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HOT | 개관 10주년 맞이한 엘프 필하모니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6년 10월 19일 1:00 오후

WORLD HOT | GERMANY WORLD OF THE THEATER

Elbphilharmonie

개관 10주년 맞이한 엘프 필하모니

함부르크의 운명을 바꾼 콘서트홀, 논란의 건물에서 랜드마크가 되기까지

엘프 필하모니 ©Thies Rätzke

 

 

 

 

 

 

 

이 공연장의 시작은 강가에 방치됐던 오래된 창고였다. 선박 무역으로 성장한 도시 함부르크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물자를 적재하던 벽돌 건물들이 즐비했다. 2000년, 시는 옛 항만도시 하펜시티를 주거·업무·문화가 결합된 신도심으로 바꿀 ‘하펜시티 계획’을 내놓았고, 뾰족한 삼각지 끝에 새 콘서트홀을 짓기로 했다. 구도심의 라이츠할레(1908년 개관)는 유서 깊은 홀이지만 대규모 공연이나 실험적인 공연을 올리기엔 한계가 있었다.

함부르크 시는 런던의 화력발전소를 테이트 모던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건축가 듀오 ‘헤어초크 & 드 뫼롱’(자크 헤어초크(1950~)·피에르 드 뫼롱(1950~))을 초청했다. 창고를 둘러본 이들은 본래 건물을 간직한 채 그 위에 거대한 새 유리 건물을 얹는 방식을 택했다. 마치 돛을 단 배가 순항하는 것처럼 하늘로 뾰족하게 솟은 모습이다. 건물 입구에서 콘서트홀 로비가 있는 플라자(지상 37m의 공중 광장 및 전망대)로 가려면 82m 길이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야 한다. 플라자 층은 공중 광장 역할을 한다. 엘베강과 함부르크를 360도로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플라자를 둘러싸고 있다. 로비 양옆의 각 계단을 따라 오르면 2개의 공연장(그로서 잘·클라이네 잘)을 만날 수 있다. 건물엔 공연장 외에도 호텔과 레지던스, 레스토랑 등을 갖춰 상업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엘프 필하모니(이하 엘프필)는 음악을 들으러 가는 목적지이자 그 자체가 도시의 공공·상업 공간인 셈이다.

 

막대한 공사비 논란을 넘어선 성공

공사 당시 엘프필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2010년 개관 예정이던 공연장은 2017년 1월에야 문을 열었고, 당초 1억 8600만 유로(한화 약 2935억 원)로 예상한 사업비는 약 8억 6600만 유로(약 1조 3572억 원)로 불어났다. 시민과 메세나들의 많은 후원이 있었음에도 막대한 세금이 들었다. 2026년 ‘뉴욕 타임즈’의 T 매거진은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건물 8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누구도 엘프필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동안 이곳에선 약 6,600회의 공연이 열렸고 누적 740만 명의 관객이 찾았다. 그로서 잘의 객석 점유율은 약 96%. 전망대만 찾은 사람은 약 3천 만 명에 이른다. 엘프필의 관광 효과를 두고, 거시적으로는 이미 상당 부분의 공사비가 상쇄됐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무엇보다 함부르크 시민들의 클래식 음악 공연 관람 수치가 세 배로 늘었다. 예술감독 크리스토프 리벤 조이터(1964~)는 “개관 당시 그로서 잘에는 240개의 콘서트가 계획되었는데, 지금은 380개로 늘어났습니다. 신규 관객은 평균 20~25% 정도이며, 관객 또한 매우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돼 있죠”라고 설명했다. 이곳의 상주 단체로는 NDR 엘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음악감독 앨런 길버트)와 앙상블 레조난츠가 있다. 함부르크 필하모닉과 함부르크 심포니도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공연한다.

➊ 카이스튜디오(2024.11.7 실황) ©Daniel Dittus

 

 

 

 

 

엘프필의 철학, ‘모두를 위한 공간’

엘프필에는 세 곳의 공연장이 자리한다. 먼저 약 2,100석의 그로서 잘(대공연장)은 무대를 테라스 형태의 객석이 둘러싼 빈야드 구조다. 어느 자리에서도 지휘자까지 거리가 30m를 넘지 않고, 알고리즘으로 디자인된 약 1만 개의 석고 섬유 음향 패널을 이어붙인 ‘화이트 스킨’이 소리를 홀 곳곳으로 전달한다. 음향설계는 야스히사 토요타(1952~)가 맡았다. 특별한 점은 높이 15m, 폭 15m의 오르간이 무대 뒤쪽 객석 사이에 파고들어 있다는 점이다. 4,765개 파이프 중 일부는 관객의 손이 닿을 만큼 가까이 노출돼 있다. 빈야드 구조와 오르간은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는 엘프필의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550석 규모의 클라이네 잘(소공연장)은 직사각형의 고전적인 슈박스 구조로 실내악과 독주, 재즈 및 월드뮤직에 적합하도록 설계했다. 공연의 성격에 따라 객석과 무대 배치를 바꿀 수 있다. 마감은 부드럽게 굴곡을 준 오크 패널로, 물결 모양의 표면이 소리를 홀 구석구석으로 따뜻하게 반사한다. 타악기 연주자 비비 바실레바(1994~)는 이곳의 음향을 “무대 위에선 마치 녹음 스튜디오에 있는 것처럼 자신의 소리만 존재하는 듯한데, 객석에선 모든 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다”라고 평했다.

마지막은 카이스튜디오. 약 150석 규모로 커다란 통창 뒤로 엘베강과 항구가 내다보이는 공간이다. 실험음악과 강연·워크숍 등에 쓰이며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교육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 공연장에서는 클래식 음악 장르뿐 아니라 재즈, 비유럽 음악, 전통음악, 팝, 전자음악, 현대음악 등 폭넓은 예술적 스펙트럼이 펼쳐진다.

➋ 10주년 간담회 현장, 피에르 드 뫼롱(좌)·크리스토프 리벤 조이터(우) ©Daniel Dittus

➌ 클라이네 잘(2022.1.12 실황) ©Sophie Wolter

 

 

 

 

 

 

 

10주년으로부터 더 나아갈 과감한 행보

지난 9월 1일에는 10주년 기념 시즌 오프닝 행사가 있었다. 오후에는 예술감독 레벤 조이터와 건축가 드 뫼롱 등이 참석한 기념 대담이, 저녁에는 만프레드 호네크/피츠버그 심포니(협연 알렉상드르 캉토로프)의 공연이 이어졌다. 엘프필은 이번 시즌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해 뉴욕·보스턴·시카고 등 7개 미국 오케스트라를 초청했다. 신선하고 과감한 행보다. 미국 음악의 뿌리를 들여다보고 존 애덤스(1947~)와 스티브 라이히(1936~) 등의 음악을 조명할 예정이다.

엘프필의 지난 10년은 천문학적인 공공 투자와 논란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한 도시의 문화적 자산으로 변하는지 목격하는 시간이었다. 건축의 성공은 외관의 화려함이나 관광객 숫자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얼마나 많은 시민이 이용하고, 얼마나 많은 외지인이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가. 현재의 엘프필은 이 질문에 상당히 자신 있게 답하고 있다.

➍ 그로서 잘(2024.9.11 실황) ©Julia Knop

➎ 엘프 필하모니 플라자 ©Julia Knop

 

 

 

 

 

 

 

글 전윤혜(프랑스 통신원) 사진 엘프 필하모니

 

Info
10주년 기념 화보집
‘엘프 필하모니 라이브’(Elbphilharmonie LIVE)

엘프 필하모니가 10주년을 맞기까지 사람들과 공간의 표정을 기록한 사진집. 상당수가 처음 공개되는 이미지로, 무대 외에도 백스테이지와 기술진, 공연 전후의 모습 등을 따라간다. 연간 약 750회의 공연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시스템, 곧 ‘살아 있는(LIVE) 건물’을 보여주는 셈이다. 엘프필의 지난 10년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점이기도 하다. 엘프필 부티크에서 구매할 수 있다. 208쪽 분량으로, 영문·독일어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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