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THE PLATFORM | 음악과 청취자가 하나 되는 순간 ‘이다지오’
이다지오
이다지오 이용자들이 꼽은 이 달의 최고 콘텐츠는? (8.10 기준)


‘슈베르트와 함께 하는 고독’
로테 베츠 딘(메조소프라노)/
조지 샤오위안 푸(피아노)
Platoon PLAT31197
7월 10일, 애플 산하 음반 레이블 플래툰에서 발매된 슈베르트 작품집. 피아니스트 조지 샤오위안 푸의 피아노 독주 세 곡과 메조소프라노 로테 베츠 딘의 목소리를 더한 두 개의 가곡을 담았다. ‘알레그레토’와 피아노 소나타 19번으로 c단조 피아노곡 특유의 공허함을 그려냈고, ‘독일 가곡(Lied)의 왕’ 슈베르트의 3대 가곡집 중 하나로 불리는 ‘백조의 노래’ 1·14번, ‘고독’(D620)으로 그리움의 감정을 담아냈다. 마지막 곡은 ‘헝가리 광시곡 b단조’로 장식해, 긴 고독의 시간을 지나 맞이한 연주회의 앙코르처럼 음반을 마무리했다.


© Siegfried Lauterwasser/DG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1908~1989)
오스트리아 지휘자. 1929년 울름 극장의 연습 지휘자로 임용된 이후 아헨 시립극장 음악총감독과 베를린 슈타츠오퍼 지휘자 등을 거쳤다.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에 이어 34년간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로 재직하며 수많은 명반을 남겼다. 베토벤·R. 슈트라우스·바그너의 작품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으나 오페라와 프랑스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다뤘다.


© Stephan Rabold
베를린 필하모닉
1882년 창단된 독일 베를린의 오케스트라. 한스 폰 뷜로, 아서 니키쉬,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클라우디오 아바도, 사이먼 래틀 등 음악사에 이름을 남긴 지휘자들이 이 악단의 수장을 맡았으며, 베를린뿐 아니라 유럽 음악계의 중심 악단으로 자리해왔다. 2019/20 시즌부터 러시아 출신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1972~)가 수석지휘자 겸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 Felix Broede
머리 퍼라이아 (1947~)
미국 출신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매네스 음악대학에서 지휘와 작곡을 전공했고, 1972년 리즈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1981년부터 1989년까지 알데버러 페스티벌 공동 예술감독을 역임했으며, 그의 쇼팽 에튀드 전곡 음반과 바흐 ‘영국 모음곡’ 1·3·6번 음반은 각각 그래미상을 받았다.
INTERVIEW
밤으로부터 마주한 음악적 영감
이다지오가 추천한 피아니스트 브루스 류의 음악 세계

© Sonja Mueller
이번 호에 소개될 주인공은 2021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중국계 캐나다 피아니스트 브루스 류(1997~). 그가 지난 8월 7일 음반 ‘루나리스’를 발매했다. 쇼팽의 녹턴부터 존 케이지의 ‘드림(Dream)’까지, 낭만주의와 근대의 환상을 아우르는 작품을 선정해 한 음반에 엮었다. 콩쿠르 이후 2023년과 2025년 독주회로 한국 관객들과도 만나온 그가 선보이는 이번 음반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아래는 브루스 류와의 일문일답이다.
해가 진 뒤 맞는 영감의 세계
쇼팽 콩쿠르를 앞두고 꿈속에서 뛰어난 음악적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적이 있죠. 피아노 앞에 앉았을 때도 그 아이디어가 그대로 유지되나요?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그대로 구현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꿈속에서의 음악은 음색, 프레이징, 혹은 전체적인 분위기까지 선명하게 느껴지죠. 하지만 피아노 앞에 앉는 순간 악기, 음향, 나의 손, 긴장감, 그리고 악보라는 현실이 개입합니다. 저는 꿈을 그대로 재현하려 하는 대신, 정서나 음색을 유지하며 꿈의 본질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결국 꿈이 저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현실은 그것에 형태를 부여하는 셈입니다.
밤에 작업하는 습관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제가 원래 야행성인 편이라, 자연스럽게 시작되었습니다. 이동과 리허설, 사람들과의 만남 등으로 점철된 투어 일정은 매우 고됩니다. 하지만 밤이 되면 모든 것이 정적에 잠기고, 타인의 기대나 방해 요소도 줄어들어 상상력을 훨씬 자유롭게 펼칠 수 있죠. 밤이야말로 시간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는 순간이며, 시간이 흐르면서 이것은 의식적인 창작 방식이 되었습니다.
나만의 밤을 찾아가며 발견한 이미지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빛의 제국’을 이번 음반의 ‘시각적 거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그림이 음반 구상에 어떤 도움을 주었나요?
이미 찾고 있던 무언가에 시각적인 형상을 부여해 주었습니다. 밤의 세계 위로 펼쳐진 밝은 낮의 하늘, 시간에 대한 색다른 감각이라는 관념들을 하나의 이미지로 보여주었죠. 시간의 가변성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안겨준 살바도르 달리(1904~1989)의 ‘기억의 지속’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그림들이 제가 이미 ‘듣고 있던’ 세계를 ‘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음반을 구성할 때 두 곡이 서로 어울린다는 것을 어떻게 직감하나요?
직관과 구조의 결합으로 알아냅니다. ‘루나리스’ 작업에서는 시대나 화성, 음악적 언어가 서로 판이하게 다른 두 곡이 나누는 뜻밖의 대화에 매료되었습니다. 공통된 음색·조성·시간감 등, 그 흐름과 전환이 직관적이고 ‘필연적’으로 느껴질 때 비로소 두 곡이 서로를 조명하게 만들고, 두 곡의 관계가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음반 전반에 걸쳐 이야기한 ‘내면의 풍경’이 청자들에게 어떻게 닿기를 바라나요?
청자에게 빛과 거리감에 대한 매우 개인적인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규정해 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똑같은 소리라 해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야말로 음악이 지닌 미덕이니까요. ‘루나리스’는 풍경을 제시할 뿐, ‘지도’를 주지는 않습니다. 모두가 그 안을 자유롭게 거닐며 자신만의 밤을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음반의 길을 별처럼 비춰주는 작품들
베토벤·쇼팽·스크랴빈을 이번 음반의 ‘별자리’라고 표현했습니다.
세 작곡가는 음반의 서로 다른 차원이자 시간을 대표합니다. 쇼팽은 밤의 정서를 담아내는 ‘친밀함’, 베토벤은 ‘변형’, 스크랴빈은 지상 너머의 우주적인 무언가, 즉 ‘초월’이죠. 저는 이들을 별자리의 세 꼭짓점으로 바라봅니다. 음반의 나머지 곡들은 이 별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길과 연결 고리를 만들어 나가는 셈이죠.
대부분의 음반은 갈등이나 문제를 해결하며 끝을 맺지만, ‘루나리스’는 공중에 여운을 남겨둔 채 끝이 납니다.
‘루나리스’가 어떤 최종적인 답에 도달하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존 케이지의 ‘드림’으로 음반을 마무리함으로써 모든 것을 문이 여전히 열려 있는 듯한 매우 단순하고 고요한 공간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음악은 멈추지만 그 분위기까지 반드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꿈이 끝난 것일 수도, 혹은 또 다른 밤이 막 시작되는 것일 수도 있겠죠.
인터뷰 이다지오 정리 장지현 기자 사진 도이치 그라모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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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보엠 La Bohème
카테고리 오페라 국가 호주 공연기간 2026.11.07 ~ 11.18 공연장소 멜버른 리젠트 극장 러닝타임 135분
파리의 낭만적인 겨울, 가난하지만 꿈과 열정으로 살아가는 젊은 예술가들.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은 사랑과 우정, 예술과 가난, 그리고 눈부신 청춘을 그린 오페라의 대표작입니다. 첫사랑의 설렘과 질투, 뜨거운 열정과 가슴 아픈 이별까지, 푸치니의 음악은 젊은 날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담아냅니다.
11월 7일부터 18일까지 멜버른 리젠트 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는 콘스탄틴 코스티가 이끄는 젊은 창작진이 눈 내린 파리를 배경으로 이 시대를 초월한 이야기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시드니에서 온 편지
호주 오페라의 오늘 | 테너 강 왕(Kang Wang)과 호주오페라단 70년의 역사

강 왕 Kang Wang © Keith Saunders
이번 시즌은 제게 정말 특별한 여정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영웅을 무대 위에 되살리며 시작했으니까요. 데이비드 헨리 황의 오페라 신작 ‘몽키 킹(Monkey King)’ 세계초연에서 손오공 역할을 맡았고, 이 작품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시즌 개막작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아시아계 성악가와 창작진이 중심이 된 이 뜻깊은 작품에 함께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늘 겸손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간직할 것 같습니다. 이 역할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꿈이 현실이 된 순간과도 같았습니다. 거의 종교적으로 느껴질 만큼요.
오랫동안 요나스 카우프만의 지도를 받아온 저에게, 그의 초청을 받아 공연하는 것은 언제나 깊은 기쁨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에 그의 오페라하우스가 있는 에를 지역으로 다시 돌아가 도니체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에드가르도로 역으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뮌헨과 빈 등 유럽의 주요 오페라하우스에서 노래할 기회가 이어졌고, 특히 오랫동안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로 오랜 명성을 쌓아온 소프라노 에르모넬라 야호와 한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무척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호주 국립오페라단의 창단 70주년을 기념하는 갈라 공연 ‘리골레토’를 노래하는 것 역시 큰 영광이었고, 시즌을 마무리하는 가장 멋진 방법이었습니다. 호주 국립오페라단은 ‘오페라는 모두의 것’이라는 아름다운 철학 아래 설립된 만큼, 그날 공연에서 관객들이 함께 국립오페라단의 창립일을 기념하며,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불러주었을 때는 소름이 돋을 만큼 벅찼습니다.

강 왕이 출연한 오페라 작품들
이제 곧 ‘라 보엠’ 리허설에 들어갑니다. 11월 7일 멜버른에서 개막하며, 우리 오페라단의 1년에 걸친 창단 기념 행사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지난달 ‘객석’을 받아보았는데, 저희 ‘라 보엠’이 히어워아(HereWeAre)의 이달의 추천작으로 소개된 것을 보았을 때 정말 영광스러웠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훌륭한 한국인 성악가들과 무대를 함께하는 멋진 경험을 해왔습니다. 실제로 지금 저희 ‘리골레토’에서 질다 역을 맡고 있는 소프라노 젬마 나 역시 재능 있는 한국계 호주인 성악가입니다. 언젠가 꼭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오페라 팬 여러분을 위해 노래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여러분을 직접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해 주세요!

한국계 소프라노 젬마 나 Gemma Nha
창작자들의 솔직한 수다, ′히어위아 팟캐스트′
국경을 넘어 만난 두 배우의 무대 이야기


솔직한 담화의 전문은 지금 ′히어위아′에서 만나보세요. 히어위아 팟캐스트 Season 2 EP. 7
리허설도, 대본도 없이 오직 작품과 창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팟캐스트 시즌2의 일곱 번째 에피소드가 펼쳐진 곳은 베를린의 한 스튜디오. S-Bahn을 타고 온 가브리엘과 비행기를 타고 온 현준이 마주 앉았다. 같은 ‘배우’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서로 다른 도시와 시간 속에서 자신의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의 이야기를 지면 위에 옮긴다.
지현준 “배우는 사라지는 직업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흥미로운 건, 내가 정확히 나로 존재해야만 비로소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에요. 스스로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과는 다른 의미죠.
“달을 가리킬 때, 아름다운 손짓에 관객이 눈물짓게 하는 배우와 관객의 시선을 달로 향하게 만드는 배우 중 너는 어떤 배우가 될 것인가?” 이 질문은 제 연기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었어요. 관객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되 정작 자신은 사라지는 것. 저는 그런 배우가 되기 위해 나아가고 있어요.
가브리엘 슈나이더 배우의 그 점에 있죠.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아야만 비로소 자신을 지울 수 있다는 것. 자기를 잃어버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제대로 알기 때문에 사라질 수 있는 거죠. 그렇게 자신을 지운 뒤 무대 위에서 상대 배우를 만날 때 진짜 연기가 시작돼요. 서로 다른 해석을 가진 두 배우가 치열하게 부딪히고, 각자가 믿는 진실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갈 때 좋은 장면이 만들어지거든요. 대사를 어떻게 전달할지도 결국 상대의 말을 얼마나 깊이 들었는지, 그리고 자신에게 얼마만큼의 ‘통제된 혼돈’을 허락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어요. 연극을 ‘통제된 광기’라고 부르는 것처럼요.
지현준 통제된 광기라는 말이 와닿네요. 조금 우스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저는 점점 더 영적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극이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영혼에 거울을 비추는 일이어야 한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참 좋아하거든요. 배우(俳優)라는 한자를 풀어보면 ‘배(俳)’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고, ‘우(優)’는 근심하며 걸어가는 사람을 의미해요. 즉, 사람이 아니면서도 가장 사람다운 존재를 가리키는 셈이죠. 저는 배우에게 때로 영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믿기에, 그 힘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깊이 고민하고 있어요.
가브리엘 슈나이더 지난 시즌에만 130회 정도 무대에 올랐어요. 오늘의 의상을 벗으면 내일은 또 다른 인물의 의상을 입어야 하죠. 그래서 한 인물을 몇 달씩 깊이 파고들 수 있는 환경이 부러울 때도 있어요. 하지만 무대에서 느끼는 희열만큼은 같다고 생각해요. 수백 명이 앉아 있는 객석을 마주하고, 그들의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이 저를 매료시키거든요. 사랑이든, 미움이든 저는 즉각적인 반응을 원해요.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니까요. (중략)
지현준 육감을 쓰려면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연기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감각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돼요. 이 오감을 잘 써야만 육감에 도달할 수 있어요. 그 세계에 도달하는 순간, 자유와 어떤 세계와의 맞닿는 접촉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가브리엘 슈나이더 마이클 케인이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연기를 배우는 건 운전면허를 따는 것과 같다고요. 모든 규칙과 구조를 안다고 곧바로 훌륭한 운전자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제 친구는 연기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심지어 가구를 조립할 때도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연기 훈련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감각과 기술을 길러주는 것 같아요.
지현준 나이가 들고, 연극배우로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모든 이야기들이 조금씩 가슴에 와닿아요. 선배들이 늘 “배우는 진짜 잘 살아야 된다”, “좋은 사람이 진짜 좋은 배우가 된다”고 하셨던 말이 무슨 말인지 이제 알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아주 소중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 힘을 키우려고 해요. 배우로서요.
지현준 배우
주요 작품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 ‘빛의 제국’,
뮤지컬 ‘물랑루즈!’ ‘레드북’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외
가브리엘 슈나이더 배우
베를리너 앙상블 단원
주요 작품 연극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코카서스의 백묵원’, 음악극 ‘서푼짜리 오페라’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