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5번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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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0년 1월 6일 2:53 오후

©Andy Warhol

 

“연주하고 연습하는 예술 세계보다 더한 기쁨은 내게 없다네.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행복을 얻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말게. 그 무엇이 예술보다 나를 더 행복하게 해주겠나? ···

 

오! 이 악마 같은 고통만 없앨 수 있다면 세계를 품 안에 넣을 텐데. 그래, 젊음이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네. 내가 언제는 아프지 않았나? 얼마 전부터 몸과 마음이 조금씩 건강해지고 있다네. 하루하루 목표에 접근해 가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야. 자네의 베토벤은 오로지 이것으로 살아간다네. 휴식을 취하라고 말하지 말게! 내게 휴식이란 잠뿐이네. 전보다 더 시간을 쏟아 일하지 못함이 유감이네. ···

 

아, 나는 이 불행 가운데서도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겠네. 아니야, 나는 견딜 수 없어. 운명이라는 놈의 목줄기를 졸라 버리겠네. 운명은 결코 나를 꺾지 못해. 오! 삶은 너무나 아름답군, 천 번이라도 다시 태어나 살고 싶어!”

 

1801년 11월 16일 빈에서, 베겔러에게 보낸 편지 중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베를린 필하모닉의 베토벤 교향곡 5번

예술을 위해 삶을 희생했던 예술가들이 있다. 예술에 생(生)의 전부를 걸었던 이들. 누군가는 눈이 멀었고, 누군가는 제 귀를 잘랐다.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 또한 자신의 삶 전부를 예술로 나타냈던 사람이다. 그의 음악은 가장 인간적이었고 초월적이었으며, 가장 순수하고, 또 치열했다.

모든 장르에 있어 혁명가와 같았던 그는 아홉 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그중 5번 c단조 Op.67은 초연부터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으며 많이 연주되는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E.T.A 호프만이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라 말한 교향곡 5번은 1808년에 완성되어, 그해 12월 오스트리아 안 데어 빈 극장에서 초연됐다. 이날 베토벤이 직접 지휘자로 나서 교향곡 5번과 함께 교향곡 6번, 피아노 협주곡 4번, ‘합창 환상곡’ 등을 초연했는데, 그 시간이 무려 4시간에 달했다고 한다.

흔히 교향곡 5번을 가리켜 ‘운명 교향곡’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베토벤이 직접 붙인 제목은 아니다. 그의 비서 안톤 쉰들러가 1악장 첫머리에 등장하는 네 음의 모티브를 가리키며 베토벤이 “운명은 이처럼 문을 두드린다”고 말했다는 기록을 남긴 것에서 비롯되었다. 이 주요 모티브에 대해 베토벤의 제자였던 카를 체르니는 또 다른 이야기를 제시하는데, “그 작은 음형은 베토벤이 빈의 프라터 공원을 지날 때 들은 노랑촉새의 노랫소리에서 나왔다”는 것. 그러나 두 이야기 모두 그저 설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베토벤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나폴레옹이 빈을 점령하는 등 혼란스럽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그의 귀는 점점 나빠졌고, 연인 요제피네와도 이별했다. 작품은 당시 베토벤의 혼란과 고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나,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운명과의 투쟁을 통해 결국 환희와 승리로 나아간다. 마치 베토벤의 삶을 그대로 투영하는 듯하다.

올 한해 베토벤의 작품이 세계 곳곳에서 더 많이 울려 퍼질 예정이다. 고난과 역경의 운명 속에서도 삶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인간의 모든 감정을 노래했던 베토벤. 그의 음악으로 새로운 한 해를 열어본다.

이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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