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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된 저작권, 다시 만나는 라벨

라벨 에디션이 새롭게 출판한 ‘볼레로’     프랑스의 대표적인 작곡가 모리스 라벨이 남긴 오케스트라 작품들…

드뷔시 ‘달빛’

PROLOGUE 프랑스를 대표하는 서정시인 중 하나인 폴 베를렌(Paul Verlaine, 1844~1896)은 보들레르의 감성을 계승해 음악적인 상징주의 시를 개척했으며 아르튀르 랭보를 문단으로 이끌었다. 육신은 가난과 광기와 병으로 고통받은 ‘저주받은 시인’이었을지라도 그는 시인들이 뽑은 ‘시인의 왕’이었다. 베를렌의 ‘하얀 달’은 드뷔시 ‘달빛’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드뷔시가 몸담았던 ‘화요회’의 젊은 예술가들은 기존의 미학에서 벗어나려고 몸짓하고 있었다. 상징주의 시인 말라르메의 집에서 화요일마다 모였던 그 예술가들 중 화가로는 고갱·모네·마네 같은 이들이 있었고, 문인으로는 베를렌·발레리·프루스트, 음악가로는 드뷔시가 있었다. 드뷔시는 바로 이 상징주의와 인상주의를 음악으로 가져왔다. 그의 음악은 기존의 것과 다른 맛을 내고 있으며, 귀로 듣는 회화라고도 불린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에 주목했던 것처럼 드뷔시도 외부 세계에서 받은 ‘어떤 순간’의 느낌을 오선지에 옮겨놓았기 때문에 기존의 표제음악과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 ‘달빛’이 포함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은 이탈리아 북부의 베르가모 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온 드뷔시가 1890년에 작곡을 시작한 음악이다. 바그너적인 음악과 결별하고 ‘화요회’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예술가의 길을 걷고자 결심했던 바로 그 무렵이었다. 1곡 ‘전주곡’, 2곡 ‘미뉴에트’, 3곡 ‘달빛’, 4곡 ‘파스피에’로 구성되었는데, 특히 ‘달빛’에서는 미끄러지는 듯한 글리산도 주법과 달빛의 확산을 묘사하는 것 같은 분산화음들이 몽롱하면서도 달콤하다.  글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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