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싱 어게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6년 10월 19일 1:00 오후

CINESSAY

영화로 만나는 세상과 사람

 

싱 어게인

빼앗긴 노래로 되찾은 삶

감독 존 카니

음악 게리 클라크

출연 폴 러드, 닉 조너스 외

 

[OST] 음악감독 게리 클라크 | Republic Records

존 카니의 영화에서 음악은 언제나 서사의 심장에 놓여 있다. 이번 작품 역시 존 카니가 게리 클라크(1962~)와 함께 공동 작곡가로 참여하며 영화의 정서를 음악 안에 촘촘하게 새겨 넣었다. 익숙한 팝과 록의 선율 위에 음악 영화 특유의 따뜻한 정서를 포개 놓은 음악들이 주는 감흥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폴 러드와 닉 조너스가 각각 부른 같은 제목, 다른 느낌의 노래를 비교해 들어보면 영화가 던지는 ‘누구의 노래인가’라는 음악이 답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음악은 누군가 부르는 동시에 누군가 듣는다. ‘싱 어게인’의 OST는 “노래는 듣는 사람에 의해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 말하는 것 같다.

 

SET-LIST

① How To Write A Song Without You (Pop Version) ② Celebration ③ Summer of ’69 ④ The Power of Love ⑤ Finishing Line ⑥ Fun Won’t Matter ⑦ The Boys Are Back in Town ⑧ I Wish ⑨ Don’t Look Down ⑩ Spectacular ⑪ Satellite ⑫ How To Write A Song Without You (Nick Jonas Version) ⑬ Message in a Bottle ⑭ 1984 ⑮ Maneater ⑯ How To Write A Song Without You (Paul Rudd Version) ⑰ Dublin to L.A.

 


 

삶은 좀처럼 우리가 그려놓은 악보의 템포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가장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순간 뜻밖에 박자를 놓치기도 하고, 수많은 환호에 둘러싸인 정점에서 오히려 깊은 고독과 마주하기도 한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은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무대 위에서,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멜로디를 끝내 혼자 연주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삶이 더 이상 유려하고 완성된 음악처럼 들리지 않는 순간에도, 다음 음을 찾아 다시 악기 위에 손을 올린다.

 

음악이라는 구원과 교감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웨딩 싱어로 살아가는 릭 파워(폴 러드 분)는 우연히 슬럼프에 빠진 팝스타 대니(닉 조너스 분)를 만난다. 음악을 매개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릭이 오래전 딸을 위해 쓴 노래를 함께 다듬으며 뜻밖의 교감을 나눈다. 그러나 6개월 뒤, 릭은 자신이 만든 노래가 대니의 이름으로 발표된 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노래를 되찾기 위해 친구와 함께 대니가 있는 로스앤젤레스로 향한다.

존 카니(1972~) 감독의 영화에서 음악은 언제나 이야기의 바깥에 놓인 장식이 아니었다. ‘원스’(2007)에서 거리의 음악은 상처 입은 두 사람을 서로에게 데려갔고, ‘비긴 어게인’(2013)에서는 도시의 소음 속에 묻혀 있던 진심을 보여주는 수단이었고, ‘싱 스트리트’(2016)에서는 음악으로 자신의 이름조차 제대로 찾지 못한 청춘에게 미래를 상상하는 방법이었다.

‘싱 어게인’은 삶을 어느 정도 지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릭에게는 가수의 꿈을 내려놓고 살아온 시간이 있다. 가족을 위해 선택한 삶이지만 그 선택이 꿈을 완전히 지워버린 것은 아니다.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자기만의 노래가 남아 있다. 반면 대니는 모든 것을 가진 스타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노래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당신 없이 노래를 쓰는 방법(How To Write A Song Without You)’은 릭에게 젊은 시절의 꿈과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오래 눌러두었던 자기 자신에 대한 고백이다. 그 노래에는 살아온 시간의 무게가 묻어 있다. 그래서 그것은 단순한 창작물이 아니라 자신의 일부다. 빼앗긴다는 것은 노래 한 곡을 잃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증명할 한 조각을 빼앗기는 것과 같다.

하지만 대니에게 같은 노래는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진다. 추락을 눈앞에 둔 아티스트가 다시 대중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내놓은 생존의 노래다. 무대 위에서 자신이 여전히 필요한 존재임을 증명하고 싶은 절박함,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음악 산업의 압박, 사랑받고 싶다는 오래된 욕망이 그 노래 안에 겹친다.

그렇게 꿈을 포기해 상처받은 사람과, 꿈을 이뤘지만 길을 잃은 사람, 그 둘은 서로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곳에서 멈춰 서 있다. 영화는 두 사람을 통해 한때 포기했다고 생각했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는 어른의 노래에 가깝다.

 

당신의 삶도 다시 노래하기를

영화는 두 사람의 세계를 공간적으로도 선명하게 대비한다. 릭의 무대는 비에 젖은 더블린의 오래된 펍과 결혼식장, 가족의 온기가 남아 있지만 동시에 생활의 고단함이 스며 있는 일상이다. 반면 대니의 세계는 로스앤젤레스의 거대한 아레나와 화려한 조명, 수많은 스태프와 대중의 시선으로 가득하다. 모든 것이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눈부시다.

두 세계를 연결하는 것은 단 하나의 노래 ‘당신 없이 노래를 쓰는 방법’이다. 릭에게 그 노래는 지나간 시간의 기록이고, 대니에게는 무너져가는 현재를 붙잡기 위한 마지막 기회다. 이 지점에서 ‘싱 어게인’은 음악 영화이면서 동시에 예술가의 창작에 대한 영화가 된다. 창작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노래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지를 거듭하며 묻는다.

영화는 그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고 끝까지 두 사람의 삶을 나란히 놓아둔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음악이 지닌 기묘한 힘으로 음악이 가진 이상한 힘을 보여준다. 음악은 누군가의 완전한 소유물일 수 없다는 것, 누군가의 경험에서 태어나긴 하지만, 다른 사람의 삶을 만나면서 새로운 힘을 얻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릭의 여정이 특별한 이유는 그가 잃어버린 노래를 되찾는 데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삶이 꿈을 포기한 결과라고만 생각해 왔다. 하지만 여행을 거치며 조금씩 다른 사실을 발견한다. 자신이 ‘충분하지 않다’라고 여겨왔던 삶, 별것 아니라고 치부했던 가족과 일상의 순간들이 어쩌면 자신이 가장 오래 지켜온 노래였다는 사실이다. 꿈을 이루지 못한 삶이 실패한 삶은 아니다. 무대의 중앙에 서지 못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부른 노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꿈을 이루는 순간이 아니라, 한때 포기했던 꿈을 다시 바라보면서도 지금의 삶을 사랑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인지 모른다. 그것이 릭이 되찾는 진짜 노래다.

 

쉼표는 다음 음을 위한 시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즈음이면 ‘당신 없이 노래를 쓰는 방법’의 멜로디가 오래 귓가에 남는다. 영화가 끝났는데도 노래는 끝나지 않는다. 아마 그것은 이 영화가 결국 노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시 살아보는 일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삶에는 누구에게나 예상하지 못한 쉼표가 찾아온다. 어떤 때는 너무 오래 멈춰 있어 다시 시작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쉼표는 끝이 아니라 다음 음을 위한 시간이라고 악보는 말한다. 삶이 우리가 바라던 선율에서 조금 벗어나 있더라도, 언젠가 다시 박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어쩌면 ‘싱 어게인’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위로는 바로 거기에 있다. 다시 노래할 수 있다. 우리의 삶도, 아직 한 번쯤은.

 

글 최재훈 영화평론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제37회 영평상 신인평론상 최우수상, 제3회 르몽드 영화평론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영화에세이집 ‘나는 아팠고, 어른들은 나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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