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기자들이 직접 뛰어다닌 공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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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8월 1일 12:00 오전

애정과 공유로 완성된 명곡

금호아트홀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

6월 26일 금호아트홀

 

금호아트홀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CMS)는 음악감독 김대진을 구심점으로 유수의 음악가들이 함께하는 금호아트홀 상주 실내악단이다. 2007년 3월에 창단한 이후 매해 심도 있게 기획된 프로그램을 선보여온 이들이 지난 4월에 있었던 ‘숨겨진 트리오 명곡’ 연주에 이어 ‘숨겨진 5중주 명곡’을 선보이는 자리를 가졌다.

연주자들은 신중하게 숨을 머금고 첫 소리를 그려냈다. 이예진의 청명한 플루트 소리 위에 박라나의 사랑스러운 하프 소리와 김성은의 묵직한 비올라 소리가 더해지면서 홀 안은 숲 속을 거니는 듯 화창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첫 곡은 니노 로타의 플루트·오보에·비올라·첼로·하프를 위한 5중주. 1악장부터 아티큘레이션 하나하나까지 깔끔하게 호흡을 맞춘 흔적이 역력했다. 2악장은 비올라의 구슬픈 선율로 시작됐으며, 진중한 목관악기 소리가 비올라의 아련한 선율에 설득력을 더했다. 이강현이 연주한 첼로도 동일한 호흡으로 서정적인 음악을 만들었다. 3악장이 시작되자 비올라와 첼로는 물방울이 튀듯 통통 튀는 발랄한 텐션을 보였으며, 그 위를 목관악기가 아름답게 걸어 나갔다. 틈틈이 들려오는 하프 소리는 극적이면서도 감미로웠다.

이어서 에이토르 빌라 로부스의 플루트·하프·현악 3중주를 위한 5중주가 연주됐다. 첫 순서와 동일한 연주자에 임재홍의 바이올린이 더해져 현악기가 더욱 탄탄해졌다. 1악장부터 현악기는 안정적이었고, 플루트는 박자를 깔끔하게 쪼개 넣었다. 2악장의 도입부는 마치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듯 신비로움을 주었는데, 서로가 만들어내는 음악을 해치지 않으려는 듯 플루트와 하프의 대화는 고요하게 진행됐다. 플루트의 간결하면서도 긴 호흡이 돋보였던 2악장을 지나, 더욱 풍부해진 현악기의 화성으로 3악장이 마무리됐다.

마지막 곡은 막스 부르흐의 피아노와 현악 4중주를 위한 5중주였다. 피아노의 김대진, 제1·2바이올린의 이경선과 김민재, 비올라의 김성은, 첼로의 이강호가 한 팀이 되어 연주를 선보였다. 1악장은 제1바이올린을 주축으로 음악을 넓게 그려나갔다. 2악장은 잔잔하게 모아지는 현악기의 음색 속에서 김대진이 연주한 피아노가 속삭이듯 들렸고, 제1바이올린과 비올라의 대화는 애잔함을 느끼게 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바로 이 곡의 3악장이었는데, 도입부부터 불협화음으로 들릴 정도로 현악기의 음정이 크게 흔들렸다. 4악장에 들어서자 곡의 웅장함은 최고조에 이르렀고, 연주자들은 반복되는 주선율을 화려한 다이내믹으로 격정적이게 처리해 청중들의 귀를 자극시켰다. 계속해서 불안정하게 흔들렸던 현악기의 음정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공연은 전체적으로 악기 간의 밸런스가 조화로웠고, 관객에게 연주자들의 신중함이 전달되어 음악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숨겨진 명곡들에 대한 연주자들의 심도 깊은 접근과 자유로운 해석이 부여된 수준 높은 앙상블 공연이었다.

하이든부터 힌데미트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마다 작곡가들은 ‘실내악’에 유별난 애정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국내에서 연주되는 실내악 레퍼토리는 한정적이다. 새로운 레퍼토리의 발굴은 우리 연주자들에게도 커다란 과제다. 숨겨진 원석을 발견하고, 관객들과 공유하는 연주회가 앞으로 더욱 많아지길 희망한다. 장혜선

놀라움과 진한 아쉬움이 가득했던 무대

뮤지컬 ‘프리실라’

7월 8일~9월 28일 LG아트센터

 

뮤지컬 ‘프리실라(Priscilla)’가 한국에서 라이선스 뮤지컬로 첫 막을 올렸다. ‘프리실라’는 게이 두 명과 성전환자 한 명의 드래그 퀸들이 공연을 위해 프리실라 버스를 타고 호주 앨리스 스프링스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드래그 퀸을 소재로 삼은 만큼 게이·트랜스젠더 퍼포먼스가 중심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화려한 무대의 중심에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극 중 드래그 퀸인 틱에게 아들은 비밀처럼 숨겨야 할 존재지만 원작 영화와 달리 뮤지컬에서는 시작한 지 5분 만에 드러난다. 덕분에 관객들은 틱이 목숨을 걸고 굳이 사막을 횡단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극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제작자인 개리 맥퀸이 스토리를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대 위에 펼쳐지는 화려한 퍼포먼스는 극 속 휴머니즘을 더 재밌고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드래그 퀸의 모험을 그려낸 뮤지컬에서 배우와 제작진은 캐스팅면에서 도전과 모험을 감행했다. 뮤지컬에 처음 도전하는 조성하를 비롯해 고영빈·김다현을 중심으로 주요 배역은 트리플 캐스팅됐으며 그중 고영빈(버나뎃 역)·마이클 리(틱 역)·조권(아담 역)이 오른 무대를 관람했다.

아담 역을 맡은 조권에게 ‘프리실라’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 이어 두 번째 뮤지컬 작품이다. 전작에서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헤롯 역을 소화하며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뮤지컬 무대에서의 스타성을 검증받은 그이지만 두 번째 작품에서 첫 주연을 맡는다는 것은 도전이었을 것이다. 제작진에게도 조권을 주연으로 캐스팅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을 듯싶다.

무대 위의 조권은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이 없었고 평소 미성으로 평가받는 그의 목소리는 드래그 퀸에 딱 어울렸다. 특히 버스 위에 세워진 거대한 구두에 앉아 ‘라 트라비아타’의 아리아를 립싱크로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완벽한 드래그 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마디로 그의 도전은 성공이었다.

틱 역을 연기한 마이클 리의 경우 모험에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스물두 살부터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했던 마이클 리는 국내에서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노트르담 드 파리’ 등 굵직한 작품들에 이름을 올려왔다. 매번 그 실력을 인정받은 그이기에 언뜻 ‘프리실라’의 주연으로 캐스팅되는 것 역시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닌 듯하다. 그럼에도 한국어가 다소 어눌한 그가 상당량의 대사를 소화해야 하는 틱 역을 맡는 것은 큰 도전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리가 연기한 틱은 서사적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가족 이야기를 말한다. 드래그 퀸의 퍼포먼스적인 부분이 강조되는 버나뎃·아담에 비해 진중한 모습도 많이 보여주어야 했다. 하지만 마이클 리의 부자연스러운 한국어는 대사 전달력을 떨어뜨리며 극에 몰입하는 데 적잖은 장애가 되었다.

특히 어린 아들이 드래그 퀸인 아빠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눈물겨운 장면은 ‘프리실라’의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어색한 대사는 그의 호소력을 희미하게 만들어 이 장면을 그저 많은 에피소드 중 하나로 느껴지게 했다. 뉴욕에서 태어나 줄곧 외국에서 활동한 마이클 리가 한국어에 익숙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비싼 티켓 가격을 치룬 관객들이 그것을 감안하고 이해할 만큼 너그러울지는 의문이다.

드래그 퀸의 ‘모험’을 그린 ‘프리실라’에서 제작진은 캐스팅에서 진짜 ‘모험’을 했다. 그리고 지금, 성공과 성공을 향한 모험의 기로에 있는 셈이다. 이지혜

빛나는 보석들의 향연

국립발레단 ‘돈키호테’

6월 26~2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올해 국립발레단이 올린 ‘돈키호테’는 여러 이유로 세간의 화제가 됐다. 그 중에서도 워싱턴 발레에서 활동하던 김현웅이 오랜만에 관객들 앞에 서는 복귀 무대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스페인의 한낮처럼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던 토요일, 노련한 선배 커플 김지영·김현웅과 신예 커플 이은원·김기완이 각각 무대에 섰다.

김현웅의 복귀는 그의 무대를 오래도록 기다려온 팬들의 갈증을 해소시키기에 충분했다. 바질 특유의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와 시원시원한 동작들이 눈에 띄었고, 특히 키트리의 두 친구와 함께 추는 파 드 트루아의 첫 점프는 객석의 탄성을 자아낼 만큼 훌륭했다. 김지영과의 파트너십은 다소 흔들리는 지점이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젊은 시절의 풋풋함에 성숙함을 더한 김지영의 키트리는 테크닉은 두말할 것 없고 걸음걸이에도 캐릭터의 성격이 묻어났다.

국립발레단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이은원·김기완 커플의 무대는 싱그러움이 풍겨났다. 김현웅이 카사노바 기질을 물씬 풍기는 바질이라면, 김기완은 아직 풋내가 가시지 않은 바람둥이의 모습이었다. 특히 깔끔한 테크닉이 돋보였는데, 3막 결혼식 파드되의 솔로에서는 일곱 번의 연속 투르 앙 레르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수려한 외모로 시선을 사로잡은 이은원은 능수능란하기보다 아직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이 돋보였다.

이 외에도 무대를 빛내는 훌륭한 무용수들을 발견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키트리의 두 친구 신승원과 박예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든든하게 무대를 지원했고, 처음 거리의 무희로 나선 한나래는 긴장한 것인지 실수가 종종 보이긴 했지만 긴 팔다리와 우아한 라인이 돋보였다. 다음 작품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무용수다. 산초 판자를 연기한 김경식의 일품 연기는 작품의 희극적인 요소를 더했다.

무용수들 덕분일까. 이번 공연은 완성도를 평가하기에 앞서 숨겨진 보석이 빛을 밝히고 그 빛들이 어우러져 광채를 발하는 아름다움의 향연이었다.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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