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성재, 음악의 귀향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5월 10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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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김성재

음악의 귀향
피아니스트 김성재

음악을 찾아 오랫동안 돌고 돌았다. 그리고 다시 찾은 고국에 그간 쌓아온 음악을 풀어놓는다. 그가 나고 자란 광주에서 10여 년 만에 무대를 갖고, 이어 서울 공연을 선보인다. 긴 유학생활 동안 다져온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이번 무대를 준비하는 그의 다짐은 사뭇 비장하다.

국내 첫 데뷔 무대를 가졌던 광주에서 귀국 독주회를 갖는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2002년 광주 유·스퀘어 문화관의 ‘금호주니어콘서트’ 이후 광주에서 갖는 첫 독주회다. 긴 세월 동안 배우고 성장했다. 확고해진 음악세계로 관객과 만날 수 있어 기대된다.

유학 생활이 길었다. 고향이 그리웠을 법도 한데.
긴 유학 생활만큼 조국에 대한 그리움도 길었다. 그리움이 자연스레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더라. 그래서 한국을 위한 일이라면 망설이지 않았다. 2013년에는 한·독 수교 130주년을 기념한 연주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리움이 무대를 만들었다’는 말이 인상 깊다. 돌연 귀국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여러 콩쿠르에 도전했는데 지정된 곡만 집중적으로 연주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내 음악에 집중할 기회가 적었다. 이번 귀국으로 ‘김성재의 음악’에 몰입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피아니스트를 꿈꾸고 있을 한국의 학생들에게 좋은 스승이 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현재 계원예술중학교와 경남예술고등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본인만의 교육 철학이 듣고 싶다.
한국 입시를 거치지 않고 바로 유학길에 올랐다. 입시가 치열하게 진행되는 국내 예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니 한국과 독일의 음악 교육 차이점을 느낀다. 독일 음악 교육의 본질은 즐거움에 있다. 배우는 사람이 즐거워야 음악이 나온다는 것이다. 나는 학생들과 수직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소통을 통해 능력을 끌어낸다. 물론 연주 기술도 중요하지만 연주할 때 느끼는 행복이 선행되어야 한다.

10대와 20대를 프랑크푸르트에서 보냈다. 그곳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있을 것 같은데.
유럽 중앙에 위치해 세계와 유럽을 연결하고 있는 프랑크푸르트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모여 도시를 이룬다. 나의 음악적 키가 자라던 10대와 20대를 그곳에서 보냈다. 자연히 다채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게 되었고, 내 음악도 도시의 ‘다양성’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이 다채로운 건가? 바로크부터 낭만시대를 아우른다.
프랑크푸르트의 영향도 있겠지만 원래 다양한 레퍼토리로 구성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시대, 국적이 다른 작곡가들의 매력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지 않은가. 스카를라티부터 슈만까지 김성재가 이끄는 음악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각 곡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카를라티·쇼팽·슈만을 ‘기교가 돋보이는 곡’으로, 베토벤·멘델스존을 ‘대중에게 사랑받는 곡’으로 보고 싶다. 이를 한 자리에 모으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예를 들어 스카를라티(1685~1757)의 소나타는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명료한 소리와 절제된 표현이 특징이다. 이어 연주할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익숙한 곡이어서 연주자와 청중이 나누는 공감의 폭이 넓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여낸 나만의 자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쇼팽의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와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 모두 오케스트라와 연관된 작품이다. 피아노로 관현악적 요소를 안고 있는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피아노를 연주할 때면, 자연스레 다른 악기의 음색을 생각하게 된다. 그뿐인가, 피아노 음역은 모든 오케스트라 악기의 음역을 아우른다. 쇼팽(1810~1849)과 슈만(1810~ 1856)은 당대 피아노를 통해 오케스트라를 구현하고자 했다. 피아노의 입체적인 매력을 청중과 나누고 싶다.

앞으로의 포부가 궁금하다.
당분간 교육에 집중할 계획이다. 제자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선생이 되도록 갈고닦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독주회 이후 만나게 될 다양한 연주 기회들도 기대된다. 청중에게 끊임없이 피아노의 새로운 면모를 소개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가 되겠다.
임원빈 수습기자 사진 아투즈 컴퍼니

김성재는 13세에 유학을 떠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음대 예비학교를 거쳐 동대학에서 학사·석사·최고연주자과정을 수학했다. 현재 계원예술중학교와 경남예술고등학교에 출강 중이다.

김성재 피아노 독주회
5월 3일 오후 7시 30분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아트홀
5월 13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슈만 ‘교향적 연습곡’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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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토요일 장이 서는 콘스타블러바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투박한 외관이지만 내부는 가정집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독일 전통음식인 슈니첼과 슈바인학센(독일식 돼지 족발)이 이 집의 명물. 맥주의 고향 독일답게 자체 양조장을 보유하고 있어 신선한 맥주를 바로 먹을 수 있다. 콘스타블러바헤 지하철역에서 도보 4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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