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너머 제주까지, 여섯 음악축제를 이끄는 사람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1월 25일 9:00 오전

COVER STORY

 

서울 너머 제주까지,
여섯 음악축제를 이끄는 사람들

* 좌측부터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통영국제음악제)
오충근 부산클래식음악제 예술감독
최은식 전주비바체실내악축제 예술감독
이경선 창원국제실내악축제 음악감독
이철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실내악축제·대구국제현대음악제)
이상철 제주국제관악제 부위원장

 

 

지난 한 해는 축제 현장에 코로나19 폭탄이 떨어진 시간이었다. 수십에서 수백에 이르는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함께’ 보고, 듣고, 즐기는 시간들은 반쪽짜리가 되거나, 아쉬움으로 남았다.
가장 처음 직격탄을 맞은 곳은 통영이었다. 수많은 해외 아티스트를 초청해 약 한 주간 수준 높은 공연을 펼치는 통영국제음악제는 결국 관객과 만나지 못했다.
이러한 기류 속에서 축제들은 현장을 온라인 세계로 옮겼다. 하반기에 예정된 축제들은 달라진 환경에 맞추어 관객을 찾았다. 제주국제관악제(8.11~15), 전주비바체실내악축제(8.16~20), 대구국제현대음악제(8.19~21), 창원국제실내악축제(11.12~15) 등은 무대와 관객을 축소하거나 비대면 생중계 등을 방안으로 내세웠다. 도시 곳곳에 울린 클래식 음악이 갑갑하고 건조해진 일상, 무뎌진 마음에 작은 위로와 감동의 씨앗이 되어주었다. 올해 1월로 예정되어 첫선을 끊는 부산클래식음악제는 3월로 잠정 연기(3.2~17)되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위험한 순간마다의 깨달음이 함께 했을 것이다. 이번 특집은 서울 너머 제주까지, 발걸음을 옮기며 각 도시를 대표하는 축제, 그리고 축제를 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지역마다 특산물이 다르듯, 같은 음악도 각 지역에서 서로 다른 열매와 꽃을 피운다. 14개의 키워드로 듣는 6인 6색의 이야기. 함께 보고, 듣고, 즐기는 시간을 기대하며 페이지를 넘겨보자. 글 이미라·장혜선 기자 

사진 강태욱(Workroom K)·한용환
진행보조 박서정 기자
의상협찬 에스.티. 듀퐁 클래식

 

음악축제를 이끄는 6인에게 던진 질문

#1
지역축제로서의
역할은?

통영국제음악제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음악교사와 통영시립소년소녀합창단 지휘자 등으로 활동하던 그는 통영국제음악제 운영위원으로 음악제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제2대 사무국장과 통영국제음악재단 예술기획본부장을 거쳐 올해 1월,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로 취임했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이 주관하는 통영국제음악제는 ‘아시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로 통한다. 1999년 ‘윤이상 음악의 밤’과 2000·2001년에 열린 ‘통영현대음악제’를 모태로 하며, 2002년부터 매년 3월 말~4월 초에 개최된다. 올해 역시 3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2022년에는 20주년을 맞는다.

“통영국제음악제는 윤이상의 고향이라는 이유만으로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지만,
곧 문화콘텐츠 서비스산업도시로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2021년에는 그 힘을 현장에서 직접 느껴보시길!”

 

전주, 대구, 창원, 통영, 부산, 제주까지 모두 다른 모습의 축제이지만, ‘지역축제’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이기도 한다. 그에 따른 장단점이 있겠지만, ‘지역축제’로서의 역할과 의미가 분명히 존재할 테다.

이용민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한동안 통영국제음악제가 지역축제로 분류되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었다. 대한민국 말단의 인구 13만 작은 항구도시라는 입지와 윤이상이라는 거장 사이에서 생기는 괴리 또는 콤플렉스 같은 게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이제 알만한 분들은 다 인정하는 단계에 도달하고 나니, 지역에 기반을 두고 지역민의 사랑과 지원을 받으며 축제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절감한다. 자발적으로 결성되어 음악제의 역사와 시간을 같이하고 있는 시민 서포터즈 ‘황금파도’와 변함없는 애정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자치단체의 도움은 지역축제가 아니면 누릴 수 없는 호사가 아닐까?

오충근 최근 전국적으로 음악제가 많이 생기고 있는데 고무적인 현상이다. “모든 새로운 역사는 지역에서 일어난다”는 말이 있다. 중앙은 가진 것을 지키려고 하고, 지역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위해 판을 흔드는 힘이 강하다. 모든 것은 머무는 순간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각 지역이 가진 ‘고유성’을 바탕으로 발전을 도모한다면 우리나라 문화생태계는 ‘다양성’과 ‘우수성’을 자연스럽게 확보할 것이다.

 

 

이철우 ‘지역’의 특징은 수도권 문화 구조와는 전혀 다른 독자적 세계를 구축한다는 점이다. 특히 대구 같은 지역은 고유문화를 발전시켜 국제 사회에까지 존재 가치를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지역축제의 가치는 지역문화를 예술 작품으로 완성해 타 지역과 공유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상철 지역축제는 역사에 바탕을 둔 소재에 의해 정체성이 확립된다. 국내외 성공한 축제들은 지역 정체성이 뚜렷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주의 경우 ‘감귤’이 농산특산품, ‘관악’은 문화특산품이라 생각한다.

이경선 수도권 지역에 편중되어 있는 문화예술 활동이 축제를 통해 지역민에게 쉽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로 제공된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 지역 기업과의 파트너십과 사회적 공헌을 장려한다는 점도 의미 있고.

최은식 현재 서울에는 다양한 연주가 넘쳐나고 있다. 아쉽게도 지방에는 서울만큼의 다양한 연주가 많지 않은 듯하다. 전주비바체실내악축제는 처음에는 별다른 홍보 없이 시작해 약간의 우려도 있었으나,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특히 작년에는 연주 4시간 전부터 기다리는 관객을 보며 가슴 뭉클했다. 홀은 작은데 너무 많은 관객이 몰려와 당황한 적도 있다. 전주비바체실내악축제는 어느덧 전주에서 중요한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
지역과 연계한
프로그램은?

한 도시를 기반으로 열리는 축제이기 때문에, 지역과의 소통도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축제 프로그램 중 지역과 연계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실제로 어떤 효과를 낳았는지도 궁금하다.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제는 설계 당시부터 ‘공식 공연’과 ‘프린지’로 구분했다. 마치 계란의 노른자와 흰자처럼 각자 분명한 역할을 하면서도 상호보완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프린지’는 그간 2백 여 팀, 1천 여 명이 넘는 아마추어 음악인이 참여하며 ‘축제 속 축제’로 성장해 왔다. 연주자로 와서 공연과 관광, 때론 공식 공연의 관객이 되기도 하며 또 하나의 성공한 리그로 성장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현장운영을 맡아 숨은 헌신을 다해준 통영음악협회에 감사한 마음 전하고 싶다.

이상철 제주국제관악제는 지역명소와 문화소외지역 등을 찾아가는 ‘우리 동네 관악제’와 해녀가 협업하는 공연을 운영해왔다. 아쉽게도 ‘우리 동네 관악제’는 여름날의 동굴음악회라는 이색 공연이었음에도 자연유산보호정책으로 인해 계속되지 못했다. ‘해녀와 함께하는 관악 공연’은 독일과 캐나다 등 해외 공연까지 이뤄냈다.

이경선 창원은 마산과 진해를 아우르는 대도시이다. 그동안 성산아트홀, 3·15아트센터, 진해문화센터 야외무대, 창원의 집, 창신대학교, 삼성창원병원을 비롯해 야외공연과 찾아가는 음악회, 그리고 지역인재 발굴을

 

위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다. 그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산교육이 된다고 본다.

최은식 전주비바체실내악축제는 아직까지 지역과 연계한 프로그램은 없었다. 축제 기간 중 음악 전공생에게 마스터클래스나 오케스트라에 참여해 함께 연주하는 기회를 주었다.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프로그램은 가까운 미래에 꼭 진행해보고 싶다.

이철우 아직은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대구콘서트하우스의 정체성이 확립되면 고려해 볼 사항이라 생각한다.

오충근 부산클래식음악제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시도하고 싶은 것이 많다. 우선은 연주자와 관객, 후원자들이 가까워질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는 지역적 특성을 살린 새로운 창작곡 개발에도 힘을 쏟고 싶다. 매년 연주될 수 있는 대표적 수작이 나오길 바란다.

 

#3
함께하는
관객의 성향?

대구국제현대음악제
이철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

이철우는 계명대와 단국대 대학원, 데트몰트 음대, 뒤셀도르프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오페라 7편과 칸타타 등 총 100여 곡의 작품을 썼다. 대구문화재단 이사와 대구국제현대음악제 감독을 역임했고, 현재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 신문화실크로드국제음악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자체 기획으로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와 실내악축제를 운영한다. 민간 주도의 대구국제현대음악제는 공동 기획으로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성공적으로 개최한 3개의 축제 모두 올 여름과 가을에 다시 찾아올 예정이다.

“대구콘서트하우스는 대구만의 ‘음악 관광’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대구의 특성이 묻은 창작품을 독려하고,
나아가 대구 출신 스타 음악가를 만들면 좋겠다.”

 

 

최근 공연계의 동향은 관객에게도 역할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관객 참여 공연이 많이 늘어났다. 몸담고 있는 축제의 지역 관객의 분위기는 어떤가?

이철우 대구의 관객 수준은 빈 필하모닉 같은 세계적인 단체조차 극찬할 만큼 대단하다. 대구시향을 비롯한 다양한 공연의 입장권이 조기 매진된다. 2019년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에 초청된 빈 필하모닉 공연이나 조성진 피아노 독주회의 입장권은 티켓 오픈 후 불과 10분 내 매진됐다. 대구 클래식 음악의 열기를 입증하는 좋은 예다.

이용민 클래식 음악 공연에 있어 관객 수준의 척도를 악장 간 박수 유무로 따지는 경우가 많다. 간단하게 통용되는 방식이긴 하지만, 왠지 문화적이진 못해 보인다. 통영국제음악당을 찾는 관객에겐 더더욱 무례한 잣대가 아닌가 싶다. 우리 관객은 엄청난 몰입도를 유지하고 그것을 에너지로 변환해 연주자에게 전달하는 단계까지 와 있다. 최고의 공연을 완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우리 음악당을 찾아오는 관객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이유다.

이경선 창원의 관객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 특히 실내악 분야에 대해 많이들 어려워한다.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기 위해 ‘해설있는 음악회’로 진행했는데, 점점 관객 수가 늘어나는 걸 피부로 느낀다. 요즘 들어 실내악에 대한 국내 음악계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는 것 또한 실감한다. 우리 축제도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10년차가 될 즈음에는 꽉 찬 객석을 바라보며 공연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최은식 전주비바체실내악축제는 전주한옥마을에 위치한 전주한벽문화관과 전동성당에서 열린다. 소규모 공연장이지만 실내악 연주로는 환상적이다. 관객과 가까이 호흡하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객석은 항상 만석이다. 전주에도 클래식 음악을 애호하는 시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연주의 호응도는 어느 유명 페스티벌 못지않다고 본다.

오충근 관객 없는 공연은 의미가 없다. 부산은 인구 대비 클래식 음악 관객이 많지 않은 편이다.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고 즐기는 관객을 늘리기 위해 여러 방법을 개발 중이다.

#4
지역을 위한
축제의 역할

축제가 지닌 역할 중 지역의 ‘관광 자원’으로서의 역할도 있을 테다. 지역 발전을 위한 축제의 역할이 얼마나 잘 수행되어 왔는지 궁금하다.

이용민 결론부터 말하자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음악제가 처음 시작되던 뉴밀레니엄시대의 통영은 수산업 중심의 도시였다. 음악학교나 시립예술단 같은 인프라도 전무한 곳에 윤이상의 고향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문화콘텐츠서비스산업도시로 급성장할 수 있었다. 여전히 음악제를 윤이상 기념사업 정도로 생각하는 소수의 의견도 있지만, 대다수의 지역민은 통영국제음악제에 대한 긍지로 충만하다고 확신한다. 각종 국가 공모 사업에서도 음악제를 잘 활용하고 있는 만큼 행정의 신뢰도 크다. 70% 정도 되는 외래 관람객도 음악과 빼어난 풍광, 그리고 역사와 음식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통영의 매력에 만족한다. 고속철도 개통도 확정되어 교통편도 많이 개선되리라 본다.

이철우 대구콘서트하우스는 클래식 음악 전용 공연장으로서 특히 음향이 세계적인 수준이다. 대구의 ‘음악 관광’에 한 몫을 더한다고 생각한다. 대구콘서트하우스의 광장을 확장하여 많은 시민들이 다녀가고 싶은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드는 일이 앞으로의 큰 과제다.

오충근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브레겐츠, 스위스의 루체른, 체코의 체스키크룸로프, 이탈리아의 베로나는 음악축제로 기억되는 도시다. 관광객은 예술 체험에도 관심이 많다. 지역 거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관객의 관심도 끌 수 있는 음악제로서의 자리매김이 중요한 이유다.

이상철 관악제 참관만을 위해 제주를 찾는 경우도 분명 있겠지만, 그 인원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관악제 기간에 여행계획을 세우는 경우는 종종 확인되고 있다. 참가 관악단의 경우는 매우 적극적이다. 독일 라인강 로렐라이 지역의 동호인 관악단은 제주국제관악제 기간에 맞춰 제주 여행을 오려고 적금을 들더라.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많은 부모들이 동행하도 한다. 그러나 지역 주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축제가 되는 것이 먼저일 테다.

최은식 전주의 슬로건은 ‘품격 있는 도시’다. 전주비바체실내악축제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최근에는 축제가 점진적으로 알려지면서 타 지역의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이 전주를 찾고 있다.

이경선 축제에 한번 다녀간 해외 연주자들은 창원시를 국제도시, 예향의 도시로 기억한다. 예술이 지닌 힘이 바로 이럴 때 발휘되는 게 아닐까? 문화예술특별시인 창원의 브랜드 확립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부산클래식음악제
오충근 예술감독

부산 출신 지휘자 오충근은 서울대 졸업과 동시에 KBS교향악단 제1바이올린 주자로 입단, 이후 부산시향에서 악장으로 활동했다. 1990년 부산 고신대 교수로 부임하여 26년간 후학을 지도했다. 2006년 제9회 KNN문화대상, 2016년 제48대 난파음악상을 수상했다. 현재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유라시아오션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재직중이다. 부산 클래식 음악을 부흥시키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제1회 부산클래식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맡았다. 올해 첫 문을 여는 부산클래식음악제는 3월 2~17일 금정문화회관에서 펼쳐진다.

“부산클래식음악제의 첫 주제는 ‘공존·시간을 열다’이다.
화음·화합의 정신을 바탕으로 음악제를 통해
미래 인류를 구원한다는 엄청난 각오를 하고 있다.”

 

#5
축제와 함께
즐길거리는?

축제를 찾을 관객에게 지역의 즐길거리를 소개해준다면?

오충근 전국에서 가장 따뜻한 겨울을 가지고 있는 부산은 해운대 북극곰 수영대회가 열린다. 해운대에 떠오르는 감동적 일출을 맞이한 후 오전에는 향기로운 커피와 함께 겨울 바다의 낭만을 즐기며, 오후에는 금정산과 범어사를 둘러보고 따뜻한 돼지국밥으로 몸을 녹인 후, 저녁에는 금정문화회관에서 음악제를 감상, 뒤풀이로 구포국수까지 한 그릇 하면 세상에서 가장 길고 배부르며 알찬 하루가 될 것이다.

이경선 창원은 국내 최고의 벚꽃축제인 ‘진해군항제’, 가을의 국화를 만끽할 수 있는 ‘마산가고파국화축제’를 비롯해 진해해양공원솔라타워,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주남저수지 등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개인적으로는 ‘경남의 명동’으로 불리던 마산 창동을 소개하고 싶다. 2000년을 전후로 쇠락의 길을 걷다가 창동예술촌을 주축으로 새롭게 태어난 곳이다. 도자기 만들기·민화 그리기·가훈 쓰기 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마련돼 있는 창동예술촌은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다. 실핏줄처럼 이어진 좁은 골목이 정겹고, 아기자기한 벽화가 보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이상철 돌문화공원은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가장 제주다운 공원이다. 빛의 벙커는 옛 국가기간 통신시설 벙커를 재생하여 거장 예술가들의 작품을 빛과 음악을 통해서 감상할 수 있다. 현재 고흐의 대표작을 몰입형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하여 전시하고 있다. 먹거리로는 신산로에 위치한 국수거리와 대정읍에 있는 모슬포방어를 추천한다.

이철우 대구는 다양한 음악 축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대구문화예술회관·수성아트피아·아양아트센터·계명아트센터·천마아트센터 등 1,500석 규모의 공연장들이 다양한 정보를 나누고 있다.

최은식 전주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사람 냄새 가득한 도시다. 전주국제영화제·전주한지문화축제·전주세계소리축제·전주비빔밥축제 등 다양한 페스티벌을 추천한다.

이용민 통영은 시인의 감성을 빌리지 않으면 이루 다 표현하기 힘들 만큼 매력적인 곳이다. ‘2021 통영국제음악제’에 오셔서 타고(케이블카·루지·요트), 보고(각종 기념관· 드라이브코스·봄꽃·쪽빛 바다), 먹고(굴·멍게·도다리쑥국·꿀빵), 푹 쉬다 가시길!

 

#6
예술성 vs 대중성,
균형을 위한 답은?

창원국제실내악축제
이경선 음악감독

이경선은 국내 실내악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한 연주자다. 세종솔로이스트와 금호 현악 4중주단의 멤버로 활동했고, 서울스프링페스티벌, 대관령국제음악제를 비롯해 말보로·아스펜·라비니아 페스티벌 등 세계적인 음악축제에 초청됐다. 2015년 서울비르투오지챔버오케스트라 창단과 함께 대전실내악축제 예술감독을 역임한 바 있다. 실내악에 대한 남다른 사랑은 그의 고향, 창원에서도 이어졌다. 2017년 시작한 창원국제실내악축제의 음악감독으로 세계 정상의 아티스트와 지역 예술인을 잇고, 인재발굴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창원의 가을을 수놓을 예정이다.

“창원국제실내악축제를 다녀간 음악가들은 창원시를 국제도시, 예향의 도시로 기억한다.
예술이 지닌 힘이 바로 이럴 때 발휘되는 게 아닐까?”

 

관객의 공감을 얻어야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다. ‘예술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 잡기를 위해 어떤 고민을 하는가? 

이경선 최고의 아티스트로 공연의 퀄리티를 잃지 않으면서도 지역출신의 음악가에게 기회를 주는 것.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역 예술인을 위한 무대를 확충하고, 축제를 통해 그들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
오충근 음악제에 대한 지역민들의 자부심 생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부산클래식음악제 이름을 정할 때 가장 고민한 부분이 ‘클래식’이라는 명칭을 포함하느냐 제외하느냐였다. 과거 20여 년 전 대중성을 목표로 애써본 적이 있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효과적이지 않았다. 클래식 음악은 높이와 깊이의 차원이지 넓이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예술성, 대중성의 승패는 감동의 영역에서 이뤄진다. 예술성이라는 한 마리 토끼라도 잘 잡기 위해서 더욱 정진함이 필요하다. 탁월한 예술성이 담보되면 대중도 반응할 것이라 믿는다.
최은식 음악회의 수준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좋은 연주는 관객이 먼저 안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을 정할 때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곡도 넣으려고 노력한다. 또한 해설을 함께 진행해 관객에게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철우 대구 클래식 음악계의 가장 중요한 요구 역시 수준 높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마추어 성악가나 뮤지컬 애호가들이 클래식 음악에도 관심과 가지도록 이끌고자 한다.
이상철 관악은 그 자체가 예술성과 함께 대중성이 높다. 절해고도였던 제주는 삶이 척박하여 이렇다 할 예술 콘텐츠가 없었는데, 6·25전쟁 때부터 육군훈련소군악대, 전쟁고아들로 구성된 한국보육원악대, 다양한 학교의 관악대 등이 창설되어 전쟁으로 피폐한 지역 민심에 큰 위안이 되어줬다. 악대 행진 뒤에는 동네 꼬마들의 또 다른 행렬이 이어졌다. 이러한 역사와 전통은 제주도립서귀포관악단을 비롯해 40여개 관악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용민 가치와 효율, 예술성과 대중성은 이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영원한 숙제다. 그만큼 이들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바라보는 지점이나 사회적 환경에 따라서도 늘 무게 중심이 옮겨지는 측면이 있으니 거시적인 관점에서 판단하되 전략적 선택을 위해 부단한 고민과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스스로의 좌표를 잘 설정하고 환경의 변화나 요구도 부단히 체크하면서 접점을 찾아가야한다.

 

#7
지방자치단체와
협업을
이루는 과정은?

제주국제관악제
이상철 부위원장

이상철은 관악제 창설의 주역이다. 1994년 일본 하마마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관악제에 한국 대표로 이상철이 지휘하는 제주고교연합악대가 참가했다. 이후 제주 출신 음악가들 중심으로 조직위원회가 구성, 이듬해인 1995년 제주국제관악제가 출범했다. 오현고 음악교사였던 이상철은 20여 년간 조직위원, 조직위원장 등으로 관악제와 함께 했다. 야외연주가 용이한 관악의 특성과 제주가 갖고 있는 평화로운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며 어느덧 제주의 문화특산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매년 여름에 개최된다.

“제주를 보라! 토박이들이 뭉쳐서
제주국제관악제를 만들었고,
사반세기를 지나며
세계 주요 관악제로 인식되고 있다.
정말 자랑스럽다.”

 

 

대부분의 축제는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기획자와 지방자치단체 담당자의 방향성이 늘 같을 수만은 없을 텐데, 어떻게 접점을 찾아가는지 궁금하다.
이철우 다행스럽게 대구는 이러한 고민의 폭이 크지 않다. 대구가 한국 근대음악의 발원이란 점, 논란이 있기는 하나 한국 최초의 피아노가 낙동강을 타고 대구로 들어왔다는 점, 한국 최초의 가곡·동요·오페라가 대구 작곡가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 그리고 6·25 전쟁 중에도 베토벤의 음악이 울려 퍼진 도시라는 점을 주목하길. 단 수도권에 비해 재정적 기반이 약하여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의 여정이 길어진다는 아쉬움을 안고 있다.

이용민 방향성보다는 문화의 차이 같다. 방향이 다르면 달리 방도가 없지만, 문화의 차이는 얼마든지 호환극복 가능하다. 기획자는 창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만 형식화를 하는 과정에서 단점이 드러나고, 공무원은 의전이나 절차, 마감 개념이 정확한 편이다. 이런 특성을 인정하고 역할을 잘 나누면 매우 생산적인 조직이 된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은 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해 왔다고 생각한다.

이상철 축제 초기, 어느 음악전문지에 제주국제관악제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축제 집행 측과 자치단체 담당자가 축제 성공에 대해 서로 공을 돌리는 모습이 좋았다는 내용이다. 사실 행정 담당자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축제 초기에는 더욱 그렇고. 그들에게 전문가인양 설득하기보다 지역사회를 위해 서로 추구하는 목표가 같다는 것에 기초를 두어 접근해야 한다. 담당 공무원이 감동받지 않은 일을 일반 시민들이 어찌 감동할까.

오충근 최근 들어 정부와 민간이 협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당연히 크고 작은 이견이 생길 수 있다. 우선은 실정법에 영향을 받는 공무원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살펴야 한다. 역지사지의 양보가 핵심이다.

최은식 우리 축제는 좀 특별한 경우인 것 같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관하여 시작하지만, 우리 경우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저스트비바체페스티벌이 전주에서 자리 잡은 것이다. 적은 보조금으로 시작했지만 매년 성장하고 있고, 아직까지 별 충돌은 없었다. 전주시와는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형편에 맞게 맞추어가고 있다.

이경선 창원문화재단의 도움으로 지난 4년 간 큰 문제없이 진행됐다. 항상 축제의 성공을 목표로 두기 때문에 충돌보다는 화합하며 매년 발전할 수 있었다.

 

#8
기획에
모티브가 된
축제는?

페스티벌 기획과 진행 단계에서 눈여겨 본 해외 음악제가 있는가?

LUCERNE FESTIVAL Sommer 2016: Rezital – Klavier: Festivalstimmung vor dem KKL
Luzern, den 17.08.2016

 

이상철 우선 해외의 관악 축제를 소개하면 좋겠다. 순회형 축제로는 ‘아시아·태평양관악제’와 ‘세계협회관악제’가 있다. 두 축제 모두 격년제로 국가를 달리하여 올림픽처럼 열린다. 지역 페스티벌은 오스트리아 ‘중유럽슐라트밍’과 미국 ‘중서부클리닉’, 일본 ‘하마마쓰 관악제 ’, 대만 ‘자이 관악제’, 중국 ‘베이징 관악제’ 등이 있다.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제는 윤이상과 현대음악을 중심에 두고 출발한 클래식 음악 축제다. 따라서 인물 중심으로는 모차르트와 카라얀의 고향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현대음악으론 윤이상 선생의 음악적 출세지인 ‘다름슈타트 음악제’, 기술적으론 시즌제 모델과 통영국제음악당의 영감을 얻은 ‘루체른 페스티벌’ 정도가 롤모델로 활용됐다.

이경선 창원국제실내악축제의 롤모델은 내가 어릴 적 참가했던 ‘말보로 페스티벌’이다. 6주간 저명한 교수들과 젊은 연주자들이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심도 있게 실내악 음악을 만들며 공연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현실적으로 지금 한국에서 이와 같은 축제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언젠가 이루어질 날이 오리라 믿는다.

최은식 전주비바체실내악축제는 2017년 7월, 전주한옥마을에서 첫 막을 올렸다. 유럽의 한 작은 마을에서 주민들과 오랫동안 함께하는 페스티벌을 보며 전주가 떠올랐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한국적인 도시 전주에서 축제가 열리면 멋질 것 같았다. 미국에서 연주자로 활동할 당시 여러 실내악 페스티벌에 참여했었는데, 그중 ‘산타페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과 ‘라호야 음악협회 여름 페스티벌’이 롤 모델이 됐다.

오충근 20여 년 전, 미국 보스턴의 ‘탱글우드 페스티벌’에 참가한 적이 있다. 자연 친화적 장소에 위치한 전용 공연장, 보스턴 심포니를 비롯한 세계 유수 악단, 미국 각지에서 온 수많은 관객, 밤하늘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별까지 모든 것이 환상이었다. 이후 지난 20년간 이런 음악제를 부산에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이제 시작점에 섰다. 제1회 부산클래식음악제를 멋지게 개최하고 싶다.

이철우 특별히 대구콘서트하우스가 모델로 하는 축제는 없지만, 지역 특성에 맞는 축제 운영을 위해 노력 중이다. 축제로는 자체 기획프로그램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WOS)’와 ‘실내악축제’가 있고, 민간 주도의 대표성이 있는 두 축제 ‘대구국제현대음악제’ ‘썸머 페스티벌 인 대구’에는 공동 기획으로 참여한다. 준축제성 기획 행사로는 ‘대구 아티스트 위크’가 있다.

 

#9
축제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은?

전주비바체실내악축제
최은식 예술감독

비올리스트 최은식은 서울예고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가 LA 필 수석 비올리스트였던 오야마 헤이치로를 사사했다. 커티스 음대 졸업 후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교편을 잡았고, 보르메오 콰르텟으로 활동했다. 1998년 귀국해 서울대 교수로 임명됐다. 미국에서의 콰르텟 경험을 토대로 한국에도 실내악 페스티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2008년부터 저스트비바체페스티벌을 운영했다. 초기 페스티벌은 비올라 주자들 중심으로 흘러갔다. 2017년부터는 전주비바체실내악축제로 이름을 바꾸며 연주자 폭이 넓어졌고, 매해 여름 전주에서 개최하고 있다.

“전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축제가 되는 것이
전주비바체실내악축제의 목표다.
무엇보다 전주 시민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축제의 주제와 함께할 음악가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
최은식 아직까지 축제의 주제를 선정한 적은 없다. 주제가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의미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제한적일 수도 있다고 본다. 초청한 음악가들의 연주 스타일과 프로그램의 균형을 고려한다. 현재 음악가 선정에 있어서는 고정 멤버 중심으로 국내 음악가를 선정하고 있다. 앞으로는 해외 연주자들과의 교류도 계획하고자 한다.
이용민 동시대를 관통하는 화두에 집중해 주제를 선정한다. 그동안 윤이상 선생의 작품명을 차용해 쓰거나 시사성 있는 작명을 해왔다. 출발선을 정하는 일이라 은근히 어려운 작업이다. 아티스트는 먼저 음악제 공식 공연의 얼개(편성·장르)에 맞는 연주자 그룹을 선정하고, 개별 일정과 연주자 간 조합 등을 따져 가며 다듬는다. 무엇보다도 최고의 연주력을 가진 분들을 모시는 데 가장 큰 공을 들이게 된다.
오충근 축제의 주제 선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정체성’과 ‘시대성’이다. 이 시대의 보편적 고민과 동떨어진 세계에서 움직이는 음악은 존재의미를 찾기 힘들다. 아울러 부산 지역 출신 음악가에 대한 관심이 있고, 전체적 균형을 유지하는 캐스팅에 신경 쓴다.

이경선 그동안 여러 나라의 세계적인 연주자를 섭외했다면, 코로나 여파를 맞은 지난 해에는 국내에 거주 중인 연주자 위주로 구성했다. ‘케미’가 맞는 연주자, 실력과 인성이 모두 검증된 이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내가 찾은 가장 최선의 방법은 지난 30년간 쌓아온 인맥을 이용하는 것이다. 주제는 해마다 달라진다. 지난해 선보인 ‘Life is Ensemble’은 코로나로 인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에서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로 변한 이 세상을 다시 돌려놓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었다. 우리 음악인들에게도 매우 치명적이었던 한해를 보내고 나니, 앙상블을 해오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더욱 절실히 느껴진다.
이철우 세계성을 추구하면서 대구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것. 서구적 음악어법에 대구 고유의 특성을 실어 세계가 대구의 음악 세계를 공유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이상철 해마다축제의 주제를 정하는 일은 제주국제관악제와 같은 종합시스템에서는 매우 어렵다. 관악제만큼이나 콩쿠르가 비중 있게 개최되고 있다. 더불어 전문 앙상블과 관악단, 대학생과 청소년, 아마추어 등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축제를 구성해야 한다. 음악가 섭외는 기존 참여 음악가들의 추천과 우리의 객관적 판단에 근거하여 진행한다. 많은 관악인을 초청해야하는데 형평성을 유지하는 일이 쉽진 않다.

 

#10
지역축제가 주는 자부심이란?

페스티벌이 개최되는 지역의 출신으로서 더 큰 사명감과 자부심이 있을 것 같다.

오충근 ‘시골 무사’라는 말이 있다. 시골에서 골목대장 노릇을 하는 모습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대 일본 대변혁의 출발점인 메이지유신을 일으킨 자들이 조그만 시골 하기시(萩市) 출신 20대의 젊은 무사들이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생각에서 부산클래식음악제를 출발시켰다. 부산의 아름다움이 담긴 음악제를 잘 자리 잡도록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긴다.

이철우 대구에는 공연 분야별 축제가 많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대구국제재즈축제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시민 축제인 대구컬러풀페스티벌이나 치맥축제가 있다. 이러한 지역 특성을 담고 있는 축제들이 나름대로 이상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융복합 공연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이용민 통영은 삼도(경상도·전라도·충청도)수군통제영의 본원으로 출발한 군사계획도시다. 12공방으로 상징되는 고급문화의 총아를 이룬 곳이기도 하고. 재미있는 사실은 통영의 문화적 르네상스를 이루었던 조선후기와 근대화 시기 모두 외부에서 들어온 자극과 원주민의 결합이 특징적이었다는 점이다. 돌이켜 보면 통영국제음악제도 초대 사무국장을 맡았던 김승근(서울대 교수)의 자극에 의해 나와 같은 토착민들이 각성한 측면이 강하다. 집도 절도 없이 시작했는데, 이제 번듯한 음악당과 그 속을 채우는 일에 여념 없는 직원들을 보면, 초기 멤버로서 또 지역 출신으로서 큰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2022년부터는 진은숙 작곡가가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맡는다. 음악제를 이루는 모두가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우며 시민들이 자랑스러워하고 애호가들이 동경하는 그런 음악제로 만들어 가겠다.

이경선 고향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내가 하고 있는 예술을 정겨운 고향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고. 고향을 전 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

이상철 제주를 보라! 제주토박이들이 뭉쳐서 제주국제관악제를 만들었고, 사반세기를 지나며 세계 주요 관악제로 인식되고 있지 않은가. 정말 자랑스럽다.

 

#11
지속성을
위한
필수조건은?

현재 상당수 음악 페스티벌의 약점이 예산 편중이고, 개선해야 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 페스티벌의 안정적인 예산 확보를 위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가?

이철우 경제가 어려워지면 그나마 넉넉지 않은 문화예술분야의 재정이 우선적으로 타격을 입는다.

이용민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의 예산은 예년과 비교해 20% 이상 삭감되었다.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책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축제측과 지원측의 논리는 기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고, 상황논리가 지배할 수밖에 없다고 보지만, 공연기획이 2~3년 전부터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한다면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의 예산확보는 축제측과 지원측의 공감대 형성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통영은 다행히 양자간 의사소통의 문제는 없다.

오충근 당연히 국가나 지자체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금이 더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지원금 의존 비중을 얼마나 줄이냐가 중요하다. 우리는 메디치 가문의 메세나에 관한 사례를 익히 알고 있다. 지역의 기업들이 지역문화예술 발전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경선 창원시에서 예산의 대부분을 마련해 주었고, 나머지는 기업의 후원금으로 조달했다. 지난해부터 정부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창원시 예산 50%와 정부지원금 50%를 확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상철 국내 대부분 축제예산은 주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약한 제주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국내 몇몇 축제는 티켓판매 등으로 자체 예산의 일부를 상당 부분 마련하고 있고, 기업 협찬도 이루어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제주는 야외공연이 많기에 유료공연을 머뭇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전문악단들이 펼치는 실내공연에서부터 단계적으로 유료화할 계획이다.

최은식 아무래도 예산이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축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후원과 예산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나의 원칙은 무리하지 않는 것! 항상 최소의 경비로 최대의 효과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12
축제가 자생력을 가지기 위해선?

페스티벌의 자생력을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이경선 첫째는 페스티벌의 검증된 인지도, 둘째는 차별화된 프로그램 운영, 마지막 셋째는 지역민들의 관심과 격려라고 본다.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세계의 여러 축제처럼 창원국제실내악축제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축적된 노하우로 관광객과 지역민 모두 함께할 수 있는 축제로 성장하길 바란다.

이용민 지역민과 애호가의 지지가 아닐까? 축제 조직원들만의 일이어선 여러 난관을 견뎌낼 수 없다. 이들의 지지는 가장 설득력 있는 이념이 되고 가장 효율적인 시장을 형성해 페스티벌을 지켜주고 견인해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은식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전주 시민에게 자랑거리가 될 수 있는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 연주자들에게는 참여하고 싶은 축제가 된다면 그 외에 필요한 조건들은 어렵지 않게 얻으며 자생할 수 있지 않을까?

이철우 메세나를 통한 자구책 정착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하지만, 대구콘서트하우스의 경우는 시행정당국의 직할 사업소여서 외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시의 재정 안배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가능하다면 재단이 아니더라도 자체 기부 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싶다.

오충근 ‘보편성’과 ‘유일성’이 중요하겠다. 보편성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넓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탁월함을 추구하는 깊이와 높이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유일성이 중요한데, 부산은 인구 규모가 크고 사회·교육적 인프라가 광범위한 도시다. 세계 어느 도시도 가지지 못한 부산만의 유일함을 유지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전국 어느 지역 음악제를 가도 규모만 다를 뿐, 마치 러시아 인형처럼 비슷비슷한 내용이 나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모든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음악제들의 공통된 과제이며,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탁월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13
지금 축제가
지니는 의미란?

 

 

 

 

 

 

 

지난해 코로나로 전 세계 축제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100주년을 맞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축제를 강행했다. 당시 헬가 라블 슈타들러 대표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수백 만의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간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이 페스티벌을 통해 전쟁의 혼란 속에서 질서를 찾고자 했다. 나 또한 예술을 일상생활을 위한 단순한 장식이 아닌 삶의 의미로 보기 때문에 이러한 축제의 정신에 따라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싶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가 던진 메시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이용민 전적으로 공감한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더욱이 그런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우리 상황은 조금 달랐다. 축제조직 이전에 공공기관으로서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에 기본적으로 호응해야 했고, 연주자를 비롯한 축제 구성원의 동선 또한 복잡했다. 지난해는 이러한 이유로 페스티벌을 개최하지 못했지만, 올해 3월의 음악제에서는 의지를 가지고 촘촘한 장치 속에서 음악이 가진 마법을 부려볼까 한다.

이철우 예술은 어떤 난관 속에서도 지속되어야 한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대구콘서트하우스의 경우 해외 단체 공연을 제외한 축제 대부분을 모두 진행했다. 코로나 덕분에 대구 지역 음악인들의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다. 예술의 일상화는 삶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동력이라 생각한다.

이상철 예술이 장식이 아닌 삶의 의미라는 데 공감한다. 나는 시골출신으로 어릴 적 동네 결혼식 잔치에 대한 기억이 있다. 3일 정도는 온 동네가 잔치판이었는데 가난하건 부자건 간에 차리는 수준이 비슷했다. 제주특유의 수눌음(품앗이) 정신으로 동네 사람들 모두 도와주었고, 특별한 음식을 고루 나누는 게 기준이었다. 결혼식이 동네 구심적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축제의 기본이라는 생각이다. 때마다 처한 형편에 따라 적당히 맞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충근 코로나19는 인간을 잠시 멈추게 하지만, 예술은 인간을 영원히 움직이게 한다. 이번 부산클래식음악제의 주제는 ‘공존·시간을 열다’이다. 세대와 이념의 갈등을 넘어 코로나 위기 시대에 공존의 해법을 찾아야 하는 인류는 그 답을 음악에서 찾을 수 있다. 언젠가 코로나가 종식하겠지만 미래 문명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공존’이 될 것이다. ‘공존’이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며 음악의 대표적 준거(準據)인 화음·화합의 정신을 바탕으로 음악제를 통해 미래 인류를 구원한다는 엄청난 각오를 하고 있다.

최은식 음악은 단순하게 귀를 즐겁게 하는 예술이 아니라 많은 메시지가 담겨있다. 어떠한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음악은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정신적인 양식이 되고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경선 음악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을 본다면 산소와 물 같은 필수품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음악을 통해 힐링과 재생의 시간이 될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한다.

 

#14
축제가
가야할 길

축제 또한 시대에 발맞춰 성장해 가야 할 테다. 앞으로의 축제 방향성이 궁금하다.

이상철 제주국제관악제는 제주 고유의 음악제로 정착됐다. 이 정체성을 지키며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이 제주의 책임일 것이다. 아쉬운 점은 두 가지가 있다. 학교관악대 숫자가 적다는 점과 한국적(제주적) 관악 작품이 극소수인 점이다. 청소년들의 정서함양을 위한 정책적 차원에서 다양한 학교관악대 부흥을 전개해야한다. 또한 외국 관악단도 즐겨 연주할 수 있는 우리 정서를 담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한다. 제주국제관악제가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 같다.

이철우 대구 역시 대구 특성이 묻어난 창작 작품을 독려하면서 더 나아가 대구의 스타 음악가를 만들면 좋겠다.

이경선 많은 예술단체가 함께하고 싶은 축제, 국내외 관광객들이 함께하고 싶은 축제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실내악의 악기편성은 유지하면서, 매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악기로 구성된 연주단체를 초청하는 스페셜 무대를 마련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한다. 또한 ‘찾아가는 음악회’로 초청 연주단체와 함께 창원의 기업과 종교단체, 대학 및 여러 사회단체를 찾아 함께 축제를 만들고, 창원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까지 뻗어가는 플랫폼의 역할도 수행하고 싶다.

최은식 전주비바체실내악축제는 전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페스티벌이 되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 위하여 한 걸음 한 걸음 노력하고 있다.

이용민 ‘최초’ ‘최고’ ‘새로움’이란 통영국제음악제(TIMF)만의 정체성을 잘 유지하면서 음악이 지닌 근원적 힘이 최대한 많은 시공간에 닿을 수 있도록 가치와 공간, 그리고 콘텐츠의 확장성에 관심을 가질 생각이다. 궁극적으로 많은 분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는 음악제가 되고 싶다.

오충근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초기 몇 년간은 실내악 위주의 국내 연주자 중심으로 축제를 펼칠 생각이다. 앞으로 수년 내에 부산오페라하우스나 부산국제아트센터(콘서트 전용홀)가 완공되면 더 큰 축제로 발전될 것이다. 10년 이내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악제로 안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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