길 거리 또한 다양하다. 오페라 축제와 관련된 구조물과 다양한 전시, 부대행사를 통해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하고, ‘미술관 콘서트’ ‘프레콘서트’ ‘수상음악회’ ‘광장 오페라’ 등을 통해 무대에 접근성을 높인다. 축제 전후의 예술교육프로그램 또한 오페라를 더욱 깊이 즐길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제17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대표 배선주)의 주제는 ‘운명’.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이자 그것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를 뜻하는 ‘운명’이 축제를 이끈다. 이제 당신 앞에 여러 가지 모양의 운명을 지닌 오페라 무대가 펼쳐진다. 그 운명과 마주할 준비가 되었는가.

 

축제를 즐기는 5가지 키워드
#최초#최고#최다#무료#공연장_밖의_오페라

 

#최초 #라_론디네 #1945 #DIOA

올해 대구오페라축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과 새로운 기획으로 가득하다. 가장 먼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선보이는 메인 오페라 ‘라 론디네’(9월 19·21일)와 ‘1945’(10월 4·5일)를 살펴보자.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도이체오퍼 베를린이 합작으로 선보이는 푸치니 ‘라 론디네’는 국내 초연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는 세계적인 테너 롤란도 빌라존의 연출로 화제를 모았던 2019 도이체오퍼 베를린의 레퍼토리를 오리지널 프로덕션으로 만나볼 수 있다. 국립오페라단과의 합작으로 선보일 ‘1945’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다. 2017년에 연극으로 만든 것을 오페라로 재탄생시켰다. ‘1945’는 9월 27·28일 예술의전당에서 먼저 만나볼 수 있다. 순수 아마추어와 오페라 전문 제작진이 함께 만드는 아마추어 오페라 ‘라 보엠’과 이탈리아 안코나 극장과의 제작 합작 또한 새로운 부분이다. 두 극장이 제작비를 나누어 부담하고, 공연 이후 미국에 무대와 의상을 판매해 수익금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라 트라비아타’는 현재 이탈리아에서 제작 중이며 9월 안코나 극장, 12월 초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것은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다. 오페라 신진 스타 발굴과 오페라 마켓의 필요성에서 시작된 것으로, 유럽과 미국의 주요 극장 및 축제 예술감독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세계무대로의 발판을 마련한다.

#최고 #임세경 #이명주 #도이체오퍼_베를린

축제와 작품, 관객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준비하고 있는 출연진을 주목해보자. 축제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인 메인 오페라는 매년 최고의 연출진과 출연진을 초청해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축제의 기간을 한 달 이상 앞당기며 여러 나라의 오페라 관계자와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성악가들이 축제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개막작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도이체오퍼 베를린에서 활동 중인 지휘자 로베르토 리치 브리뇰리와 연출가 브루노 베르거 고르스키가 참여해 완성도를 높인다. 이 외에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의 프리마돈나 임세경과 소프라노 이명주·김순영, 테너 이병삼·신상근, 바리톤 공병우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는 최고의 성악가들이 함께한다. 소프라노 알렉산드라 휴턴 등 베를린 현지 프로덕션에서 공연했던 해외 출연진도 축제에 다양한 색깔을 더한다.

 

#최다 #정갑균#운명의_힘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람메르무어의 루치아’(2008), ‘안드레아 셰니에’(2010), 창작오페라 ‘청라 언덕’(2012), 광복 70주년 기념 창작 오페라 ‘가락국기’(2015) 등 가장 많은 작품을 연출하며 깊은 인연을 이어온 정갑균. 그가 이번에 맡은 작품은 베르디 ‘운명의 힘’(10월 12·13일)이다. 이번 축제의 주제 ‘운명’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작품 속 인물 모두 각자가 처한 운명적인 굴레가 분명하다. 전쟁·죽음·사랑·증오·복수 등 관객들이 바로 반응할 수 있는 심리적 표현들이 극대화되어 드러난다.

 

#공연장_밖의_오페라 #토크콘서트 #오페라존

12개의 부대행사와 미술관 토크콘서트, 특별 강의 또한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다. 먼저 지난 7월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미술이 된 오페라, 오페라가 된 미술’에서 오페라 ‘운명의 힘’과 연계한 강의가 진행됐다. 국내의 오페라 평론가를 초청해 작품을 미리 공부해보는 ‘오페라 오디세이’는 9~10월 사이 총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부대행사로는 ‘해외진출 오페라’전, ‘축제 특별 사진’전, ‘오페라 무대 미니어처’ ‘찾아가는 오페라 산책’ ‘백스테이지 투어’ 등 축제와 작품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아리아 통신’ ‘드레스코드 데이’ ‘행운의 좌석’ 등 축제 안팎으로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마련되어 있다. ‘오페라 존’이라는 이름으로 야외광장에 마련된 포토존은 SNS에서 많이 등장하는 가장 인기 있는 장소 중 하나다.

#무료 #수상음악회 #프레콘서트

축제 기간에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행사도 다양하다. 대구의 대표적인 관광명소 수성못에서 진행되는 수상음악회와 아마추어 오페라, 삼성창조캠퍼스와 롯데아울렛 이사이폴리스폴리스점에서 펼쳐지는 광장 오페라, 축제 개막 전 대구 곳곳에서 펼쳐지는 프레콘서트 등 크고 작은 음악회를 즐길 수 있다.


글 이미라 기자 사진 대구오페라하우스

[INTERVIEW]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예술감독 최상무
한국을 넘어 세계로 향하다

 

이번 축제의 주제가 ‘운명’이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2017년부터 ‘오페라와 인간’이라는 큰 주제를 두고, 각 작품에 나오는 인간의 다양한 삶을 인문학적으로 깊이 통찰해보는 계기로 삼았다. 올해는 특히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로 그 험난한 시기를 살아낸 대한민국 사람들을 되돌아보기 위해 ‘운명’을 주제로 정했다. 과거에 존재했던 오페라 속 인물들을 통해 자신들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겪을 수밖에 없었던 ‘운명’을 살펴보고자 한다.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라 론디네’ ‘1945’ ‘운명의 힘’을 메인 오페라로 선정했는데.

주제에 걸맞는 작품들을 고르기 위해 노력했다. 스코틀랜드·프랑스·한국·스페인 등 다양한 나라와 시대 속 사람들이 운명을 바라보는 시각을 다루려 한다.

소극장 오페라 또한 기대된다. 메인 오페라와는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가.

3편은 지역 내 소극장에서, 1편은 야외에서 공연한다. 메인 오페라보다 관객과의 물리적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우리네 마당극처럼 관객 사이를 오가며, 즉 객석과 무대의 구분을 줄여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코믹한 내용으로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무대 위 오페라 가수들도 중요하지만, 어떤 연출이 더해지는 가도 중요하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도 다양한 연출가들이 함께하고 있는데.

요즘은 지휘자 보다 연출자의 비중이 많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관객들이 영화에 익숙해지다 보니 보는 것에 대한 비중이 커졌다. 유럽의 극장들도 연극 연출가나 영화 연출가 혹은 미술 작가가 오페라를 연출하는 등 보이는 것에 많이 치중한다. 연출가를 선정할 때는 유럽의 극장을 통해 추천을 받기도 하고, 한국 연출가들의 경우 직접 포트폴리오를 보며 찾고 있다. 항상 대한민국의 젊은 연출가와 지휘자를 찾고, 매년 한 작품 이상 같이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오페라는 좋은 오케스트라, 합창단, 발레단이 함께할 때 더 높은 수준의 무대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대구오페라하우스 상주 오케스트라인 디오 오케스트라가 10여 년간 대구국제오페라축제와 함께 하고 있고, 2017년에 조직된 대구오페라콰이어가 있다. 오케스트라는 연간 계약으로 운영되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오디션을 통한 단원 평정을 실시한다. 발레단 조직도 절실하게 바라지만 쉽지 않다. 현대 오페라에서 전통적인 발레보다는 현대무용, 비보이 등 다양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발레단을 조직하는데 어려움을 준다.

축제 기간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도 오페라와 대중의 간극을 좁혀나가려는 노력이 보인다.

오페라와 같은 고전예술은 교육이 수반되지 않고는 즐기기가 쉽지 않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별관을 아카데미 공간으로 꾸며서 전 연령층의 시민을 위한 예술교육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처음 오페라를 접하는 분들을 위한 ‘렉처오페라’와 ‘문화회식’ 등 ‘공연+교육’형 프로그램으로 새로운 관객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굉장히 반응이 좋다. 축제 기간에도 지역민들이 자주 찾는 광장·공원·미술관·공연장 등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이제는 가을이면 대구에서 오페라 성찬이 펼쳐진다는 것을 시민 모두가 알고 있다. 일 년 내내 상시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서 오페라 교육을 받는 시민들도 많은데, 특히 실력을 쌓은 분들은 오디션을 통해 아마추어 오페라 공연에도 참여한다.

이번 축제에서 아마추어 오페라 ‘라 보엠’을 선보일 예정인데, 요즘 더위도 잊은 채 맹연습 중이다. 이번 축제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것 중 하나가 대구국제오페라어워즈(DIOA)다.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7년부터 오페랄리아 콩쿠르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데, 대구가 (2017년 당시) 유럽·미주와의 직항이 없다는 것과 북한과의 대치 상황 등을 이유로 유치 직전에 무산이 되면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오페라 마켓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독일·이탈리아·오스트리아·체코 등 유럽의 극장과 축제 감독들을 찾아다니며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오페라 신진 스타 발굴의 필요성에 서로 공감했다. 성악가들이 심사하는 콩쿠르가 아닌 극장이 원하는 신인을 함께 만들어 보자는 취지가 더해졌다. 올해는 성악 부분에 한정했지만, 앞으로 연출·지휘·무대 미술 등 분야를 넓혀갈 계획이다.

 

어떤 단체들이 함께하는가.

도이체오퍼 베를린 감독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보여줬고, 다른 극장들 또한 많은 관심들을 보였다. 독일 4개 극장, 오스트리아 1개 극장과 축제, 미국 LA 극장까지 해외 7개 단체와 대구오페라하우스가 함께 한다. 4월에 베를린과 빈에서 진행한 유럽예선에서 각각 6명씩 뽑았고, 5월 대구에서 열린 아시아 예선에서 8명을 뽑아 총 20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내년에는 LA 극장에서 미주 예선을 개최하며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세계무대로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내년 8월 대구오페라하우스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 이번 본선 진출자들을 출연시킬 계획이다. 또한 각 극장과의 계약 사항에 입상자와 결승 진출자 중 자신의 극장에 필요한 성악가를 다음 시즌에 데려갈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있다. 최근에는 빈 슈타츠오퍼에서 내년 정규 시즌 오디션에 20명 전원을 초청할 계획이라는 메일을 보내왔다.

축제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새로움과 다양성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하지 않는 가치와 중심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에 다양한 축제들이 있지만 오페라를 콘텐츠로 전문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지는 축제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유일하다. 오페라는 종합무대예술을 대표하는 장르이기에 오페라의 발전이 가져다주는 파급효과가 대단하다. 지역의 다양한 예술을 함께 소개하며 함께 발전해 나갈 수도 있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발전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 참여하는 국내외 예술가들은 축제를 찾은 관객을 보고 가장 많이 놀란다. 대부분의 유럽 극장 관객들이 노령화되어있는 반면, 우리 축제의 관객은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연령대가 다양하고, 젊은 관객의 비중도 크다는 점을 부러워한다. 우리 공연예술의 미래를 밝게 전망하는 부분이다. 공연을 만드는 예술가의 에너지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받아 새로운 에너지로 돌려주는 관객 또한 중요하다. 축제를 통해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성장 발전하는 것이다.

앞으로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가지고 나갈 방향성이 궁금하다.

좋은 공연은 기본이고, DIOA를 통해 국제적인 오페라 마켓을 구축하고 확대해나갈 것이다. 올해는 한글과 영어뿐 아니라 일본어와 중국어로 된 홍보자료도 만들어 아시아의 각 극장과 방송 매체에 전하고 있다. 국내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을 넘어, 해외의 유명 오페라축제들처럼 한해 1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축제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글 이미라 기자 사진 대구오페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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