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니컬라 베네데티

재능보다는 노력을 믿는 연주자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8월 1일 12:00 오전

음악의 본질을 잊지 않고, 항상 처음의 자세로 탐구하는 연주자.

그녀는 자신이 ‘노력파’라고 말한다

지금 영국에서 가장 핫한 여성들은 누구인가?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 에마 왓슨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지난 2월 ‘영국의 영향력 있는 젊은 여성 30인’에 선정된 바이올리니스트 니컬라 베네데티. 그녀는 네 살 때 피아노를 배우는 언니를 따라 음악을 시작해 지금까지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고 있는 연주자다.

열여섯 살 때 BBC 올해의 영 아티스트에 선정됐고, 수차례의 브릿 어워드를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다양한 음악 활동과 사회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의 대영제국훈장(MBE)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음반 ‘고향의 노래’를 발매했는데, 영국 싱글 차트 클래식 부문 1위와 앨범 차트 19위에 올라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러한 결과물을 놓고 그녀는 스스로를 ‘노력파’라고 말한다.

1년에 약 100회의 무대에 선다는 그녀가 오는 9월 첫 내한 공연으로 국내 청중을 만나러 온다. 한창 여름 페스티벌에 참가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녀와 전화로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해, 내한 당시 개화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떤 추억으로 남았나요.

2013년 앨범 프로모션차 한국에 방문했을 때 개화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났어요. 짧은 시간이나마 클래식 음악을 통한 교류를 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아이들에게 클래식을 들으라고 강요하기 보다 경험으로 인해 클래식을 즐길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스코틀랜드의 ‘빅 노이즈 오케스트라’는 어떤 마음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인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보고, 듣고,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죠. 음악가로서 아이들을 위한 활동을 한다면 제가 조금이라도 어릴 때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도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니까, 아이들이 저를 더 가깝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같은 관점에서 엘 시스테마 출신으로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하고, 아이들을 위해 끊임없이 봉사하는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은 참 본받을 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내한 공연에서 모차르트·엘가·코른골트 등의 작품을 연주합니다. 이번 레퍼토리를 어떻게 선정하게 되었나요.

한국에서 처음 하는 내한 공연인 만큼 연주자로서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조금 떨리기도 하고요. 이번 무대에서는 제가 다양하게 해석한 작곡가들의 곡을 연주할 예정이에요. 어린 시절 생일에 100장짜리 클래식 음반 전집을 선물 받았는데, 그때 처음 코른골트의 작품을 들었습니다. 정말로 아름다웠죠. 예술적으로 높은 지점에 도달한 작품들이었거든요. 제가 그때 느낀 기분을 한국의 청중과 나누고 싶어요.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연습하는 걸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일정이 없는 날은 보통 어느 정도의 연습을 하나요.

요즘에는 공연 때문에 바쁘지만 그래도 하루 평균 4~5시간 연습을 거르지 않아요. 한 번에 몰아쳐서 많은 시간을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죠. 그러나 올바른 자세나 쉽게 틀릴 수 있는 운지법, 테크닉 등을 체크하면서 규칙적으로 연습하는 것이 중요해요.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편인가요. 아니면 이를 악물고 연습하는 노력파인가요.

저는 제가 천재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연습을 거르지 않죠.

2005년 데뷔 앨범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히 음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낸 음반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음반은 어떤 음반인가요.

지금까지 발매한 ‘고향의 노래(Homecoming)’까지 발매한 음반 모두 제게 소중한 음반이에요. 예상치 못하게 큰 성공을 거둔 ‘더 실버 바이올린’도 기억에 남고요. 데뷔 앨범으로 제가 거둔 성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어요! 놀라울 따름이죠. 순위나 인기가 예술가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제 음악을 많은 분이 사랑해주신다는 사실에 기뻤습니다.

1년에 몇 회 정도 공연을 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무대에 오르나요.

1년에 100회가 넘는 많은 연주를 하고 있어요. 저는 무대에 올라갈 때, 항상 이 모든 무대가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관객에게 항상 좋은 기억을 남겨주기 위해 노력하고요. 그게 바로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에 빠졌을 때 당신의 음악과 연주가 달라지는 편인가요.

무엇이든 처음 배울 때 그것에 대한 충분한 배경 지식과 경험이 있으면 이해가 잘되죠. 마찬가지로 음악도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인 만큼 감정적인 경험이 중요해요. 그런 의미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진 기쁨·슬픔·분노·행복 등이 음악의 표정을 더욱더 다양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스트라디바리우스를 후원받을 수 있다는 건 최고의 영예입니다. 악기 소개 좀 해주세요.

제가 사용하고 있는 바이올린은 1717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가리엘’이에요. 1881년부터 1917년까지 악기를 소유하고 있었던 프랑스 의사 ‘샤를레스 마리 가리엘’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어요. 제가 사용하기 전에는 바이올리니스트 하이메 라레도가 사용했고요.

앞으로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나요.

어린 시절에는 그저 위대한 예술가가 되고 싶었어요. 음악을 공부하는 아이들이라면 다들 한 번쯤 꿈꾸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제 음악적으로 무엇인가 성취하기 위해 애쓰고 싶지 않아요. 그냥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묵묵히 제 주관대로 음악적인 길을 걸어가고 싶어요. 음악의 본질을 잊지 않고, 항상 처음 시작하는 자세로 음악을 대하고 싶어요.

사진 Decca/Simon Fowler

 

니컬라 베네데티 내한 공연 9월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21번 K304,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 1번 Op.80
코른골트 ‘마리에타의 노래’ ‘피에로의 춤 노래’, 엘가 바이올린 소나타 O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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