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7월 13일 9:00 오전

“NEW TECHNOLOGY”

3D 사운드의 세기

당신은 보는 것만큼 듣고 있습니까?

톤 마이스터 최진

오디오가이 대표 최정훈

악당(樂黨) 대표 김영일

새롭게 도래할 소리의 세계를 이끌고 있는 음향 장인들의 이야기

글 박서정 기자 사진 SEMPRE LA MUSICA·오디오가이·악당(樂黨)

오디오가이

2009년, 3D 영화 ‘아바타’가 개봉했을 때 관객이 받은 시각적 충격은 대단했다. 입체안경 수준의 조악한 영상물이 아니었다. 영화는 외계 행성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선명한 입체감으로 구현했다. 너무도 생생한 나머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영화 속 세계에 매료된 일부 관객이 우울감을 호소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영화계는 ‘아바타’를 본격적인 3D 영화 시대를 연 ‘영상 혁명’으로 기록한다.

당시에 버금가는 흥분감이 지금 음악계를 감돌고 있다. 지난 6월, 애플뮤직과 네이버의 바이브(VIBE) 등 음원 플랫폼이 입체음향(3D) 기술이 적용된 ‘돌비 애트모스 뮤직(Dolby Atmos Music)’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자가 직접 들어보니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마치 다른 공간에 들어온 것 같은 청취 경험을 주었다. 과연 3D 사운드는 ‘음향 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떤 콘텐츠로 그 성취를 이뤄낼까?

3D 사운드의 콘텐츠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메이저 음반 레이블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애플뮤직에서 공간음향 런칭을 깜짝 발표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유니버설 뮤직(도이치 그라모폰·데카), 워너 뮤직(에라토)에서 3D 사운드 앨범을 업로드했다. 움직임이 감지된 것은 작년부터다.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공연이 활성화되면서 영상은 물론, 음향의 질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2020년 10월, 정치용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도 공연 영상을 송출하는 과정에서 오케스트라와 콘서트홀의 생생한 소리와 영상을 담기 위해 멀티뷰·멀티사운드 녹음을 진행하기도 했다.

‘3D 영화’는 알겠는데 ‘3D 사운드’란?‘

3D(3차원) 사운드’ ‘입체음향’ ‘공간음향’ ‘이머시브 사운드’….

명칭은 다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같은 말이다. ‘공간감을 살린 입체적인 소리’를 일컫는다. 축음기처럼 소리가 하나의 채널에서 나는 ‘모노’, 소리를 좌우 두 개의 채널로 분리한 ‘스테레오(2D)’를 잇는 차세대 음향 기술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다. 입체음향에 관한 연구는 1950년대의 모노, 1960년대의 스테레오를 거쳐 1970년대부터 계속 진행되어왔다. ‘서라운드 사운드’라는 포맷이 스테레오와 3D 사운드의 중간단계에 등장하기도 했다. 스테레오는 소리가 청취자의 앞에서만 흘러나왔다면, 서라운드 사운드는 4, 5개 이상의 채널을 활용, 청취자에게 앞·뒤·옆이 소리로 둘러싸이는(surround) 듯한 청취 경험을 제공한다. 그래도 아직은 2차원 음향이다. 여전히 우리가 실제로 듣는 소리와는 차이가 있다.

실제 콘서트홀에서 관객은 무대 위에서 나오는 피아노 소리와 피아노 소리가 콘서트홀의 벽과 천장을 반사해서 오는 소리를 복합적으로 듣게 된다. ‘합창’ 교향곡이라면 합창석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무대 위 오케스트라 소리의 거리감도 다르게 느껴진다. 입체음향은 이것을 최대한 왜곡 없이 담아내려는 시도다.

3D 사운드의 입체감은 채널을 천장, 즉 위에도 배치해 X축뿐만 아니라 Y축에 음향 정보를 추가함으로써 생성된다. 머리 위 공간을 포함한 3차원 공간에 움직임에 따라 소리를 배치할 수도 있다. 청취자에게 다른 공간에서 소리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하여 ‘공간음향(spatial sound)’, 더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고 하여 ‘이머시브 사운드(immersive sound)’라고도 부른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사실 국내외 음향 전문가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3D 녹음을 진행해왔다. 더 고해상도의 음원을 제작하고도 스테레오 포맷으로 공급한 이유는 자명하다. 3D 사운드를 재생할 수 있는 오디오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서다. 2000년대 초반, 서라운드 사운드가 대중화되지 못하고,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이유이기도 하다.

“스테레오 이상의 포맷으로 제작하는 것은 1970~80년대부터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런데도 보편화되지 못한 이유는 제작환경과 재생환경의 불일치 때문이다. 일반 청취자가 여러 대의 스피커를 집안에 설치해서 듣기는 어렵다. 이처럼 오디오와 콘텐츠 기술은 하드웨어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음반 레이블 ‘오디오가이’ 대표·리코딩 엔지니어 최정훈)

오랜 기다림 끝에 해결책이 나왔다. 스테레오 청취 환경에서도 입체음향을 재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의 글로벌 영상·음향 엔터테인먼트 기업 돌비 래버러토리스(이하 돌비)가 개발한 ‘돌비 애트모스 뮤직(Dolby Atmos Music)’이다. 청취자는 특별한 오디오 기기를 갖출 필요 없이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해 입체음향을 즐길 수 있다. 현재 아마존 뮤직·타이달·애플뮤직·바이브에서 제공 중이다. 돌비가 벨기에의 음향 기업 오로(AURO), 일본의 소니(SONY) 등 3D 사운드 포맷을 개발한 다른 기업을 제치고 입체음향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확장성 덕분이다. 애플뮤직을 위시한 거대 음원 플랫폼에서 서비스되고 있고, 여러 제조사에서도 돌비를 탑재한 스마트폰·PC·사운드바 등 재생기기를 속속 내놓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가 입체음향을 선도할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들린다. 현재 음악 산업의 주도권은 독일과 영국, 미국이 쥐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한국은 2012년 세계 최초로 UHD TV 방송을 선보인 바 있다. 영상은 4K, 오디오는 MPEG-H라는 입체음향 전송방식을 사용한다. 최초라는 것은 기술의 국제표준화를 이룰 수 있었다는 의미다.

“3D 사운드의 등장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몇 년 전부터 국내 음악 산업 관계자들을 만나 3D 사운드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어느 쪽도 쉽게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디바이스 제조사는 “콘텐츠도 부족한데 뭐하러 만드냐”, 콘텐츠 제조사는 “디바이스도 부족한데 뭐하러 만드냐”며, 서로 주춤거리는 사이 때를 놓쳐버렸다. 둘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문제다. 그리고 기술력보다는 경영 마인드의 문제다.” (톤마이스터 최진)

음향 혁명을 일으킬 콘텐츠

초창기 음반 산업을 이룩한 모노 시대로부터 70여 년이 흘렀다. 드디어 3D 사운드를 재생할 ‘하드웨어’, ‘콘텐츠’, 그리고 이를 보급할 ‘플랫폼’이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졌다. 귀가 높아진 청취자들은 더 좋은 음질을 요구한다. 음향 전문가들은 ‘잘 만든 콘텐츠’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요즘 소비자들에게는 무엇을 봐야 할까보다, 무엇을 안 봐야 할까가 더 중요해졌다. 정

말 가치 있는 콘텐츠로 인정받으려면 우선 좋은 그릇에 담아내야 한다. 예컨대 유튜브 알고리즘은 4K 영상을 우대한다. 고품질의 콘텐츠가 아니면 선택조차 받지 못하는 것이다.” (‘악당(樂黨)’ 대표 김영일)
“이미 3D 사운드 시대로 접어든 것은 확실해 보이나, 음악 산업계는 지난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한창 서라운드 사운드 포맷이 차세대 음향으로 관심을 받던 때, 대세에 편승하기 위해 일반 스테레오 음원을 서라운드 사운드로 불리는, 이른바 ‘스펙 장난’을 치는 경우가 있었다. 그 결과, 하이파이 유저들에게 서라운드 사운드는 스테레오보다 안 좋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 제대로 된 서라운드 사운드를 들어보면 그 음장감이 비교가 안 되는데도 말이다. 결국, 기술 자체보다는 그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해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톤마이스터 최진)

톤마이스터 최진, 리코딩 엔지니어이자 음반 레이블 ‘오디오가이’ 대표 최정훈, ‘악당(樂黨)’ 대표 김영일. 앞으로의 ‘음향 혁명’을 책임질 세 사람을 각자의 ‘음향 기지’에서 만났다. 각종 최신 장비와 설계로 무장한 스튜디오에서 그들은 각기 다른 음향 청사진을 그리는 중이다.

스테레오 청취

서라운드 사운드 청취

 

돌비 애트모스 청취

 

 

 

 

 

 

 

 

 

 


interview 1
음향 중심지에서 온 소리 전도사
최진 톤마이스터

“3D 사운드는 제게 전혀 새로운 게 아닙니다. 기본이죠. 3D로 음반을 녹음한 지도 10년 가까이 되어갑니다.”

음원 플랫폼 애플뮤직의 공간음향 런칭 소식에 전 세계가 떠들썩한데, 톤마이스터 최진은 마냥 덤덤한 모습이다. 다만, 이전보다 더욱 분주해졌을 뿐이다. 메이저 음반사로부터 스테레오로 발매된 앨범을 3D 사운드로 믹스해달라는 요청이 물밀 듯이 쏟아져서다. 그는 음향의 진보를 예견하고 수년 전부터 3D 녹음을 진행해왔다. 예상은 적중했다. 이렇게 작업한 앨범이 하나씩 빛을 보고 있다. 백건우의 슈만 피아노 작품집(도이치 그라모폰), 고티에 카퓌송의 첼로 소품집(워너 클래식스), 선우예권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데카) 등이다.

톤마이스터는 독일어로 소리를 의미하는 ‘톤(ton)’과 장인을 의미하는 ‘마이스터(meister)’의 합성어다. 1950년대 독일에서 체계적인 학문으로 자리 잡았다. 음반을 녹음할 때 음악을 관장하는 프로듀서와 음향을 설계하는 엔지니어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직책이다. 서울대에서 호른을 전공한 최 톤마이스터는 지휘와 리코딩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로 떠났다. 뒤셀도르프 로베르트 슈만 음대에서 수학하고, 2002년 뒤셀도르프 심포니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음반(헨슬러)을 녹음하며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지금은 유니버설 뮤직(도이치 그라모폰·데카), 워너 뮤직(워너 클래식스·에라토) 등 세계 주요 음반 레이블에서 그를 찾는다.

2017년부터는 독일 정부 산하 연구기관 프라운호퍼 연구소(Fraunhofer Institut)와 함께 3D 음향 표준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라운호퍼는 독일 전역에 75개의 연구소를 둔 유럽 최대의 응용과학연구소다. 오디오 압축기술인 MP3를 포함해 음향 관련 대부분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60여 개의 스피커가 설치된 프라운호퍼 3D 스튜디오는 돌비 애트모스·AURO 3D·22.2 채널 등 현존하는 모든 3D 음향 시스템을 망라한다. 그야말로 3D 사운드의 중심지인 셈이다. 이곳에서 최 톤마이스터는 3D 사운드를 위한 마이킹 방법부터 후반 작업, 그리고 재생기기 연구까지 3D 사운드 전반에 걸친 솔루션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3D 사운드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해왔다. 지금 감회가 남다르겠다.

3D 사운드는 오디오 업계에서는 오래된 화두다. 그런데 어느 순간 회의감이 들더라. 우리끼리 아무리 이야기해봤자 소비자가 외면하면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서라운드 포맷이 실패한 것은 가정에서 듣기에 너무 번거롭기 때문이다. 하물며 3D 사운드를 들으려고 스피커 10대를 설치할 사람이 누가 있나. 그러던 와중에 젠하이저에서 프라운호퍼의 기술을 이용해 10대 이상의 3D 스피커 조합의 70~80%까지 재생할 수 있는 사운드바를 출시했다. 그때 3D 사운드의 대중화 가능성을 봤다.

최근에 제조사들이 3D 사운드를 구현하는 사운드바·AI 스피커·무선이어폰 및 헤드폰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그런데 이번 ‘애플뮤직’의 파급력에는 못 미쳤다. 대중은 물론, 콘텐츠 제조사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콘텐츠 산업에서 플랫폼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체감하게 된다.

애플뮤직에서 한다는 건 이제 어디든 다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메이저 음반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거다. 플랫폼의 힘이란 것이 참 대단하다. 지금까지는 3D 사운드로 녹음을 해놓고도, 음반사에 보낼 때 CD라는 최종 작업물에 맞춰 스테레오로 믹스했다. 해상도를 오히려 낮춘 거다. 이제는 재생기기, 콘텐츠, 플랫폼까지 3D 사운드를 위한 모든 것이 갖춰졌다.

아직 일반 청취자에게 3D 사운드라는 개념은 낯설다. 하나씩 물어보자. 우선 3D 사운드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무엇이 더 좋은가?

악기 음원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들리면서도 공간감이 충분히 느껴지는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좋은 홀에서 음악을 들으면 그런 소리가 난다. 기계를 통해서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내가 실제로 그 공간에서 듣는 느낌이다. 2020년부터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된 서울시향과 코리안심포니 온라인 콘서트 녹음을 모두 3D로 해두었다. 3D로 마이킹을 하면 일반 스테레오로 믹스하여 송출하였을 때도 월등히 좋은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공간의 울림이 핵심인 클래식 음악 녹음에서 3D 사운드가 빛을 발하겠다. 대개 클래식 음악은 스튜디오가 아닌, 콘서트홀이나 성당에서 녹음이 이뤄지니까. 

녹음의 가장 첫 단추가 레퍼토리에 어울리는 최적의 장소를 찾는 것이다. 대부분의 유명 프로덕션이 수고스럽더라도 스튜디오보다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 녹음하기를 선호한다. 훌륭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갖추려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크기가 확보되어야 하는데, 일반적인 스튜디오는 그러기 어렵기 때문이다. 좋은 홀에서 녹음한 소리는 인위적인 보정을 가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훌륭하다.

3D 사운드를 만들기 위한 녹음 방식과 후반 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스테레오와는 다를 것 같은데. 2018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프라운호퍼가 세계 최초로 3D 스트리밍 송출을 위한 여러 번의 테스트 녹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 내가 메인 톤마이스터를 맡았다. 오케스트라를 3D로 녹음할 때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을 제안하는 가이드를 만드는 작업도 병행했다. 이를 위해 각기 다른 마이크 시스템을 동시에 사용하다 보니 마이크를 100대가량 썼다. 그런데 프라운호퍼와 음향 표준화 프로젝트에서 도출한 결론은 그렇게까지 복잡하게 하지 않아도 좋은 3D 사운드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마이크는 걷어내고, 최대한 효과적인 마이킹 방식을 마련했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30~50대의 마이크를 설치해 무대에서 들리는 소리, 벽과 천장을 맞고 오는 소리를 모두 녹음한다. 후작업에서는 30~50개 채널 각각의 밸런스를 맞춘다. 이 작업을 스테레오는 스피커 두 대로 작업했다면, 3D 사운드는 스피커 열 대 이상으로 작업한다. 원래도 녹음은 각 채널의 볼륨을 한 단계 올리냐 내리냐에 따라 뉘앙스가 완전히 바뀌는 아주 정교한 작업이다. 지금은 더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졌다. 작업과정이 훨씬 더 섬세해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졌다고 볼 수도 있다.

3D 사운드로 인해 연주자들은 원하는 소리를 음반에 담아내기가 더 용이해졌나?

어떤 스펙으로 녹음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연주자가 원하는 소리를 어떻게 끌어내느냐다. 아무리 좋은 마이크라도 그저 갖다 대기만해서는 소용이 없다. 프로듀서가 연주자와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온 정신과 체력을 쏟아붓는 연주자에게 음악적 에너지를 줄 때 명반이 나온다. ‘좋은 소리’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건 딱 하나다. 연주자의 연주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사운드다.

“세계적으로 K팝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시청각적으로 잘 만들어진 양질의 콘텐츠(뮤직비디오)가 있었다”고 말하면서, “앞으로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고품질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보이는 것보다 들리는 것이 중요한 콘텐츠인 만큼, 톤마이스터라는 직업의 전망도 밝을 것 같다.

CD의 활황을 지나 판매량이 하락하면서 2000년대부터 음반산업계가 점점 힘들어졌다. 그때는 누가 톤마이스터를 하겠다고 하면 뜯어말렸다. 그에 비해 요즘은 원한다면 한번 해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톤마이스터는 한 세대 위아래로 선후배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직업이다. 끊임없는 자기 연마는 필수다. 지금도 1년 전 녹음한 앨범을 들으면 부족한 점이 보인다. 발전이 없으면 퇴보다.
인터뷰가 끝난 뒤 최진 톤마이스터는 “100번 설명하는 것보다 1번 들어보는 것이 훨씬 낫다”라며,

기자를 엔지니어룸 의자에 앉혔다. 세계의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며 장점만 골라 만들었다는 작업실(서울 서초구 소재)에 대한 자랑도 잊지 않았다. 놀랍도록 생생한 음감에 깜짝 놀라자, 최 톤마이스터가 만족스럽다는 듯 웃어 보였다. 그의 표정은 마치 장인의 그것이었다. 팬데믹으로 발이 묶였던 그는 다시 전 세계의 좋은 홀에서 모아온 소리를 이곳에 풀어놓고, 음반에 넣는다. 8월에는 영국에서 런던 심포니와 녹음하고, 9월은 첼리스트 양성원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녹음 등으로 독일에 머물다가, 11월 워너 클래식스 본사에서 진행하는 녹음 프로젝트를 위해 프랑스로 떠날 예정이다.

글 박서정 기자 사진 SEMPRE LA MUSICA

프라운호퍼 3D 스튜디오에서

 

 

 

 

 


interview 2
마이너 레이블에서 새로운 소리의 거점으로
최정훈 오디오가이 Audioguy 대표

한국의 신생 스튜디오가 베를린의 ‘에밀 베를리너 스튜디오’, 런던의 ‘애비로드 스튜디오’, 내슈빌의 ‘블랙버드 스튜디오’와 이름을 나란히 했다. 올해 개관한 ‘사운드 360’(서울시 서초구 소재) 이야기다. 돌비 래버러토리스(이하 돌비) 본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돌비 애트모스 포맷을 위한 이상적인 작업 환경을 갖춘 스튜디오 목록이 있다. 이 목록에 음반 레이블 ‘오디오가이’에서 운영하는 스튜디오가 올랐다.

 

 

 

사운드360

리코딩 엔지니어 최정훈이 2000년 설립한 오디오가이는 작은 독립 레이블이다.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고 어시스턴트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그는 시대적 흐름을 읽어냈다. 1990년대 중반 무렵, 메이저 음반사의 춘추전국 시대가 저물었다.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던 음반 프로듀서와 리코딩 엔지니어들이 자체적인 스튜디오와 마이너 레이블을 세우던 때였다. “왜 국내에는 리코딩 엔지니어가 만든 음반 레이블이 없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직접 기획해 녹음, 제작하고 싶다는 열망이 그를 움직였다. 지금까지 오디오가이에서 발매한 앨범은 100여 장. 모두 최 대표의 머릿속에서 나와 손끝을 거쳤다.

마이너 레이블로 시작한 젊은 엔지니어의 꿈은 음향의 미래를 향해있다. 현재 입체음향 포맷을 주도하고 있는 돌비와 협력해 국내 최초의 돌비 애트모스 뮤직 전문 스튜디오 ‘사운드 360’을 개관한 것이다. 이곳에서만 돌비 애트모스 뮤직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나, 돌비 본사에서 추천하는 작업 공간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믹싱뿐만 아니라 연주회를 온라인 중계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사운드 360’은 원형의 공간에 설치된 여러 대의 스피커가 엔지니어를 감싸 안는 모습이었다.

최신 음향 기술에 관한 질문에 최 대표로부터 때로는 철학적이고, 때로는 인문학적인 답변이 나왔다. ‘디지털처럼 정확하고 아날로그처럼 따뜻한 사람들’이란 오디오가이 소개 문구에 걸맞은 대화였다.

 

올해로 오디오가이에서 두 개의 스튜디오를 운영하게 됐다. 통의동 스튜디오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위한 공간, 서초동 스튜디오(사운드 360)는 3D 사운드라는 최신 음향 기술을 위한 공간이다. 마치 수륙양용차 같다!

새로운 소리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오디오가이는 리코딩 엔지니어가 운영하는 레이블인 만큼, 좋은 소리로 음반을 제작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돌비 애트모스 뮤직’이라는 새로운 포맷을 통해 아티스트가 상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돌비와의 협력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인지 궁금하다. 별도의 인증 절차를 거치는 건가?

‘사운드 360’은 설계 단계부터 돌비 본사의 엔지니어팀과 스튜디오의 구성·구조·세팅에서 스피커의 위치·사양·종류에 이르기까지 면밀한 소통을 거쳐 완성됐다. 본사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엔지니어의 청취 환경이다. 입체음향을 정확히 모니터링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작업해야 정확한 소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에 돌비 애트모스 뮤직 전문 스튜디오는 단 3곳(한국·태국·일본)뿐이다.

돌비 애트모스 뮤직은 실재감 넘치는 음향을 선사한다. 클래식 음악이라면 마치 전용 콘서트홀에서 듣는 것과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활발히 제작되는 대중음악에 적용할 때는 어떤 공간감을 구현하나? 

두 장르에 대한 접근법이 완전히 다르다. 클래식 음악의 음원은 녹음 단계부터 3D 사운드를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연주 공간에 적절하게 마이크를 설치해서 앞에서 생기는 소리와 뒤에서, 위에서 생기는 공간음과 잔향음, 반사음을 녹음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대중음악은 컴퓨터로 만들어진 음악이 많아서, 마치 편곡하듯 악기의 소리를 창의적으로 여러 채널에 배치해서 만든다.

지난 6월, 음원 플랫폼 네이버 바이브가 돌비 애트모스 뮤직 서비스를 시작했다. 블랙핑크와 이날치의 음원을 포함해 ‘사운드 360’에서 돌비 애트모스 뮤직으로 제작한 음원 500여 곡이 공개됐다. 그런데 오디오 업계와 대중의 반응이 사뭇 다르다. 한쪽에서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라고 반기는 반면, 일반 청취자는 ‘소리의 차이를 감지하지 못하겠다’거나 ‘굳이 입체음향으로 들어야 하는가’라는 반응이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편안하게 느낀다. 1950~60년대에 모노에서 스테레오로 넘어갈 때도 지금과 같은 반응이 있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라. 인간의 귀는 애초부터 3D 사운드의 감각을 타고났다. 얼굴 앞에 달린 눈은 뒤에 있는 사물을 볼 수 없다. 그런데 귀는 옆에 달렸다. 앞이든 뒤든 사방에서 나는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다. 우리가 공연장에서 음악에 더 큰 감동을 받고, 몰입하게 되는 것도 소리를 총체적으로 들어서다. 요즈음 온라인 공연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이제는 입체음향으로 집에서도 현장에서 느끼는 감동, 그 이상을 경험할 수 있다.

오디오가이는 2012년에 3D 사운드로 녹음한 조정아의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를 발매한 바 있다. 음악가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어떤 이는 자신의 음악 세계를 담는 데 입체음향 방식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진만큼은 아니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녹음이란 작업도 과거에 비해 훨씬 보편화됐다. 많은 대중음악 아티스트는 자신이 직접 홈레코딩을 하기도 한다. 반면에 클래식 음악과 국악 같은 순수음악은 아직은 아티스트와 엔지니어의 경계가 뚜렷하다. 이들은 음향보다는 자신만의 음악 세계에 더욱 집중하고, 녹음은 신뢰할 만한 엔지니어에게 맡기는 편이다. 앞으로 아티스트들이 3D 사운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바란다.

입체음향의 효과가 가장 잘 드러나는 콘텐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울러 앞으로의 입체음향 시장을 전망해본다면.

무엇보다 온라인 공연에서 입체음향이 활성화되면 좋겠다. 베를린 필 공연을 영상으로 볼 때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연주되는 사운드를 그대로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오케스트라 합창곡은 천장에서 합창이 들려오고, 고음악의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뒤에서부터 들리도록 구현한다면, 비로소 굉장한 집중감을 선사할 것이다. 최근 OTT의 유행으로 돌비 애트모스 뮤직을 지원하는 하드웨어 제조사도 늘고 있고, 여러 음원 플랫폼에서도 서비스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입체음향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제 마음껏 콘텐츠만 만들면 된다.

3D 사운드 라이브 스트리밍

오디오가이는 지난 4월부터 ‘3D 사운드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연주자 바로 옆에서 듣는 듯한 생생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둔다. 최 대표는 “지금 제작되고 있는 대다수의 실감콘텐츠가 시각적으로는 입체적이고 화려하나, 사운드는 여전히 스테레오라서 어색하다”라며, 오디오가이가 3D 사운드에 대한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임을 밝혔다.

글 박서정 기자 사진 오디오가이


interview 3
가장 진보된 기술로 ‘소리 유산’을 남기다
김영일 악당樂黨 대표

국악 음반 레이블로 출범한 악당이반(주)의 김영일 대표는 그 행보를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잘나가는 초상사진 작가가 어쩌다 녹음을 업으로 삼게 된 걸까. 김 대표는 1996년 촬영장에서 한 소리꾼을 만나 판소리에 매료됐다. 독학으로 녹음을 배워, 전국 방방곡곡 우리 소리를 찾아다녔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2005년 국악 전문 음반사 ‘악당(樂黨)’을 차렸다. 한옥에서의 현장 녹음을 고집하던 그가 몇 년 전 파주에 국내 최대 규모의 리코딩 스튜디오를 세웠을 때는 많은 이가 놀랐다. 정작 그 자신은 온갖 녹음 장비를 둘러메고 한국의 산으로, 바다로 떠나기 바쁘다.

“망막의 기록이냐, 소리의 기록이냐 그 차이뿐이지 저에게 촬영과 녹음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나에게 유의미한 것을 기록하는 행위죠.” 그의 말대로라면 의아할 것도 없겠다만, 사진의 세계에서 온 이방인은 녹음에 대한 다른 관점을 발견해내고 만다. 음악을 위한 녹음이 아닌, 음악의 기록을 위한 녹음. 이 생각은 악당(樂黨)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한옥 녹음’과 ‘순수 녹음(pure recording)’의 토대를 이룬다. 그는 풍류·산조·판소리 등 자연을 재료로 만든 국악기로 연주하는 전통음악은 한옥에서 가장 최적의 울림으로 녹음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때 들려오는 새 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잡음이 아닌, 공간의 소리로 인식하고 함께 녹음에 담아낸다. 현장의 소리를 원형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후반 작업에서 기계적 변형을 최소화한다는 뜻의 ‘순수 녹음’이라는 말도 그가 붙인 것이다. 이러한 녹음 방식에 대한 청취자 및 전문가의 평가와 호불호는 갈리지만, 김 대표의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100개 음반사 중 이런 곳 하나 정도는 있어도 된다”는 거다.

그런 그에게 발전하는 음향 기술은, 우리의 문화유산을 소리로써 후대에 남기게끔 하는 문명의 이기다. 공간의 음을 고스란히 음원에 옮겨오기 위해 일찍이 5.1채널, 13.1채널의 멀티사운드 녹음을 진행해왔다. 한옥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즐길 방법으로 소리 콘텐츠를 주목하기도 한다. 그의 자문 아래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에서 상영되는 종묘제례악 콘텐츠가 13.1채널 음향 시스템에 4K UHD의 고해상도를 갖춘 고품질로 제작되기도 했다. 파주출판도시에 자리 잡은 스튜디오 파주에서 그를 만났다.

국악이 좋아 녹음도 배우고, 음반사도 세웠다. 2005년부터 악당(樂黨)에서 발매한 음반은 170종, 음원은 1,000종이 넘는다. ‘팔리지 않는 음악’이라 공들여 만들어도 적자를 면치 못한다고. 이 일을 지속하는 것은 사명감 때문인가?

사명감은 가지고 싶지 않다. 국악을 서른 넘어 듣기 시작했다. 1990년대만 해도 ‘국악’ 하면 ‘할머니’ ‘구식’ ‘기생’ 이런 단어가 따라붙었다. 우리 문화가 그 가치를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는 것을 기록하던 사람이 들리는 것에도 의미를 두게 된 거다. 어린 시절부터 마음에 들어오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다.

국악을 직접 기록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나.

1990년대에 몇 장 없는 국악 음반을 사다 들어보니 다 똑같은 ‘증세’를 보이더라. 기악은 주악기의 소리만 크게 녹음하고 반주는 들리지도 않았다. 산조는 연주자와 반주자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음악적 놀이인데, 북소리가 크면 내(음반을 낸 연주자) 음악이 죽으니 후반 작업으로 소리를 줄여버린 거다. 사실은 관객의 추임새까지도 음악을 완성하는 하나의 요소인데 말이다. 녹음을 할 때도 공간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악기 밑에 마이크를 쑤셔 넣곤 한다. 그럼 악기 밑바닥 소리를 듣는 거지, 우리가 실제로 듣는 소리와는 거리가 멀다. 이게 다 소리의 왜곡이고, 변형이다.

악당(樂黨)은 ‘한옥 녹음’ ‘순수 녹음’이라는 독특한 녹음 철학으로 주목받았다. 제54회 그래미상 ‘서라운드 사운드’ ‘월드뮤직’ 부문 후보에 오른 ‘정가악회 풍류 Ⅲ 가곡’에도 풀벌레 소리가 그대로 녹음됐다.

아무도 국악을 기록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 않고 가르쳐주지 않으니, 내 방식대로 한 거다. 한옥은 창호지 한 장의 미학이 어마어마하다. 현장에 녹음을 나가면 사람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소음이 변수지, 아침의 새소리, 밤의 개구리 소리는 문제가 안 된다. 자연의 소리를 오히려 우리가 빌려 쓰는 거다. ‘순수 녹음’은 후반 작업을 안 하니까 녹음할 때도 연주를 시작하면 끝까지 한 번에 간다. 특히 산조는 더욱 그래야 한다고 본다. 첫 음을 시작하면 맨 마지막 장단까지 끝내야 진정 산조잽이다.

 

 

 

스튜디오 파주

연주자에게 녹음은 영구히 남는 작품이다. ‘순수 녹음’ 방식을 부담스러워하는 이도 있을 텐데.

앨범 부클릿에 ‘순수 녹음은 기술이 없는 게 기술’이라고 적었다. 적어도 전통은 새하얀 접시에 올려야 하지 않을까. 한 예술가가 자기표현을 스스로 못하고 엔지니어의 힘을 빌리는 게 옳은 예술적 흐름은 아닌 것 같다. 연주자가 음반을 낸다는 건 수많은 연습을 통해 어느 정도 반열에 올랐다는 의미다. 산조처럼 작곡가의 음악이 아니라 연주자의 음악인 곡에도 오토튠을 걸고, 속주 부분에서 피치를 높이고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그저 깨끗한 접시를 준비해 연주자에게 제공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 위에 어떤 음식을 올릴지는 오로지 연주자의 몫이다. 그런데 창작국악이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국립국악원에도 정악단이 있고 창작악단이 있는 것처럼, 우리 스튜디오에 전 세계의 모든 플러그인(프로그램)을 다 사서 구비해뒀다. 연주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써보고 원하는 창작 효과를 극대화하라고 말한다.

 

 

 

언뜻 ‘순수 녹음’은 ‘안티-기술’처럼 들리는데, 악당(樂黨) 설립 당시부터 최고 사양의 녹음 기술과 장비 사용을 고집해왔다.

서라운드 사운드, 3D 사운드는 현장의 소리를 가장 있는 그대로 구현할 방법이다. 오히려 스테레오가 왜곡이지. 2007년부터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국제음악박람회 미뎀(MIDEM)에 참가하고 있는데, 우리 CD를 가져가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거다. 알고 보니 고품질의 SACD(Super Audio Compact Disc)만 취급하는 기획사라고 했다. 우리 음악의 가치를 동시대 최상의 음질로 전하려고 DSD(Direct Stream Digital) 리코딩을 통한 고해상도 음원과 SACD 제작을 시작했다. 우리부터 우리 것을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세계에서도 대접받는다.

 

콘텐츠 제작자로서 바라는 바가 있다면?

한 나라의 음악(국악)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공유가 되어야 한다. 조선의 대중가요는 판소리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도 판소리 안 듣는다. 나는 애매한 국수주의는 반대다. 모두가 좋아서 찾아 듣는 고품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하고 싶다. 나중에 기록원이 생긴다면 이렇게 만든 콘텐츠를 다 기증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저작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반경을 넓혀, 우리나라 전역으로 자연의 소리를 채집하러 다닌다. 이 역시 ‘우리 소리’란다. 이 땅에서 선조들은 이러한 풍경과 소리를 보고 들으며 국악을 만들었을 테니. 전국 곳곳의 ‘원천 소리’ 등 무형유산을 최상의 기록으로 남겨, 전 세계인이 활용하고 공유할 수 있는 ‘아카이빙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이 김영일 대표의 최종 꿈이다.

글 박서정 기자 사진 악당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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