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보엠
국립오페라단 ‘라보엠’
REVIEW ‘객석’ 필자들이 꼽은 화제의 무대 2018년 12월 6~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국립오페라단은 2018년 시즌의 마지막 작품으로 작년에 이어 푸치니의 ‘라보엠’을 선택했다. 2년 연속해서 시즌 연말에 ‘라보엠’을 무대에 올리면서 국립오페라단은 연출가 마르코 간디니를 리더로 하는 연출팀을 그대로 기용했다. 말하자면 2017년 라보엠 프로덕션의 앙코르 버전이었달까. 2018년 국립오페라단이 전작 ‘코지 판 투테’와 ‘헨젤과 그레텔’ 등에서 선보였던 재기발랄한 무대와 의상들은 사라지고, 고전적인 해석에 충실한 ‘라보엠’이 올해 무대에 등장했다. 하지만 ‘2017년 라보엠의 앙코르 버전’이라는 표현이 올해 ‘라보엠’에 딱 들어맞는 말은 아니다. 우선, 연출가 마르코 간디니는 이미 국립오페라단과 함께 2012·2013년에도 ‘라보엠’을 올렸었고, 테너 정호윤은 2013년에도 로돌포 역을 노래했었다. 올해 공연에서 정호윤은 모든 테너들이 꿈꾼다는 로돌포 역을 멋지게 노래했다. 이런 점에서 올해의 ‘라보엠’은 혹자에게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었던 프로덕션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2018년 ‘라보엠’에 특별한 것이 있다면, 바로 새로 구성된 음악팀이었다. 이제는 세계 무대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 지휘자 성시연이 코리안심포니를 이끌어서 주목을 받았고, 필자가 관람한 12월 7일 공연에서 미미 역을 노래한 이리나 룽구(Irina Lungu) 또한 관심을 모았다. 특히 룽구는 2014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의 두 번째 작업에서 ‘라보엠’의 무제타 역을 노래했었고, 같은 해 런던 로열 오페라에서도 같은 역을 노래한 경험이 있었기에 그녀가 한국의 성악가들과 함께 노래하는 미미는 시작부터 관객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적 조합이 처음에는 순탄해 보이지 않았다. 1막에서 오케스트라와 노래는 가끔씩 어긋나는 부분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가장 크게 기대했을 부분은 1막 마지막 부분에서 로돌포의 아리아-미미의 아리아-사랑의 이중창으로 이어지는 명곡 릴레이 부분이었을 것이다. 정호윤이 노래한 로돌포의 아리아가 큰 갈채를 끌어낸 반면, 룽구의 미미는 관객들이 기대한 그녀의 노래를 100% 보여주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공연이 진행되면서 룽구의 미미는 점차 흡입력을 발휘해서, 미미가 죽는 4막에서 멋진 노래를 들려주었다. 무제타 역의 강혜명과 마르첼로 역의 이동환의 연기와 노래도 결코 이에 뒤지지 않는 것이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 공연이 거의 전석 매진이었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상연되는 오페라가 ‘라보엠’이라지만, 우리의 오페라가 나흘 공연의 객석을 이렇게 꽉 채워서 할 수 있다는 것은 오페라 팬으로서도 무척 신나는 일이다.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연인, 이들 사이의 오해와 다툼, 오래된 연인들의 재회와 이별, 그리고 연인의 예고된 죽음. 이 모든 드라마적 클리셰들은 어찌 보면 새로운 무대, 새로운 연출을 위한 공간을 많이 주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극적요소들을 알면서도 다시 연말에 ‘라보엠’을 찾게 되는 것은, 푸치니의 노래들이 오늘은 어떻게 노래될까 하는 기대감이 아닐는지. 또한 ‘젊은 날의 초상’이 주는 빛바랜 기억들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우리 마음속에서 되살아나는 경험을 하기 위함은 아닐까. 마음 같아서는 국립오페라단이 매년 연말 ‘라보엠’을 해서 이것이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이 매해 연말 연주되듯 우리 오페라 문화의 ‘연말 클래식’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정이은(홍콩대학교 음악학 박사) 사진 국립오페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