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오윤주 & 첼리스트 김우진, 갤러리에 피어나는 음악가 부부의 사랑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6년 9월 8일 1:00 오후

MEMORY

피아니스트 오윤주 & 첼리스트 김우진

갤러리에 피어나는 음악가 부부의 사랑

청담동 갤러리에서 4년째 콘서트를 이어온 이들 부부가 제50회 공연을 앞두고 펼치는 포부와 추억

“벌써 50번째를 맞이한다는 것 자체가 실감이 나지 않아요. 처음에는 이 좋은 공간을 그냥 두기 아까우니 연주자의 입장에서 그 공간을 음악으로 채워보고자 시작한 건데 말이에요.” 갤러리 더 스페이스 청담에서 진행되는 ‘선데이 콘서트’의 음악감독이자 피아니스트인 오윤주(성신여대 교수)가 남긴 소회였다.

갤러리 더 스페이스 청담은 패션디자이너 오은환과 그의 남편인 화가·색채학자 유관호(1937~2019)가 2004년 문을 연 곳이다. 1층의 카페와 지하의 갤러리로 이뤄지는데, 이 갤러리에서 매월 1회 공연이 열린다. 2022년 8월 7일 첫선을 보인 이래 4년이 흐른 지금, 공연은 제50회를 앞두고 있다. 음악감독이자 공연마다 해설을 맡고 있는 오윤주는 이 공연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랜 시간 유지될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지금까지 정말 많은 음악가들이 함께 해주셨는데, 넉넉지 않은 출연료임에도 불구하고 매번 흔쾌히 연주에 응해주시고, 또 정성껏 연주를 준비해주신 덕에 언제나 풍성하게 이 무대를 채워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감사한 마음이에요”

덕분에 화려한 패션의 거리로 알려진 청담동에도 음악이 흐르고, 지금은 매번 콘서트를 찾는 관객들도 꽤 있다고 한다.

 

패션의 거리, 잠든 공간을 다시 깨우다

갤러리 더 스페이스 청담은 원래 오윤주의 고모부(유관호)가 사용하던 공간이었다. “고모부님께서는 화백이셨는데, 아마추어 테너로도 활동하고 음반도 내셨을 정도로 음악을 사랑하는 분이셨어요. 원래 목적은 당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였지만, 종종 작은 공연이나 오페라 모임을 진행하기도 하셨죠. 그런데 고모부님께서 돌아가시면서, 그 공간도 그렇게 멈춰버렸어요.”

오윤주는 항상 예술이 꽃피어나던 그 공간을 텅 빈 채로 놔두는 것은 아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한다. “의도된 설계는 아니었을 텐데, 공연장으로 사용하기에 알맞은 포인트가 많았어요. 내부 분위기가 잘 꾸며진 것은 물론이고, 엘리베이터가 연결된 2층 공간은 연주자 대기실로 쓰기에 딱 적합했죠. 심지어 갤러리 음향도 좋았고요.”

공연을 통해 공간을 되살리기로 마음먹은 오윤주는 이 공연의 특색을 살릴 만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우선 1층에 카페가 있으니 그 부분을 연계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관객들에게 음료를 제공하고, 관람 도중에도 자유롭게 드실 수 있도록 했죠. 또, 차를 마시는 분위기를 생각하니, 일요일 오후가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요. 그중 오후 4시라면 종교 활동을 갖는 분들도 여유가 생기고, 식사 시간과도 겹치지 않으니 가장 적절하다고 느꼈습니다. 공연 종료 후에는 1층 카페에서 간단한 리셉션도 마련되는데, 특히 이 시간을 연주자와 관객들 모두가 좋아하세요.”

기자가 월 1회라는 공연 주기에는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묻자, 오윤주는 “그 이상 벌려놓았다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 이유라며 웃었다.

오윤주는 음악감독으로서 연주자들을 섭외하기는 하지만, 프로그램 구성은 전적으로 연주자들에게 맡긴다. “그 덕에 공연이 더 풍성해지는 감이 있어요. 편안한 작품으로 채우는 분이 있는가 하면, 아카데믹한 접근을 하는 분도 계시죠. 그러니 매 공연마다 분위기가 각양각색이에요. 한번은 메시앙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를 선보였는데, 관객들에게 너무 난해한 곡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정말 좋았다는 반응들이 돌아오더라고요. 제한을 두지 않으니 이런 생각지 못한 순간도 마주하는 것 같아요.”

곧 다가올 제50회 공연은 올리버 케른(1970~)의 피아노 독주로 이뤄지는데, 오윤주는 이 기념적인 순간에 많은 것을 채우기보다는 오히려 살롱 콘서트의 본질에 접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조촐한 공간의 의미를 되새기는 무대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래 굉장히 바빠서 섭외하기도 어려운 분인데, 마침 방한 시기가 딱 겹친 덕에 함께할 수 있었어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부부가 함께 만들어온 ‘선데이 콘서트’의 가치

오윤주는 모든 공연을 기획함은 물론 진행도 도맡고 있지만, 무대는 혼자의 힘만으로는 빚어지지 않는 법. 그녀에게는 항상 남편인 첼리스트 김우진의 든든한 보조가 있다. 이 공연을 함께 일궈온 부부가 피워낸 이야기꽃을 아래 문답 형식으로 담았다.

공연에서 어떤 부분을 담당하고 있나요?

김우진 ◎ 기본적으로 관객석과 연주자 자리 배치도 하고, 촬영도 진행합니다. 연주자 조명도 맞춰주고, 필요한 비품을 구입하기도 하고요.

오윤주 ◎ 그냥 부부가 음악감독·무대감독을 다 하는거에요.(웃음) 아, 저희 아들도 평소에 세팅을 곧잘 도와주곤 합니다.

 

공연에는 간혹 사고도 따르는 법인데, 웃지 못할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김우진 ◎ SD카드 용량이 꽉 찬 줄도 몰랐다가, 새 것을 구하려고 동네 편의점을 다 돌았는데 결국 찾지 못해서 녹화가 안 된 날도 있고, 새로운 촬영 장비를 쓰다가 실수로 SD카드를 반대로 꽂은 적도 있고… 그래서 요새는 대용량 SD카드로 넉넉히 준비합니다.

오윤주 ◎ 한번은 서울대 백주영 교수의 공연이었는데, 제가 “선생님 모시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안 나오시는 거예요. 알고 봤더니 그날 빌딩에서 화물을 나르느라 엘리베이터가 계속 잡혀있어서 탑승을 못하신 거였죠. 어째야 하나 이러고 있는데, 잠시 뒤에 계단으로 조심조심 내려오시던 모습에 다 같이 깔깔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김우진 ◎ 아, 제1회 공연은 원래 제가 함께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하필 그때 자전거 타다가 넘어지면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바람에 함께 서지 못했네요.(웃음)

 

‘선데이 콘서트’는 두 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오윤주·김우진 ◎ 아무리 일정이 바쁘더라도 이 공연을 준비할 때만큼은 힘이 나요. 정말 대단한 음악가들이 함께 해주었고, 올 때마다 좋아하는 관객들을 보며 큰 보람도 느끼고요.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공간과 연주의 의미를 잘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최성혁 기자 사진 오윤주

 

오윤주(1969~) 예원학교 수석 입학·졸업 후 서울예고 재학 중 도독하여 뷔르츠부르크 국립음대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다. 현재 성신여대 음대 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김우진(1969~)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거쳐 서울대 음대 졸업 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와 뒤셀도르프 국립음대를 졸업했다. 현재 KBS교향악단 첼로 수석으로 활동하고 있다.

 

PERFORMANCE INFORMATION
갤러리 더 스페이스 청담 ‘선데이 콘서트’(음악감독 및 해설 오윤주)
9월 13일 오후 4시 올리버 케른 피아노 독주회(50회 스페셜)
10월 4일 오후 4시 김정은·크누트 한센 피아노 듀오 리사이틀
11월 8일 오후 4시 피아노 콰르텟: 고전에서 열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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