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3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Ian Charles Bostridge
나는 노래 속에서 ‘인간’을 읽는다
말러와 슈베르트의 가곡으로 돌아보는 ‘노래하는 역사학자’의 음악적 가치관

©Marco Borggreve
시대를 상징하는 목소리를 가진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가 서울의 대표 여름 음악제 중 하나인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총감독 강경원) 무대에 오른다. 2023년 세종솔로이스츠와 같은 축제 무대에 올랐던 보스트리지가 이번에는 그의 핵심 레퍼토리인 말러의 가곡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연주할 예정이다.
고요하지만 강렬한 가곡의 매력
오랫동안 가곡 연주의 대가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가곡 자체는 인기가 적은 편이지만, 당신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객석을 채우고 있죠.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예술가곡은 대중문화의 산물과 같은 ‘인기’를 결코 얻지 못할 겁니다. 리트가 테일러 스위프트나 드레이크와 같은 대중문화의 기준으로 평가될 수도 없고, 또 그래서는 안 되죠. 관객을 사로잡는 것은 무엇보다도 음악 그 자체의 천재성입니다. 19세기 가곡은 교향곡·현악4중주·오페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요한 장르입니다. 관객은 드라마나 열정, 공포, 불안이 내포한 강렬함뿐만 아니라 고요함과 평온함의 강렬함에도 반응하니까요.
연주 레퍼토리는 주로 독일과 프랑스의 가곡, 그리고 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1913~1976)의 작품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좋은 노래’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많은 가곡 작곡가들이 가사에 지나치게 경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노래를 예술가곡이라는 장르로 재창조한 슈베르트와 슈만·볼프의 계보를 잇는 브리튼은 가사로부터 얻은 음악적 영감을 끝까지 과감하게 밀어붙이죠. ‘마왕’과 ‘물레 잣는 그레첸’을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될 겁니다.
역사로부터 되짚어 보는 음악의 의미
과거 한 인터뷰에서 “20년 전, 특히 10년 전보다 노래를 더 잘 부르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밝은 음색은 일부 잃었지만, 목소리가 더 풍부하고 크게 들리기 때문이라고 했는데요. 단지 세월뿐만 아니라, 삶의 깊이와 음악적 무게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그럴 거예요! 하지만 저는 제 목소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30년 전보다 지금 확실히 더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무지했던 서른 살의 제가 어떻게 노래를 해냈는지, 그 기이한 대담함이 여전히 놀랍기만 합니다.
당신에게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며, 이를 통해 무엇을 구현하고자 하나요?
나 자신과 관객 모두를 위한 카타르시스, 즉 감정적 교감입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죠.
역사학적 사고가 작품 해석의 첫걸음이 되나요? 아니면 직관이 더 큰 역할을 하나요?
직관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적 탐구는 연주자와 청중 모두에게 자극을 주고,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21세기 초반의 클래식 음악은 문화적·정치적 뿌리에서 분리되어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그 의미가 궁금합니다.
자본주의의 현 단계에서 대중문화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서, 15세기 작곡가 오케겜부터 16~17세기의 버드와 몬테베르디, 18~19세기의 베토벤, 20세기 브리튼을 잇는 정통 기악 음악이 문화적으로 주변적인 존재라고 믿게 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음악으로부터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 미래 세대는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요.
깊은 탐구로 전달하는 메시지
3년 만에 세종솔로이스츠와 협연합니다. 브리튼의 ‘일뤼미나시옹’을 불렀던 그때의 공연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대단히 즐거웠습니다. 리허설은 놀라울 정도로 열정적이고 탐구적인 분위기였고, 내내 진정한 음악적 유대감을 느꼈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모두가 서로의 연주를 세심하게 경청하며 음악 속에서 무언가를 함께 발견해 나가려는 자세였습니다.
이번에 연주하는 말러의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의 화자는 실연당하고 방황합니다. 그 화자는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와 어떻게 다른가요?
말러는 이 곡 서두에 ‘겨울나그네’를 인용했습니다. 슈베르트에게 바치는 일종의 오마주죠. 이번에는 콜린 매슈스(1946~)가 편곡한 챔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연주되는데, 이 부분이 꽤 큰 차이를 만듭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방랑자는 라임 나무의 초대를 받아들여 그 아래에서 잠이 듭니다. (또는 죽음일까요?)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야만 하는 ‘겨울나그네’와는 매우 다르죠. 그 차이가 두 작품의 감정적 세계를 이해하는 핵심입니다.
3년 전 내한에서 브리튼과 전쟁에 대해 강연했고, 이번에 연주하는 말러의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도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곡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모두 전쟁이 초래하는 끔찍하고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평화를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역사와 예술은 우리가 더 경각심을 갖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음악을 통해 이 메시지가 잘 전달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자의식적인 태도를 내려놓고, 어떻게든 자신을 투명하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음악이 그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주기를 바랄 뿐이죠. 관객분들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음악을 마주해서, 지극히 개인적이고 특별한 무언가를 얻어 가기를 바랍니다.
실내악 편곡은 해석이나 표현에 있어서 원곡과 차이가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말러의 원곡은 이미 놀라울 정도로 실내악적인 관현악 편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편곡들은 원곡의 정신을 완전히,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가사를 먼저 알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죠. 이번 공연을 기대하는 한국 관객에게도 마찬가지겠지요?
이번 연주곡 가사들의 기원과 독일 민족주의와의 연관성, 또 나폴레옹 전쟁 이후의 분위기와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전 유럽의 정황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이해한다면 이 놀라운 노래들을 한층 더 풍요롭게 감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글 송주호(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세종솔로이스츠
이안 보스트리지(1964~) 영국 출신 성악가. 케임브리지대학(철학 석사), 옥스퍼드대학(역사학 박사)에서 수학했고,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빈 콘체르트하우스·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상주예술가였고, 음반 ‘슈베르트: 겨울나그네’로 클래시컬뮤직어워즈(ICMA)에서 수상했다. 2004년 대영제국훈장(CBE)을 받은 그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노래와 자아’ 등의 저서를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PERFORMANCE INFORMATION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8.25~9.3)
윤한결/세종솔로이스츠(협연 이안 보스트리지)
8월 26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베토벤 현악 4중주 11번(말러 편곡), 말러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클라우스 시몬 편곡)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콜린 매슈스 편곡), 슈만 현악 4중주 1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