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먼 레브레히트 칼럼 런던이 놓친 기회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5월 17일 9:00 오전

노먼 레브레히트 칼럼

 

런던이 놓친 기회

런던 심포니가 상임지휘자로 안토니오 파파노를 택했다. 이로써 잃은 것은 무엇일까?

오케스트라의 전반적인 연주와 인지도에 있어 상임지휘자 임명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미미한지에 대해서 매번 놀라울 뿐이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예로 들어 보자. 1842년 창립되어 음악계 인재들을 위한 미국 최고의 관문으로 자리 잡은 뉴욕 필은 1957년 레너드 번스타인이 운전대를 잡고 젊은 세대를 매료하기 위해 부단히도 야단법석을 떤 이래로 적절한 지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의 노인들은 여전히 번스타인의 청소년 음악회 주제곡을 부르며 집으로 돌아간다. 번스타인은 뉴욕 시와 당시의 신세대에 오케스트라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안토니오 파파노 ©Liam Hennebry

 

 

 

 

 

 

 

 

 

 

바래버린 존재감

레너드 번스타인

1973년 그가 뉴욕 필을 떠나자 이러한 유대감도 옅어졌다. 피에르 불레즈가 6년 동안 현대적인 멋을 표방했고, 그 뒤를 이은 주빈 메타, 로린 마젤, 앨런 길버트, 그리고 현재 재직 중인 네덜란드인 얍 판 츠베덴은 모두 수년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휘봉을 넘겨받은 이들 중 그 누구도 번스타인처럼 도시를 사랑으로 휘어잡거나 리듬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그럼에도 뉴욕 필은 여전히 연주 중이다. 다소 차이는 있어도 비슷한 소리를 내고 있으며, 후원자들 역시 후원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오케스트라의 기부금은 2억 2,500만 달러, (그럴 리 없겠지만) 빈민층에 수년간 티켓을 제공하기에 충분한 금액이다. 그래서 지휘자가 누구라고? 롱 아일랜드 페리에 탑승한 그 누구도 답하지 못할 질문이다.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30년간 내리막길을 걸어온 오자와 세이지는 동성애자 제임스 레바인과 유령 같은 안드리스 넬손스에게 차례로 자리를 넘겨주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경우 무미건조한 유진 오먼디, 독일 소도시 출신 볼프강 자발리슈와 크리스토프 에셴바흐를 거쳐 현재는 프랑스계 캐나다인 야니크 네제 세갱의 품속에 있다. 야니크는 이외에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몬트리올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어, 소위 말하는 ‘투잡’을 넘어 ‘트리플잡’을 하는 중이다. 그러면 ‘필라델피아 사운드’는 어떠한가? 말하자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다.
상임지휘자가 불필요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콘텐츠를 공급하고 세밀한 조정을 맡으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 일은 상임지휘자의 일이 맞지만, 인지도에 관한 업무는 꽤나 축소되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음악감독과 오케스트라는 일 년여 동안 분리된 채 있었고, 일부는 마에스트로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다.

 

 

런던 심포니의 실수

사이먼 래틀 ©Mark Allan

사실 물고기가 자전거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조금 더, 오케스트라는 음악감독을 필요로 한다. 축구장의 주장처럼 지휘자 또한 위기의 순간을 피하기 위해, 또 F#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누군가는 알고 있음을 피력하기 위해 존재한다.(편집자주_F#은 불협화음에 대한 글쓴이의 은유적 표현)
그러고 보니 한 음악감독이 독일로 떠나버린 뒤, 이전에 두 번이나 후보에서 낙방한 전력이 있는 다른 이가 음악감독 자리를 꿰찬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이하 LSO)라는 한 편의 복고 희극도 떠오른다. 넷플릭스의 터키 드라마 팬이라면 아마 이 놀라운 실제 상황에 빠져들고 말 것이다.
1904년 런던 동부 출신들이 분수를 모르고 창립한 LSO는 뉴욕 필처럼 대도시의 고령자 서비스가 되었다. 또한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지휘자와 마찰이 있었던 사상 최초의 오케스트라이기도 한데, 처음에는 뉴요커와, 두 번째는 불쾌한 얼굴의 영국인 기사(Knight)와의 난투였다. 앙드레 프레빈이 ‘모컴&와이즈’에서 재치 넘치는 코미디언들과 함께 브라운관에 나선 이후로 LSO는 무슨 일에도 으스대는 존재가 되었고, 연주를 훨씬 더 잘하는 런던의 다른 오케스트라보다 한 수 위였다.
프레빈은 번스타인의 제자인 마이클 틸슨 토마스를 위해 자리를 내어 주었고, 그 후 조용한 이탈리아인 클라우디오 아바도, 예민한 영국인 콜린 데이비스 경이 차례로 뒤따랐다.
그간의 침착했던 선임자들에게서 한 발짝 물러선 LSO는 2007년 구소련의 마에스트로 발레리 게르게예프를 발탁한다. 그는 맡은 일이 너무도 많아 리허설에 자주 늦었고, 늦다 못해 아예 나타나지도 않아 LSO 연주자 두 명이 대신 지휘봉을 들기도 했다. 몹시도 재능이 넘쳤던 게르게예프는 신중함과 위신을 희생하고 허세를 부렸다. 러시아 신흥 재벌의 루블 다발을 바랐던 LSO에게 남은 것은 점령당한 시리아 지역에서 연주하라는 푸틴의 명령에 무릎을 꿇는 지도자였다.
2015년 게르게예프가 뮌헨 행을 택했을 때 LSO는 새로운 공연장 건설을 약속하며 사이먼 래틀을 소환해 그간의 오점을 지우려 애를 썼다. 런던은 세계적인 규모의 공연장과 살아 있는 영국인 지휘자 중 가장 유명한 래틀을 얻어 행복해 보였다. 그러나 베를린에 어린 자녀를 둔 66세의 래틀은 결코 런던으로 이주할 생각이 없었다. 브렉시트로 인해 런던의 재산이 메말라가고 코로나19로 공항이 폐쇄되자 그는 독일 시민권을 따고 뮌헨의 오케스트라로 이적한다. 겁에 질린 LSO는 세기의 영웅과 언제든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지금껏 청혼을 받지 못한 옆집 소녀와도 같았던 코번트 가든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음악감독 안토니오 파파노에게 무릎을 꿇고 만다.

 

똑같은 꼬리표, 똑같은 연주
영국 언론이 천생연분이라 극찬했던 이들 모두는 지금 행복할까? 일터는 평소와 다름없다고 연주자들은 말한다. 61세의 파파노는 리허설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자신의 전임자들에 비해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테지만, 2021년 현재 상임지휘자 교체란 버킹엄궁 근위병 교대 이상의 르네상스나 혁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똑같은 꼬리표를 달고 똑같은 옛 이름으로 오케스트라는 연주를 이어간다. 지난 2년간 런던의 다른 오케스트라 세 곳에서도 커다란 호들갑이나 소동 없이 음악감독을 교체했다. LSO만 또다시 막장 드라마 한 편을 완성하며 각종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사실 이 드라마 너머에는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코로나 시대의 후반부를 맞으며 더 이상 잃을 것도 별로 없는 오케스트라에게 이는 수많은 경(Sir)들에게서 벗어나 젊은 세대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였다. LSO는 케렘 하산, 덩컨 워드, 알페시 초한, 마르타 가르돌린스카, 해리 오그, 벤 게르논, 제시카 코티스, 조너선 헤이워드 등 현지의 피어나는 30대 새싹들을 고려해야 했다. LSO에게는 노후한 관객들을 재생시킬 수도 있는, 새로운 인재를 향한 도약의 순간이 있었다. 가엾게도 기회는 날아갔지만 말이다.

덩컨 워드 ©Alan Kerr

마르타 가르돌린스카

카렘 하산

조너선 헤이워드

알페시 초한 ©Michele Monasta

해리 오그

제시카 코티스 ©Hannan

벤 게르논 ©Petra Hajska

 

 

 

 

 

 

 

 

 

 

 

LSO, who Lost a Golden Opportunity

노먼 레브레히트 칼럼의 영어 원문을 함께 제공합니다

It never fails to amaze me how little the appointment of a chief conductor affects the general performance and perception of an orchestra.
Take, as a case history, the New York Philharmonic. America’s premier gateway for musical talent, founded in 1842, the Philharmonic has not picked the right conductor since Leonard Bernstein threw himself under its wheels in 1957 and came up with enough razzle-dazzle to magnetize a new generation. People are going into senior residences these days still singing the themes from his Young People’s Concerts. Lenny welded an orchestra to a city and its rising generation.
After he left in 1973 the bond frayed. Pierre Boulez brought six years of modernist chic, followed by decades of torpor with Zubin Mehta, Kurt Masur, Lorin Maazel, Alan Gilbert and the incumbent Dutchman Jaap van Zweden (yes, who?). None of these baton wagglers grabbed the city by the love-handles the way Bernstein did, or tuned into its rhythms. Yet the Philharmonic plays on. It sounds more or less the same and its patrons continue to cough up the dough. The orchestra’s endowment currently stands at $225 million, enough for it to give away all its tickets to the poor for years to come (not that it ever will). So who’s the conductor? No-one on the Long Island Ferry can tell ya.
Same goes for the Boston Symphony, where 30 waning years of Seiji Ozawa gave way to brokeback James Levine and the absentee Andris Nelsons. Elsewhere, the Philadelphia Orchestra went from dull Eugene Ormandy to provincial Germans, Sawallisch and Eschenbach, and now to a French-Canadian triple-jobber, Yannick Nézet-Séguin, who is also music director in Montreal and at the Metropolitan Opera. So how’s the Philadelphia Sound? Stronger than ever, thanks for asking.
This is not to say a chief conductor is unnecessary. He or she supplies content, fine-tuning and public profile, though the last of these is much diminished. During Covid, when music directors were parted from orchestras for a year, some questioned whether the maestro was still worth his/her hire. The truth is that an orchestra needs a music director slightly more than a fish needs a bicycle. Like a captain on the football field, a conductor is there to stonewall in moments of crisis and to represent, in spectators’ minds, the notion that someone out there knows what the F# is going on.
Which brings me to the restoration comedy known as the London Symphony Orchestra, where one music director has just gone German and another has been hustled in despite being passed over twice before. If you are a Netflix fan of Turkish soap operas, you will love this unbelievable serial.
Like the New York Phil, the LSO (est. 1904) is the senior service in a great city, a Cockney mob with ideas above its station. It was the first orchestra to trade punches with a conductor – twice, actually, the last being a red-faced British Sir – and the first to nail a residency in New York. Ever since André Previn put it on TV with the cheeky comedians Morecambe and Wise, the LSO have been a swagger band, up for anything and a cut above other London orchestras, who often play a lot better.
Previn made way for the Bernstein protégé Michael Tilson Thomas, who was followed in turn by the muted Italian Claudio Abbado and the sensitive Englishman Sir Colin Davis. Recoiling from these sobrieties the LSO swung, in 2007, to the post-Soviet maestro Valery Gergiev, a man with so much going on he was often so late to rehearsal that he never showed up at all, allowing two LSO players to take up the baton. Gergiev, impossibly gifted, instilled bravado at the expense of precision and prestige. If the LSO were hoping for an inundation of oligarch rubles, what they got was a leader who knee-jerked to Putin’s order to perform in occupied Syrian territory.
When Gergiev opted for Munich millions in 2015, the LSO tried to erase the human stain by repatriating Sir Simon Rattle with the promise of building a new concert hall. Rattle is the most famous living English conductor and the City of London seemed happy to reward him with a world-class hall. But Rattle, 66, has young kids in Berlin and was never going to relocate. When Brexit dried up the City’s cash and Covid closed the airports, he took German citizenship and a Munich orchestra. Panic-stricken, the LSO went on bended knee to Sir Antonio Pappano, music director at Covent Garden who, like the girl next door, had always been available to marry our hero but never got asked until now.
So, happily ever after? Made in heaven, gushed the British press. Business as usual, say the players. Pappano, 61, will be more attentive in rehearsal and more impassioned than his predecessors, but in 2021 the changing of a chief conductor signifies no more of a renaissance or revolution than the changing of the guard at Buckingham Palace. It’s the same old names in the same torn tails; and the band plays on. In the past two years London’s three other orchestras have replaced music directors without fuss or bother. This is just the LSO again, making a headline out of a soap opera.
But beyond the drama, there’s an own goal. This was a golden opportunity for an orchestra, with not much to lose in late-Covid, to shed the Sirs and advance the lads. They needed to think local, to green shoots in their 30s – Kerem Hasan, Duncan Ward, Alpesh Chauhan, Marta Gardolinska, Harry Ogg, Ben Gernon, Jessica Cottis, Jonathon Heyward, many more. This was the LSO’s moment to take a leap of faith in new talent that might regenerate its aging audience. Wretchedly, they blew it.

 

노먼 레브레히트
영국의 음악·문화 평론가이자 소설가. ‘텔레그래프’지, ‘스탠더즈’지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해왔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블로그(www.slippedisc.com)를 통해 음악계 뉴스를 발 빠르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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