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하우스 17, 고음악계의 무법자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6년 10월 1일 9:08 오후

WELCOME 3

 

앙상블 아트하우스 17

토마스 회프트 & 게오르크 크로나이스 & 미하엘 헬

고음악계의 무법자들

재현을 넘어 창작으로, 과거의 소리와 동시대의 질문을 잇는 앙상블

©Art House17

위트레흐트 고음악축제(2026) ©Foppe Schut

 

 

 

 

 

 

 

 

독창적인 예술영화를 뜻하는 단어(Art House)와 소수(Prime number)이자 1700년대를 환기하는 상징하는 숫자 ‘17’. 앙상블 아트하우스 17은 역사적 연주 관행을 바탕으로 음악이 탄생한 시대의 맥락을 되살리는 동시에, 그 안에서 동시대의 화두를 연극과 무용, 시각예술 등 다양한 언어로 무대 위에 펼쳐낸다. 음악은 결코 낡지 않으며, 오직 연주되는 바로 그 순간 살아 숨 쉰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그 중심에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출발한 세 명이 있다. 아트하우스 17의 음악적 방향을 이끄는 하프시코디스트 겸 음악감독 미하엘 헬, 무대와 음악극의 경계를 탐구하는 오페라 연출가 토마스 회프트, 그리고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이자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게오르크 크로나이스다.

고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끊임없이 타진하며 ‘고음악계의 무법자’로 주목받아 온 아트하우스 17이 마침내 첫 한국 투어에 나선다. 고양·인천·세종·대구·통영에서 총 다섯 차례 공연을 펼치며, 1부 ‘에겐베르크의 울림’과 2부 ‘나를 기억해’를 통해, 과거의 음악을 오늘의 무대 위에 새롭게 펼쳐 보인다. 다음은 이들과의 솔직하고도 깊이 있는 대화의 기록이다.

 

‘아트하우스 17’이라는 이름부터 독특합니다.

게오르크 ‘아트 하우스’는 영화계에서 독창적인 스타일과 예술적 가치를 지닌 독립 예술영화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저희가 추구하는 것과 닮았죠. 다만 영화가 아니라 ​음악을 통해서 말이죠. ‘17’은 제가 수학을 좋아해서 붙인 숫자입니다. 17은 ‘소수’이면서 동시에 1700년대, 즉 18세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특정 시대의 음악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닙니다. 아트하우스 17의 출발점에는 음악을 하나의 언어이자 소통의 예술로 바라보는 생각이 있습니다. 음악을 통해 관객과 긴밀히 소통하고, 필요하다면 연극·시각예술·언어·곡예·춤 등 다른 예술 장르와 결합해 그 소통의 가능성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많은 고음악 연주단체들과는 달리, 자신들의 작업을 ‘재현이 아닌 창작’이라고 설명하는데요.

토마스 수 세기 동안 음악은 특정한 맥락 속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며 연주되었습니다. 권력자의 위상을 드러내기도 하고, 일을 하거나 행진할 때 사용되기도 했으며, 영적인 성찰을 돕기도 했습니다. 청자와 연주자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죠. 20세기 초부터 과거의 연주 관행에 대한 관심은 당시의 악기와 문헌을 바탕으로 음악을 연주하려는 ‘역사에 근거한 연주(HIP)’로 발전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연주 방식뿐 아니라 ​음악이 존재했던 기능과 맥락까지 함께 되살리고자 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저희의 ‘스테이지드 콘서트(staged concerts)’입니다.

위트레흐트 고음악축제(2026) ©Foppe Schut

 

 

 

 

 

 

고음악의 연주 관행을 바꾸다

그러한 시도로 인해, 위트레흐트 고음악축제에서는 아트하우스 17을 ‘고음악계의 무법자’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토마스 저희는 ‘고음악계의 무법자’라는 표현을 차별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은 일종의 훈장처럼 생각합니다. 위트레흐트 고음악축제는 처음부터 저희를 믿고 예술적 자유를 허락해 주었습니다. 저희 관객들은 연출과 음악이 융합된 무대를 원하고, 저희 역시 매년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려고 합니다. 때로는 유머와 가벼움으로, 때로는 깊은 사유와 성찰을 통해서 말이죠. ‘클래식 음악 콘서트’라는 형식은 음악사 전체에서 보면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특수한 형태입니다. 대부분의 음악은 애초에 콘서트홀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역사적 연주 관행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공연 형식 역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내한에서는 1부 ‘에겐베르크의 울림’과 2부 ‘나를 기억해’로 구성됩니다. 두 작품은 어떤 이야기에서 출발했나요?

게오르크 저희 고향인 오스트리아 그라츠의 에겐베르크 궁정에는 당시 뛰어난 음악가들이 많이 활동했습니다. 대규모 기념 전시인 ‘야망과 환상: 에겐베르크 궁전 건립 400주년’을 위해 저희는 음악을 선정하고 녹음하면서 2년에 걸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비버·고티에·리틀러 등 에겐베르크 가문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었던 음악가들을 살펴보았고, 오늘날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훌륭한 음악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들 모두가 전쟁으로 얼룩진 시대에도 보편적인 가치를 지키고자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죠.

미하엘 2부의 중심에는 17세기 이탈리아 선율인 ‘만토바나(Mantovana)’​가 있습니다. “도망쳐라(Fuggi, fuggi, fuggi)”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곡은 도피와 강제 이주를 다룹니다. 이 선율은 2부 전체에서 다양한 형태로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선율 자체가 이탈리아 국경을 넘어 여러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율 그 자체가 하나의 이주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셈이죠.

위트레흐트 고음악축제(2026) ©Foppe Schut

 

 

 

 

 

 

 

오늘을 향해 열린 고음악을 위하여

과거의 음악을 다루면서도 젠더와 다양성, 퀴어 문화 등 동시대적 주제에도 관심을 보이는데요.

토마스 예술은 정체성을 만들어냅니다. 사회는 과거와 현재의 예술 작품을 마주하고 해석하면서 자신의 가치와 관점을 확인하고, 미래로 나아갈 방향을 찾아갑니다. 특히 음악은 다른 예술보다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합니다. 다른 시대와 장소를 살아간 사람들의 생각과 문제에 우리를 가까이 데려가는 ‘감정이 담긴 병 속의 편지’​와도 같습니다. 음악은 결코 낡지 않죠. 언제나 오늘의 것이며, 연주되는 바로 그 순간의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과거의 연주 방식에 충실하고자 할수록, 동시에 오늘날의 사회적 문제들과 마주하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고 있으니까요.

 

오페라 연출가인 토마스에게 음악극을 연출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가수와 음악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일 것 같습니다.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키는 원칙은 무엇인가요?

토마스 저는 베를린 도이치오퍼의 예술감독이었던 연출가 괴츠 프리드리히(1930~2000)에게 음악극 연출을 배웠습니다. 그는 연출에 관한 두 가지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음악극을 연출한다는 것은 노래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 ​배우와 가수 자체가 곧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노래’라는 예술에 대한 깊은 존중과 함께, 가수에게 자신의 콘셉트를 일방적으로 덧씌우기보다, 가수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과 인격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저 역시 지금까지 이 두 가지를 제 작업의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게오르크는 비올라 다 감바로 앙상블의 저음을 맡고 있습니다. 바로크 시대는 ‘바소 콘티누오 시대’라고 불릴 만큼 저음역이 중요한데요.

게오르크 비올라 다 감바로 통주저음(바소 콘티누오)을 연주한다는 것은 앙상블 전체를 아래에서 받쳐주는 일입니다. 선율과 화성을 동시에 파악하고 작품 전체의 흐름을 느끼면서, 매 순간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오스티나토를 사용하는 우첼리니(1603~1680)의 ‘베르가마스카’나 리틀러(1637~1690)의 ‘치아코나’처럼 단순한 베이스 패턴이 반복되는 곡도 결코 똑같이 반복되는 법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토마스·게오르크·미하엘 한국에서 처음 공연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아직 무대에 오르기도 전인데도 우리를 마음으로 맞아주신 관객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투어는 여러분을 직접 만나고, 에너지를 느끼며, 음악을 통해 무언가를 함께 나누는 첫 번째 기회​입니다. 음악은 언어와 문화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줄 수 있습니다. 이번 만남이 아름다운 시작이 되어, 앞으로도 오래 이어지는 인연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글 유선옥(음악학자) 사진 인터플로우

아트하우스 17(Ārt House 17) 2020년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하프시코드·리코더 연주자 마이클 헬, 작가이자 드라마투르그 토마스 회프트,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이자 퍼포먼스 아티스트 게오르크 크로나이스를 중심으로 결성됐다. 헬은 하노버 국립음대와 바젤 스콜라 칸토룸에서 리코더·하프시코드·통주저음과 역사적 연주법을 공부했으며 현재 그라츠 국립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회프트는 함부르크 대학에서 미술사·문학·음악학·언어심리학을 공부했으며, 크로나이스는 그라츠 공대에서 전기공학을, 린츠 브루크너 대학에서 비올라 다 감바를 전공했다. 역사적 연주법을 바탕으로 음악의 시대적 맥락과 오늘날의 의미를 탐구하며, 연극·춤·곡예·시각예술 등을 결합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PERFORMANCE INFORMATION
앙상블 아트하우스 17 리사이틀
10월 10일 오후 5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11일 오후 3시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
10월 14일 오후 7시 30분 세종예술의전당 15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10월 17일 오후 3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자네티 ‘라 만토바나’, 다울런드 ‘자 이제는 나 떠나야만 하네’, 바흐 칸타타 BWV 82 ‘이제 잠들라, 그대 지친 눈이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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