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에 잠식된 공연예술계 (2)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0년 4월 18일 12:56 오전

PART3
•column•

WHO의 팬데믹 선언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세계 공연계

 

1월 26일 중국 정부가 베이징을 포함한 중국 대다수 지역에 ‘중대 돌발 공공위생 사건’ 1급 대응에 들어가면서 보스턴 심포니, 빈 방송교향악단의 중국 대륙 공연이 취소됐고 연계된 한국 투어도 무산됐다. 2월 10일 홍콩아트페스티벌(2.13~3.14)이 홍콩 행정장관의 권고로 중지될 때만 해도, 국제공연계는 코로나19를 중국과 주변국 투어시 유의할 국지적 위기로 취급했다.
그러나 2월 23일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을 필두로 파르마·베니스·베로나·볼로냐 등 이탈리아 전역 오페라극장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근거로 문을 닫으면서, 전염병은 유럽 공연장의 위기로 번졌다. 이탈리아와 국경을 접한 스위스, 오스트리아가 일정 인원 이상의 집회 금지를 시작으로 공연을 중단했고, 프랑스와 북유럽, 독일이 뒤따랐다.
3월 12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면서 유럽 권역에서 사실상 모든 공연이 중단됐다. 그러나 브렉시트 결정으로 유럽연합(EU)에서 빠져나온 영국 공연계 대응은 굼떴다. 3월 12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대규모 공중 이벤트 금지를 검토한다”는 연설만으로 영국 축구 프리미어리그는 즉각 중단됐지만, 공연계는 미적거렸다. 로열 오페라는 카우프만(1969~) 출연으로 매진된 ‘피델리오’(3.2~18)를 강행했고, 13일엔 카우프만이 병고를 사유로 배역에서 빠졌지만 공연을 올렸다. 노년이 관객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위그모어 홀은 68세 소프라노 넬리 미리치오이우(1952~)의 마스터클래스, 5~7세 어린이 관객 공연도 진행했다. 밀폐된 공간에 면역 취약 계층을 한데 모아둔 점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다.
16일 존슨 총리가 “펍, 극장(theatres) 출입을 삼가라”고 아예 장소를 명시하고 나서야 이튿날 로열 오페라, 런던 심포니가 이벤트 중단을 정했고, 런던과 지방 예술 기관이 취소를 알렸다. 미증유의 집단 위기는 발상의 전환을 낳았다. 로열 오페라는 안내문에 “취소 공연 환불금액을 로열 오페라 재단에 기부해 달라”는 호소를 병기했다. 번머스 심포니도 “취소 환불액을 악단에 기부하고 환급 제도(Gift Aid)를 선용하라”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명사들이 국적을 불문하고 자선 단체 기부로 공동체에 기여하는 반면, 클래식 음악계 거목이 거액을 희사한 소식은 드물다. 여느 재난에선 공연 개런티를 기부하는 형식으로 동참했지만, 공연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존 자산을 터는 음악계 명망가는 찾기 어렵다.
각종 재난에 익숙한 일본 공연계도 사면초가다. 도쿄 올림픽 문화 축전으로 한창 들떴다가, 2월 26일 아베 일본 총리의 “전국적 문화 행사 중지 및 연기, 규모 축소” 요청에 따라 공공 지원을 받는 악단과 공연 기관은 이벤트를 전면 중단했다.
그러나 저명 오페라, 발레단 일본 투어를 유치한 공익법인 NBS와 민간 기획사 가지모토는 각각 파리 오페라 발레 공연(2.27~3.8)과 언드라시 쉬프 독주회(3.12~19)를 고수했다. 연금 개혁 반대로 본거지에서 파업을 겪은 파리 오페라 입장에서 일본 공연 개런티는 포기할 수 없었다. 쉬프는 아내 시오카와 유코의 투어 동행을 소셜미디어로 알렸다. 3월 18일 기준, 가지모토는 아시아 방문시 러시아내 자가 격리를 이유로 한국 방문을 취소한 무지카 에테르나의 일본 공연(4.10~14)을 여전히 추진 중이다. 공연계 이익단체인 일본 클래식 음악 사업 협회가 사업자와 연주자 손해 배상과 구제책을 정부에 촉구했다. 협회는 2월 26일부터 3월 13일까지 일본 내 523개 공연이 취소됐고, 손해액은 24억 엔(약 280억 원)으로 추산했다.
대부분의 국내 국공립 공연 기관은 정부의 감염병 4단계(관심·주의·경계·심각) 경보를 기준으로, ‘심각’에서 본격적으로 대관 공연 취소를 권고한다. 보통의 대관 규약에서 전염병과 불가항력 조건 충족에 대한 세심한 명문이 부재한 터라, 정부의 ‘심각’ 발효가 사실상 대관료 환불 결정의 기준이 됐다. 유사시 공연장 대표의 선제적 판단에 따라 기민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불가항력에 따른 대관료 환불 규정과 조건을 손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에서 한국공연예술경영인회가 수집한 음악계 피해 사례를 여타 장르와 취합하는 체계를 유지한다. 반면. 미국과 영국은 이익 단체가 총의 형태로 정부를 압박한다. 미국은 아메리칸 오케스트라 리그(League of American Orchestras), 오페라 아메리카(Opera America), 댄스 USA(Dance USA)가 세부 장르를 대표하는 이익단체로 활동하면서, 코로나 사태에서도 능동적으로 하부 회원사에 통일된 지침을 마련했다. 영국은 영국 오케스트라 협회(Association of British Orchestras)가 자국 내 클래식 음악 산업 전반의 이익을 대변해 브렉시트와 재난에 대처한다.
예술 자문 위원회(Advisory Board for the Art)는 코로나 사태에서 영미와 유럽 예술조직이 국제적 시각에서 사태를 전망하도록 유용한 정보를 게시한다. 위기관리 체계를 단기·중기·장기로 나눠 사태를 정리하는 우선순위 설정에 참고가 될 자료를 웹으로 공유한다. www.advisoryboardarts.com
글 한정호(음악 칼럼니스트)

PART4
•INTERVIEW•

트래브투어스 대표
귀도 프래커스

오케스트라
투어
비하인드
스토리

공연 취소와 레퍼토리 변경 등
오케스트라 투어 뒤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16_바이러스에 잠식된 공연예술계 (2)-1 ©Todd Rosenberg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신기한 사람”
LA 필하모닉 단원들은 귀도 프래커스(Guido Frcackers)를 두고 이렇게 묘사한다. LA 필은 물론, 뉴욕 필·시카고 심포니 등 해외 주요 악단들은 1년에 수개월 전 세계를 순회한다. 매 공연마다 백 명이 넘는 단원들, 백여 대의 악기, 수많은 연주복이 함께 비행기에 오른다. 빼곡한 일정이 순조롭게 흘러가도록 뒤에서 지원하는 사람이 있다. 유럽과 미주, 아시아 심지어 북한까지 성공적으로 투어를 이끈 사람. 바로 여행사 트래브투어스(TravTours)의 대표 귀도 프래커스다. 그와 만나 해외 오케스트라 투어의 비하인드 스토리, 더불어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해외 주요 오케스트라의 투어를 담당하고 있다.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가? 여행사에서 하는 모든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단원들이 집을 떠나서 최고의 연주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다. 오케스트라 투어 계획 수립·예산 컨설팅·진행·리뷰까지 모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단원들의 개인 호텔방에 꽃을 배달하는 사적인 부탁부터 북한에 방문해 공연 일정을 조율하는 것까지 투어에 관련된 모든 일들을 책임지고 수행한다.
준비 중 무산되는 공연이 자주 있나? 컨설팅 과정에서 아쉽게도 무산되는 경우가 있다. 2008년도 뉴욕 필 통영 공연이 그중 하나다. 통영 공연장이 규모가 작고 단원들이 호텔에서 편안히 지낼 수 없다고 판단해 공연을 진행하지 않았다.
보통 오케스트라 투어는 몇 년 전부터 준비가 시작되나? 3년 전부터 공연 계획을 시작한다. 현재 보스턴 심포니·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LA 필·시카고 심포니 등이 2022년 투어 계획을 잡아 놨다. 특히 유럽의 경우는 어떤 동선으로 어느 도시에서 공연할지에 관한 순서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투어를 가는 도시에 올림픽 등 국제 행사가 열리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경우 숙박비가 많이 오르기 때문이다. 다양한 옵션의 예산을 오케스트라에게 제공하고, 그들이 최상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우리 여행사는 전체 컨설팅 비용을 받고 있다.
투어 준비에 있어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연주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서 단원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연주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여름 야외 공연을 예로 들어보자. 공연 리허설 때 지휘자가 역광으로 서있으면 단원들의 눈에 햇빛이 반사되어 지휘자를 볼 수 없을 테다. 그렇다면 이 시간을 피해 리허설을 할 수 있도록 조절해야 한다. 여러 상황들을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프리 투어(Pre-tour, 오케스트라가 특정 도시를 방문하기 1~2년 전에 이루어짐)를 하여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을 예측하려 한다. 그래도 늘 상황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이때마다 순발력 있는 대처가 요구된다.
투어 준비 과정에서 혹시 곤란한 상황은 없었나? 공연이 자연재해 등으로 갑자기 취소되는 경우 대처 방안을 세워야 한다. 갑자기 공연장이 불에 타 버린다던가, 전염병이 도는 경우 등이 있겠다. 따라서 이란·이스라엘·콜롬비아·팔레스타인 등에서 공연 제안이 오면 어떻게 할지 깊이 고민한다.
뉴욕 필의 북한 평양 공연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2008년 3월 북한 평양대극장에서 공연했다. 미국 오케스트라가 북한을 방문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아시아나항공에서 보잉 747을 제공받아 북경에서 북한으로 들어갔다. 보잉 747에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기자들·후원회가 함께 탔다. 비행기는 48시간 후에 다시 평양으로 오케스트라를 데리러 왔다. 북한 공연을 위해 2007년 8월부터 준비를 시작했는데, 2008년 3월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일해야 하는 힘든 상황이었다. 48시간의 뉴욕 필 북한 방문을 위해 프리 투어로만 북한을 세 번 방문했다. 당시 북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북한 측도 우리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몰랐다. 일례로 북한이 뉴욕 필에 아침 식사를 제공해야 하는데, 북한은 시리얼이 무엇인지, 세상에 여러 종류의 빵과 주스가 존재하는지조차 전혀 모르더라. 그래서 파리와 로마 호텔의 아침 메뉴를 북한에 전달했다. 그런데 북한 사람들이 완벽하게 준비해놓은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아시아와 유럽 투어 매니징에 차이가 있는지? 아시아 사람들은 표준화된 양식으로 움직이려는 경향이 있다. 유럽 사람들은 좀 더 유연함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시아 음식을 더 좋아한다!

코로나19, 보스턴 심포니 한국 공연 취소

지난 2월, 보스턴 심포니 한국 공연이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다. 1960년에도 내한이 예정됐으나 4·19로 인해 취소된 바 있는데. 무엇보다도 보스턴 심포니를 기다렸던 관객이 가장 실망했을 것이다. 보스턴 심포니 투어 취소는 1월 30일에 결정됐다. 공연 일주일 전이었다. 서울 공연과 더불어 중국·대만·홍콩의 공연들을 모두 취소했다. 1992년부터 20여 개의 미국 오케스트라 투어를 담당했지만, 이렇게 전체 투어가 취소된 것은 나 역시 처음 겪는 일이다. 사실 많이 당황했다. 지금도 투어 취소의 여파로 마무리 정산을 하고 있는 중이다.
투어가 취소되기 전까지 어떤 일들이 순차적으로 발생했는지 말해줄 수 있나? 우선 항공편을 보면, 1월 28일 케세이퍼시픽과 드래곤항공이 홍콩-상하이 구간 운행을 정지했다. 1월 29일에는 스위스항공·아메리칸항공·델타항공·영국항공 등이 중국의 주요 도시 운행을 모두 정지했다. 국가 공식 발표는 세 개의 정부 관련 기관에서 이루어졌다. 질병통제센터(CDC), 세계보건기구(WHO), 연방정부에서 공식 발표가 있었다. 여러 항공의 운행 중단은 우선적으로 중국 투어를 불가능하게 하였고, 이후 연방정부에서 코로나19 사태를 우려해 아시아 지역에서 공연하지 말라고 제안했다. 이 점이 한국과 대만에서 공연을 취소하도록 만든 결정적인 이유다. 보스턴 심포니가 아시아 투어를 강행할 경우, 단원들의 건강도 걱정됐다. 단원들은 중국에 갇혀 미국으로 못 오게 될까 봐 무척 두려워했다.
오케스트라 사무국에서 공연을 취소하면, 여행사는 어떤 과정으로 일을 처리하는가? 코로나19 같은 불가항력 상황으로 투어가 취소되면 힘이 많이 든다. 2월에 취소된 공연은 아직도 취소 수수료 관련해 오케스트라를 초청한 주최 측과 상의 중에 있다. 오케스트라도, 오케스트라를 초대한 주최 측도, 호텔도 모두 유쾌한 기분이 아닐 테다. 투어를 위해 일했던 사람들이 모두 조금씩 이해하고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
과거에도 사스·메르스 같은 전염병이 있었는데, 그때는 어땠는지? 사스나 메르스로 인하여 공연이 취소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사스나 메르스는 치사율은 코로나보다 높지만, 전염력이 강하지 않았다. 코로나는 전염성이 강한 것이 문제다. 눈사태로 비행기 착륙이 불가능해 공연이 취소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전염병 때문에 전체 투어가 취소된 건 처음이다.
전염병 유행을 계기로 새롭게 만들어진 대처 방안이 있을까? 새롭게 만들어진 방안은 아직 없다.
이외에 불가항력 조항에는 어떤 경우가 있나? 화재나 지휘자의 중병·사망, 정전 등이 불가항력(force majeure) 조항에 명시된다. 물론 전염병도 불가항력 조항에 명시돼 있다. 즉 오케스트라나 초청하는 주최 측 의지와는 무관하게 발생하는 사건들이 불가항력 조항에 들어간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항상 긴장해야 할 것 같다. 오케스트라 투어 매니저로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상식과 인내심이 가장 필요하다.
마지막 질문이다. 한국도 자주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은?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 정말 엄청났다! 뉴욕 필은 당시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다. 도시 전체가 흥분의 도가니였다.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귀도 프래커스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때부터 여행 가이드를 시작했다. 1992년부터 트래브투어스에서 프리랜서로 일했고, 1998년 트래브투어스를 인수해 대표로 일하고 있다. 보통 1년 동안 282,799 마일을 비행하며 오케스트라의 원활한 투어에 힘쓰고 있다. travtours.com

글 박선민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및 뉴욕대에서 예술경영 석사, 홍콩과학기술대에서 MBA, 성균관대에서 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종문화회관, 싱가포르 IMG 아티스트, 미국 뉴욕 필하모닉 기획팀에서 근무했다. 현재 대학에서 강의하며, 예술경영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PART5
•THEME TALK•

공연의 새로운 대안, UNTACT

객석 기자들의
온라인 생중계 체험기

‘객석’ 기자들이 모바일, PC, 대형스크린 등을 통한 공연 중계 영상을 체험하고 좌담을 나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사람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졌다. 다중이 모이는 행위를 지양하면서 이른바 ‘비대면(untact)’ 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 학교의 입학·졸업식과 수업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는가 하면, 회사에서는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이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의 일환이었다. 공연예술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2월 말부터 4월까지 다수의 공연이 취소 및 연기된 가운데 몇몇 공연장이 공식 SNS 채널을 통해 무관중 생중계 공연을 내놓기 시작했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이 먼저 발 빠르게 움직였다. 2월 29일로 예정됐던 렉처 콘서트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대금 편을 관객 없이 생중계로 대체해 아쉬움을 달랬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지역사회의 극장은 ‘예술로 시민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온라인 생중계 공연을 마련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DAC ON LIVE’에 지역예술가를 우선으로 섭외해 공연 기회를 제공했다. 부산문화회관 또한 ‘배시시(BSCC) 콘서트 on Live’를 통해 3월 12일부터 4월 9일까지 부산시립예술단 공연을 선보인다.
한편 코로나19 국면을 계기로 기존에 시행되던 공연 실황 생중계 서비스가 주목받기도 했다. 네이버TV가 대표적이다. 네이버TV는 2016년부터 뮤지컬·연극·무용 등의 공연 실황을 생중계하고, 다시보기 서비스를 일부 제공하고 있다.
2020년 3월, 영상이 예술가들에게 유일한 무대이자, 관객에겐 불가피한 공연 관람 수단이 된 상황에서 그 의의와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오후 8시에 갈 극장을 잃은 ‘객석’ 기자들이 세 개의 공연을 온라인으로 관람한 뒤, 공연 실황 중계 및 영상을 통한 보기의 현실성과 가능성을 나누는 자리를 가져보았다.

 

① 2019 공연예술 창작산실 무용 ‘히트 앤 런’
3월 6일 오후 8시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네이버TV, V 라이브 생중계
② 제2회 클래식 아티스트 리그
3월 9일 오후 3시 SCC홀/V 라이브 생중계
③ 2019 공연예술 창작산실 연극 ‘마트료시카’
2월 21일~3월 1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네이버TV 다시보기

일시 2020년 3월 11일 수요일
장소 월간객석 사무실
참석 송현민(사회)
박서정, 박찬미, 이미라, 장혜선

 

송현민 무관중 생중계된 무용 ‘히트 앤 런’을 박찬미 기자와 저는 객석 사무실 내의 대형 빔 프로젝터로, 이미라·장혜선 기자는 각자 집에서 휴대폰과 PC 모니터로, 박서정 기자는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면서 휴대폰으로 관람했습니다. 생중계된 ‘제2회 클래식 아티스트 리그 피아노 아마추어 결선’과 관객이 있는 상태에서, 실황 중계된 연극 ‘마트료시카’의 다시보기 영상도 각자 관람했습니다. 먼저 ‘히트 앤 런’에 대한 감상 소감을 나눠봅시다.

클로즈업┃화면 구도┃몰입감┃공간

박찬미 극장에서 무용 공연을 볼 때 작은 시각적 요소를 중요시하는 편입니다. 무용수들이 흘린 땀, 격한 숨으로 떨리는 몸에서 긴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형 빔 프로젝터로 볼 때 낮은 화질이 감상을 저해하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그런데 무용수의 표정이나 날갯죽지의 미세한 움직임을 클로즈업해 보여주니 긴장감이 유발되더군요.
박서정 보통 극장에서는 볼 수 없는 화면 구도도 눈에 띄었습니다. 객석이 무대보다 위쪽에 위치하는 극장의 구조상 관객들은 무대를 내려다보는 시점에 익숙합니다. 그렇기에 출연진을 올려다보듯 찍은 로우 앵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확실히 더 극적인 느낌을 연출하더군요. 1분에 평균적으로 다섯 번의 화면전환이 있었고, 무용수의 동작이 없을 때도 카메라에 움직임을 주어 러닝타임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송현민 같은 생각입니다. 관객이 없으니 극장을 세트장처럼 이용해 여러 대의 카메라를 편히 쓰더군요. 일반 공연에선 절대 볼 수 없는 클로즈업숏이나 바스트숏, 카메라 워킹 덕에 전위적인 뮤직비디오를 보는듯한 느낌도 들었고요. 어둠 속에서 영화처럼 관람하니 몰입감이 뛰어났습니다. 앞으로 장르나 작품의 성향은 물론 공연장에 따라 영상을 만들어낼 겁니다. 일본 영화감독 오즈 야스지로가 ‘다다미 숏’ 미학을 창안했듯이, 공간의 성격이 영상촬영 기법을 좌우하니까요.
장혜선 현재 코로나19를 계기로 무관중 온라인 중계 숫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무관중’이라면 꼭 극장에서 촬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장소특정적 연극처럼 작품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다른 적합한 공간에서 촬영할 수도 있겠죠. 이 공연을 예로 들자면 실제 야구장을 활용할 수도 있겠고요.
집중력┃영상미┃카메라의 눈

이미라 한편으론 음악과 동작이 반복적이었던 이번 작품의 특징 덕에, 동선이 크고 복잡한 공연보다 영상화하기 용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의상과 무대장치에 큰 변화가 없어 실제 공연장에서 봤다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세련된 영상미로 상쇄했어요.

16_바이러스에 잠식된 공연예술계 (2)-2 방 안, 퇴근길 버스에서 휴대폰으로 관람하는 이미라·박서정 기자

16_바이러스에 잠식된 공연예술계 (2)-3 사무실 내 빔 프로젝터로 관람하는 박찬미 기자

16_바이러스에 잠식된 공연예술계 (2)-4 집에서 PC로 관람하는 장혜선 기자

장혜선 반면 관객이 카메라의 눈으로만 봐야 한다면, 연출가의 의도와 다르게 읽히는 순간이 있지는 않을까 우려됩니다. 단순한 예로는 이전에 오케스트라 방송이 흔치 않았을 때는 오보에 연주 부분에서 카메라 감독이 클라리넷 연주자를 클로즈업하기도 했다더군요. 이번 공연은 빙글빙글 도는 카메라 워킹 때문에 야구장이라는 공간적 기호가 잘 안 나타났어요. 그리고 영상에서 초점을 맞추는 인물만 보게 된다는 한계가 있죠. 예컨대 카메라에는 안 잡히는 다른 무용수에게서 읽을 수 있는 것들이 많잖아요. 촬영 전에는 카메라 구도에 관해 연출가와 반드시 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서정 저 역시 공연을 보는 동안 내가 연출가가 의도한 그대로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지 계속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공연이 시작된 직후엔 소리가 잘 안 들리다가 점차 음향이 커졌는데, 이것이 방송 송출에 있어서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인지, 아니면 음향 효과로써 의도적으로 연출된 것인지 구분이 안 되더군요.

관객의 유무┃댓글┃카메라 워킹 고정

송현민 무용과 영상의 문법이 완전히 달랐죠. 이렇게 찍은 영상을 안무가는 어떻게 느낄지 궁금해집니다. 다른 장르인 클래식 음악 공연과 연극 공연은 어떻게 보셨는지요? 특히 연극은 관객이 있는 상태에서 촬영했다는 점, 생중계가 아닌 녹화중계로 관람했다는 점에서 무용과 차이가 있었습니다.
장혜선 녹화중계와 비교했을 때 생중계 공연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댓글 소통이 흥미로운 요소였습니다.
박서정 온라인 기사에서 댓글로 여론 조작하듯 감상 조작(?)이 이뤄지진 않을까 싶어 댓글을 달아봤는데 실패했어요. 다들 자기 감상을 늘어놓기 바쁘더라고요.
이미라 댓글이 저에게는 관람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또한 휴대폰으로 감상하다 보니 중간중간 전화나 메시지 알람도 관람의 흐름을 끊었고요. 공연장이라는 공간의 강제성이 작품 감상에 주는 영향도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장혜선 관객이 객석에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카메라 움직임도 달라졌어요. 훨씬 한정적이었죠. 당장의 대안콘텐츠로서는 괜찮겠지만, 카메라 워킹을 다채롭게 쓰지 않는다면 관객의 선택을 받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같은 공연 영상이라면 차라리 5~7대의 카메라를 사용하는 영국 국립극장의 ‘NT 라이브’나 카메라 수십 대가 모든 면을 다 잡아내는 무용 아트 필름을 보겠지요.

16_바이러스에 잠식된 공연예술계 (2)-5 ‘히트 앤 런’

16_바이러스에 잠식된 공연예술계 (2)-6 클래식 아티스트 리그

16_바이러스에 잠식된 공연예술계 (2)-7 ‘마트료시카’

송현민 ‘클래식 아티스트 리그’는 카메라가 주로 연주자에게만 집중되었는데요. ‘히트 앤 런’이나 ‘마트료시카’처럼 카메라 워킹이 없는 상태에서 단일한 시점을 통해 감상하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박찬미 화면도 고정되어 있는데 음질마저 안 좋으니 관람하는 데 동기부여가 안 됐어요. 클래식 음악 공연의 경우엔, 실연을 직접 접하기 어려운 해외 공연이나 콩쿠르 중계 외에는 영상의 메리트가 적지 않나 싶습니다.
이미라 오히려 오디션이라는 형식 때문에 연주보다 심사평이 더 재밌었어요. 일반적인 클래식 음악 공연은 오디오를 얼마나 잘 잡아내느냐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아주 미세한 소리로도 연주의 뉘앙스와 감정선이 달라지니까요. 세심하게 음향을 잡아내는 과정이 요구되다 보니, 콩쿠르 같은 특정 주제나 토크 같은 요소가 없다면 클래식 음악 공연은 생중계에 잘 부합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클래식 발레나 오페라처럼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가 함께하는 공연도 마찬가지고요.

현장감┃극장감상의 아우라┃전달되는 떨림

송현민 TV 드라마나 영화는 배우의 대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됩니다. 누군가 말이 끝나면 다른 배우가 말하는 형식이죠. 그런데 연극에서는 배우들의 대사가 동시다발적으로 겹쳐질 때가 있어요. 오페라라면 4중창, 5중창, 합창 등의 경우입니다. 그런데 영상을 통해 그런 장면들을 보니 각자의 대사가 겹쳐져 전달력도 떨어지고, 뭔가 웅성웅성거리는 느낌이더군요. 만약 공연 현장에서 보았다면 굉장히 긴장감 있는 장면이었을 텐데.
박서정 연극은 확실히 현장감이 중요한 장르였습니다. 극장에 앉아있을 때 암전이 되면 환기와 여운의 효과가 남잖아요. 집에서 휴대폰으로 보니까 화면만 시커메지더군요. 관객 참여형 연극의 경우엔 영상화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장혜선 때로는 관객석에서 배우와 눈이 마주칠 때 느끼는 아우라가 시작부터 끝까지 공연을 보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일전에 극장에서 한 연극을 봤어요. 막이 오르자 한 배우가 무대를 걸어 다니며 관객 한명 한명과 눈을 맞췄죠. 그 눈빛이 너무 강렬해 꽤 긴 러닝타임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던 기억이 나요. 그러한 힘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거예요.
이미라 클래식 음악 공연장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작은 패시지 혹은 마지막 한 음만으로도 공연에 대한 감상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현장과 영상의 평가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송현민 음악은 청각예술이나 촉각예술이기도 하죠.
박찬미 맞아요, 소리는 공기의 떨림으로 전달되잖아요. 타악기나 금관 악기가 웅장하게 울려 퍼질 때 바닥도 함께 진동하며 공간감을 만들어내요. 이런 데서 오는 감동은 영상이나 음원으로 잡아내기 힘들죠.

극장공간과 가상공간
영상의 평면과 극장의 입체성

송현민 과거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물리적인 공연장에 대한 고민을 넘어, 이를 담아내는 영상과 인터넷이라는 가상세계에 대해 고민하는 시대에 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코로나바이러스가 직간접적으로 촉진한 것이고요.
이미라 사실 관객이 공연장을 찾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작품을 보고 듣기 위함도 있지만, 바로 ‘그 공연장’이기 때문에 찾아가기도 하죠. 그날, 그 시간, 그 공간에 모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시간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수백 명의 박수와 함성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엄청난 경험이죠.
박서정 관객들은 점점 극장에서 열리는 공연은 공연대로, 공연 영상은 영상대로 독립적인 즐길거리와 볼거리를 취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혜선 예술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기에 평면 속에선 느낄 수 없는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앞으로 공연 영상화 흐름이 활발해질 것 같습니다. 그럴수록 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두 가지 생각이 드는데요. 첫째는 실시간 댓글에서 무작정으로 비판 아닌 비난을 쏟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아티스트는 인신공격에 노출되어 있고요. 이미 너무 많은 연예인들이 악플의 고통을 호소했잖아요. 이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둘째는 공개된 공연 영상의 복제와 도용, 이와 같은 저작권 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할 시점입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공연 중계 서비스는 극장에 한정된 공연의 확장성을 높이고, 홍보·마케팅 효과를 얻기 위해서 영상 제작비용을 지불할 만한 자본을 갖춘 민간 기획·제작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같은 예술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은 공연의 영상화가 더 개인적이고, 모바일화된 양상을 띠지만, 공연을 영상으로 관람하는 문화는 비교적 일찍이 시작됐다. 2007년 호암아트홀은 해외 주요 오페라 공연 실황을 중계하는 ‘메트 오페라 온 스크린’을 실시했다. 메가박스는 2009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보엠’ ‘나비부인’의 공연 실황을 상영하며 영화관에 오페라를 들여왔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대형 스크린과 수준 높은 음향 설비가 갖춰진 시설에서 실연으로 접하기 어려운 해외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현장감을 중시하는 공연예술의 특성상 관객의 선호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는 등 실황 공연의 대체재로 자리 잡기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이날의 좌담을 통해 제기되었다. 박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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